사람들은 흔히 노동은 운동효과가 없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의학계의 연구에 의하면, 노동과 운동의 생리학적 매카니즘은 동일하나 종이 한 장의 차이가 있는데, 그 차이는 '즐거움'이 있느냐 없느냐, 마음이 동해서 하느냐 억지로 하느냐, 좋아서 하느냐 싫은데도 할 수없어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한다.
운동선수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기 위해 또는 세계적인 야구선수나 골프선수가 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며 온갖 부상에 시달리고 사생활을 완전히 희생한다면, 그것은 그들에게는 운동이 아니고 노동일 수도 있다.
하지만 주말농장에서 한 여름의 폭염에 구슬 땀을 흘리며 채소를 가꾼다던지, 귀촌하여 전원생활을 하면서 하루 종일 정원에서 또는 밭에서 일을 해도, 그것은 좋아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노동이 아니고 운동이 될 수 있다. 이와같이 '즐기면 운동, 그렇지 못하면 노동'이 된다.
박세리(1977년생)가 1988년 US Open LPGA에서 우승을 하여 세계여자 골프계의 신성(新星)이 되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한번은 대선배 줄리 잉스터(미국인으로 1960년생)와 한 조가 되어 시합을 했는데, 박세리가 말 한마디없이 죽기살기로 골프를 치니까 , 줄리 잉스터가 박세리 보고 '즐기면서 골프를 쳐라'라고 조언을 했다고 한다. 당시 국내에서는 이 기사를 보고 박세리를 시기하여 기를 죽일려고 한 말이라고 분개하였었다.
2002년 월드컵 때 히딩크(네델란드 1946년생)가 감독으로 부임하여 선수들에게 한 첫 말이 '축구를 즐기면서 하라'였다. 당시는 축구 선수는 물론이고 국민들도 이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세계적인 첼로리스트(1982년생) 장한나는 줄리아드 음대를 나와 첼로계에 혜성과 같이 활약하면서 하버드대학 철학과를 다니기도 했고 30대 초 어린 나이에 음악계의 꽃이라는 지휘자로 데뷔하기까지 하였다. 그런데 작년인가, TV '무릎팍 도사'에서 강호동이 그렇게 여러가지 일을 하려면 너무 힘들지 않느냐고 물으니까 '즐기면서 하기 때문에 너무나 행복하다'고 천진난만하게 깔깔대며 파안대소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첼로의 성자'라고 추앙받는 파블로 카잘스는 97살까지 살았다. 그리고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는 대개 장수한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첫째 지휘자는 매일 지휘봉을 휘둘르며 연습을 하니까 적당한 운동이 되고 두째 수입이 많아 노후 재테크는 해결된 셈이고 (서울시향 지휘자 정명훈의 연봉이 20억) 세째 항상 관중의 박수를 받으므로 정신적으로 기분이 고조되고 네째 많은 오케스트라 단원을 지배하므로 제왕(帝王)적 존재로 군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루빈스타인은 95세까지 살았고 스토코프스키는 95세, 토스카니니는 90세에 세상을 떠 났다.
유명 지휘자는 거액의 연봉을 받는데, 뉴욕 필하모닉의 지휘자 로린 마젤은 약 3백만 달러 (약 36억), 보스톤 심퍼니의 지휘자 제임스 레바인는 약 2백만 달러, 샌프란시스코의 지휘자 마이클 토마스는 1백60만 달러, 로스안젤레스의 지휘자 구스타브 두다멜는 약 1백만 달러,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야닠 세갱은 약 1백만 달러를 받는다. 여기에 지휘수당과 1년에 2~3번 초청지휘가 있고 비행기 1등석, 특급호텔, 가족의 동반여행 경비까지 제공 받으니 대단한 소득이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 어렵게 살아왔다. 불과 60년 전 일인당 국민소득 100불에서 지금 20,000불이 되었으니 이제는 일중독(workaholic)에서 벗어 날 때가 되었다. 먹고 싶을 때 먹고, 놀고 싶을 때 놀며, 자기 멋에 살고 입고 개성있는 옷으로 자신을 치장하는 등의 자유를 누려야 한다. 자기설계에 따라 인생을 살아가고, 자기가 추구하는 행복의 그림에 따라 생활해야 한다. 소위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을 누릴 때가 된 것이다.
이제 휴식을 통한 '삶의 질'을 챙겨야 하고 '잘 사는 것'의 가치를 부(富)뿐만 아니라 여가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삶에 두어야 한다. 따라서 무엇이든 즐기며 해야 한다. 이런 말을 하면 좀 뭐하지만, 우리 집 파트타임 가사도우미는 주말이면 등산을 가고, 동호회가 있어 그들과 전국 명산을 순례하는 것을 취미로 산다. 얼마나 좋은가.
30년 전 뉴욕에 근무할 때 여름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자동차 여행을 많이 했는데, 그 때 주로 캠핑을 하였다. 당시 미국은 전국 각지에 시설 좋은 캠핑장이 곳곳에 있어 수도.전기는 물론이고 화장실도 설치되어 있었다. 몇십년이 지난 요즘은, 우리나라도 이런 시설을 갖춘 캠핑장이 우후죽순으로 늘어 나고 있다고 한다. 참으로 좋은 현상이다. 비용도 적게 들고 취사는 주로 아빠가 하니까 가족애도 듬뿍 살아나고 아이들은 물놀이를 하거나 매미도 잡고 곤충채집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여가문화인가.
내가 겪는 일들을 즐길 줄 안다면 내 인생은 즐거워진다. 인생을 즐긴다는 것은 어려워 보이지만 긍정적인 생각과 행동으로 나아간다며 분명 할 수 있다. 운동을 하든 그림을 그리든 글을 쓰든 좋아하는 것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인생을 제대로 사는 것이다. 나이를 먹으면 대부분 '즐긴다'는 것에 많이 망설이게 된다. 아마도 나이가 주는 '이미지'라는 체면을 차리기 때문일 것이다. 적당히 운동도 하고 체중조절도 하면서 자신을 늘 가꾸는 노년을 만들어야 '마음만 청춘'이 아닌 '진짜로 청춘'으로 사는 것이다.
남은 인생 즐겁게 살아야 한다. 7~80대라하여 노인으로만 있어서는 안된다. 오늘의 노인은 어제의 노인이 아니다. 나름대로 취미라던지 일이 있어야 한다. 아니면 지금부터라도 무엇인가 배우고 갈고 닦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새삼 이 나이에 뭘~하는 망설임은 버려야 한다. 하지 않음보다 늦게라도 시작함이 백번 좋은 것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고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시작이라는 말도 있다. 아무리 달관하고 초월했다 해도 삶과 능력을 즐길 기회가 없으면 쓸모가 없는것이다.
논어에 이르기를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知之者不如好之者)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 (好之者不如樂之者) '라고 하였다. 많은 것을 알고 좋아하지만 즐겨하지 않는다면 그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건강하고 즐겁게 살아야 한다. 인품과 교양도 쌓아 노년의 아름다움을 즐기며 살아야 한다.
노년의 즐거움은 단순 순박해야 하고 빈듯이 소탈하고, 너그럽고 정다워야 한다. 구름같은 인생, 그 순간순간을 즐기되 탐욕적인 타락한 쾌락은 멀리해야 한다. 자연을 벗하며 겸손을 배우고 따뜻한 눈으로 주위를 바라볼 때 정다운 사랑의 문이 열리고 우리들의 마지막 황혼도 아름다울 것이다. 樂而不流 (즐거워도 무절제 않고) 哀而不悲 (슬퍼해도 아파하지 않는다). 하나하나 잃어가는 상실의 시대보다 단순하게, 아이들처럼 함께 웃고 살도록 노력해야 한다.
즐기며 살으면 행복해 진다. 늙음 자체도 너무나 아름답게 보인다. 인생의 황혼기! 황혼은 너무나 아름답다.구름사이로 서서히 사라져가는 석양(夕陽)은 마음이 저려오도록 아름답다. 어찌 일출(日出)에 비하겠는가. 노년이라는 인생의 황혼은 가을의 단풍보다 찬란하고, 희디흰 백발은 겨울의 눈꽃보다 더 아름답다. 즐기면 즐거워 진다. 남은 인생 즐겁게 웃으며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