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가는 길
김기홍
별을 이고 나온 새벽
함바에 모여
살과 뼈를 갉아먹는 만년 노독
깡소주로 눌러놓고
승강기에 몸을 싣는다.
오늘도 존재할지 모를 상처 많은 꿈도 함께
20층 21층
아직은 사장도 감리도 오르지 못한
창공을 오른다.
하늘로
하늘로
철근을 세운다.
키 낮아 발판을 타고
곰삭은 설움을 타고
더 올라야 할 아파트
옹벽을 이어 세우면
간혹 지표면에서 만나지 못한 비바람
역한 뜨거움도 만나
폭 15센치 난간의 벽을 타고 기둥을 세운다
기울어진 세상
몇 사람 피바다를 이루고 사라진 저 곳
육십 미터 아득한 땅바닥
인부와 기사들의 불협화음
무엇이 이 높이까지 끌어올리느냐
올라도 올라도 달아나는 하늘
합수장군 지고 개간지 오르시다 쓰러진
아버지의 꿈이 그랬을까
빈 하늘 바라보다 별안간
우리는 뛰어내리고 싶다.
목숨 값이 얼마나 될지
식구를 계산하며
이 아파트를 지어 한 몫 챙길 사람들을 생각하며
아서라!
오늘은 하늘로 가는 철근을 이어 세우며
우리들의 끓는 사랑
다가갈 수록 멀어지는 우리들의
상처 많은 꿈도 단단히 엮어 세운다.
김기홍 시집 『슬픈희망』, 《갈무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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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요, 동시,시 감상
[시] 하늘로 가는 길/김기홍
겨울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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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29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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