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월간지 <리더피아>에서 응모한 원고로 당선이 되었기에 소개 합니다.
<리더피아 매거진 응모 수상작>
자원봉사의 진정한 퍼스트 펭귄이신 정재홍선생님
대전 서구 관저문예회관 일어교실 양수 영
세상에는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리더라고 칭한다. 작년 언젠가는 걷기대회에 자폐아인 우리 아들을 데리고 갔더니 손을 잡기 싫어도 어디선가 나타나서 손을 잡아대는 국회의원 때문에 정말 짜증이 났다. 선거철만 되면 철새같이 나타났다가 정말 국민을 위해서는 하는 일이 없으면서 서로들 다 자신이 이 시대의 리더라고 말한다. 나는 그들을 진정한 리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리더는 낮은 곳에서 환한 빛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대에는 어른이 없다고 다들 한탄하신다. 어른이 없다는 것은 그 시대의 정신과 철학이 없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누구든 좋은 모범을 보이고 뒤를 따라가야 이 혼돈의 시대에 안전하게 난관을 물리치며 갈 것이다.
아들이 자폐2급 판정을 받으면서 희망이 물거품처럼 사그라지는 듯해서 그냥 살아가기 위해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대전으로 내려왔다. 고향이 논산이긴 해도 대전에는 친구 하나도 없는 곳이었다. 그냥 사람들이 많이 있고 나를 아는 서울에서는 살 수 없어서 내려왔다.
대학 나와 안정된 생활을 하는 나를 기억하는 동네사람들은, 소리를 지르면서 오줌도 못 가리는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나를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동정을 했다. 팔자 사납다고도 했다. 걱정하셔서 물으시겠지만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질문을 서슴없이 했다.
빗줄기가 한점 바람에도 흔들릴 수밖에 없듯이 나는 너무 마음이 흔들려 모두가 싫었고 사람을 만나는 것이 두려웠다. 서울에서는 항상 가면을 쓰고 살아야 했다. 사람들은 너무 바빠서 우리 명관이를 참아 줄 여유가 없는 듯 했다. 붐비는 전철 안을 두리번대는 명관이는 항상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어 버리니, 내 마음은 쪼그라들어 점점 내 안으로 들어가곤 했다.
대전 사람들은 나를 망해서 온 사람으로 생각했다. 우리 아이도 분명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아이인데 어느 곳에서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그런 갈대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던 중 대전 서구 관저동에 있는 관저문예회관에서 하는 무료 일어반의 광고를 보았다. 무작정 찾아간 무료 일어반에서 나의 스승이 되신 정재홍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을 지금 70이 넘으신 분이다. 퇴직하시고 20년 가까이 재능기부로 일본어를 가르쳐오고 계신다.. 충남대학교에서 식품가공을 공부하시고 직장 다니면서 박사과정까지 수료하셨다. 해태에서 제품개발을 연구하기 위해 일본어를 독학으로 공부하기 시작하셨다. 일본에 자주 출장을 가서 기술을 연수받으면서 아는 것이 힘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느끼셨단다. 50대에 직장을 퇴직하고 경험도 없이 시작한 외국어학원이 실패로 끝나서 아픔을 딛고 무작정 대전시청을 찾아가 일어교육봉사를 시작해서 재능기부를 시작한 것이 20년 가까이 되셨단다.
퍼스트 펭귄이란 아무도 가지 않는 바다를 처음으로 뛰어드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우리 선생님은 재능기부라는 개념도 잘 정립되지 않았던 시기에 대전시청에서 무작정 시작하신 퍼스트 펭귄이시고 처음하신 일을 20년 가까이 해오신 훌륭한 페스트 펭귄일 것이다.
주민들의 신망이 두터워 2008년에는 구봉신용협동조합 이사장으로 선출되어 7년간 근무하시고 지금은 퇴직하셨다. 이사장 재임시에도 세상과의 약속이라고 계속 일본어 수업을 하셨다. 내가 선생님을 만난 것은 올해로 4년이 되었다. 구봉신협 이사장이라고 해서 신협영업을 하시려나하고 항상 경계를 했지만 선생님은 열정적으로 수업에만 전념하셨다. 학생들은 결석을 해도 선생님은 거의 결강이 없을만큼 성실하게 수업을 하셨다. 무상으로 20년 가까이 계속 봉사를 한다는 것은 평범한 사람은 하기 힘든 일이다.
지금까지 수업에서 만난 사람이 2000명은 넘을 거라고 하신다. 100세시대를 맞이해서 1만명에게 일본어 눈을 달아주는 사람으로 사는 것이 선생님의 희망이시다. 퇴임 후에 사회에 공헌하면서 사는 삶을 보여주시는 모범이 되신 것이다. 선생님의 지인이신 염홍철 전 대전시장님께서 우리 정재홍 선생님은 한번도 화내는 것을 못 보았다고 하셨습니다. 그만큼 미소와 웃음을 주신다. 우리 급우중 한분은 아들 결혼식에 선생님이 주례를 봐야 잘 산다면서 주례를 서 주시기도 했다. 큰 직함도 없으셨던 우리 선생님이 어떤 사람에게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시는 선생님은 그 인품이 남다르다는 사실을 아실 수 있겠지요.
내가 일본어반에 처음 들어 갈 때에는 히라가나도 몰랐다. 이제는 웬만한 일본드라마를 볼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이 되었다. 작년에는 일본 오사카 한국문화원 한국어반 학생들과 친교의 시간이 있었다. 내 파트너가 되었던 재일교포 3세의 여자분이 들려주던 타향살이 외로움에 나도 공감하기도 했다. 아직도 한국인을 차별하면서 딸을 일본인과 결혼시키면서 어려웠던 경험을 들려 주었다.
운명은 자신이 선택한 대로 간다고 생각한다. 인생이 가끔은 첩첩산중을 걷는 듯해도 어떤 답도 내 안에서의 내 힘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그 인생의 힘은 여러 가지 아는 것에서 나오는 것이고 정신의 힘 일 것이다. 선생님이 내 스승이 되어 주셔서 내 인생의 끝날 것 같지 않았던 어두움을 잘 견디어 내고 더욱 성숙한 인간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이제 나는 아들만 바라보면서 화내고 짜증내는 삶을 선택하지 않았다. 즐겁게 공부하면서 친구도 만드는 삶을 선택했다. 아이의 언어치료에 매달리고 안 나오는 말 때문에 화내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버렸다. 아이 손을 잡고 산과 들로 돌아다녔다. 산의 능선에도 감탄하고 작은 꽃잎에도 말을 걸었다.
그러던 중 우리 삶에 정말 큰 기적이 일어났다. 우리 명관이가 손에 연필을 쥐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 한 것이다. 그런 습작의 결과로 대전 장애인 미술대회에서 교육감상을 받아서 우리 아들이 교육감님과 악수도 했다. 아들이 세상의 어느 부분에 기여할 몫을 찾았고 이제까지의 모든 열등감과 상처를 모두 털어냈다. 나도 그 동안의 가식을 벗어버리고 세상을 따뜻하게 보는 방법을 배웠다. 아이가 상을 받을 때마다 우리 일어반 급우들은 항상 자기 일처럼 기뻐해 주셨고 그것에서 정말 많은 힘을 얻었다.
그 중간에 끊임없는 선생님의 조력이 있었다. 존재한다는 자체만으로도 강한 빛을 발하는 분이시다. 내가 변하면 모든 세상이 변하는 것이라는 느낌이 있었다. 거창하게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황당한 말을 하는 사람들도 정치권에는 정말 많다. 그러나 세상은 작은 노력들이 모여서 큰 물길을 바꾸는 것이다. 변화는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할 수 있는 것이다. 선생님이 가르친 제자들이 다시 사회에 나가서 봉사하는 사람들로 살고 있다. 철쭉을 농사하시는 조헌구씨라는 분은 일어로 된 철쭉재배 기술 용어를 한국말로 번역해서 주변 농가에 돌려 좋은 반응 얻었다고 한다. 김요미라는 분은 정재홍선생님의 영향을 받고 60나이에 한밭대학교 일본어과를 입학한 제자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모두 건강한 정신과 삶의 철학을 가지게 되니 그 향기가 주변에 가득하다. 건강한 한사람이 대한민국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본다. 20년 가까이 영혼이 건강한 사람을 만들고 계시는 우리 정재홍 선생님이 진정한 이 시대의 어른이고 진정한 리더라고 생각한다. 선생님 100세까지 오래도록 건강하게 사셔서 꼭 일만명 제자들을 길러내셨으면 하는 것이 제자인 내 소망이다.
공부하는 곳 : 대전광역시 서구 관저문예회관
지은이 : 양수영
사는 곳: 대전광역시 서구 도마동 써머스빌아파트 601호 (010-8320-1717)
첫댓글 진정한 스승과 인생의 멘토를 만나셨군요
성실히 사셔서 복 받으신거죠
앞으로도 좋은 분들과 함께 행복하시길..
수업시간 맞았다면 참여할텐데 아쉽네요
감사합니다. 다음 기회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