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축제 소극장에 들어서면서부터 기대를 한껏 하게 된 늙은 부부 이야기.
이호성씨와 예수정씨의 공연이었습니다. 사실 공연 보러 간다고 말했더니 연극을 하는 아는 동생이 그러더라구요. 그거 참 재미있는 연극이라고, 꼭 보라고 말이에요.
한 껏 부푼 마음을 가지고 극장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작은 규모의 소극장. 전에도 연극을 보러 종종 온 적이 있는데 역시나 연극이라는 것은 배우들의 숨소리를 가까이서 듣고 같이 호흡할 수 있다는 점이 너무나도 큰 매력이었습니다.
작은 시골집의 마루와 마당. 전형적인 시골 집으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떠오르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공간을 배경으로 그렇게 연극은 시작되었습니다.
이호성씨가 예수정씨의 집을 처음 방문하는 것으로 비로소 극의 흐름이 시작되었습니다. 천연덕스러운 연기로 인해 저를 비롯한 관객들은 다들 흥미를 가지면서 집중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쩜 저렇게도 연기가 몸에 베어서 나오는 것일까....
예수정씨가 등장하고 나서 두 분의 연기는 빛을 발하면서 관객들의 마음을 휘어잡았습니다.
1000에 50으로 시작된 박동만 할아버지와 이점순 할머니의 인연.
두 분 모두 자식들을 출가시키고 홀로 살아가는 외로운 분들이었습니다. 황혼에 찾아든 외로움은 둘의 사이를 점점 좁혀 가게 되었고, 둘은 어느새 살가운 부부 사이가 되었습니다.
자식들에게는 말하지 못한채 그들만의 사랑을 키워나가는 것을 보면서 저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부모의 마음은 자식이 첫째구나..자신의 행복은 언제가 우선이 되지 않는 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황혼의 부모들은 외로움을 가지며 쓸쓸한 어깨를 내보인다는 사실을...
박두만 할아버지와 이점순 할머니도 서로의 외로움을 잘 알기에 더욱 서로를 의지하며 사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늙은 부부에게 행복이 오면서 불행도 왔습니다. 바로 할머니가 병에 걸린 것.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위해 운전면허 시험을 보게 됩니다. 두분 만의 여행을 위해 결심한 것이지요. 하지만 여행을 채 가기도 전에, 할아버지가 채 운전면허를 따기 전에 할머니는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빈 집에 운전면허증을 받아들고 와서 하늘에 있는 부인에게 자랑스럽게 면허증을 내미시던 그 모습..
아마도 자신이 더 빨리 따지 못한 아쉬움에 더욱더 가슴에 사무치는 한이 되겠지요.
그리고 얼마후에 도착한 소포 한 상자에는 할머니가 생전에 뜨시던 스웨터가 그의 딸에 의해 완성되어 들어있었습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도 할머니께서 놓지 않던 그 스웨터...
할아버지는 그 옷을 입으며 할머니의 손길을 느낍니다..그리고 할머니를 그리워 합니다..
할아버지를 두고 홀로 떠나는 할머니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요.?
서로의 외로움을 채워주던 두 분의 삶에서 다시 혼자가 될 박두만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할머니는 눈물의 스웨터를 뜨신 거겠지요..
저는 황혼의 사랑에 대해서는 솔직히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고, 그들에게도 사랑이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저 나에게는 좋은 엄마, 좋은 할머니등..내 기중으로만 그 분들을 판단하려 했던 제가 부끄러웠습니다. 황혼의 두 부부를 보면서 진정한 사랑이란 서로의 마음을 의지할 수 있고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 편의 연극이 이렇게 여운이 많이 남게 되네요..부모님과 함께 연극을 봐도 참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호성씨와 예수정씨의 연기.정말 대단하시더라구요. 약 1시간 반 동안 두 분에게서 한 시도 눈을 뗄수 없었습니다. 정말 흡인력이 있더군요.
마지막에 사진 찍을 때 이호성씨의 재치 덕분에 또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참 좋은 공연이었고, 마음에 오래 남는 연극이 된 것 같습니다.
첫댓글 흡인력 있는 연기, 연기의 흐름에 나를 싣는 편안함
배우...참 멋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