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0일 영국 런던에서는 ‘세기의 결혼식’이라는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 양의 결혼식이 전 세계에 중계됐다. 결혼식 장소인 런던 현지에서 결혼식을 지켜본 사람만 110만 명에 이르고, 왕실근위대와 영국 육해공군 1천 명이 호위했고 한다. 이러한 날에 즈음하여 윌리엄 왕자의 증조할아버지인 조지 6세에 대한 영화를 소개하는 것은 매우 뜻 깊은 날이라 본다.
오늘 ‘영화 속 사회복지’라는 제목으로 처음 소개할 영화는 위의 윌리엄 왕자처럼 모든 여성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는 왕자가 아닌, 왕위를 계승하고 싶지 않지만 책임과 의무감으로 하는 수 없이 왕위를 계승해야 하는 상반된 왕자의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1939년 영국을 배경으로 한 실화이며, 세계 제2차 대전이 발발할 때까지의 내용이다. 유명한 윈스턴 처칠도 등장한다. 영화의 시작은 주인공(앨버트, 콜린 퍼스 분)이 대영제국의 왕의 아들로서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설하기 위해 마이크 앞에 서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왕좌를 이을 왕자가 아버지 왕과는 달리 영국 사람들이 흔히 사용하는 ‘폐하’(Majesty!) 라는 말을 더듬으면서 겨우 한 두 마디만 하고 그만 두었다면 얼마나 창피했을 것인지 독자 여러분들도 가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버티(앨버트의 애칭)의 형(에드워드 8세)은 온갖 세기의 스캔들(미국인 이혼녀 심프슨 부인과의 결혼) 속에 왕위 계승을 포기하였고, 셋째인 동생은 어렸을 때 병으로 죽었기에, 하는 수 없이 심한 언어 장애를 가진 둘째 버티가 왕위를 계승해야만 되었다. 그러나 자신은 어렸을 때부터 말더듬증이 심해서 다른 사람과는 물론 가정에서 딸(현 엘리자베스 여왕)과도 제대로 대화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의무감으로 왕위를 계승해야만 하였다. 또한 왕자이기에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해야만 한다니, 그 순간을 모면하고픈 생각이 굴뚝같았을 것이다.
이 영화는 버티가 부러움의 대상인 영국의 왕이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지독히도 심한 말더듬이증을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이다. 그 가운데 무면허 언어치료사(라이오넬 로그, 제프리 러쉬 분, 영국의 식민지였던 호주 평민 출신)와 왕인 버티가 관계를 형성(라포, rapport)하고 언어치료를 해나가는 과정은 사회복지 종사자들이 한번쯤은 생각해 볼만 하다.
또한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바로 버티의 아내(엘리자베스 왕비, 헬레나 본햄 카터 분)의 헌신과 지지이다. 잘 알다시피 사회복지사의 역할 중에는 클라이언트를 지지하고 격려하는 일이 중요한데, 그 역할을 엘리자베스는 훌륭하게 해내었다. 남편인 왕의 언어치료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어쩌면 아내의 당연한 도리라고 하지만, 남편의 거듭된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남편의 치료를 위해 유명하다는 치료사들을 만나고 부탁하는 모습은 헌신 그 자체였다. 마지막에는 남편 몰래 자존심을 버리고, 영국의 식민지 출신 언어치료사에게까지 가서 남편을 부탁하며, 체면상 치료 장소를 변경해줄 것을 요구하였지만 거절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리자베스는 자존심을 버리고 한 가닥의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남편을 설득한다.
로그 그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식민지 출신인 무면허 언어치료사이지만, 자신이 세계 제1차 대전 후 여러 말더듬이 병사들을 치료한 경험을 가지고, 확신 가운데 왕에게 당당히 자신의 방식을 따를 것을 요구한다. 보잘 것 없으면서 고집이 센 언어치료사와 자신이 부끄러운 장애를 가졌으나 왕으로서의 체통을 지키려는 왕 사이에서 보여주는 왕비 엘리자베스의 합리적인 중재와 설득은 우리 사회복지사들이 본받을 만하다.
영화 속의 버티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보자. 버티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왕자로서의 꿈같은 시절을 가지지 못하였다. 몇 가지 예를 들면, 당시에는 왼손잡이를 병적 취급을 하던 때 버티는 왼손잡이여서 오른손을 쓰도록 엄격하고도 강압적 교육을 받았다. 안짱다리를 교정하였으며, 수없는 언어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치료되지 못하였다. 그로 인해 가정과 사회에서 인간관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유모로부터도 방임과 미움을 받으며 자라났다. 형 에드워드 8세는 외모와 언변이 뛰어난 까닭에 똑똑하고 잘난 형과 비교되며 심한 열등감과 모멸감을 느끼며 성장하였다.
이러한 왕의 어린 시절의 우울했던 고백을 들은 로그가 유명한 말을 하는데, “아기는 말을 더듬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어떤 사람도 태어날 때부터 말을 더듬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또한 로그는 사람들이 말을 더듬는 것은 혀의 불안전한 움직임이 아니라, 심리적 두려움과 욕구불만 때문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치료자의 확신 가운데 클라이언트는 조금씩 자신감을 회복하고 위안을 받았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치료자 로그와 클라이언트인 왕 사이의 관계가 평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관계 단절의 위험 속에서도 상호 신뢰와 지지를 통해 치료자와 클라이언트의 관계가 지속되었다. 사회복지사가 늘 만나는 클라이언트와의 관계도 이러하리라 본다. 사회복지사가 클라이언트를 신뢰하고 믿어줄 때, 그 클라이언트도 사회복지사를 믿고 자신을 맡기게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영화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버트는 왕자로서 어렸을 때부터 언어치료를 받았으나, 치료되지 못한 과거의 아픈 경험이 많은 클라이언트였는데, 무면허 치료사가 자신(왕)을 차가운 마룻바닥에서 뒹굴게 하고 체력(근육) 훈련도 시키는데 얼마나 자존심이 상했겠는가? 하지만 왕으로서의 연설을 해야 하는 책무를 다하고자 그는 참고 견디며 노력을 했다.
마지막 장면에서 왕은 개전(開戰) 초기에 온 국민들에게 희망의 라디오 연설을 해야 했다. 안방처럼 꾸민 방송실에서 아무도 보지 못하도록 커튼을 치고, 그 앞에 괴짜 언어치료사와 함께 호흡을 하며 입모양으로 발음을 도와주며 연설하는 모습은 우스꽝스럽다기보다는 치료자가 클라이언트를 잘 이해하고 그 단점을 보완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다가오며 오히려 깊은 감동을 전해준다.
비록 조지 6세는 심한 말더듬이 왕이었지만 자신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제2차 대전 중에 독일의 공습에도 피난을 가지 않고 국민을 향하여 “자유와 용기를 가지고 국가를 수호하라” 라는 명연설을 남겼고, 지금도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왕이 되었다.
영화 '킹스 스피치'는 사회복지사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입장에서(Client oriented) 그들의 욕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또한 장애인에 대한 사회복지사의 태도, 확신과 적극적인 자세,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간 이해’의 중요성에 대하여 웅변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