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아편전쟁 때인 1860년 10월 영·불 연합군 3000여명이 베이징 원명원(圓明園)에 들이닥쳤다. 이 청나라 '여름궁전'엔 강희·옹정·건륭 등 중국 역사의 황금기를 이룬 황제들이 모은 서화와 골동, 금은보석이 가득했다. 병사들은 지휘관 허락 아래 100미터 경주하듯 보물을 약탈했다. 주머니에 넣고 배낭에 넣다가, 더 좋은 것이 눈에 띄면 먼저 것과 바꿨다. 공병들은 도끼로 가구를 부수고 보석을 떼어냈다. 보물은 1000여대의 마차에 실려나갔다.
▶"대영박물관에서 진짜 영국제는 수위뿐"이라는 우스개가 있다. 제국주의 시절 빼앗거나 손목 비틀어 사온 문화재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로제타 스톤, 스핑크스 수염, 엘긴 마블스 등 간판 소장품을 이집트, 그리스에서 그렇게 가져왔다. 제국주의 전쟁은 문화재 약탈 전쟁이기도 했다. 프랑스 루브르, 독일 페르가몬, 러시아 에르미타주, 미국 메트로폴리탄의 고대 유물도 사정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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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0월 이 '빅 5' 박물관 등이 '인류 보편 박물관의 중요성과 가치'라는 선언문을 냈다. "우리가 소장한 해외 문화재는 오늘날과는 전혀 다른 상황에서 입수해 국가 유산의 일부가 됐으며, 우리는 인류 보편 박물관으로서 고대 문화재를 통해 인류에 봉사하고 있다"고 했다. 따라서 문화재를 원래 소유국에 반환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당장 "부시의 일방적 외교선언 같다"는 등 비난이 쏟아졌다. 인류 보편적 가치가 있는 문화재를 왜 자기들만 소장·전시해야 하는가. 누가 그들에게 그런 권한을 주었는가. 총칼을 앞세운 불법적·비윤리적 취득과정에 대해선 한마디 사과도 없는 오만함에 국제박물관협의회까지 혀를 찼다.
▶중국의 문화재 조사팀이 메트로폴리탄 등 미국 내 박물관을 돌며 중국 유물 출처와 유물 소유가 합법적이었는지를 증명하는 문서를 요구하는 작업에 나섰다. 박물관들은 "중국이 경제력을 배경으로 자국 문화재 반환을 막무가내로 요구하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이 빼앗긴 자의 수모와 원통함을 한번쯤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그동안 그리스, 이집트, 나이지리아 등이 문화재 되찾기 운동을 폈지만 큰 효과 없었던 건 나라의 힘이 약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움직임이 국제적 약탈 문화재 반환운동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