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
토요일...인데 그 인간한테 연락도 없구.....젠장
언니네 식구랑 월미도에 놀러갔다.
가면서 조수석에 앉았는데 형부가 자꾸 이것저것 물어본다.
자기 친구를 소개 시켜 준다고 해서 괜찮다고 했더니
그러면 지네 과장은 어떠냐고 물어본다.
확! 형부만 아니면 한 대 날려 버릴라...
근데 한 술 더 뜬다.
얼마 안 먹었단다. 서른 아홉 이란다.
순간 핸들을 옆으로 돌려버릴라다 참았다.
<경인고속도로에서 일가족 사망!!> 하는 기사가 남의 일이
아닌 것 같았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더니
뒷자리에 앉은 언니들이 더 얄미웠다.
"얘, 너 그러면 재취 자리 밖에 없다." 하며 자기들끼리
깔깔 거렸다.
.....가슴이 싸해진다.
조카들이 "엄마 재치가 모야?" 하며 물어본다.
가족끼리 칼부림을 할 순 없단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해서 참기로 했다.
삶의 모든 것이 스트레스다....ㅠ.ㅠ
차라리 그 인간이나 불러 낼 걸.
*백수*
아......심심하다.......ㅜ.ㅜ
아까 대학 후배들이 전화해서 나오랬는데 기양 다른 핑계를 댔다.
주머니도 가볍지만 무언가 "빛나는 열매" 를 맺지 못한
자격지심 이기도 했다.
지원하고 기다리고.... 그리고 실망하고.....
그게 요즘 생활의 반복인것 같다.
그녀도 보고 싶지만 지금 이 상태로는 아니다.
"어우~~~~ 취직 시켜조오~~~~~~!!!!"
괴성을 질러 대니까 어머니가 달려 오신다.
낮잠 자다가 가위 눌린 줄 알고 보약이라도 한 재 먹자고 하신다.
소리도 못 지르고....야수처럼 머리만 쥐어 뜯었다....ㅠ.ㅠ
책상 한 구석에 처밖힌 핸펀이 불쌍하다.
지가 시계인 줄 알고 있다.
순간 거짓말 같이 핸펀이 울어댔다. 그녀였다!!
엥, 근데 울 동네라고?
으흠흠, 기어이 얘가 나한테 뻑이 갔구나. 냐항!! 신난다!!!!
잽싸게 꽃단장^^~~
뛰어 나가자~~~!!!!
*백조*
속상해서 낮술을 좀 들이켰더니 기분 삼삼한게 죽여줬다.
근데 좀 급하게 먹었더니 세상이 헤롱거린다.@@
아.....ㅠ.ㅠ 이 여자들은 나랑 친자매가 아닌가 보다.
회를 먹으면서도 "넌 남자도 없니..." 하며 염장을 질러댔다.
술김에 그리고 홧김에 "아씨 남자 이써~~~!!!" 하고 냅다 소리를 질렀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미친X 보듯이 한다.
형부가, 진짜야...? 하더니 뭐하는 사람이야? 하고 물어봤다.
될대로 되라는 기분으로 "백수야, 개백수!!" 했더니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이어, "푸하~~!!" 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어우~ 얘는 우리가 자꾸 놀린다고 스트레스 받았구나."
"그러게 말이야, 알았어 이제 안 놀릴께.
행여라도 그런 소리 하지마라. 얘."
"이모 화 내지 마요...." 조카들까지 한 몫 거든다.
우씨....진짠데....ㅜ.ㅜ
서울 초입에서 내려 달랬더니 형부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쳐다본다.
"처제....설마 아까 그 농담 진짜 아니지?"
"어우~~ 당신은 재수없게 왜 그런 말을 하고 그래요?"
언니가 쌍심지를 켜고 형부를 째렸다.
"거쩜마~~ 남다 팅구 만나고 금방 가꺼야."
생각과 달리 혀가 자꾸 꼬였다....ㅜ.ㅜ
식구들의 애처로운 시선을 뒤로하고 벅벅 우겨 차에서 내렸다.
눈 앞에 보이는 까페에 들어가서 그 인간한테 전화를
때리고 나니 잠이 쏟아졌다.
눈을 언제 감았는지 몰랐는데,
깨어나니.......
그 인간이 옆에 앉아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ㅠ.ㅠ
*백수*
약속 장소에 도착해 보니 그녀가 곤히 잠들어 있었다.
잠깐 조는가 보다 하고 가까이 가니 술냄새가 진동을 했다.....ㅜ.ㅜ
씨......또 어디서 술이 떡이 되서 왔는지 모르겠다.
가볍게 흔들어 봤더니 꿈쩍도 않는다.
"저기 나 왔는데, 어이, 어이...야....-.-"
앞에 앉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다행히 코는 골지 않았다.
근데 순간 그녀의 입에서 흐르는 한줄기 물이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잽싸게 손수건으로 닦아냈다. 이번엔 고개가 자꾸 옆으로 떨어졌다.
잠시 고민을 때리다 옆에 앉아 어깨를 기대줬다.^---^
그녀가 내 어깨를 의지하고 잠들어 있다는 생각을 하니
야릇한 감동이 흘렀다.
이럴때 도둑 키스라도 한 번...^^;
그렇게 십분여 있으니 나도 슬슬 졸려 왔다.
그녀에게서 나는 소주 냄새에 나도 취한 것 같았다.@@
눈꺼풀을 껌뻑껌뻑하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백조*
모......이런 인간이 다 있담...!!
술은 내가 먹었는데 왜 지가 곯아 떨어지고 난리야.
이 인간은 아무래도 세상 모두가 자기의 잠자린가 보다.
힘겹게 놈의 머리를 밀어내고 화장실에 가서 재정비를 했다.
생각해 보니 전화를 걸고 내가 잠깐 잠이 든 것 같았다.
그럼 흔들어서 깨우든가 하지, 왜 지가 세상 모르고 쿨쿨 자냐고...!!
자리에 가보니 그새 잠이 깼는지 다리를 덕덕 긁으며 눈꼽을
떼어내고 있었다.
저런 인간을 모가 보구 싶어서 왔는지....ㅠ.ㅠ
*백수*
일어나서 그녀가 어디갔나 두리번 거리고 있는데
쌔끈한 모습으로 화장실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
월미도에 다녀오다 잠시 들렀다며 왜 안 깨웠느냐고 하며
샐쭉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순간, '야, 너 침 흘렸어." 그럴래다가 그건 너무 잔인한 거 같아서 참았다.
괜찮냐고 했더니 멀쩡하단다. 잠시 피곤해서 졸았단다.
더 뭐라고 하려다 여자의 남은 자존심을 지켜 주기로 했다.
바람쐬며 머리도 식힐 겸 한강에 가자고 했다.
좀 창피한지 군말없이 따라왔다.
얘는 술만 줄이면 참 괜찮은 앤데......
*백조*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니 한결 나아졌다.
아픈 머리가 가라 앉으니까 이번엔 뭔가 따끈한 국물이
먹고 싶어졌다.
순간 강가에 앉아 컵라면을 나누어 먹는 커플들을 보니 위장이
미친 듯이 발악을 했다.
남자애가 "으아~~으아~~" 소리를 내며 국물을 마시고 있었다.
아.....먹고 싶어 돌아 버리겠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회라도 많이 먹어둘 걸.
근데 뜨끈한 컵라면 국물 얘기를 하면 아무래도 놈이 날
술꾼으로 볼 것 같아 차마 말을 못 하겠다.
"저기...컵..."
"어? 컵 뭐?"
"아니 커피 한 잔 마시겠냐고..?"
"금방 먹고 왔잖아?"
"어...^^ 그랬지..."
마시고 싶다. ..... 컵라면 국물~~~~~~ㅠ.ㅠ
근데 이 인간은 무슨 자전거를 타자고 난리람.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더니 덥석 2인용 자전거를 빌려 버렸다.
아.....기운 없어 죽겠는데 이 무슨 노가다람....ㅜ.ㅜ
분위기는 나중에 잡고, 난 지금 해장이 필요하다고~~~~
딴건 먹고 싶지도 않다고~~~ Only 컵라면!!!!
*백수*
술 깨는 데는 커피 같은 건 별로다.
아무래도 가볍게 땀을 흘리면 술도 깰 것 같고 해서
자전거를 빌렸다.^^V
강변을 유유히 달리니 기분 캡 이었다.
해가 기우는 강변의 경치도 그만 이었다.
근데 문득 뒤를 돌아다 보니 그녀의 표정이 그리 밝아
보이지만은 않았다.
"괜찮아....?" 했더니 그냥 힘 없이 웃는다.
아무래도 술이 덜 깼나 보다 싶어 그만 타자고 했다.
쓰린 속을 무얼로 달래줄까 했더니 의외로 여기 앉아서
소주 한잔 하잖다!!!!
아무래도 얘는 알콜중독 인가 보다. 무슨 술을 또 마신담....ㅠ.ㅠ
나보고 자리 깔고 앉아 있으라더니 지가 냅다 술과
컵라면 따위를 사왔다.
*백조*
자전거를 타며 이 인간의 뒤통수에 대고 열라 씨부렁 거렸다.
내가 지금 자전거 탈 힘이 있냐고~~~ㅜ.ㅜ
뒤돌아 보면 웃고, 앞을 보면 씨바씨바 거리다 결국은 걸렸다.
내 표정을 보고 눈치를 깠는지 그만 타잖다.
뭐 개운한 거라도 먹으러 가잖다.
순간 그만, 너무나 간절한 마음에 여기서 컵라면에 소주 한 잔 하자고
말해 버렸다.
절라 벙 까는 표정이다. 하긴 나라도 어이가 없겠다.
안면 몰수하고 이것 저것 사와서 자리를 깔았다.
괜찮겠냐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본다.
"왜 이런것도 좋잖아." 하고 대답했더니 어이가 없는지 웃는다...-.-
웃어도 좋다. 왜 오늘따라 라면이 이리 더디게 익는담.
마침 이 인간이 화장실에 간단다.
기회는 이때다!!!
주위를 살핀 후, 국물을 쭈우우욱~~~~ 원샷으로 마셔 버렸다.
위장에서 오케바리!!!!를 외치고 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라면은 면발밖에 안 남아 있었다....ㅜ.ㅜ
잠시 고민하다 풀밭에 엎어 버렸다.
*백수*
칠칠치 못하긴..... 화장실에 다녀오니 그만 라면을 엎질렀단다.
내 걸 건네 줬더니 찔끔찔끔 마신다.
복스럽게 먹는 여자가 이쁘다고들 하지만 저렇게 먹는 것도
예뻐 보이긴 했다.^^;
근데 그만 입을 데었나 보다. 손으로 입에 부채질을 한다.
안쓰러웠다. 그러면서 뭐 차가운 것 없냐고 한다.
매점에 가서 "아줌마~~~ 캡빵 차가운 맥주요." 하고
냅다 맥주를 사다줬다.
그녀는 맥주를 나는 소주를...... 해지는 강변에서 나누어 마셨다.
기분좋은 저녁이다.
*백조*
아~~~ 씨바 쓰라려 죽겠네....ㅠ.ㅠ 입천장이 그만 홀라당 까져 버렸다.
화장실에 가서 억억 거리며 뜯어 냈더니 무슨 뱀 허물 벗듯이
껍질이 딸려 나왔다.....ㅠ.ㅠ
그래두 이 인간이 사다준 찬 맥주를 마시니 금새 괜찮아졌다.
어두워 지는 강변의 바람이 조금씩 쌀쌀해졌다.
그가 자신이 입고 온 조끼를 벗어 주었다.
얇은 조끼일 뿐 이었지만 그 정성과 체온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천천히 그의 어깨에 고개를 기대고 밤이 온전히 찾아 올때까지
우리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별은 보이지 않았고 긴 대화는 없었지만 그냥 그대로 우리의 이야기는
도란도란 끊이지 않았다.
*백수*
넘 덥고 힘들다. 밤이 됐는데도 더위가 가시질 않는다.
의류 땡처리를 하는 친구가 넘 바쁘다고 일주일만 도와 달랬다.
오늘이 6일 째...
안산으로 의정부로 경기도 일대를 돌아 다니며 집에도 못 들어가고
물건들을 세고 진열하고 거둬 들이고 있다.
안 할라 그랬는데 놈이 50만원을 쳐준다는 말에 그만 넘어가 버렸다.
요즘 같이 어려울 때 50만원이 어디람. ^^
돈을 받으면 그녀에게 무엇을 해 줄까 하는 상상에 빠졌다.
커플링을 해 줄까. 아니 그건 너무 이른가?
아님 멋진 옷 한 벌? 음.....옷이라면 여기에도 천지에 깔렸는데...^^;
아님 정동진 바닷가라도 한 번? 그건 넘 속 보이는 것 같고-.-;
어쩐다.....즐거운 고민에 빠져있을 때였다.
"얌마! 옷 안 나르고 뭘 해!!" 친구 녀석이었다.... "어? 응, 해야지."
"빙시같이 왜 혼자 씩씩 웃고 지랄이야."
"-.-...."
그래! 그래도 좋다! 낼이면 난 그녀에게 간다~~~!!
아흥~~ 신난다.^^
*백조*
아웅....곤란하다. 며칠 전, 친구 애 돌집에 갔었는데
거기서 친구 남편네 쪽 사람중의 하나가 날 한 번 소개 시켜 달랬단다.
첨엔 싫다고 했는데 이 기집애가 한 번만 만나보라고
통사정을 하는 것이었다.
정말 싫다고 짜증을 부렸더니
"너, 만나는 남자도 없으면서 왤케 팅켜." 하고 부아를 긁는 것이었다.
......남 약점 잡는데는 도가 튼 년 이었다.
"어우~~ 있어!! 있으니까 그만해."
"누구? 누군데 그래? 너 혹시 지난 번에 은미네 집들이서 본
그 사람 만나니?"
...차마 그렇다고 대답하지 못 했다. 내가 나쁜 년이다....ㅜ.ㅜ
제발 한 번만 만나보라고 하는데 어쩔수 없이
반승낙을 했더니 그만 오늘로 날짜를 덜컥 잡아 버렸다.
자기 남편 회사 선임이라 그런다고 자기 사정을 한 번만 봐달라는데
매정하게 거절하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그한테 미안함을 지울 순 없었다.
이럴때 곁에 있으면 좀 좋아.
자기 사정도 급한 사람이 친구 일을 거들어 준다며
다니는게 화가 난다.
언제 끝날지도 모른다나. 사람이 좋은것과 미련스러운 것은
구분했음 좋겠다.
집에도 못 들어가고 그게 뭐람.
어쨌건 약속장소로 들어서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백수*
샤워를 마치고 수고했다고 고기나 먹으러 가자는 친구에게
돈부터 달랬더니 "아~ 그 자식." 하며 면박을 준다.-.-
"야아~~ 빨리 돈 조오~~~"
"알았어, 안 떼어 먹을 테니까 회식이나 하고 가자고."
"나 급하게 갈 때가 있다니까."
"아이... 치사한 색끼. 알았어, 여깄어."
빳빳한 10만원권 다섯장 이었다. 야~~~~호!!
백화점으로 직행했다.
뭘 사야 될지 몰라서 갈등을 때리다 목걸이를 사기로 하고
이것저것을 둘러 보았다.
음.....근데 가격이 만만찮다.
좀 맘에 드는 건 30~40만원을 가볍게 뛰어 넘었다.
아무래도 정동진은 담에 가얄 거 같다...^^;
어차피 이 돈은 그녀를 위해 쓰기로 맘 먹은 거니까
아낌없이 쓰기로 했다.
백화점을 나올 때 이미 주머니는 개털이었지만 기분은 최고였다.
이제 그녀를 깜짝 놀라게 할 일만 남았다.^^
얘한테는 일이 바빠서 언제 끝날지도 모른다고 뻥을 쳐 두었다.
가자, 그녀의 집 앞으로!!
*백조*
간만에 와보는 호텔 커피숍이었다.
갠적으론 꼭 선 볼 때만 오는 것 같아서 호텔 커피숍은 별루다.
남자는 그런데로 괜찮은 사람이었다.
다만 내가 그 사람에게 별 호감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한 번 그렇게 생각하니 몸에 밴 듯한 매너와 예의도
왠지 그의 많은 맞선 경력에서 우러난 것처럼 보였다.
친구가 자리를 비켜 준 후 늘 그렇듯 비슷비슷한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갔다.
내가 맞선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것 때문이다.
불편했다. 그냥 반바지를 입고 아이스크림을 들고 그 백수와 함께
거리를 활보하고 싶어졌다.
"증권회사 다니신다고요?"
"예, 지금 한 10년 째..."
"저도 예전에 다녔었는데."
"아 그러세요? 그럼..."
"근데 짤렸어요."
"네....그... 뭐..."
"그래서 지금 집에서 놀아요."
원래 내가 이런 애가 아닌데 오늘 왜 그런지 모르겠다.
커피만 마시고 오고 싶었지만 친구 얼굴을 봐서 식사까지 하기로 했다.
무슨 스카이 라운지로 데리고 갔다.
음......오늘 이 녀석 월급을 뽕빨 내버릴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정내미 떨어지게 아그아구 걸신 들린 것처럼 먹었더니 지거까지 먹으란다.
내가 무슨 돼진 줄 알어...
식사 후 그사람이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백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근데 받지를 않는다. 우씨~~ 이 인간 도대체 무슨 일이 그리 바쁘담.
취직을 그렇게 열심히 알아보던지.
암튼 도움이 안되는 인간이다.
*백수*
집 앞에 와서 전화를 했더니 안 받는다.
쫌 아까 전화를 안 받았더니 삐졌나..?
거야 깜짝 놀래 줄라고 그런 거지. 암튼 이 속 좁은 여자 같으니라구
내가 지 줄라구 이쁘게 포장도 해 왔는데... 어디 딴데 가 있나?
하긴 백조라고 꼭 집에 있으란 법도 없지.
혹시 화장실에서 응가를 하거나 샤워를 하는건 아닐까.
한 번 더 해보니 아예 꺼져있다.
쫌 있다 해야지 하구 골목길에 주저 앉았다.
오늘 저녁은 오랜만에 선선한 바람이 부는 것 같다.
*백조*
그냥 지하철 타고 간다니까 그건 예의가 아니죠 하며
기어이 차에 태운다.
지네 집 가는 방향이라는데 더이상 거절할 수가 없었다.
별루 맘에 없는 사람이랑 먹은 저녁이라 그런지 속이 부대낀다.
그 백수랑 골뱅이에 쏘주나 먹었으면...
근데 차 안에서 그 인간한테 전화가 왔다.
곤란했다. 내려서 할 맘으로 전화를 꺼버렸다.
누구한테 온 전환데 안 받냐고 묻는다.
난 원래 모르는 전화번호는 안 받는다고 했더니 그럼 자기가
전화해도 안 받을거냐고 물어 온다.
당근이지, 앞으로 너에게 맞는 여자 찾아서 잘 살아라.
골목 어귀에 내려 달랬더니 잠시만 기다리라더니 차 트렁크에서
꽃다발을 꺼내 건네준다.
...드라마를 좀 보긴 했나보다. 고맙긴 하지만 부담스럽다.
좋은 사람인 것 같긴 하다.
버리긴 아까워, 들고 터덜터덜 걷고 있는데 집 앞에
왠 이상한 사람이 문에 기대서 쿨쿨 자고 있다.
아빠한테 전화해서 데리러 나오라고 할려다 자세히 보니
그 백수였다...........ㅠ.ㅠ
우선 꽃을 던져버리고...^^;
반가움과 화가 동시에 치밀어 올랐다.
"여기서 모해~~" 하며 흔들어 깨웠더니 잠이 들깬 헤멀건 눈으로
쳐다본다....ㅠ.ㅠ
*백수*
씨....전화도 꺼 놓구 어디서 모하는 거람.
앉아 있으니까 슬슬 졸음이 왔다.
지난 일주일간 새벽까지 이 매장 저 매장을 돌아 다녔더니
좀 지친 것 같다.
깜빡 잠이 드는것 같았는데 누군가가 깨웠다.
정장을 차려 입은 디게 이쁜 여자였다.
누군지 저 여자 앤은 디게 좋겠다 생각하며 눈을 비비니......
그녀였다....ㅠ.ㅠ
근데 막 화를 낸다.
"아우~~어디 있다 왔어?, 연락도 안 돼고!!"
씨...그건 내가 할 말이지... 지야 말로 어디있다 왔는지 연락도 안 돼고.
"언제까지 남 좋은 일만 해주고 다닐거야!"
"아니 그게 아니고....이거..."
선물을 건네 줬더니 그녀가 조용히 운다. 화내다가 울다가...
아무래도 여자의 마음은 알 수가 없다.
앞으론 깜짝쇼를 하지 말아야겠다....-.-
우는 모습도 물론 예쁘지만 밝게 웃는 그녀의 얼굴이 더욱 사랑스럽다.
그녀의 웃는 모습을 내가 만들고 그리고 지켜 주어야 겠다.
말 없이 그녀를 안아주었다.
*백조*
도대체 거지처럼 왜 그러고 잠을 자냐고 성질을 부렸다.
머리를 긁적긁적 하더니 뭉개진 꽃더미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준다.
.....예쁜 목걸이였다.
가격이 만만찮아 보이는 목걸이를 보니
이걸 해 주느라고 그동안 고생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눈물이 흘렀다.
바보같은 남자다.
사정 뻔히 아는데 이런 걸 해 주느라고 집에도 못 들어가고 고생을 한담.
고마움과 안스러움에 목이 메였다.
그가 어정쩡하지만 따스하게 날 안아줬다.
그날..... 우리는 서로의 입에 매운 골뱅이를 떠 넣어주며 늦도록
소주잔을 기울였다.
그가 나의 웃는 모습이 젤로 예쁘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오빠만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고 했다.
*백수*
일욜이다. 그리고 그녀를 만난지 일주일이 넘었다.
무언가 그녀를 만나 해얄거 같은데 웬지 답이 안나오는 셤처럼
갑갑하다.
아쒸.....이럴 줄 알았으면 직장 다닐 때 돈이라도 좀 모아놀 걸.
혼자 있을 땐 돈이 그리 절실한 줄 몰랐는데 아무래도 여친이 생기니까
좀 부담스럽다.
모... 데이트야 기양 하믄 되지만
지금 이 나이에 무언가 가진게 없다는게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하긴 직장 다닐 때 빚 안진거만 해도 어디야-.-
얄팍한 통장이 오늘따라 안쓰럽게 느껴진다.
근데 저 p.c방 알바하는 애는 왜 자꾸 내가 화장실 갈때마다
불안한 눈길로 야리지..
내가 대포를 깔라 그런지 아나보다.
에이, 아무리 동네라도 옷 좀 신경써서 입고 다녀야지.
*백조*
씨.....드뎌 뽀록났다. 눈치 빠른 뇬들.
"너 글코 그런 사이라며?" 하고 무슨 큰 일이라도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어댔다.
근데 차마 "백수"라는 단어는 입에 올리기 뭐한지
"너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혹은 "심각한 사이니?" 하며 빙 돌려 말한다.
어떡하긴!! 내가 뭐 지금 살림이라도 차린댔나?
남자, 여자 만나는게 다 글코 그렇지. 모....
만나다가 좋으면 계속 사귀는 거고 아님 찠어지든지....
글고... 심각한 사이면 어쩔건데!
지들이 큰 언니라도 되는 듯 걱정스런 표정들이다.
냅둬, 자기 인생 자기가 사는거지.
내가 뭐 마누라 있는 유부남이랑 바람이라도 폈냐고...
더 열 받는건 그가 해준 목걸이를 보더니
"이거 짝퉁아냐?" 그러는 거였다.
이년들이 정말 오래 살기 싫은가....
한참 열 받았는데 그 인간한테 전화가 왔다.
*백수*
모하냐고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근데 웬지 전화를 받는 목소리가 깔깔하다.
어디냐고 물어보니까 걍 친구들이랑 있댄다.
언제까지 있을 거냐니깐 모른단다....-.-
지가 좀 있다 전화한다고 끊으란다.
쫌 짜증이 날라 그런다.
이씨~~~~~ㅠ.ㅠ 아무래도 딴 놈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요일이자나~~~ 맞선 보기 딱 존날 아니냐구.....ㅠ.ㅠ
*백조*
이 인간도 양반이랑은 거리가 먼가보다.
어쩜 지 얘기 하고 있을 때 전화를 걸게 뭐람.
눈치 빠른 기지배들이 "그럼, 그렇지......"하는 눈길로 쳐다본다.
뭐 꼭 그가 놀아서가 아니라 난 원래 남들 있는데서 애교 같은건 못 떤다.
친구들의 호기심어린 눈빛도 부담스럽고 해서
내가 좀 있다 연락한다 했더니 "아써...." 하며 뚝 끊어버린다.
이런, 씨........골뱅이, 아니 밴댕이..... 하여간 소심하긴,
꼭 울 아빠처럼.....
문득, 아이스크림 우리끼리 먹었다고 삐지는 아빠를 보며 한숨짓던
엄마의 얼굴이 생각났다.
하여간 전화도 꼭 타이밍 안 맞게 하기는.
암튼 2차 수다는 선배 언니네 까페에서 시작하기로 하고 일어섰다.
오늘은 그를 만나기 힘들 것 같다...
*백수*
심심해라...... 테트리스도 고도리도 질린다.
집에 가서 바닥이랑 놀아야 겠다.
근데, Shit!! 지갑을 놓고 왔다......ㅜ.ㅜ
씨앙....어쩐지 알바애가 째리는게 이상하더라니.
별 수 엄씨 핸펀을 놓고 집에 다녀왔다.
젠장 나이 서른 넘어서 이게 무슨 꼴이람......ㅠ.ㅠ
알바애가 싸늘한 눈길로 자리 비운새에 전화가 왔단다.
옷! 근데 그녀의 전화번호다. 우히~~~^^ 그럼 그렇지!!
만나서 모할까.^^
우리를 만나게 해 준 녀석이 지네 부부랑 여름 휴가나 같이
가자고 하던데 휴가 계획이나 세울까...^^;
*백조*
선배 언니네 아담한 까페가 무척 맘에 들었다.
그 전부터 생각했었지만 나도 이런 가게를 해보고 싶다.
왠만한 안주 정도는 나도 할 줄 알고.... 잘 할 자신도 어느 정도 있다.
근데 결정적인 문제는 돈이다..........ㅜ.ㅜ
아니 완존 개털은 아니다.
모아둔 돈, 좀 까먹긴 했지만 아직 2천만원은 조금 넘게 있다.
과장님이 찍어주신 주식을 조금 사두었던게 큰 도움이 됐다.
그동안 논 걸 생각하면 그것도 큰 돈 이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 돈을 가지고 시작하기엔 힘들다.
내 마지막 보루이자 시집자금 인데...ㅜ.ㅜ
그문.....그 인간한테 함 물어볼까...?? 모...좀 저축한 거라도 있겠지.
동업..... 부부까페.......
어머 미쳤나!!! 내가 왜 이래!!!
*백수*
음....갈수록 예뻐 보인다. 울 동네까지 찾아오고 넘 기쁘다.
엥? 근데 웬 돈? 까페를 해 볼 생각이 없냐고 묻는다.
그...글쎄.... 하긴 요즘 누구나 창업바람인 걸 보면 그것도
나쁜 생각은 아니다.
아니 꽤 괜찮은 제안이긴 하다. 그녀와 함께 같은 일을.
음.....좋다.^^ 근데........개털인데 어쩐담......ㅠ.ㅠ
통장에 남은 돈은 300만원도 안 되는데.... 괴롭다.......ㅜ.ㅜ
그냥 난 얼른 취직을 해서 그녀를 위해 돈을 버는게 최고란 생각이 든다.
*백조*
별 반응이 없다. 싫은지 좋은지 의사표현이 불분명하다.
우~~~~~답답이~~~
그더니 놀러갈 계획이나 잡잖다.....
사람이 왜 이렇게 진지한지 못 한 걸까...
먹고살자니까 무슨 놀러갈 생각이나 하고오~~!!
앞으로의 일이 걱정된다.....ㅜ.ㅜ
좀 엉뚱한 얘기 좀 하지말라고 핀잔을 줬더니 머뭇머뭇 하다가
돈이 없단다.
하긴 그럼 그렇지.. 기가 죽은 모습이다.
에휴....어쩌겠남...돈이 없다는 걸.
괜한 얘길 했나보다.
애교를 부려도 힘이 빠진 얼굴로 조용히 힘없이 웃는다.
에유....나라도 기를 살려 줘야지.
힘 내라고 군대까지 다녀 온 사람이 그게 뭐냐고 장난을 쳤다.
미안하단다. 미안하긴... 내가 미안하지.
아직 희망을 믿고 있다고, 조금만 참아 줄 수 있냐고 한다.
당근이지 바보야.
누군가 그러지 않았어. 사람만이 희망이라고...........
*백수*
미안하다. 그녀에게.... 돈만 있다면 보태주고 싶다.
돈은 때때로 사람을 곤란하게 혹은 의기소침하게 만든다.
지난번 그녀에게 나의 불투명한 현실을 솔직하게 이야기 했지만
여전히 가슴 한 켠이 개운치 않다.
그녀가 배시시 웃으며 괜찮단다. 씨잉...병주고 약주남.....
힘을 내야겠다. 아쉬운 소리하고 살긴 싫었지만 돈이라도 좀 빌려봐야겠다.
그녀를 바래다 주는 길, 그녀가 조용히 팔짱을 끼워온다.
집 근처로 접어들 때쯤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며 책방으로 뛰어들어간다.
잠시 후 서류봉투에 책을 한 권 담아 가지고 나오더니
집에 돌아가는 길에 꺼내보란다.
그녀를 들여보내고 돌아오는 길.
눈물이 났다.
책 제목은 박노해 시인의 [사람만이 희망이다] 였다.
*백조*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예식장은 무슨 두부 공장 같다.
30분에 한 팀씩 커플들을 쾅쾅 찍어내니...
좀 여유있게 천천히 했으면 좋겠다.
<네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이란 영화가 생각난다.
신랑 신부를 아는 사람들이 모두 모여 즐겁게 파티를
즐기던 모습이 떠오른다.
천막안에 젊은이들과 노인들이 모두 모여 웃음을 터뜨리던 정겨움이
영화의 줄거리 보다도 생생했었다.
하긴, 언젠가 그런 얘기를 언니들한테 했더니
혀를 끌끌차며 넌 아직 정신차리려면 멀었단다....ㅠ.ㅠ
작은 언니는 한 술 더떠 그럼 국제 결혼이나 하랜다.
하여간 그 여편네들 앞에서는 뭔 얘길 못 한다니까.
건 그렇구 이 인간은 도대체 왜 안 오는 거야.
하여간 꼭 가야 되냐구 궁시렁궁시렁 댈 때부터 알아봤다니까!
도대체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는거람!!
*백수*
아이 씨..... 지 친구 결혼하는데 왜 꼭 내가 가야 한담.
알지도 못 하는 친군데 꼭 가야 돼냐고 물어보니까
도대체 모가 글케 쪽 팔리냐고 소리를 지른다.
어우...ㅠ.ㅠ 성질하곤...
거봐, 지가 먼저 "쪽 팔리냐" 며. 머 땜에 오라 그런지는 알 것 같다.
그치만 솔직히 넘 불편하다.
나야 모... 팔쪽 안팔 쪽 다 팔은 놈이니 그렇지만 그녀까지
그럴 필요는 없는 거 같다.
사실 글케 쪽 팔릴 일도 없지만 넘 당당한척 오버 할 자신도 없다.
좀 일찍 온 거 같아서 예식장 앞에 쭈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워 물었다.
아우~~ 날도 더우니까 어제 먹은 술이 다시 올라오려고 한다. @.@
길 건너 목욕탕이 날 부른다.
그래, 아직 한 삼십 분 남았으니까 가볍게 목욕 한 판만 하고 생각하자.
*백조*
이 인간 잡히기만 해봐라.... 아주 전화까지 꺼 놓구 잠수를 타?
내가 당당하면 됐지. 도대체 뭐가 그렇게 불안한데!!
왜 그렇게 기가 죽어서 그러냐고~~!! 정말 화난다.
이 인간 만나고서 이렇게 화가 난 적은 없는 것 같다.
예식이 끝나고 뒤풀이가 진행되는 데도 연락이 안 된다.
맘 대로 해 봐!! 아주 그 딴 식으로 나오면 끝이야, 끝!!
*백수*
저땠다...ㅠ.ㅠ
가볍게 샤워를 하고 휴게실에 누웠는데 눈을 떠보니
3시간이나 지나 있었다...ㅜ.ㅜ
어제 먹은 술이 넘 피곤 했나부다...ㅜ.ㅜ 이제 난 죽었다.
핸드폰을 켜기가 두려웠다.
역시나 그녀의 감정변화가 고스란히 음성메시지에 담겨 있었다.
"왜 이렇게 안 와. 예식 시작했단 말야."(약간의 애교)
"도대체 모하는 거야...핸드폰은 왜 꺼 놨는데..?"(열 받기 시작했음)
"정말 이럴 거야, 오기 싫음 안 오면 되지.
연락은 왜 안 받는데?!!"(절라 빡돈 상태)
"맘대로 해, 이딴 식으로 할려면 연락 하지마."(체념상태, 열라 싸늘함)
........조금의 과장도 없이 자살하고 싶어졌다........ㅠ.ㅠ
이 사태를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일단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걸었다.
무릎 꿇고 싹싹 비는 수 밖에 더 있남...ㅜ.ㅜ
엥? 근데 전화가 꺼져 있다.
이쒸~~ 글타고 연락을 안 받으면 어떠카라구~~~ㅠ.ㅠ
*백조*
캬......술 맛 조타~~~ 더운 여름엔 기양 맥주가 최고라니까......@.@
빙시 같은게 그렇게 자신이 없어가지고 이 험한 세상 어떻게 살아가려구.
에유~ 그 자식 신경 안쓰니까 속이 엄청 편하다.
전화도 꺼버렸다. 고생 좀 해보라지.
친구들이 너 놀더니 술만 늘었다구 핀잔을 준다.
그래도 좋다. 오늘은 취하고 싶다.
바보같은 놈, 친구들에게 미리 얘기 안 해논게 다행이다 싶었다.
친구들 앞에서 당당하게 팔짱을 끼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음냐~~~ 화장실에 가는데 왤케 세상이 흔들리는지 모르겠다.
근데..... 아무도 없는 빈 공간에 쭈그리고 앉아 있으니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백수*
그냥 갈 수는 없었다.
예식장 근처에 단체로 피로연 할 만한 데를 뒤지기 시작했다.
이 집도 없고, 저 집도 아니고.... 하필 결혼도 방배동에서 할 게 뭐람.
세상천지가 까페고 맥주집 이었다.,,,ㅠ,ㅠ 그래도 포기할 순 없었다.
만나서 뭐라고 할 건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모든게 내 잘못 이었다.
첨엔 찾아다니며 힘들고 짜증이 났지만 곧 내가 무엇을 잘못한 건가를
깨닫게 됐다.
만나기만 하면 다신 그러지 않겠노라고 맹세하고 또 맹세했다.
*백조*
나이트엘 갔더니 술이 좀 깰라 그런다.
전화를 해볼까 하다가 걍 참았다.
분명히 이 인간 집에서 잠이나 쿨쿨 잘 인간이었다.
기분도 그런데 간만에 땀이나 빼야겠다.
스테이지에 나가서 신나게 몸을 흔들어댔다.
남자들이 둘러서선 좋다고 박수를 쳐댄다.
니네가 내 맘을 알고 박수를 치는거니....ㅜ.ㅜ
블루스 타임이 오자 신랑 친구가 한 번 추잖다.
화장실에 가야 한다며 적당히 뺐다.
아무리 꿩대신 닭이라지만 거기까지는 기분이 아니었다.
다시 두타임 째 흔들어 대고 있을 때였다.
근데, 오마나!! 깜짝 놀라서 주저 앉을 뻔했다.
그 인간이 어떻게 여기 있는 줄 알았는지 저 쪽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백수*
찾다가 지쳐 전봇대에 기대서 땀을 닦을 때였다.
길 건너편의 나이트 클럽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문득 그녀를 처음 만나던 날, 나이트에서 정신없이 잠이들었던
그녀의 얼굴이 떠 올랐다.
그래.....어쩜 저 곳에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랬다......거짓말처럼 그녀가 그 곳에 있었다.
두 눈을 감고 음악에 몸을 내 맡기고 있었다.
잠시 지켜 보았다.
어쩜 내게 난 화를 저렇게라도 풀고 싶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다가갔더니 깜짝 놀란 눈으로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려 버린다.
너무 시끄러워서 말로는 의사전달이 안 될 상황이었다.
손목을 잡아 끌었더니 뿌리친다.
다시 잡으려고 할 때, 눈 앞이 번쩍했다.
손이 매웠다. 그러나 아프지 않았다.
맞아도 싸단 생각이 들었다.
*백조*
나도 모르게 손이 올라갔다.
잠시 물끄러미 쳐다본다. 화가 난 표정은 아니다.
다시 손을 잡아 끈다. 어쩔 수 없이 따라 나갔다.
용서 못 할 기분이라는거 안단다.
하지만 이대로 집에 갈 수는 없어서 찾아 다녔단다.
앞으로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거란다.
그래도 화는 풀리지 않았다.
알았으니까 그냥 가라 그랬다. 아무래도 좋은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멍하니 서있는 그 사람을 두고 다시 일행에게로 돌아왔다.
친구들이 눈치를 슬슬보며 무슨일인가 한다.
알지 못 할 이상한 기분이었다. 허탈하기도 하고 화도 났다.
다시 한 잔 두 잔 먹다보니 테이블에 있는 술이 바닥이 났다.
그렇게 잠이 쏟아지려 할 때 친구들이 그만 일어나라고 흔들어 깨웠다.
몸이 내 맘 같지 않았다.
신랑 친구가 부축을 해서 간신히 입구까지 끌려나왔다.
그 때, 누군가 업히라고 자기의 등을 들이 밀었다.
"당신 뭐야?" 하며 멱살을 잡힌 사람은 바로 그였다....
*백수*
그녀의 체온이 전해져 온다.
그녀가 어릴 때 그녀의 아버지가 이렇게 업어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신 그러지 말라고 그녀의 잠에 취한 목소리가 들릴 듯 말 듯 하다.
나도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름날의 더위마저도 훈훈하게 느껴지는 밤이었다....
*백조*
우쒸~~ 더워 죽겠다.
내 방엔 에어컨도 없고...
다행히 엄마.아빠가 계모임에 가서 안방에 가서 널부러졌다.
내 방에도 조그만 에어컨 하나 달자니까 그러잖다.
니 돈으로 사서 달으랜다....-.-;
정말 치사해서..... 빨리 시집을 가던지 해야지.
웅...근데 보통 시집갈때 가전기기는 신부가 해가던데
그럼 씨...결국 내 돈으로 해 가야 되는 거 아냐.
그 인간한테 방에 에어컨 있나 물어봐야 겠다...^^;
씨...남들은 여름이면 입맛도 떨어진다는데 난 왤케
애가진 여자처럼 이것저것 땡기는지 모르겠다.
냉장고에 먹을만한 것도 없구....ㅠ.ㅠ
방바닥에 굴러다니는 양파링을 하나 집어 먹었더니 열라 눅눅하다.
아우~~ 성질나~~ 하여간 엄마.아빠는 이런 것 좀 먹고 남으면
봉지 입구 좀 잘 접어 놓으라니까....!!
접시에 덜어 전자렌지에 넣고 돌렸다.
잠시 후 빠지직~ 하며 데워지는 소리가 들린다.
역시~~ 난 천재야^^ 빠삭한게 첨 샀을 때 보다 더 맛있다...^^;
T.V를 보며 우걱우걱 먹어 치웠다.
근데...다 먹고 나니까 허탈하고 우울하다...ㅜ.ㅜ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란 생각이 든다.
이 인간은...이럴 때 날 즐겁게 해줘얄 거 아냐!!
*백수*
식구들이랑 [퀴즈가 좋다.] 란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
보통 7~8 단계 까지는 나도 맞출 수 있는 문제가 나온다.
젤 열받을 때가 10단계 까지 갔을 때 나는 아는 문제가 나왔는데
출연자가 틀릴 때다.
꼭 내 돈 날린 것 같아서 가슴이 아프다...ㅜ.ㅜ
그치만 요즘은 아는 문제라도 속으로만 이야기 한다.
괜히 정답 몇 번 이야기 했다가 식구들한테 꾸사리만 먹었다.
어머니 : 그렇게 똑똑한 놈이 왜 집에만 있니.
여동생 : 오빠, 여기서 이러지 말구 오빠도 출연신청 해서 돈 좀 벌어와봐.
나 : ............-.-;
이젠 절대 말 안한다. 내가 생각한 정답과 일치하면 기양 씩~ 웃고 만다.
"오빠, 뭐가 좋아서 혼자 실실 웃고 그래?"
"어? 아냐...갑자기 딴 생각이 나서..."
여동생이 이젠 완존히 갔구나 하는 눈길로 쳐다본다. 슬프다....ㅜ.ㅜ
그 때 전화가 왔다. 그녀와 나를 만나게(?) 해준 친구 놈이었다.
"일요일인데 데이트 안하고 집에서 뭐 해?"
"어! 집인지 어떻게 알았어?"
"미안하다. 아픈델 찔렀구나. 나와. 밥이나 먹자."
"아냐, 아프긴^^(확 죽여버릴까...-.-+) 근데 둘이서?"
"걱정마, 니 앤도 불렀어. 울 마누라랑 넷이서 술이나 한 잔 해."
여동생한테 사정사정해서 차비 빌려 나왔다.
담부턴 이자 받을 거란다.....
*백조*
고기집에 들어갔더니 그 인간이 먼저 와서 씩~ 웃고 있다.
....반가움과 허탈함이 동시에 밀려든다. 좀 지가 먼저 연락 하지.
암튼 오늘 밥도 부실하게 먹었는데 잘 됐다. 일단 먹는데 열중했다.
근데 "고기부페"라 그런지 소고기가 좀 질긴 것 같다. 아닌가.
내 이가 부실해 졌나.. 성질 죽이고 술 좀 작작 먹고 다녀야 겠다.
먹는 걸 가만히 쳐다보던 친구가 너 이럴 줄 알고 뷔페집으로
자리를 잡았단다.
하여간 저 년은 돈 쓰면서도 욕 먹는다니까...
암튼 짠돌이 짠순이 끼리 잘 만난 것 같았다.
*백수*
마구 먹는 그녀를 보니 그동안 고기 한 번 제대로 사주지 못한 것 같아
가슴이 찔린다.
아무래도 그동안 날 생각해서 그런 얘기를 안 했나보다.
근데 저렇게 잘 먹으면 앞으로 고기값이 만만치 않게 들것 같다.
....차라리 정육점을 하나 차릴까....
친구가 간만에 얼굴도 볼 겸 같이 휴가계획이나 잡자고 불렀단다.
"휴가야...뭘, 지금도 매일 놀고 있는데" 라고 말해 버릴뻔 했다.
"휴가야...뭘...." 까지 했는데 그녀가 유심히 째리고 있었다.
제발 그런 자조적인 얘기는 하지 말라고 했었다.
어디가서 자신없어 보이는거 정말 보기 싫다고.
"그래? 괜찮지! 어때 같이 가는데 불만 없지?" 라고 그녀에게 말했다.
바로 그거야, 라고 말하듯이 그녀가 웃는다.
그래, 자신있게 당당하게 살아야겠다!!
*백조*
친구네가 휴가를 같이 가잖다.
뭐, 몇 번 미리 들은 이야기라 그러자고 했다.
이 인간...교육의 효과가 나오는 것 같았다.
"얌마! 장소는 그 날 지도 펴놓고 침 딱 뱉어서 찍히는 데로
가면 되는 거지." 하며 자신있게 이야기를 한다.
내가 원하는게 바로 그거였다. 뭐 돈이야 언제고 벌거고, 평생 놀건가?
자신있게, 어깨 딱 펴고 살라 이 말이다.
자리에서 일어설 때도 "잘 먹었다. 형이 맥주 한 잔 살께." 하며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그러더니 나보고 조용히 "너 돈 좀 있니." 라고 물어보긴 했지만..-.-
차라리 그러는게 더 좋다.
다른 사람 앞에서 힘 없어 보이는 건 정말 싫다.
근데 2차 맥주집에 가서 갑자기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고기를 너무 급하게 먹었나 보다.
왠만하면 참을라 그랬는데 숨이 막힐 정도로 아팠다.
*백수*
배가 아프단다. 암튼 좀 천천히 먹지.
"화장실에 가서 힘 주고 와."
"아우...지금 장난하는 거 아냐..."
"왜 그래? 괜찮어?"
손을 잡아봤더니 얼음처럼 차가웠다.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급체인 것 같았다.
일단 급한 대로 옷핀으로 손을 땄는데 별 차도가 없었다.
넘 꽉 체한 것 같았다.
아무래도 집에 보내야 할 것 같아서 친구에게 양해를 구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택시 안에서 엄지와 검지 사이를 계속 주물러 줬다.
아픈 듯 조금 찡그리긴 했지만 눈을 지긋이 감고 손을 내 맡기고 있었다.
차에서 내릴 때 쯤 많이 괜찮아 진 것 같았다.
담부터 고기 먹잔 소리 못하겠구나 했더니 피식 웃다가
끜 하고 트림을 했다.
창피한 지 말 시키지 말란다.
괜찮다고 하고 싶은 데로 내 뱉으라니까 입을 가리고 웃기만 한다.
그래도 다행이다. 몸이 괜찮아져서.
*백조*
아씨~~ 오늘 쪽 다 팔았다...ㅠ.ㅠ
친구가 혀를 끌끌찬다.
아써, 이 년아. 애들한테 소문이나 내지마....ㅜ.ㅜ
손따고 소화제 까지 먹었는데도 효과가 없다.
넘 꽉 막히니까 머리까지 뱅뱅 돌았다.
그가 차 안에서 계속 손을 주물러 줬다. 열라 아팠지만 참았다.
손이 무척 따뜻하게 느껴졌다.
암튼 손 잡을 거 일년치는 다 잡았을 거 같다...^^;
집에 올 때쯤 거의 괜찮아졌다.
근데....결정적으로 그만 트림을 끄읔~ 하고 해 버렸다.
절라 쩍 팔렸다....ㅜ.ㅜ 뭐가 좋다고 실실 웃는지.
사실 밑으로 새는 큰 가스는 간신히 참고 있었다.
집에 들어오자 마자 방에서 음악 크게 틀어놓고
부욱~~ 하고 시원하게 발사했다.
엄마가 왜 오밤중에 음악을 틀고 난리냐고 고함을 친다.
씨...그 목소리가 더 큰지도 모르고....
쪽 팔리고 힘이 빠지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 기분좋기도 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