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치 좋은 산 속에서 찾을 수 있는 병원은? 대부분 요양병원을 떠올린다. 하지만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산 속에는 ‘의외의 병원’이 자리 잡고 있다. 국내 최초로 ‘국제병원’이라는 타이틀을 단 청심국제병원이다.
청심국제병원은 병원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외국인 환자 진료에 특화돼 있는 곳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의 30% 정도가 해외에서 온다. 2012년 한 해 동안 6,000여명의 외국인 환자가 청심국제병원을 찾을 정도로 이 분야에서는 주요 대형병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뿐 아니라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외국인 환자 유치 정책 일환으로 ‘의료관광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밝히면서 롤모델로 꼽은 곳이 청심국제병원이기도 하다.
서울에서도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의 산 속에 있는 200병상 규모의 ‘중소병원’이 의료관광의 중심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지역적,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고 성공할 수 있었던 ‘특별함’이 있다.
외국인 환자들 “이래서 청심국제병원”
청심국제병원은 무엇보다 외국인 환자 진료를 위한 인적 구성에 신경을 썼다. 병원을 찾는 외국인 환자들이 대부분 일본, 러시아, 중국에서 오는 만큼 일본인 의사 3명을 포함해 외국인 전문 인력 60명 이상을 고용해 의사소통 등 환자들의 불편을 최소화 하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는 인재 양성을 위해 병원 내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외국어는 물론 병원 코디네이터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외국인 환자가 본국으로 돌아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당 국가 언어와 제출 양식에 맞춰 증빙서류를 발급하는 것은 그야말로 ‘서비스’다. 또 해외 여행사와 제휴를 맺어 외국인 환자들이 원하는 사항을 정확히 파악해 준비하는 것은 물론 국내에서 제공할 수 있는 의료관광 상품을 개발, 해당국가 언어로 된 자료를 해외 웹사이트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 ▲ 호텔로비를 연상시키는 청심국제병원 본관 1층 로비 문성호 기자
외국인 환자들의 입맛도 챙기고 있다. 한식이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환자들을 위해 입원해 있는 내내 일식, 러시아식 등 자국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해 놓고 있다.
청심국제병원 강홍림 국제부장은 “외국인 환자들이 병원을 왔을 때 진료뿐만이 아니라 주변 관광을 즐길 수 있도록 지역 내 협력기구와 논의해 다양한 관광프로그램들을 제공하고 있다”며 “그동안 우리나라의 의료산업은 의료서비스를 받는 게 절대적인 목적이었지만 관광과 연계된 의료서비스를 상품화 한 것은 청심국제병원이 최초다. 앞으로는 병원이 건강 상품들을 쇼핑하고 즐길 수 있는 다목적인 공간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뇌신경질환 특화진료
청심국제병원이 자신하는 진료 분야는 뇌신경질환 및 아토피다. 뇌신경센터의 경우 뇌CT, MRI 등 최첨단 장비를 이용한 검사는 물론, 수술 후 회복을 위해 400평 규모의 재활센터 및 재활전문병동까지 갖추고 있다. 진단 및 치료부터 일상생활 복귀까지 ‘One-Stop’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특히 파킨슨병, 치매, 뇌졸중 등 뇌신경질환에 보다 특화된 진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에는 뇌신경센터를 확장했다. 의료진도 내세울 만하다. 지난해 청심국제병원으로 자리를 옮긴 뇌신경질환 분야 권위자인 이명종 센터장이다. 이 센터장은 미국 미네소타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등에서 파킨슨병, 동맥경화성 뇌혈관 질환 등에 대한 진료 및 연구를 꾸준히 해왔으며, 서울아산병원 뇌신경센터 소장과 파킨슨 알츠하이머센터 소장을 역임한 바 있다.
양한방 협진을 통한 아토피 특화진료도 하고 있다. 한의사의 한약처방과 섭생법, 식이요법, 운동 요법 등을 통한 아토피 진료는 외국인 환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천해 자연환경 이용한 상품개발
서울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이나 떨어진 외지에 있다는 지역적 한계도 오히려 장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청심국제병원 1층 로비에 들어서면 병원이라는 느낌 보다는 호텔이라는 착각을 불러온다.
특히 외국인 환자와 보호자가 병원에서 생활하는 데 불편하지 않도록 ‘맞춤형’으로 설계된 ‘외국인 전문병동’이 눈에 띈다. 국내 최초로 설치된 외국인 전문병동은 타 병원에 비해 1.5배 이상 넓고 쾌적하다. 이는 청심국제병원이 들어선 가평군이 수도권 상수원 보호 지역이어서 200병상 이상 허가가 나지 않는 ‘규제’ 때문에 가능했다. 기존 병원이라면 800병상은 넣을 수 있는 규모로 병원 건물을 짓고도 200병상만 넣어 병실 하나가 차지하는 면적이 넓다. 같은 다인실이어도 청심국제병원의 경우 환자 한 명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다른 병원에 비해 훨씬 넓은 셈이다. 또한 병원 내 영화관과 노래방도 설치해 외국인 환자들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청심국제병원을 둘러싸고 있는 ‘청평호’도 의료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청평호 인근 레스토랑과 연계한 의료관광 상품을 개발한 것이다. 외국인 환자가 진료를 받고 난 후 같이 온 가족들과 청평호에서 선상 파티를 즐길 수 있도록 한 상품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 환자와 동행한 보호자를 위한 한국문화체험, 남이섬 보트 투어 등 다양한 관광프로그램들이 마련돼 있다.
외국인 환자 사이에선 빅3
이같은 ‘특별함’으로 청심국제병원은 외국인 환자 유치 부분에서 독보적인 위치해 올라있다.
최근 복지부가 발표한 외국인 환자 유치실적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청심국제병원은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에 이어 세 번째로 외국인 환자를 많이 유치했다. 2,000병상 규모의 대형병원들과 200병상 규모인 청심국제병원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것이다.
- ▲ 400평 규모의 재활센터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외국인 환자 문성호 기자
하지만 일부에서는 청심국제병원의 외국인 환자 유치 실적이 통일교 재단병원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여러 나라에 있는 통일교 신도들이 청심국제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때문에 외국인 환자 유치 실적이 좋다는 것이다.
강홍림 국제부장은 “지난해 우리 병원을 찾은 외국인 환자는 6,000여명이다. 일본, 중국, 러시아 등에서 많이 온다”며 “물론 통일교 재단병원이기 때문에 신도들이 많을 것이라는 분석들이 있는데 이를 부정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신도와 그렇지 않은 외국인 환자의 비율을 따지면 5 대 5 정도”라며 “흔한 말로 기독교인이라고 해서 모두 세브란스병원으로 가는 것이 아니다. 신도가 아닌 나머지 절반 정도의 외국인 환자들이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믿지도 못하는 병원을 찾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조금 더 People 속으로
외국인 환자 중심으로 돌아가는 청심국제병원이지만 70%를 차지하는 내국인 환자들도 꼼꼼히 챙기고 있다. 청심국제병원은 가평군 지역 보건소와 업무협약을 맺고 주민 정신건강 상호협력체계를 구축, 다양한 의료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더 나아가 한 달에 두 번 신경과, 이비인후과, 한방, 산부인과 등 다양한 분야 의료진이 ‘찾아가는 건강강좌’를 실시하고 있다.
불우한 이웃을 위한 쌀 나누기 운동, 영화 상영 및 음악 공연,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과 같은 지역 행사에 의료 지원을 하는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도 하고 있다.
인터뷰 청심국제병원 차상협 원장
“반도체, 자동차와 함께 의료시장도 해외 진출”
지난 2003년 7월 개원한 청심병원은 3년 뒤 국내 최초로 ‘국제병원’이란 타이틀을 내걸었다. 청심국제병원은 이 후 10년 동안 외국인 환자 진료라는 한 우물만 팠다. 그 결과, 국내에서 외국인 환자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병원이 됐다. 청심국제병원은 이를 발판으로 세계 최고 병원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차상협 병원장을 만나 청심국제병원의 미래에 대해 들었다.
Q. 병원 간 경쟁이 심해지고 대내외적인 상황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병원들이 늘고 있다.
-지금 의료계는 결코 쉽지 않은 환경 속에 있다. 의료전달체계의 붕괴, 3차 병원으로의 환자 쏠림현상, 낮은 의료수가,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한 세계 경제의 위기 등 이같은 모든 환경이 갈수록 국내 의료계를 압박하고 있다.
Q. 이를 극복하고 발전하기 위한 청심국제병원만의 전략이 있다면.
-삼성반도체나 현대자동차, 조선뿐만 아니라 의료시장 역시 세계로 진출해야 한다. 청심국제병원도 그동안 국제적인 역량을 꾸준히 길러왔으며 앞으로도 노력할 계획이다. 이를 기반으로 국제 경쟁력을 강화해 대한민국의 의료수준을 세계에 알리고 세계 속의 청심국제병원이 되는 게 전략이다.
Q. 청심국제병원은 외국인 환자 유치에서 두드러진 성적을 내고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가장 큰 요인은 환자들과의 신뢰라고 생각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밝히자면 청심국제병원은 문화적인 면과 의료적인 면에 있어 국가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진료 예약부터 공항 픽업, USIM칩 서비스 등 기본적인 편의를 위한 서비스부터 나라별 코디네이터를 통한 1대 1 맞춤서비스로 언어의 장벽을 허무는 등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다.
이보다 더 기본이 돼야 하는 게 맞춤형 의료서비스다. 일본에서는 주로 암환자나 파킨슨, 아토피 환자들이, 러시아에서는 무릎관절, 디스크, 재활 환자들이 병원을 찾고 있다. 이에 각 나라별 맞춤 진료상품 개발을 통해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Q. 외국인 환자 유치 외에 관심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역점 사업이 있다면.
-외국인 환자를 받는 것뿐만 아니라 해외 병원의 위탁 운영관리를 계획하고 있다. 몇 해 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한 검진센터로부터 청심국제병원의 운영 소프트웨어를 바탕으로 운영관리를 요청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최근에는 중국의 한 대기업에서 노인전문재활병원 운영관리를 요청해왔다. 단순한 치료를 넘어 생활패턴 개선부터 심리 상담까지 아우르는 고급 실버타운 개념의 노인전문재활병원이다. 현재 고민하고 있다.
Q. 의료기관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최고 지휘자로서 병원경영 철학이 있다면.
-기준을 세우고 이에 도달하기 위해 집중하고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특히 병원은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곳이기 때문에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능동적으로 발을 맞춰야 한다. 그 일환으로 의료진뿐만 아니라 병원의 구성원 모두 자신의 분야에 맞게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직원들의 배움에 대해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외국인 환자를 대하는 마인드, 행동양식, 역량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청심국제병원은 ‘해외 환자 유치 1위 병원’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하면서 국내·외 환자들에게 진심을 담은 의료서비스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의료관광에서도 1위를 차지해 세계 최고의 병원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