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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은 용서와 처벌 중 어느 쪽을 더 선호할까요. 신앙적 관점에서는 용서가 압도적일 것 같지만 최근 들어 흉악 범죄가 확산하면서 엄중한 처벌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끕니다.
지앤컴리서치가 전국 19세 이상 남녀 개신교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응답자 4명 중 3명(73.0%)은 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용서보다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용서는 처벌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보입니다.
특히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해서는 응답자 중 3명 중 2명(63.3%)이 ‘자신이 저지른 일이므로 대가를 받으며 살아야 한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밖에 용서하기 어려운 죄로는 ‘아동 성폭력범’ ‘살인자’를 비롯해 ‘전범국’ ‘전쟁 중 성노예’ ‘친일파’ 등을 꼽았습니다.
이 조사는 이음사회문화연구원(대표 고재백 최옥경)이 주관한 ‘용서와 화해 그리고 치유’ 프로젝트의 하나로 진행됐습니다. 26일 서울 중구 새길기독사회문화원에서 열린 발표회에서 김상덕 한신대 교수는 “한국교회 다수가 용서의 가치를 남용하는 소위 ‘값싼 용서’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물론 조사 결과는 다양했습니다. 적지 않은 개신교인은 신앙 안에서 용서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응답자 10명 중 8명(82.7%)이 ‘성인이 된 후 나에게 잘못한 사람을 용서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용서의 동기에 대한 질문에는 ‘나도 다른 사람에게 의도치 않게 잘못을 저지를 수 있기 때문’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습니다. ‘상대방을 용서하는 것이 크리스천다운 삶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답도 32.8%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김 교수는 “개신교인 3명 중 1명은 신앙에서 용서의 동기를 얻는다고 답했다”며 “나이가 많을수록 높게 나타났고 교회 출석자와 높은 직분, 신앙 연조가 높을수록 이런 경향을 보였다”고 했습니다.
‘용서는 하나님이 내 죄를 사해주신 은혜에 대한 마땅한 행동’이라는 응답도 가나안 성도(17.3%)보다 교회 출석자(33.9%)가 2배 가까이 높게 답했습니다.
사안에 따라 처벌의 필요성을 느낄 뿐 용서의 소중한 가치를 잊지는 않았다는 결론 아닐까요. 기독교인이라면 용서가 신앙의 근본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옵고.”(마 6:12) 주기도문의 한 구절이 주는 울림이 적지 않은 건 용서의 가치가 그만큼 소중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
출처 : 더미션(https://www.themissi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