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미디어제주)
“미국이 책임에 합당한 입장을 표명해 주길”
20일(미국 현지시각) 천주교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주4.3 UN 인권 심포지엄에서 제주4.3에 대한 미군정의 책임이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강우일 주교는 심포지엄에서 제주4.3에 대한 기조연설을 하게 되어 매우 영광이라며, “지난 70년 동안 제주4.3의 비극으로 고통 받는 제주도민들을 대변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1948년 12월 10일 파리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세계인권선언을 선포하던 시기에, 한반도 남단 약 100km 지점에 위치한 제주도에서는 경찰과 군대가 민간인을 대량 학살하는 역사의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대외적으로는 1948년 4월 3일 좌익 무장단체가 제주도 해안가에 위치한 경찰지서 12곳을 공격하자, 당시 점령군으로 남한을 통치하던 미군 지도부는 제주지역 군경에 무자비하게 봉기를 진압하라는 명령을 내린것으로 되어있다.
이후 한국정부가 사건에 대한 조사나 보고, 연구를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90% 이상의 한국인은 이 전례 없는 비극에 대해 무려 50년 가까이 모르고 지냈다.
2000년이 돼서야 정부는 제주4.3사건 진상규명위원회를 공식 발족, 2003년에는 관련 보고서가 발간됐다.
강우일 주교는 “희생자와 유가족이 지금까지 겪어 온 고통과 희생의 역사를 처음으로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심포지엄을 개최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어떤 이유로든 이런 비인간적인 학살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호소하고, 학살당한 희생자들의 한 맺힌 절규를 전하고 미군정과 한국정부 당국이 저지른 부당행위를 국제사회에 명명백백히 밝힘으로써 궁극적으로 정의와 책임, 화해를 실현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강우일 주교는 제주4.3이 발생한 역사적 배경과 제주4.3 이전의 사회경제적 환경에 대해 설명했다. 제주4.3은 일본이 2차 대전에서 패망한 직후 한반도에서 철수하고 한국이 혼란을 겪던 전환기에 발생한 비극이라고 말했다.
1948~1954년 경찰과 군대는 많은 제주도민들을 학살 했으며, 제주4.3은 미국과 한국의 정부당국이 저지른 인권과 인간 생명에 대한 대대적인 위반이자 범죄였다고 지적했다.
또한 “미군정의 역량과 제주도민의 기대치 사이에 너무 큰 격차가 발생하면서 제주4.3이라는 고통스러운 비극이 태어났다”면서, “처형과 학살을 저지른 이들은 한국경찰과 한국군이었지만 정책을 수립하고 작전을 수행하도록 명령한 이들은 미군 지도부였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제주4.3 발생 후 55년 만에 제주를 찾아 제주도민들에게 공식 사과 했으며, 지난해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4월 3일 제70주년 추념식에 참석해 진심 어린 유감을 표명했다.
얼마 남지 않은 생존자들, 특히 희생자 유가족들 그리고 제주도민 모두 한 마음이 되어 미국 당국이 어떤 식으로든 그 책임에 합당한 입장을 표명해 주기를 간절히 염원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강우일 주교는 유엔의 다른 회원국들도 보편적 인권을 위한 연대의 표시로 이 잊혀진 역사에 대해 관심과 공감을 표명해주면 대단히 감사하겠다며, 이번 심포지엄이 진정한 평화와 화해를 이끌어내는 국제적인 협력의 좋은 씨앗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주UN대한민국대표부 주최로 열렸으며 제주도, 강창일(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 제주4.3평화재단이 공동주관했다.
세계시민단체연합, 전환기 정의를 위한 국제센터, 미국기독교교회협의회 미국장로교회, 찰스 랭글 전 미국 하원의원, 시민단체 전쟁을 넘어선 세계 앨리스 슬래터, 노근리국제평화재단, 허운 관음사 주지스님 등 많은 이들이 심포지엄에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