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의 삶을 '인생 삼모작'이라고 한다. 퇴직자들은 자나깨나 일만하던
장년기를 지나 여행, 가르치는 일, 취미활동 등 '하고 싶었던 것'을 가까이
하면서 노년기를 즐기고 있다. 내가 은행을 떠난지 8년이 흘렀다.
요지음 나는 아내가 시작한 아동을 위한 사회복지사업을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다. 복지사업의 기본자격을 갖추기 위해 고려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했고,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도 취득하였다.
우리나라는 경제력이 높아진 만큼 절대빈곤층이 없다고 믿는다. 그러나 주위
에는 아직도 빈곤에 허덕이는 계층이 있다. 부모의 불화와 이혼, 다문화가정,
탈북민, 가정폭력, 왕따, 알코올과 도박 등으로 피폐화된 가정이 많다.
이같은 환경에 노출된 아동들은 스스로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장벽에 버거워
하고 있다. 경제적 빈곤에 더하여 상실감, 애정결핍 등의 처지에서 아무도
돌보아 주지않는 무관심과 방임에 눈물을 삼키고 있다.
우리 부부는 불우한 환경의 아동들을 돌보는 '사회복지법인 빛나라'를
세웠다. 경기도 광명시에 소재한 빛나라에서는 저소득층 아동들을 위한
어린이집, 지역아동센터, 아동상담실,냠냠요리교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아동들에게 먹을 것과 정서 함양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아동들에게는 상담서비스를 제공한다. 탈북민 가정과 빈곤가정
아동에게 쌀, 학용품 등을 지원하며 해외사업으로 네팔의 어린이들을 돕고
있다. 금년 초에는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버스로 약 8시간 거리에
있는 도시 치트완의 보육원 '소망의 집'을 방문하였고, 농촌마을 시멀답
주민과 아동들에게 염소 32마리와 학용품, 장난감, 의류 등을 기증하였다.
내가 사회복지사업에 엄두를 낸 것은 지난날 가난의 아픔에 비추어
주위 아동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주자는 마음에서 출발하였다.
아동은 이 나라의 미래일진대 아동기의 빈곤과 정서장애가 정상적
성인으로의 성장을 방해하고 어른이 되었을때 사회에 해를 끼치고 사회
비용을 크게 증가시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의 어려움과 이에 기인한 분노가 미래까지 연장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다. 내가 요지음 무엇하며 지내는지를 묻는 분들에게 사회
복지 일을 한다고 답하면 질문자들은 대개 세 가지 유형의 반응을보인다.
(첫째 유형) "좋은 일 하시네요." 그리고는 바로 화제를 바꾼다.
(둘째 유형) "좋은 일 하시네요. 누구를 도우시는데요?"
그렇지만 눈은 벌써 다른 곳을 보고 있다.
(셋째 유형) "좋은 일 하시네요. 제가 작게나마 도와드릴 방법은 없나요?"
모두가 "좋은 일 한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일부지만 '사회복지는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한 태도를 보일 때 나는 마음이 착잡하다.
우리의 삶은 이기적 행동과 이타적 행동의 저울질이다. 특히 내가
가진 유형 무형의 것을 남에게 나누어 주는 것을 이타적 행동이라고
한다면, 이러한 행동을 선택함에 있어서 내적 갈등과 고민은 크다.
빈곤, 장애, 노령, 폭력 등 열악한 처지에 놓인 이들을 외면할
것인가 도와야 할 것인가? 어려운 이웃은 게으른 탓 아닌가? 본인의 문제
이지 어찌 나의 문제가 될 수 있나? 복지는 국가정책의 과제로서 사회적
투자 증대로 해결해야 되지 않는가? 의문과 주장이 끝이 없다.
모두가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웃 사랑'이라는 종교적 가르침을
들지 않더라도 인간은 공생의 동물로서 이웃과 더불어 살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버릴 수 없다. 이웃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BOK Man들은 평생을 '나의 번영'보다는 '나라의 번영'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일해 왔다. 축재와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한국은행'에서
평생을 보낸 사람들은 부자일 것이라고 말하는 우리 지역아동센터의
어린이의 말은 옳지 않다.
내가 하는 일에 '부의 사회환원'이라는 거창한 구호도 적용될
수도 없다. 지금 나의 일은 아주 작은 것에 불과하지만 스스로 즐겁고
재미있고 보람있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리고 언제나 마음으로라도 격려해 주시는 고마운 분들이
주위에 있기에 힘이 솟는다. 항상 그 분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2년 전에 색소폰 불기를 시작했다. 지난날 국제회의 참석 시
외국의 중앙은행 간부들이 만찬 등에서 피아노나 플루트를 능숙하게
연주하는 것을 볼 때 나도 악기를 연주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갖게 되었고 퇴직 후 한참 지나서야 구체화 하였다.
이따금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외로운 사람들에게 색소폰
들려주기 봉사를 한다.
그리고 5월 초부터는 40일간의 일정으로 스페인 산티아고 길
(El Camino de Santiago)을 걷는다. 고행과 성찰의 순례길로 천 년
이상을 버텨 온 약 800km의 길을 혼자 걸을 계획이다.
내가 이 길을 나서는 것은 1km당 1,000원씩 후원을 받는
"탈북민 아동을 위한 기금조성" 목적 이외에 일상의 편안함을 버리고
번거로움과 욕심을 내려놓고 자연을 가까이 하는 시간을 갖고자 하는
데 있다. 후원하며 격려하는 분들도 있고 '과욕'이라고 만류하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나는 걷고자 한다.
누구를 막론하고 인생의 마지막에는 부도, 명예도, 지위도
필요없는 저 높은 곳으로 올라가게 되어 있다. 노욕으로 치장한
구질구질한 삶보다는 버리고 내려놓고 나누는 삶을 노년기의 기본으로
삼고 이를 충실히 실천하는 생활을 내 것으로 만들려고 애쓰고자 한다.
[이영균 회원님의 연락처]
* 연락전화 : 010-5221-0146
* E-mail 주소 : ykrhee10@hanmail.net
첫댓글 대한 민국 U자걷기를 마치고 개선 장군처럼 임진각에 도착한 이영균 위원장님의 모습을 담아내는 이경환 회장님께 찬사를 드립니다.
이 모습만 봐도 이영균 위원장님은 센티아고 고행길을 무사히 마치고도 힘이 남을 거라 예상됩니다.
한 사람의 실체를 종합적으로 그려낸다는게 그렇게 만만치 않은 일임에도 어찌 이렇게도 절절한 글과
시진으로 표현할 수 있단 말입니까?
한 사 모 회원된 것은 큰 행운이며 이런 지도자를 모신 것은 큰 축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영균 님, 장도를 축하드리며, 항상 하느님과 함께 보람있는 나날을 가꾸어가시기 비옵니다. 건승!! 어리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