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남자 테니스가 안드레이 류블료프와 다닐 메드베데프라는 젊은 '원 투펀치'를 내세워 국가 대항전인 데이비스컵에서 15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러시아는 올해 열린 테니스 남녀 국가대항전 3개 대회(ATP컵, 빌리진킹컵, 데이비스컵)를 모두 휩쓰는 엄청난 힘을 과시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는 5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끝난 데이비스컵 테니스 대회 결승(2단식·1복식)에서 크로아티아를 2-0으로 물리쳤다. 러시아의 우승은 마라트 샤핀이 전성기를 보낸 2002년, 2006년에 이어 세 번째다. 그러나 우승에 대한 영예와 감격은 '샤핀 시대'와는 다르다는 게 일부 언론의 지적이다.
메드베데프, 크로아티아 칠리치를 꺾고 데이비드컵 우승/얀덱스 캡처
결승에서 1단식에 출전한 러시아의 안드레이 루블료프(세계랭킹 5위)가 크로아티아의 보르나 고조(279위)를 2-0(6-4 7-6<7-5>)으로 물리친 데 이어 다닐 메드베데프(2위)도 마린 칠리치(30위)를 2-0(7-6<9-7> 6-2)으로 꺾으면서 러시아는 일찌감치 '데이비스 컵'을 손에 넣었다.
러시아는 지난 11월 여자테니스의 국가대항전인 ‘빌리진킹컵’에서도 결승에서 만난 스위스를 2-0으로 따돌리고 우승, 올해 남녀 테니스 국가대항전을 석권했다. 한 나라가 남녀 국가대항전을 휩쓴 것은 2012년 체코 이후 9년 만이다.
데이비스 컵을 들어올린 러시아 남자테니스팀/사진출처:@데이비스컵 인스타그램
앞서 러시아 남자 테니스는 지난 2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시즌 첫 국가대항전 'ATP컵' 결승에서 이탈리아를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린 바 있다. 우승 주역은 역시 메드베데프와 루블레프였다. ATP컵은 지난해 창설된 대회로, 세계 1위 노박 조코비치(34)의 세르비아가 당시 세계 2위 라파엘 나달(35)의 스페인을 결승에서 꺾고 '초대 챔프'에 올랐었다.
현지 스포츠 매체 '스포츠엑스프레스'는 일찌감치 유럽으로 떠나 모나코에 살고 있는 메드베데프에 대해 '애국심이 부족하다'고 질타하지 말 것을 요구하면서 그가 러시아 남자 테니스의 전성시대를 다시 열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데이비스컵 개최권이 지난 2018년 스페인 회사로 넘어가면서 예전같지 않다는 점도 빠뜨리지 않았다. 대회가 스페인에서만 열리고, 기존의 5세트 5전3선승제에서 3세트 3전2선승제로 바뀌면서 데이비드컵의 권위가 떨어졌다는 것.
러시아의 데이비스컵 우승-위대하다, 그러나 대회 자체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유감/현지 매체 스포츠엑스프레스 웹페이지 캡처
이 매체는 또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가 지난해부터 국가대항전인 ATP컵을 창설해 세계정상급 선수들이 데이비드컵을 외면하기 시작했다"며 대표적인 예로 지난달 21일 끝난 ATP파이널즈 남자 단식 우승자인 알렉산더 즈베레프(3위)가 불참한 사실을 들었다. 러시아 남자테니스가 데이비스컵을 들어올렸지만, '세계 챔피언을 뽑는 대회'가 아니라 '그저 작은 대회'에서 우승했다는 느낌이 강하다는 게 이 매체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