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람이 헬스장에서 신을 운동화가 필요하다고 하길래 전마협에 전화를 하여 기념품을 운동화로 교체해줄 것을 부탁했다. 아쉽게도 그 부탁은 들어줄 수 없다고 한다. 할 수 없이 러닝화를 기념품으로 제공하는 5km 대회로 종목을 변경했다. 주최측에서 기록만 제공하지 않을 뿐 풀코스나 5km나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지금까지 입지 않고 그냥 두거나 기부한 반팔 상의 기념품이 수십벌이나 된다. 불필요한 상의를 또 쌓아 둘 일도 없고...
보성버스터미널에서 2~3km 떨어진 공설운동장까지는 조깅으로 가다가 화장실이 보이길래 모든 걸 비운 다음 달릴 채비를 마치자 바로 출발이다. 영상 15도 전후한 적당한 기온인데다 15km까지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그늘을 따라가기에 초반에는 5분 20초 페이스 속도 유지가 가능했다. 3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를 바로 앞에 둘 정도로 몸 상태가 나쁘진 않았다.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을 빠져 나오자 간간히 벗나무 그늘이 있긴 하지만 햇볕에 온몸이 노출되는 시간이 늘어났다. 온도는 급격하게 올라갔고 하프지점에 이를 때는 25도에 달하는 것 같았다. 하프는 1시간 55분에 통과했지만 돌아가는 길에 몸상태를 전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4시간 안에 들어갈 수 있을 지 의문스러웠다. 하프지점 급수대에서 콜라와 바나나, 심지어 꿀물까지 넉넉하게 먹고 터닝을 했다.
점점 더워지는 날씨에 더하여 다리는 무거워지고 물을 계속하여 찾게 되었다. 2.5km 단위로 설치된 급수대마다 멈춰서서 지난 대회처럼 머리에 물을 붓고 열기를 식혔다. 일단 물을 찾기 시작하자 메타쉐콰이어 가로수 길에 들어서도 계속하여 물을 찾게 됐다. 급기야 12km를 남기고는 네차례나 패트병을 들고가며 온몸에 부으면서 열기를 식혀야 했다.
4시간 8분을 넘기며 골인했다. 전마협 공식기록은 아니지만 가민시계로 정확하게 눌러 기록측정을 했다. 가민 거리는 42.33km가 찍혔다. 지금까지 보성녹차마라톤 대회기록은 모두 4시간내 완주를 했는데 올해 처음으로 실패했다. 그럼에도 이번 대회는 풀코스 230회를 무사히 완주했다는데 의미를 더 두고 싶다.
행사장에서 막걸리 한잔 얻어마시고 광주송정역까지 무궁화를 타고 간 다음 SRT로 편하게 집에 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