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바라보던 피라미드
오늘 기필코 걸어서 눈에 담아보리라.
시차가 있는데도 습관처럼 새벽에 일어나 눈을 뜨니 5시 조금 넘었다.
창밖이 어두우니 정리도 할 겸 노트북을 열었다.
화면이 어둡다.
바이러스 감염되었나?
아니다 액정이 맛이 가버렸다..
급히 출국하느라 챙기지 못한 탓에
노트북을 들고 탔어야 했는 데...
안경 쓰고도 잘 보이지도 않는 핸폰
뭐 연락이라도 있나 살펴보고
피라미드 관련 글도 찾아본다.
허지만 시력이 팍 돌아오지 않으니
그냥 다시 눕고 말았다.
얼마간 다시 눈을 붙였는데
알라~~~ ~~~
쿠란 독경소리 들린다.
하루 다섯 번
먼동이 틀 때 첫 번째 기도를 드린다고
글쎄다.
다시 눈을 떠보니
하늘이 보이고
창밖이 훤해진다.
이곳 쥔장이 6시 이후
날이 밝으면 돌아 보라고 했지
한마디로 밤에는 안전하지 못하다는 말
조용한 이 시간
산책 겸 돌아보자.
골목길을 벗어나
피라미드 유적지 담장을 따라
주변도 살펴 가면서 천천히 걸어 나갔다.
내가 걷는 이 주변이 후문 쪽이고
관광객을 상대로 먹고 사는 원주민들
마차나 말, 낙타 등을 태워주는 원주민들이 사는 곳도
이 동네다.
간간히 집안으로 마구간이 보인다.
그런데 스핑크스는 어디에?
후문의 매표소 옆 출입구로 들여다 보고
마차 출입구에서 멀리 내다봐도
스핑크스가 안 보인다.
한바퀴 휘 휘 돌아보고
숙소로 돌아와 간단한 빵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오늘 출정준비를 마쳤다.
9시 차가 오면 오전에는 스핑크스와 피라미드를
오후에는 콥트교회라 불리는 동굴교회를 찾아볼 계획이었다.
하지만
약속된 시간이 되어도 차는 오지 않고
연락을 해도 답이 없는 쥔장
피라미드 입장시간이 9시부터인데 속이 타들어 간다.
마냥 기다릴 수 없고
우버택시를 이용할까?
다행히 카이로는 우버택시가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는데
운전이 하도 험악하고
주위에서 자꾸 만류하니
맥시코에서도 이용했던 우버 이용이 꺼려진다.
다시 매표소로 나섰다.
차 대신 걸어서 한바퀴 돌아보는 것이 실감을 더해줄 것이다.
위로하면서...
매표소 앞 인산 인해
시끄럽고 도무지 질서가 안 보인다.
벽에 붙은 요금표를 보니
걸어서 외부만 보는데 700이집트파운드
그리고 조건에 따라 요금이 달리 정해놓았다.
왜 저리 북적거리는가?
현지인들이
관광객들을 위해서 대신 표를 사주고 있었다.
왜?
그런데 이렇게 옆에서 창구에 새치기로 돈을 디밀면
그것부터 발권해 준다...
그리곤 입장해서 낙타나 말 아니면 마차에 오른다.
상부상조로다?
표 사기도 번거럽고
행여 차가 왔을까 다시 숙소로 돌아가 봤지만
역시나 아무런 답이 없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가볍게 짐을 챙겼다.
마실 생수와 마스크 등등
열 시가 넘으니
북적거리던 사람들 다 어디로 사라지고
매표소 입구에 몇 명만이 줄 서 있다.
카드로 700파운드 결재하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곤 금새 헛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저 앞에 스핑크스가 자리했는데
움푹 패인 낮은 곳이라
담장 높이만으로도 스핑크스를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입장료 안 내면 볼 수 없는 스핑크스
우선 그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기대만큼 감탄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피라미드가 있는 곳을 모두 살펴보고 걷다 보니
시간 반 이상 걸은 듯
가다 가다
말 거는 건 꼬마들뿐
고맙게도 사진 찍어 준단다...
나 거저 타라고 해도
이젠 낙타 너무 높아서 오를 배짱이 없단다...
피라미드 세 곳을 살펴보고 큰 길 따라 저 앞에...
여기가 정문이구나
입구의 경찰들은 소총을 들고 있었지만
마냥 편한 자세로 앉아있었다.
그 위로 대형 버스들이 줄지어 서있다.
그 가운데 한 대에서 울 나라 사람들이 나와 무리 지어 가고 있다.
후문으로 들어가서
정문으로 나오니
주변 그림이 많이 달랐다.
이래서 패키지로 여행 오면 현지 실상을 볼 수 없겠구나!
점심을
아랍식 이집트식 케밥을 먹어야겠는데
보이는 건 큰 도로뿐
한낮이라 덥고
특히 공기가 너무 안 좋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서 재정비하고
오후 일정을 챙겨봐야지
오래된 건물들 사이로
이집트인들 사는 모습 훔쳐보고
열려진 문으로 안도 들여다 보면서
숙소까지 걸었다.
다행이 이쪽 골목길에는 말과 낙타의 흔적이 없이 조용한 동네가 줄을 이었다.
골목길인데 두 번 만난 수도꼭지들
한 여인이 목을 축이고 있다.
더운 도시이고
사막기후라서 이렇게 물을 제공하고 있나 보다.
숙소에 돌아 와 샤워를 하고
케밥집을 핸폰으로 찾아보니
이런 ㅉㅉㅉ
정문 근처에 있다.
다시 걸어서 갈 수도 없고
가까운 큰 길로 나서서
케밥집은 안 보이니 치킨 버거 집으로
결국 케밥은 구경도 못하고
양 대신 닭으로...
일정이 뒤틀리면
수 년 전까지만 해도
그냥 택시 잡아타고
대중교통에도 오르고
그랬을 터이지만
이제는 아니다.
구글지도 띠우고 가보지 않은 피라미드 저편으로 걸었다.
십여년전 창궐했던 IS
아들 부시가 이라크 멸한 열매로 생긴
순니파 이슬람 광신도들의 만행과 잔인한 학살이
카이로로 출발하면서 떠올랐다.
잔인한 장면 다시 보고 싶지 않지만
콥트교회 동굴교회는 찾아보고 싶었는데
약속된 차는 안 오고
그 대신 아직은 튼튼한 두 발로
기자지구 옛 도시지역을 걷고 또 걷고 있다.
"IS, 이집트 기독교도 집단 참수 영상 공개“
https://youtu.be/wKSf8b9dPu0?si=lIGaRlqtyTirPkUH
IS 테러까지 용서…누구에게나 문 여는 '동굴 교회'의 울림 / SBS
https://youtu.be/CK8HpavEeXE?si=OMqgVdVf0Dw3qv-w
교황 "참수된 콥트교인도 기독교 형제" / YTN
https://youtu.be/W_0yj5oXsDA?si=wLN_vH_9NKha9kG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