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라!
예수님께서 길을 떠나시는데 어떤 사람이 달려와 깍듯이 예의를 갖추고
아주 겸손한 자세로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묻습니다.
그가 예수님을 선하신 스승님으로 부르는 것을 볼 때
예수님께서 어떠한 분이신지 어느 정도 예수님을 파악하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선하신 하느님이심에 대한 확신은 없어 보입니다.
예수님을 당시 사람들의 생각대로 예언자 중의 한 분으로 여겼거나,
당시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역사상의 위대한 인물 중의 한 명으로 짐작한 듯합니다.(마르 8,27-28 참조)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어떠한 분이신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면
진작에 그분의 제자가 되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질문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의 질문을 보다 구체적으로 분석해 보았습니다.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어떤 신앙인의 자세로 살아야 하는지 등등.
그때까지 야훼 하느님의 계명을 충실히 지키며 흠없는 신자임을 자부하는 그에게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그러면 네가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마르 10,21)
새로운 계명입니다.
실천에 옮기기 쉽지 않은 어려운 주문입니다.
그야말로 울상이 되고 슬퍼하게 만드는, 듣기가 거북한 소리입니다.
특히 가진 것이 많은 이들에게는 커다란 충격을 줄 수 있는 강력한 한 방입니다.
많은 재물을 가지고 있었던 어떤 사람은 결국은 예수님 곁을 떠나갔습니다.
울상이 되고 슬퍼하였으니 예수님 말씀을 실천하려고 떠난 것 같지는 않고 다시 돌아왔다는 내용도 없으니,
그분을 따랐을리는 만무합니다.
자기가 어려서부터 지키고 이행한 공적을 통해서 영원한 생명을 충분히 얻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어떤 사람은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입니다.
물론 예수님께 묻기 전까지는 어떤 신앙인의 태도도 지상에서 칭찬받기에는 충분했지만
영원한 생명,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는 것에 이르기까지는 역부족인 듯합니다.
영원한 생명과 하늘에서 보물을 찾는 것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이들에게는
예수님의 말씀이 다 부질없는 소리입니다.
그래서 영원한 생명과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는 것에 대비되게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는 없는 것입니다.
한쪽을 사랑하면 다른 쪽은 미워해야 하고,
한쪽을 선택하면 다른 쪽은 포기해야 합니다.(마태 6,24; 루카 16,13 참조)
얼마 전 가톨릭 신문 2024년 9월 8일 6면을 통해서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나라 어린이에게 주신,
기부 천사의 복음 말씀 실천 기사를 보았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너무나도 잘 아는 기부자이기에 감사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분은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신, 영원한 생명을 보장받은 분이십니다.
저는 많은 이들이 먼저 열심히 노력해서 지상에서 많은 재물을 얻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거기서 멈추지 말고 한 발짝만 더 나아가 하늘에서도 보물을 차지하기를 희망합니다.
강윤희 토마스 데 아퀴노 신부 용현5동 본당 주임
연중 제28주일 (군인 주일) 주보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