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적함과 아름다움의 차이
칸트는 쾌적함과 아름다움의 차이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쾌적하다는 건 누군가에게 즐거움(쾌락)을 주는 것을 말하고, 아름답다는 건 누군가에게 만족을 주는 것을 말하며, 좋다는 건 존중되고 시인되는 것, 다시 말해 누군가에 의해 객관적 가치를 부여받는 것을 말한다.'(B15) 어떻게 보면 비슷비슷한 감정 같아 보이지만, 각각의 감정으로 칸트는 인간다움의 특징을 이야기한다.
본능이 인간과 동물의 공통 특징이라면 이성은 인간만이 가진 특징이라고들 한다. 쾌적함은 어떨까. 쾌적함은 동물과 인간 모두에게 적용되는 감정이다. 동물도 쾌적한 상태를 매우 좋아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동물도 자신이 가장 쾌적해하는 환경이 있다. 동물은 스스로 쾌적하고 만족해하는 상태가 되면 가장 편안한 자세로 휴식을 취한다.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고 있다. 간식을 맛있게 먹고 무릎 위로 올라온 고양이들을 살살 쓰다듬어 주면 '골골송(고양이가 낮게 반복적으로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지칭하는 말)'을 부르며 편안히 쉰다. 때때로 몸을 축 늘어뜨리고 코까지 골면서 자는 걸 보면 쾌적함 그 자체인 듯 싶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더운 여름날 야외 활동을 하다가 집에 돌아와 샤워하고 에어컨 바람을 쐬며 얼음물을 들이켜는 순간,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이상 고온 현상으로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고 여름은 그 옛날의 여름이 아니다. 산과 계곡으로 놀러 가는 것도 낭만적이지만 그저 에어컨 바람 쐬며 얼음물 마시는 것만큼 쾌적한 것이 또 있을까.
하지만 아름다움은 오직 인간만이 느끼는 감정이다. 앞에서는 예술 작품을 관조하며 느끼는 미적 향수에 관해 이야기했지만, 길가의 들꽃 한 송이, 해 질 녁 서쪽 바다로 넘어가는 태양, 시골에서 바라보는 별이 가득한 밤하늘 모두 미적 대상이다. 나는 이것들을 바라보며 아무 사심 없이, 당연하겠지만 사고팔까하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감탄하며 있는 그대로 즐긴다. 아름다운 것은 지하 창고에 감춰 두고 혼자 보며 즐기는 그림이 아니다. 누구나 그 아름다움을 함께 보고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얼마 전 한 선배가 살고 있는 강원도 홍천에 지인들과 함께 다녀왔다. 밖에 나가 밤하늘을 보던 몇몇이 집 안에 있는 사람들을 불렀다. "별 좀 봐!" 평소 도시에서는 밤하늘을 봐도 밝은 조명 때문인지 별이 없었는데 그와는 완전히 다른 밤하늘이었다. 캄캄한 하늘에 별이 가득했다. 이 아름다운 하늘을 먼저 본 이들은 함께 보자며 다른 사람들을 불렸다. 이처럼 아름다움은 함께 청해 즐기고 느끼고 싶은 법이다.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중에서
강지은 지음
첫댓글 아름다운것들을 더아름답게 만들줄아는 우리는 행복한 능력자 인듯 합니다~^^
함께 청해 즐기고 느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