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뮌헨에서 슬픈 소식이 들려왔다. BMW의 역대급 고성능 플래그십 M760Li이 강력한 V12 심장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무슨 사연일까. 대배기량 엔진의 사망 소식이 늘 그렇듯, 이번에도 환경규제 때문이다. 사실상 M760Li의 단종이다.
BMW 전문 소식지 'BMW 블로그(bmwblog.com)'에 따르면 M760Li는 오는 2019년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신차를 생산하지 않는다. 마치 4성 장군의 계급장처럼 보이던 'V12' 레터링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는 거다. 보닛 안을 가득 채우던 6.6리터 트윈터보 엔진과 튼튼한 방패처럼 생긴 멋진 엔진 커버도 함께 사라진다.
최고출력 609마력, 최대토크 81.6kg.m를 발휘하는 V12 엔진은 신차에서 만날 수 없다. M760Li 출시 직후, 이 차를 냉큼 구입했던 어느 주머니 두둑한 이들을 섭외해야 자리에 앉아볼 수나 있다.
만약 BMW의 품 안에서 609마력이라는 사라져가는 마법을 느끼고 싶다면, 새로 등장하는 M5로 위로를 받아야 한다. M5 엔진은 최고출력 600마력, 최대토크 76.5k.m를 발휘해 수치상으로는 M760Li에 가장 근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BMW는 M550i도 환경규제로 인해 발목을 잡힌 바 있기에 M5 역시 환경규제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말하기에는 어렵다. 또한, M5로 위로를 받는다 해도 12기통 엔진사운드와 회전질감은 포기해야 한다. 아, 마치 세상 단 한 명 뿐인 그녀를 떠나보내는 느낌이다.
BMW 라인업의 V12가 사라지는 작금의 현실에서 옆으로 눈을 돌려보자. 롤스로이스를 비롯 12기통 엔진을 얹는 여타 고급차들이 눈에 띈다. 이들은 어떻게 할까? 환경규제가 그들만 피해 갈 리 만무하다.
대배기량 고출력 엔진을 고집하는 럭셔리 브랜드들은 여타 브랜드처럼 엔진에 전기모터를 장착하는 '전동화'에 돌입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미 EQ 부스트를 양산차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끈덕지게 내연기관으로 버티고 있는 롤스로이스는 하이브리드로 어설프게(?) 전동화하기 보다는 한 방에 전기차로 갈아탈 가능성이 높다.
한편, 독일에서는 가솔린 엔진에 미립자 필터를 적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디젤엔진에 DPF라 불리는 매연저감장치를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다만 일부 엔진은 이 장치 적용으로 출력 저하가 발생할 수도 있는데, 전기모터가 깎아먹은 힘을 메워줄 전망이다.
아직 BMW의 공식 입장은 발표되지 않았다. 그들의 발표에 따라 앞으로 M760Li는 수집가들 사이에서 떠도는 유니콘 같은 차가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