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골목길의 구석에 서있는 한 소녀가, 희고 검은 배경의 화면에 있었다. 눈이 와 불투명으로 보이는 그 골목길에서도, 소녀의 머리와, 그녀의 등에 나와있는 황금색의 날개는 뚜렷하게 보이고 있었다.
소녀의 눈이 가는 곳, 그곳에는 한 건물 문앞에 있는 두개의 바구니와, 그 두개의 바구니에서 도망치듯 달려가는 중년의 여인이 있었다. 그 여인이 달려가는 것을 의아한 눈으로 지켜보던 그 붉은 머리의 소녀는, 여인이 사라지자 곧 호기심어린 눈으로 그 바구니를 향해 걸어갔다. 걸어가는 소녀의 머리위에는, 눈이 묻지 않았다.
{.............?}
바구니앞에 무릎을 꿇은 소녀. 뭔가, 폭발물이라든가 위험한것으로 본듯 조심스러운 행동이었지만, 바구니안을 보자, 그 조심스러운 행동의 긴장은 한순간에 허물어지고 말았다. 그 안에 있는 것은, 두명의 어린아기였다. 태어난지 얼마 안된듯, 눈도 뜨고있지 못하는....
{............}
긴장은 풀렸지만 이제는 당황이 소녀의 신경에 입력되었다. 약간 허둥지둥하게 그 아기들의 바구니를 들어올린 소녀는, 잠시 당황하다가 그녀가 들어온 골목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어떻게 된거지.......지구에 와서 처음만난 사람이 이런 아기들이라니.}
뭔가 문제가 있는지 낭패스러운 표정을 짓는 소녀는, 하지만 곧 포기한듯 한숨을 쉬고는, 다시 바구니안의 아기들을 살펴봤다. 굉장히 귀여운 아기들. 그 아기들을 들여다 보다가, 소녀는 그 바구니안의 뭔가를 발견하고 그것을 집어들어, 읽기 시작했다.
-남자아이의 이름은 강진호, 여자아이의 이름은 강진아입니다. 쌍둥이 입니다.....제발, 제발 잘 키워주세요...-
용자신화 엘 카디온 제 12화 - 전개되는 전설의 힘!!!(上)
".....바람...."
호타르는 달을 보고 있었다. 어느때처럼. 그리고, 달 밑으로 흘러가는 바람을 느끼고 있었다.
"흐름이......달라지고 있어.......여느때의 바람이......아니야......"
늦은 봄을 맞아,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들판.......바람이 몰아치는 들판에 서있는 그녀......거세게 호타르의 주위로 몰아치는 바람. 그것은, 마치 그녀를 거부하는 무언의 움직임 같았다.
"들리지.....않아........아무것도........"
꽃들이 꺾이며, 꽃잎이 그녀의 주위로 휘말려 올라가기 시작했다. 바람은, 그녀를 거부하고 있었다....
"어째서에요? 어째서.....어째서 저의 말에 답해주지 않는거죠? 어째서....모두, 대답해 주지 않는거에요...?"
[지구]는, 그녀의 절박한 물음에 답해주지 않은채, 바람을 더욱 거세게 하고 있었다.
"............"
진호는 눈을 들어 하늘을 봤다. 어두운 하늘을....그리고 그 하늘의 달을. 그것을, 침대에서 몸을 반쯤 일으켜 보고있던 진호의 입에서, 힘없는 나직한 소리가 새어나왔다.
유우타는 그렇게 말하며 발로 대충 쓰레기들을 걷어치우며 정비실을 걷기 시작했다. 천천히 걷는 그의 시선은, 정비실 한 가운데에 놓여있는 붉은 색의 소방차형 트레일러에 가 있었다. 블레이즈 로더, 듀크의 D형 서포트 메카인 그것이, 정비공들의 처절한(?) 노력끝에 간신히 완성된 것이었다. 대신, 빌드팀의 수리는 한참이나 미뤄졌지만.
"뭐, 대신 이렇게 들고 다닐수 있어서 괜찮지만."
[괜찮다니요!!]
[대장, 너무해~~]
겉옷 주머니속에 있는 15cm백업기체의 빌드팀의 항의의 외침을 웃어넘기며, 유우타는 대충 바닥의 쓰레기 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밤샘을 일주일 반이나 해낸 정비실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서랄까.
[그래도, 건맥스와 건 바이크까지 수리가 되었다는 것은 대단한 일임에는 틀림없는것 같습니다.]
"그래, 맥클레인....다 고생하는데 나만 논거 같아서 미안하긴 하지만."
[대장은 놀 자격이 있으십니다.]
[그래~ 오늘도 늦잠잤잖아 대장!]
"..........드릴보이......--;;;;;"
[놀고있다지만....우리도 마찬가지라고....이거, 우리만 놀고 있는 거잖아, 쳇...]
"너희는 어쩔수가 없어....일단은 참고 있으라고."
[이 몸에 나쁜기억이 있는 사람은 쉽사리 참을수가 없다.....]
[그건 사실이야!! 우리는...]
"..그 말은 이번주에만 열번도 넘게 들었어, 덤프슨, 드릴보이. 그러니 제발 조용히 해달란 말이야!"
[우리도 싸우고 싶어~~~!!]
"......;;;;;"
웃음을 억지로 참으며, 쓰레기봉투에 대충이나마 쓰레기를 담은 유우타는, 그것을 밀어놓고 몸을 돌려 데커룸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데커룸.
문을 열고 들어오는 유우타를 반기는 것은, 그의 책상위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있던 마이토였다.
"여어!"
"마이토? 어쩐일이야?"
"아아, 그냥 출근하다가 들렀지."
"너 팔 부러져서 휴가중 아니냐? 왠 출근이야?"
".........한손은 남아있다고."
"갈데가 없어서 온거라고 확실하게 말해."
".........오늘은 내가 당했군. 쳇...."
혀를 차는 마이토와 의자에 앉는 유우타. 유우타는 주머니에서 빌드팀을 꺼내 책상위에 올려놓고는, 곧 데커룸에 데커드와 듀크, 그리고 건맥스가 없다는 것을 알아챘다. 섀도우 마루는, 경찰견 모드로 변신하고 저 구석에 엎드려있는 중이었다(대체 뭘 하는지, 유우타가 와도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어라? 다들 어디간거지?"
"순찰이라고 나가더군."
"으음.....그래...."
"근데....철야한건가?"
"으음, 나만 빼고. 정비실에서 블레이즈 로더를 완성하느라 고생좀 했지.."
"그래? 하긴, 우리쪽도 마찬가지...."
"....그러고 보니, 아오베 공장도 힘들겠군."
".......로코모라이져 이식(二式)의 건조는 거의 끝나고 있지만, 정비팀은 거의 탈진상태야. 그정도까지 해준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고."
"그렇군....여기저기 마찬가지겠지."
그때, 갑자기 유우타의 뒤에서 열리는 문에, 둘은 시선을 문으로 돌렸다. 그곳에서는, 헝클어진 머리에 충혈된 눈, 헐거운 정비복에 수건을 목에 두르고 입에는 칫솔을 물고있는 레지나가 비틀거리며 들어오고 있었다.
[레지나씨, 안녕하십니까.]
"아아...맥클레인, 안녕...."
"레지나......여기서 잔거야?"
"숙직실이 너무 따뜻했어...."
"...........;;;"
"좀...일어나 줄래? 유우타, 나 쓰러질것 같아."
"응? 응!"
급히 일어나 주는 유우타와 바로 가르질러 그대로 쓰러지듯이 의자에 앉는 레지나. 그리고서, 레지나는 죽을듯한 신음을 내기 시작했다.
브레이브 폴리스 정비실하고 엇비슷한 몰골이, 지금 공장 전체에 펼쳐져 있었다. 여기저기에 널려있는 부속에 쓰레기들, 아마 철야를 했다고 생각되는 거대한 아수라장의 가운데에는, 거대한 기차가 있었다. 그 기차 - 로코모라이져 이식(二式) - 을 보며, 가인과 마이트 어드벤져는 쓰레기를 치우고 있었다(--;).
[이거 엄청나군.....]
[일주일 동안 지독했으니까....오오사카씨고 마쯔히코씨고 전부다가 파김치가 되어버렸을 정도니. 하지만 덕분에 새로운 로코모라이져가 완성되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아아, 그건 그래....]
거대한 빗자루를 들고 바닥을 쓸며 그렇게 말하는 가인(--;). 마이트 어드벤져는 가인이 모은것을 쓸어 담고는 역새 거대한 물걸레로 바닥을 닦고 있었다(......세계를 지키는 용자특급대의 용자가 청소라....).
[.......그런데, 왜 우리가 청소를 해야되지?]
[놀고있으면 재미없잖아.]
[......그런가....]
가인의 말에 한숨을 푹 내쉰 마이트 어드벤져는, 그렇게 바닥을 걸레로 닦다가 문득 뭔가가 생각난듯 가인을 돌아봤다.
[가인?]
[응? 왜그래?]
[그러고 보니, 로코모라이져를 건조하기전에, 여기서 건조하던게 있었지? 분명 옆건물의 컨테이너에 보관되던 중이었지......]
[아아. 그거....엘 카디온의 신형 서포트 메카다.]
[엘 카디온의 서포트 메카?]
[블루 베이스에서의 수주야. GGG가 1차건조한것을 가져온 프레임과, 블루 베이스쪽의 설계도를 바탕으로 만든 거다.]
[흠......그런가?]
류중령은 카온을 보고있던 시선을 돌려 주위를 둘러보며, 지현을 찾아봤지만 지현은 그 덱에 보이지 않았다. 그런 류중령의 행동을 바라보던 카이가, 그를 향해 입을 열었다.
[지현이는 진호군하고 유나양하고 같이 도쿄에 갔는데요...가이아 워리어즈가 따라갔고요.]
"뭐야, 간건가. 진호도 요즘은 기운이 좀 나나보군.,,,,,,,,아무튼 그 서포트 메카에 대한건데.....카온, 자네가 센푸지 콘체른에 다녀와줘야겠어."
[.....상관없습니다만.....]
"좋아, 그럼 준비가 되는데로 떠나도록."
[근데, 중령님?]
저쪽에서 칼을 손질하던 카이의 말에, 류중령은 뒤로 돌아 그를 바라봤다.
"뭐지?"
[어디서 돈이 나서 서포트 메카까지 주문했습니까?]
".......노 코멘트."
그리고서,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류중령의 모습이 그들의 눈에 사라지자 마자, 카이는 그의 칼을 검갑에 집어넣고는, 저쪽에 있는 카온에게로 다가갔다.
[그럼 가자고.]
[그래....]
[뭐야, 왜 이렇게 풀이 죽은거야? 좀 기운을 내 보라고.]
[아아....]
[......한번 졌다고 그렇게 풀죽어 있는 것은 좋지않아. 그렇게 있는것보다는 적어도 파워업준비라도 해둬야지.]
[......그렇지......]
[.......좋아, 그럼 가자.]
도쿄시.
푸른하늘은 보이지 않고, 검은 먹구름이 무겁게 도쿄시의 하늘에 깔려있었다. 봄비라도 오려는 걸까. 그 하늘밑에의 사람들은 왠지 우울하게 보였다. 사람도 별로 없었고....하지만, 도로는 인도와는 달리 꽉 막혀, 도로의 차들은 달리기는 커녕 움직이지도 못하는 중이었다.
"아아...이거야 원. 언제쯤 갈수 있을까."
[죄송합니다. 길을 잘못 잡았군요.]
우중충한 색의 차들 사이에서 보이는, 눈부신 은색의 승용차. 그 차의 뒷좌석에 타고있던 얀차의 한숨섞인 말에, 은색차인 나이트 실버리온은 그에게 정중하게 사과를 했다.
"뭐, 나이트 실버리온의 잘못은 아니니까....그나저나, 세이지."
"왜 그래?"
"아까 히카루하고 나이트 실버리온하고 무슨 얘기를 나눈거냐?"
"..........그러길래 졸지말고 잘 들었어야지...."
"바보가 뭐 바뀌겠어...."
"....야!! --+++"
"뭐,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나이트 실버리온, 처음부터 할까?"
[저야 상관 없습니다.]
"그래, 이번엔 잘 들을테니까.....무슨 얘길 한거야?"
"엘릭서 스피릿과, 다크 플리트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었어."
"헤에? 그녀석들이 왜?"
[엘릭서 스피릿.....저번에 나왔던 그 다섯의 파워가, 엘릭서 스피릿치고는 너무 강했다는 겁니다.]
얀차는 나이트 실버리온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띄웠다.
"언제 그런녀석들 본적 있나?"
[예. 한 오천년전의 천년대전때에, 엘릭서 스피릿들과 직접 검을 나눠본 적이 있습니다만......그 당시에 겨뤘던 엘릭서 스피릿들은 그렇게 강한 상대는 아니었습니다. 아니, 강하긴 했지만, 적어도 엘 데스카이져같이 강하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그래?"
[그들이 살아남아 힘을 키웠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아무튼, 실제의 엘릭서 스피릿이란 상대할수 있는 적이라는 것을, 세이지님과 히카루님께 설명드리고 있던중이었습니다.]
"흠.......잘 이해가 안가지만, 뭐 넘어가지."
"그래, 그럼 다크플리트에 대해, 그리고 나이트 윙과 군주의 검이라는 것에 얘기해줘."
히카루의 말에 잠깐 말을 멈춘 나이트 실버리온은, 잠시의 침묵후 느릿하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다크 플리트란, 그란로드 성계, 칠련(七漣) 태양계의 제 5번행성인 휴레인에서 만들어진 13개의 다크로드들이 만든 함대를 지칭합니다.]
".......그런 성계의 이름은 못들어봤는데."
[당연합니다......그란로드 성계는 여기서 적어도 180억광년 정도는 떨어져있는, 전혀 다른차원이라고 불러도 되는 곳입니다. 그곳은 천년대전이 일어난 곳이죠.]
"뭐? 여기서 일어난 것이 아닌가?"
[아닙니다. 이스타리아 행성을 둘러싸고, 신의 명에 의해 엘릭서 파워즈와 스파클 파워즈가 서로 대격전을 벌인것이 천년대전입니다. 이스타리아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아무튼, 엘릭서 파워즈의 우방은 다크플리트, 스파클 파워즈의 우방은 저희 갤럭시 플리트였습니다.]
"갤럭시 플리트란 뭐지?"
[그란로드 성계, 삼광(三光) 태양계 7번행성 이스타리아에서 다크플리트에 대항해 만들어진 함대입니다. 저와, 페이시온을 포함, 총 12명의 기사가 있었습니다.]
"흠....그래?"
[스파클 파워즈와 저희, 그리고 다른 용자들은 천년전쟁에서 엘릭서 파워즈에 의해 패퇴....지휘관이었던 하이퍼 엘 카디온 및 다른 스파클 스피릿들은 소멸 가까이되었었습니다. 저희 갤럭시 플리트는 저만이 살아남고 전부 파괴되고 말았지만.....전에 느낀 페이시온의 파동은...페이시온이 살아있다는 거겠죠.......]
".........하이퍼 엘 카디온이라고?"
"어.....그, 엘 데스카이져에 당했던 녀석....말인가? 이름앞에 하이퍼가 붙는군."
"뭐, 넘어가고......으음, 그 다크로드란 녀석들이 나타난거군. 대체 어느정도의 파워를 가지고 있는건가?"
세이지의 물음에 나이트 실버리온은 다시 침묵에 들어갔다가, 세이지들이 말을 기다리다가 지루해 할때쯤 말을 꺼냈다.
[차들이 움직이는 군요.]
피아캐럿 제 2호점.
어두운 날씨탓인지, 가게안은 손님 한명없이 왠지 한산하고 분위기도 무거웠다. 뭐 거리에 사람들도 별로 없고 날씨도 이러니 별로 이상할것은 아니지만, 가게안의 분위기를 무겁게 하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그것은,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주머니에 손을 꽃아넣은채 벽에 기대어 바닥을 노려보고 있는 진호때문이었다. 뭔가를 생각하고 있는지 알수없는 표정이었지만, 꽤나 어두운 표정에, 발끝으로 바닥까지 톡톡 차고있는 그 모습에, 가게 밖에 나와 한쪽 테이블에 앉아있는 유나, 하즈키, 그리고 지현은 긴장감을 느끼며 숨죽이며 앉아 있었다.
또다시 유나에게 구박받은 지현. 왠지 유나의 기분이 요즘들어 않좋은것 같은듯, 여기저기에 툭툭거리고 구박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예상되는것은........
"저어....그날이세요?"
".........--++"
......거의 같은 또래의 하즈키의 너무나 당연한듯한 질문에 기분이 상한듯한 유나는, 잠시 하즈키를 노려보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그리고, 찬바람이 쌩쌩부는 태도로 진호를 지나쳐 그대로 탈의실로 들어간 유나. 그녀가 문을 세게 닫는 소리에 몸을 자기도 모르게 움추린 둘은, 약간 질린듯한 시선으로 서로를 마주보았다.
지현의 말에 약간 고민하듯 눈살을 찌푸리는 하즈키를 천천히 보던 지현은, 약간의 그 침묵을 견디다 못해, 결국은 뭐라도 얘기해야겠다는 생각에 입을 열고 말았다.
"저어, 정확히 몇살이세요?"
"나? 에.....16살."
"으음.....이런말 하면 안되겠지만, 왠지 처음봤을때부터 낮이 익은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요......"
"? 만난적이 있었나?"
"아니, 잘 모르겠지만....."
"으음.......만난적이 있을지도 몰라. 나도 진호오빠를 본듯한 느낌이 있으니까요."
"........에?"
"진호오빠요. 처음봤을때부터.....왠지 모르지만, 어디선가 본듯한 느낌이 나서......."
"본듯.....한, 이요?"
"응.........후후, 굉장히 친근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말한번 못걸어봤지만."
약간 부끄럽다는 듯 살짝 얼굴을 붉히며 말하는 하즈키를 이해할수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던(뒤통수에는 굵은 땀방울도 부록으로 달고) 지현은, 문득 하즈키가 중얼거리는 말에, 위의 표정에 황당함까지 더한 표정으로 하즈키를 바라봤다.
"진호오빠가 진짜 내 오빠일지도...."
".......에!!?"
"아아, 농담이에요. 놀라지 말아."
".......그렇더라도, 그런 말을 하게된 동기라던가 이유, 또는 타당한 정신적인 장애라도..."
"......후훗, 장애라니, 실례야."
".......진짜 농담인가요?"
"으응.........사실 나, 고아였거든."
"...................예?"
이번엔 황당함에 경악을 덧붙인 지현의 얼굴.
"으음.....나, 고아였어. 어렸을때 고아원 앞에 놓여있었데."
"아........."
"이름도 없고, 그냥 '한국인이고, 오빠가 하나있습니다'라고 쓰인 괴상한 쪽지만 있었데. 정말.....불성실한 부모지?"
"아, 아니......한국인이세요!!?"
"응. 이상하지? 아이를 버릴정도로 가난한 사람이 비행기를 타고 일본까지 오다니....나, 귀한 집안의 서자나 그런것이었을지도...."
".......저, 저기요...."
"아마, 대기업의 총수가 불륜의 관계를 맺어서, 아이를 더 키울수 없는 어머니가 애를 버린것일지도 몰라...그럼 난, 그 기업과 가정을 파괴시키려는 악마의 자식이 되겠지? 그것을 안 다음에 흑마술을 배워서 그 기업에 저주를 거는거야, 근데 그 기업은 대대로 흑마술을 막는 집안이라, 그 집의 아들이 성스러운 검을 들고 흑마술의 마녀인 나를 죽이러 오는거지, 그런다음에 서로 한 핏줄인것을 알고...."
"............................................................;;;;"
자신만의 상상을 멋대로(그것도 괴상한 쪽으로만.) 전개해나가는 하즈키의 모습에서 엄청난 불안감을 느껴버린 지현이었다.
'정말........정신적인 장애가 있는걸지도!!'
아무튼 지현이 하즈키의 멋대로의 상상에 휘말려있는 그때, 가이아 워리어즈는 위장모포를 둘러쓴채, 가까운 건물위의 옥상위에 엎드려있었다. 현무를 빼고 비스트 모드로 변형해서 동물형으로 엎드린채 위장모포를 둘러쓰고 간만의 휴식을 취하는 넷. 지현이 아르바이트간다고해서 무작정 따라나왔지만, 이러고 있는것도 그들에게는 나쁘지 않는 모양이다.
[흐으으으으으으으으음. 이런것도 좋구나.]
[.......주작, 왜 그렇게 기괴한 신음을 내는거냐. 햇볓도 없는 곳에 엎드려있어봤자 기분은 좋지않아.]
[제발, 청룡 너. 부탁이니 제발 분위기 깨지말라고!]
[대체 분위기는 나는건가. 이런 우중충한 하늘에...]
[너하고는 잘 맞는 분위기지! --++]
[.....뭐라고...--++]
잠시후 일어난 주작과 청룡의 말싸움은 쓸 가치가 없으니까 넘어가고, 그것을 배경으로 제대로 배를 깔고 누워있는 백호는 느긋하게 거리를 보며, 옆에 유일하게 인간형으로 변형한채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있는 현무에게 말을 걸었다.
[왜 사람들이 없는거지?]
[.....알리가 없지 않은가.]
[흐음. 날씨도 어두침침하고, 싫군.....]
[......기분나쁘다.]
[뭐가?]
[......그냥 기분이 나쁘다........좋지않은 예감이 든다. 뭔가가 일어날듯한.....]
[......날씨탓이야.]
[경계는 해두는 것은 나쁘지 않다.......너무 느긋하게 있지 말라는 거라고.]
[알았어.]
부산, 천강중공, 사장실.
{사장님, 회사 시찰 시간이십니다만....}
"필요없어."
{저, 저어...}
"귀찮게 굴지말고, 끊어."
여비서의 목소리가 황급하게 사라지고, 그것에 편안한 기분을 만끽하며, 데스카이져는 방만한 자세로 책상에 앉아있었다. 이것이 그의 회사 첫날이었고, 앞에는 그의 일거리들이 수북하게 쌓여있지만, 그는 절대로 그것에 손을 댈 마음이 없었다. 대신, 그는 책상위에 있던, 그의 가짜이름인 [D.K 이사겸 사장대리]라는 명찰에 힘을 주입해 그것을 공중에 띄우고는, 이것저것으로 변형시키고 있었다.
"..........빌어먹을, 이 내가......."
처음에는 둥그런 원형의 구체로, 두번째는 자신의 얼굴을, 세번째는 검 모양으로......다음에는 인간형의 로봇을 만들려다가, 지루해서 포기하고는 그것을 저쪽으로 던져버렸다.
"이런짓을 하고 여기에 틀어박혀야 된다니!"
아무튼 그것을 노려보다가, 마침내는 너무너무 지루해서 서류에 손을 대었을때, 저쪽에서 갑자기 붉은 색의 빛이 솟아오르며, 그곳에서 뭔가에 감싼 남자가 나타났다. 하지만 데스카이져는 너무나 익숙한듯 그것에 신경도 쓰지 않았고, 그래서 은발의 장신의 남자는 아무방해 없이 데스카이져의 앞에와 섰다. 신경도 쓰지않고 서류를 지겹게 읽고 있던 데스카이져는, 그 남자를 올려보지 않았고, 그 은발의 미남자는 약간을 기다리다가 침착하게 책상을 두들겼다.
"이봐."
"그렇지. 남의 방에 들어오려면은 그렇게 노크는 해야...."
그렇게 말하면서 책상을 두들긴 남자를 올려보던 데스카이져의 얼굴이, 갑자기 의아감으로 바뀌었다.
".............네놈이 왠일이냐."
".............아까는 대꾸도 안하고 해서 반기는줄 알았더니만."
"카르카스인지 알았는.......이 아니고. 너..............................누구더라?"
".............아까는 네놈이 왠일이냐 어쩌고 했으면서."
"얼굴은 기억하는데...........으음, 누구더라?"
"...................갓 엘릭서 아라테아님의 스파클 스피릿, 에시온이다!"
"아! 에시온!! 200년전에 임명된 녀석 아니냐? 아라테아가 거의 빈사일보직전에 만들어낸 녀석!! 아라테아는 아직도 힘을 못찾고 있는건가? 네놈 힘, 스피릿이라고 하기엔 약한데?"
".................내가 유쾌해하며 기뻐할말은 아닌데.....그리고, 말 함부로 하지마라."
"강자는 약자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거야."
데스카이져의 여상스러운 말에, 에시온은 속으로 이를 갈면서도 어쩔수 없이 침묵하는수 밖에 없었다. 그와 데스카이져의 힘은 천지차이인 것이다. 그들 각자의 주인인 파이어리온과 아라테아의 힘도 천지차이인 이 마당에는 당연한 일인것 같지만. 아무튼 그것을 머리에 깊게 새겨 피가튀길정도로 힘을 주면서, 에시온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라테아님께, 파이어리온 측 파워즈와의 연계, 협력을 명받았다. 협력해도 되겠지?"
"필요없어."
"........이봐, 이쪽도 이쪽의 입장이....."
"다시 말해주지. 쓸모없어, 꺼져."
"........"
참자, 참자.
"............그렇다면, 독자적인 행동은 상관없겠지?"
"선택권을 주지. 여기서 목이 떨어져 뒹굴것인지, 아니면 당장 이 공간을 떠나던지. 아라테아따위의 부하녀석과 함께 일할 이유도, 같은 차원에 있어야 할 이유도 없어. 너희는 그란로드 성계에서 놀고 있으면 되는거야. 파이어리온 녀석이 네놈들을 인정했다고 해서 지구까지 쫄래쫄래 기어들어오는 것.....묵과할수 없다."
.........자신의 주인인 [갓 엘릭서] 아라테아를 '따위'로 호칭하고, 데스카이져의 주인인 파이어리온은 '녀석'이라고 칭했지만......에시온은 침착하게, 속으로는 가슴을 후려치며 그 울화를 참는수 밖에 없었다. 데스카이져, 죽음의 황제. 그의 진정한 힘은, 그의 주인인 파이어리온과 맞먹을 정도니까. 자신따위는 단번에 소멸시킬정도로....
에시온은 화를 내며 한발자국 다가섰지만, 곧 갑자기 느껴지는 격렬한 고통이 엄습해와 숨을 들이삼키며 멈춰서는 수 밖에 없었다.
"윽!"
그리고 그 고통이 온곳인, 그의 왼손은 깨끗하게 '잘려'있었다. 피 한방울 나지 않은채로. 데스카이져가, 손끝으로 종이 한장을 튕겨내 그 손을 잘라 버린 것이었다. 육체적인 고통을 그런 외상으로 느끼지 못하는 엘릭서 스피릿인 그가 엄청난 고통을 느낄 정도로 상당한 힘을 싣고 날아갔던 종이는 바닥에 떨어진채 불이 붙어 타고 있었고, 에시온의 손은 힘없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당장 나가서 붙이는게 좋을걸."
"네.....네놈.....!!"
"뭐, 좋아. 독자행동정도는 인정해 주겠어. 하지만.........다시 한번 내눈에 띄면, 존재자체를 소멸시켜주겠다. 알겠냐?"
"으.....으윽................."
"알았냐고."
"아, 알았다.........."
"존대말."
"............우욱, 아, 알았습니다......."
"좋아, 가봐."
고압적인 태도의 데스카이져를 잠시 쏘아보던 에시온이었지만, 결국은 잘린 자신의 손을 집어들고는, 예의 붉은빛을 일으키는 원을 만들어내고는 황급하게 그곳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흥.......쓸모없는 녀석......"
그렇게 투덜거리듯 말하고, 곧 자신이 들여다 보던 서류로 다시 눈을 돌리는 데스카이져. 그도, 이런 지겹고 한심한 일에 익숙해 지려 하고있는 것일까.
GGG - 베이타워 기지, 빅 오더룸.
메인 오더룸의 밑쪽에 있는, 용자들이 있는 격납고 격인 빅 오더룸. 그곳으로 리프팅 다운해 내려와 있던 메인오더룸의 오퍼레이터들, 타이가 장관 및 가이는 호류, 엔류와 함께 몇가지의 자료를 보고 있었다. '경찰청 소관이었다가, GGG로 넘어온 사건기록'이라는 타이가 장관의 설명이 있었지만, 그런 엄청난 설명에 비해서는 약간은 허무한 것이었다. 아니, 허무한것은 아닌 심각한 것이었지만, 사람이 괴물, 존더로 변해버리는 광경을 계속 목격해온 GGG에게는 허무한 것이긴 했다.
"사람이, 잠들어 버린다는 것입니까?"
"그렇네."
가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타이가 장관은 앞의 미코토를 향해 시선을 보냈고, 그것에 맞춰 키보드를 두들긴 미코토. 그리고 빅 오더룸의 벽에 붙어있는 거대한 스크린에(과연, 원작에서도 이런것이 있을까.), 몇개의 화면이 비춰졌다. 대충 손으로 세도 몇십명인 사람들의 신상명세서, 별로 중요한 것은 없었다. 그들에게 나타난 증상만이 중요한것이었으니까.
"동경 각지에서, 정상적으로 생활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쓰러지기 시작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별다른 전염병의 발발은 발생되지 않았고, 그들의 상태는 잠든 것과 비슷합니다. 완전히요. 그런사람이, 도쿄전역에서만 30여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사람들 중에서 오늘 사망자가 나왔다는 겁니다....잠든 상태로, 죽어버렸다는 걸까요."
"사람들이 잠든곳은 들쑥날쑥 하지만, 가장 최근의 피해자가 나온 곳을 조사해 본 결과, 대기중에 수수께끼의 패턴의 파장이 소량 겸출되었었습니다."
미코토와 우시야마, 그리고 엔토우지의 잇따른 말에, 가이의 표정이 굳어버렸다.
"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경찰청에서 뭔가 사건의 냄새를 맏고 수사에 들어갔지만, 아무래도 난항을 겪고 있는 듯하네. 그래서 이 사건을 브레이브 폴리스와 우리에게 지원요청을 한거라고 할까."
"하지만, 무엇이 그런일을 일어나게 하고 있는지, 알길이 없잖습니까..."
가이의 말에, 타이가 장관의 얼굴에 수심이 떠올랐다.
"가이군 말이 옳네. 아무런 단서도 없어......하지만, 아무리 존더때문에 바쁘다고 해도, 그냥 지나치고 지나갈수는 없는 일일세."
"이거, 초과수당 청구라도 해야될까."
휴마 참모의 말을 완전하게 무시한 타이가 장관은, 가이와 빙룡, 염룡을 돌아보면서 힘있게 말했다.
"지금부터 GGG는 그 수수께끼의 현상에 대한 조사를 개시한다. 호류와 엔류는 비하이클 모드로 24시간 도쿄시내를 수색하며 그 파장을 계속 조사하고, 가이는 일단 대기태세다."
[알겠습니다!]
"그래, 그 문제는 일단 그렇게 하고.....레오박사, 아머드 머신의 건조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아, 일단 스텔스 가오와 공통되는 부분이 많은 아머드 플라이트는 건조 완료네. 아머드 로더는 완전히 새로 만들어야 해서 아직 체크할 부분은 남아있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완성이네."
"그렇군요......그럼, 완성되는 대로 블루 베이스에 연락해 주십시오."
도쿄 외곽 - 재개발지구.
[그래서, 그런 이유로 우리를 따라오라고 한건가?]
[그래! 원래 이것은 경찰의 일이었다고! 당연히, 우리가 해결해야 되는 거잖아!]
[...........GGG가 맏는다면서........]
건맥스의 말에, 듀크는 그가 듣지 못하게 작게 중얼거리면서 고개를 들어 시선을 위로 올렸다. 그들, 건맥스와 듀크, 그리고 데커드가 서있는곳, 그곳은 도쿄 외곽에 있는 폐건물이었다.상당히 큰, 자신들도 굉장히 여유를 두고 들어갈 정도로 큰 건물. 뭔가 을씨년스러웠지만.....
[별로 이상한 점은 없는데?]
[굳이 말하자면.....]
데커드와 듀크, 잠시 서로를 마주보다가, 건맥스에게 싸늘하게 말했다. 한 목소리로.
[[낡았군.]]
[..........그러니까!! 더욱더 사건의 냄새가 난다니까!]
[..........설마, 설마 그만한 이유로 조사의 방향을 잡은 것은 아니겠지?]
[........건맥스, 네가 제대로 된 말을 하길 빈다....]
[뭐, 상당부분.....하하하...^^]
.......상당부분? 한순간, 그렇게 말하며 웃는 건맥스의 안면에 권총과 검을 각각 꽂아버리는 끔찍한 상상을 해버린 데커드와 듀크였지만, 역시 용자답게 그 생각을 금방 지워버린 둘은, 점잖은 방식, 즉 건맥스의 멱살을 잡고 흔들어 대는 것으로 그것을 대신했다.
[[제대로 된 이유를 말해라!]]
[아, 알았어!! 이곳 주위가 가장 많은 사람들이 쓰러진곳이라고!]
[..........뭐?]
[이곳은 재개발 지구다. 많은수의 막노동꾼들이 일하는 곳이라고! 그리고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잠들어 갔다는 거야!]
그제서야 건맥스의 멱살을 논 둘. 둘의 표정에는 놀랍다는 감탄의 기색이 서려있었다.
[......꽤 성실하게 조사를 한 모양인데?]
[그렇군, 건맥스 답지가 않아.]
[......어이, 내가 언제는 불성실했냐?]
[.............]
그걸 말이라고 하냐, 라는 말을 하나같이 꺼내려다가 꾹 눌러참은 둘이었다.
[좋아, 그럼 들어가 보자고!]
......하지만 잠시후, 기운차게 들어갔던 셋은 툴툴거리며 그 폐가에서 나올수 밖에 없었다.
[별다른 것은 없는데?]
[으음.....이상한데.........다른 곳은 없는데.......]
[틀렸을 수도.......건맥스의 다른 일면을 본것만으로도 충분한 수확이다.]
[......듀크!]
[좋아, 그럼 돌아.....]
파앗!!!
갑자기, 데커드의 시야가 흔들렸다.
[!?]
그것은 한순간의 일이었다. 단 한순간, 주위의 사물이 흔들리는 것 처럼 보이더니, 갑자기 제대로 돌아왔고, 시야가 제대로 돌아왔다고 느꼈을때, 데커드는 바닥에 누워있었다.
하지만 그때, 그들은 그들이 나온 건물에서 누군가가 서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만약 데커드라도 그를 봤다면, 아마 데커드는 당장에 총을 빼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시야에 그는 없었고, 그들의 센서에도 그의 존재란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그냥 떠났고, 그들을 보고 있던 초로의 노인은 비웃음을 띄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가인과 마이트 어드벤져가 힘을 주어 열은 아오베 공장의 제 2창고, 어두컴컴한 공장안으로 들어간 카온과 카이의 앞에 있던 것은, 그 어두운 공장안에서도 뚜렷하게 보이는, 순백의 전투기였다. 가인이 불을 킴과 동시에, 순백의 전투기 [파이어 카디온]은 카온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흠, 색깔은 그런대로 괜찮군......이름에는 안맞지만.]
[그렇지? 아직 색은 칠하기 전이라, 그냥 흰색으로 칠해둔거다.]
카이와 가인의 말을 한귀로 흘리며, 카온은 천천히 걸어가 그 날렵한 모양의 파이어 카디온 앞에 섰다.
[합체해볼수는 있는가?]
[아직 최종 체크 중이다. GGG에서 건조중인 아머드 머신이 완성되면 그때 합체테스트를 하려고 생각하고 있거든.]
[그런가......]
[.....블루 베이스의 설계도라면, 유찬영 박사가 만든것인가?]
[아아........그쪽, 기술이 없어서 그렇지 설계하나는 대단하던데. 프레임의 구조도 탁월하고.]
[흠........]
파이어 카디온을 바라보던 카온은, 문득 저것을 어디선가 본듯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굉장히 친숙한, 오랫동안 알고있던듯한 느낌을.
[.......진호를 불러와야 겠군.....]
[오늘은, 좀 늦은것 같은데?]
카이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린 카온은, 문득 자신들이 들어온 문쪽을 봐, 밖이 약간 어둑어둑해져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까부터, 먹구름이 짖게끼어 어둡긴 했지만....해가 져버린 것일까. 카이는 그런 카온을 향해 돌아보며 말했다.
[벌써 저녁 7시다. 돌아갈까?]
[..........글쎄....]
[뭣하면 여기서 하룻밤, 지내고 가도 괜찮아.]
[그래. 어차피 한국으로 돌아가기엔 빠듯한것 같은데. 도쿄로 가는것도 그렇고.]
마이트 어드벤져와 가인의 말에, 카이 역시 카온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럼, 오늘밤에 파이어 카디온을 체크해보는 것도 좋겠어, 카온.]
[.......그래.....]
파이어 카디온에서 전달되는 친숙한 느낌을 기분탓으로 돌리며, 카온은 힘없이 대답했다.
그렇게, 먹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던 해도 지고, 마침내 본격적인 밤이 시작되었다. 왠지 생기 없던 도시, 도쿄의 사람들도 하나둘씩 집으로 들어가고, 한 10시정도 되자 도쿄의 모든 거리에 사람들의 모습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때까지 피아캐롯에 있던 세이지, 히카루, 얀차, 샐리와 마이토, 하즈키, 그리고 지현 역시, 그때쯤에는 가게문을 닫고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지현군, 어떻게 할꺼지? 한국에 돌아갈건가?"
"........진호형도, 유나누나도 사라지고.........갈까?"
"으음, 그럼 나하고 같이 갈까? 우리집이 비어있거든...."
마이트의 말에 의심스러운 표정을 짓는 지현.
"집이라고요?"
"아, 도쿄시에 집이 있거든. 요즘은 아오베 공장에만 있느라고 들어가보지 못했는데....."
"........설마, 덮치려는 것은 아니겠죠."
"........농담이지?"
"예."
그 답지않게 농담을 날려본 지현이었지만, 그 말이 나온 다음 샐리가 마이토와 같이 가자고 한 이유는, 아직도 수수께끼다........는, 필요없고. 아무튼 그렇게 해서 마이토의 집에 가버린 지현. 가이아 워리어즈는 역시 그런 그를 따라 가기로 하고, 가게의 주차장에 있던 나이트 실버리온은 그곳에서 그냥 대기하기로 했다. 아무튼 그렇게, 뿔뿔히 흩어져 그들이 잠들곳으로 간 사람들. 그렇게, 달빛도 비치지 않는 도쿄의 밤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브레이브 폴리스 데커룸.
[그러니까, 결국은 아무것도 없었다....라는건가?]
[그래.]
권총을 손질하던 데커드가 툭툭대며 말하는것을 보며, 맥클레인은 그가 꽤 화가 났다는 것을 깨달을수 있었다. 듀크도 건맥스도 아무말없이 있는것을 보면, 아마 조사가 실패한것에 셋 다 화나 있다는 것일까.
[.......아무튼, 몸은 어때?]
[아아, 최고야.]
데커드, 듀크, 건맥스가 돌아왔을때, 빌드팀은 AI가 자신들의 원래 동체로 백업되어 있었다. 간단히 말해, 원래 동체로 돌아와 있었다는 것이다. 빌드팀의 동체까지 완전하게 정비해준 정비팀에게는 정말 감사하다못해 절이라도 해야할 정도였다. 물론 그것때문에, 정비팀의 체력은 거의 제로였지만.
권총을 다 손질, 탄창을 끼우고 건 홀더에 집어넣은 데커드는, 문득 시선을 돌려 비어있는 유우타의 자리를 보았다.
[대장은 피곤하다면서, 먼저갔어.]
[.......그런가?]
드릴보이의 말에 고개를 주억이는 데커드. 요즘들어 늦잠이 늘고 피곤해한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것도 잠시, 데커드는 앞의 단말기에 시선을 집중하며 일에 착수했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바로 그때, 그들의 의식이 사라진 것을.
그리고, 어둠을 따라온 잠의 여신이 도시를 덮었다. 편안하고 아늑한 안식, 잠. 그 잠의 여신의 부드러운 손짓에 사람들은 아늑한 휴식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불도 하나둘 꺼지고, 마침내 어두워진 도시는 완벽한 수면으로 빠져들었다.
하지만, 잠의 여신이 떠나간 자리에, 광기의 악마가 찾아들었다.
- 크하하하하하하!! 잠들어라, 무지한 존재들이여!!!
콰과과과과광!!!!!!
공중에 떠있던 게멘의 광기어린 목소리에, 갑자기 땅에서 진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곳은 아까 데커드들이 조사했던 페가. 그것이 갑자기 갈라지더니, 그곳에서 엄청난 크기의 뾰족한 첨탑이 솟아올랐다. 거의 고층빌딩에 가까운 높이로 솟아오른 검은 첨탑. 그것은, 곳 불길한 안개를 퍼뜨리기 시작했다.
- 크큭, 뻗어가라!!!! 그리고, 모든것을 잠들게 하는것이다!!!!
안개가, 검은 안개가 도시에 가득차기 시작했다.
검은 빛의 안개는, 검은 빛의 어둠에 섞여, 마구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들은 서서히, 건물들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가로등의 빛을 가리고, 편안히 잠드는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어둠들. 그것들은 사람들을 감싸고, 곧 사람들에게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것은 용자들이라고 해서 비켜나가지 않았다. 마이토도, 샐리도, 지현도, 세이지와 얀차, 히카루도, 유우타와 레지나도, 가이와 미코토 및 GGG의 대원들 모두도, 그리고 브레이브 폴리스의 용자들도, 호류와 엔류도, 나이트 실버리온도, 그 검은 안개에 휩쓸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들은, 잠들고 말았다. 그들이 느끼지도 못할정도로 빠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