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렐루야! 50번째 난민구호의 기적이 일어났다!
50번째 난민구호 헌금을 보내고 나는 혼자 벅찬 감동에 빠졌다.
모금 부담이 적지 않았지만 2년 동안 긴급구호가 중단 없이 계속되었다는 사실이 기적 중의 기적이었다.
나로서는 불가능한 엄청난 기적 앞에서 홀로 눈물 흘리며 감사를 드렸다.
전쟁이라는 악이 인간의 사랑을 방해할 수 없다!
전쟁이라는 악이 평화를 향한 인간의 노력을 막을 수 없다!
전쟁이라는 악이 함께 살기 위한 인간의 노력을 훼방할 수 없다!
그러나 인간악의 대명사인 전쟁, 폭동, 테러의 살상은 너무 크고 영향력이 막강하다. 그것이 가져오는 살상과 파괴. 죽음과 상처, 기아와 부상(負傷)이 너무 커서 당사자들의 절망과 고통은 살아서는 끝이 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이런 전쟁과 내전의 폭력을 피해 다른 나라 국경지역과 밀림으로 피난을 떠나는 민간인들은 총기와 화기(火器)의 위협을 당하지 않지만 식수와 식량의 문제에 시달리지 않을 수 없다. 전쟁이나 내전, 폭동이 쉬 끝나면 피난을 떠날 때 가지고 간 것으로 연명하다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이것들이 장기화되면 난민들은 기아와 영양실조에 직면하게 된다.
그러나 전쟁 난민들의 기아문제는 개인의 자비와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므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엔이 알아서 하겠지. 국제식량기구가 알아서 하겠지. 적십자가 알아서 하겠지. 대기업들이 알아서 하겠지. 세계적으로 유명한 NGO단체들이 하겠지. 세계적인 종교단체들이 하겠지 하면서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기대하는 만큼 각종 국제적인 단체들이나 유엔이 그 모든 기아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한다.
문제는 전쟁과 각종 폭력의 피해자인 난민들에 대한 우리의 자세와 태도이다. 그들이 우리 때문에 우리를 대신해서 전쟁의 고통을 겪는다고 생각하게 되면 난민들이 함께 살아야하는 하나님의 자녀로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아울러서 피해자, 희생양이 된 그들과 밥을 나누는 것이 우리의 권리요, 책임인 것을 자각하게 된다.
2021년 11월에 도움을 호소하는 미얀마 지인의 부탁으로 난민구호를 시작하였다. 시작할 때 마음은 아주 단순하였다. 난민들이 성탄절 단 하루만이라도 걱정에서 벗어나 마음껏 먹고 마시게 하자는 생각이었다. 단 하루만이라도 난민들이 고기도 먹고 달달한 차도 마시면서 성탄의 기쁨과 은혜의 시간을 보내길 염원하는 단순한 마음으로 한번만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한번이 또 한 번이 되고 또 한 번이 또 한 번이 되면서 2년 동안에 50차례나 사랑의 쌀을 나누는 기적이 일어났다.
은혜로 감사함으로 열심히 하다가도 모금 피곤증에 걸리면 미얀마에서 오는 사진과 보고서가 꼴도 보기 싫어졌다. 모금의 스트레스 때문에 그만두기로 다짐을 하면 굶주리는 사람들이 보이고 배고파서 칭얼대는 아이들이 보이고 영양실조로 신음하는 노약자들이 보였다. 그리고 ‘어제까지 먹었어도 오늘 내일 굶주리면 그들이 죽게 되니 그들이 스스로 양식을 마련할 수 있는 날까지 공급하라’는 하나님의 작은 음성이 가슴을 마구 흔들었다. 그러면 방자해진 나는 감히 사람 주제에 하나님께 권면의 말씀을 드리곤 하였다.
“그러니까 하나님! 저 같이 가난하고 별 볼일이 없는 사람 시키지 말고요! 돈 많은 재벌이나 동정심이 많은 부자나 돈 많은 교회 아니면 나팔만 불면 줄 서서 돈을 바칠 정치인들과 유명 인사들에게 일을 맡기세요. 그러면 그들이 오죽이나 알아서 잘 하겠습니까?”
그러다가 주제 파악을 하고 후다닥 고개를 숙이고용서와 은총을 간구하였다.
“하나님! 제가 무지하고 어리석습니다. 때때로 하나님 앞에서 응석이 자나쳐서 기고만장하며 교만합니다. 용서해주십시오. 하나님 아버지! 앞으로 저는 가만히 서서 앞서 구호한 활동과 새로운 필요가 무엇인지를 글로 써서 후원자님들께 보고만 하겠습니다. 그러면 그 다음 모금은 아버지께서 알아서 해주십시오. 그리고 열심히 돕는 자들을 많이 붙여주셔서 그 천사들과 협력해서 선을 이루게 해주십시오.그리하여 아버지 하나님께 영광과 찬미를 돌리게 해주십시오."
나는 하나님 앞에서 어리광이 아주 심해서 조금만 힘들어도 칭얼대는 기도를 반복하곤 한다. 그러나 신실하신 하나님은 나의 불평이나 업 다운과 상관없이 2년 동안 끊임없는 공급으로 난민들의 필요를 채워주셨다.
지금까지 나를 통하여 난민들을 위해 이름 없이 빛도 없이 후원금을 보내주시는 분들의 삶의 자리가 참으로 다양하다. 하나님의 공급은 참으로 신묘하였다.
청소부도 있고 컴퓨터 일을 하는 분도 있다. 기초생활 수급자도 있고 사업가도 있다. 노령연금을 받는 분도 있고 이십대 젊은이도 있다. 운전기사도 있고 농사짓는 분도 있다. 노점상도 있고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분도 있다. 투병중인 환자도 있고 의사도 있다. 식당 주방에서 일하는 분도 있고 식당을 운영하는 분도 있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분도 있고 연금 생활자도 있다. 장애인들을 돌보는 분들도 있고 교사로 섬기는 분들도 있다. 내가 아는 분도 있고 모르는 분도 있다. 친구의 소개로 후원하는 분들도 있고 소식지를 보고 후원하는 분도 있다. 난민구호의 모든 후원자 분들의 사는 수준도 직업도 다르고, 세대도 사고방식도 건강상태도 다르지만 그분들에게 공통점이 있다. 하나님의 은혜를 아는 것이다.
그분들은 생명도, 물질도, 건강도 다 하나님의 것이요, 하나님께 빌려 쓰는 것이라며 하나님께서 주신 것을 하나님께서 쓰시는 일에 바친다고 말한다. 나는 은혜로 받은 것을 은혜로 돌려드린다고 말하는 그 분들 앞에 서면 눈물이 비 오듯이 쏟아진다.
그 분들의 선한 마음, 이웃의 고난을 외면하지 않는 마음, 자기 삶도 넉넉하지 않으면서 나누고 섬기는 그들의 마음이 주님의 마음이요, 하나님의 마음이기에 그들 앞에서 옷자락을 여미게 된다. 그들의 마음과 생각이 하나님의 훈련과 사랑과 동행 속에서 빚어진 것임을 알기에 하나님의 일하심을 찬양하며 찬미하게 된다. 하나님의 기적 앞에서 전율하게 된다.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하며 청소부로 일하시는 분이 천만 원을 기증하였을 때 나는 머리가 띵하고 돌았다. 전혀 모르는 분이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하며 이천만 원을 사랑의 쌀 나눔에 쓰라고 보내왔을 때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친구가 어려운 중에도 은혜로 살았다며 천만 원을 필요한 곳에 쓰라고 보내왔을 때 나는 성령님의 역사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기도하다가 감동을 받아서 몇 백만 원의 큰돈을 보내주시는 분들, 이래도 힘들고 저래도 힘드니 나누면서 살겠다며 보내주시는 분들, 내가 애쓰는 것이 안타까워서 협력하시는 분들, 해외여행을 가려고 열심히 모은 목돈을 쾌척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나의 눈물샘이 마를 수가 없었다.
많던지 적던지 모든 후원금은 은혜로 왔고 은혜로 인도 미조람주의 싸이하 일대의 난민캠프에로 보내졌다. 그리고 거의 매번 700여 명의 사람들에게 한 달 양식과 차와 기름, 설탕으로 바뀌어서 전달이 되었다.
할렐루야!
금번 50번째 기적을 통해서 달링마을의 150가정과 1달분의 쌀을 나누었다.
달링마을은 인도 미조람 국경에서 가까운 미얀마 마을인데 그곳은 워낙에 오지이기 때문에 주민들은 인도로 피난을 떠나지 않았다.
원래 50회 사랑의 쌀을 시아타 난민캠프, 차케이 난민캠프, 시아시 난민 캠프에 전달하기로 하였는데 달링마을에서 숨 가쁘게 도움을 요청해서 50회 사랑의 쌀이 방향을 틀어서 달링마을로 가게 된 것이다. 달링마을이 숨 가쁘게 도움을 요청한 것은 미얀마 군부군들과 친시민군 사이에 전투가 벌어져서 폭격을 당한 라이렌피마을 사람들이 달링마을로 모여 들었기 때문이었다. 88세대의 원주민들이 외부에서 온 난민 62세대의 식량을 감당할 수가 없게 되는 식량 비상사태가 발생하자 그들은 나의 미얀마 협력자인 사무엘에게 SOS를 보냈고 그는 나에게 달링마을로 가는 것을 이해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던 것이다.
사무엘은 50회 사랑의 쌀 나눔을 24일에 끝내고 작성한 보고서에서 몇 가지 사실을 덧붙였다. 아래는 그가 참고로 써보낸 글을 정리한 것이다.
선생님!
저는 인도 쪽 국경마을인 차피마을 까지는 왔지만 보안문제로 달링마을에 가지 못하였습니다. 인도군의 허가를 받은 뒤 차피마을에 머물러 있으면서 돌아오는 차량을 기다렸습니다. 비상식량 배분은 달링마을 교회의 목사인 베이카이 목사님께 다 위임하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기다리는 동안 차피마을에 살았던 제 친구의 장례식에 참석하였습니다.
제가 볼 때 앞으로 달링 마을의 난민 62세대와 달링마을의 원주민 88세대는 외부로부터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면 심각한 기아에 직면할 것입니다.
선생님!
달링마을에서 26km 떨어진 라이렌피마을에서 미얀마 정부군과 친시민군 사이에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라이렌피마을의 민간인 약 7,000여 명이 달링마을을 포함한 숲과 산, 인근마을로 피난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에 10가족이 달링마을에 도착하였습니다.
라이렌피마을에서 계속되고 있는 전투로 말미암아 대규모 군중집회가 금지되었습니다. 따라서 양식의 절반은 오늘 배분되고 나머지 절반은 내일 난민들에게 전달 될 것입니다.
선생님!
친주 여기저기서 전투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전투를 끝낼 힘이 없습니다. 정부군은 제트기를 이용해서 마을에 폭탄을 투하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완전히 손을 들고 항복할 때까지 우리 친족의 영토를 초토화시킬 것입니다. 우리 시민군들은 이미 생명을 걸고 저항을 시작하였기 때문에 명예로운 죽음을 선택할지언정 항복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민간인들은 고향으로 돌아가 옛날처럼 평화롭게 살고 싶을 뿐입니다.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하나님께서 선생님과 한국교회를 넘치도록 축복하시고 저희 일꾼들이 성탄절 전에 난민들에게 최대한으로 많은 양식을 전하여서 우리 난민들이 평화롭고 기쁜 마음으로 즐거운 성탄절을 맞이하게 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나의 기도는 성탄절 전에 내전이 끝나고 모든 난민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고향에서 온 가족이 한 상에 둘러 앉아 함께 눈물로 밥을 먹는 것이다.
그리고 모두가 교회에 모여서 내전의 종료를 감사하며 평화의 예배를 드리는 것이다.
아니면 최선을 다해서 많은 긴급구호를 할 수 있도록 많은 책을 팔아서 많은 송금을 하는 것이다.
성탄절 하루만이라도 난민들이 아기 예수 탄생을 기뻐하며 즐겁게 지내길 두손 모아 빈다.
2023년 11월 26일 인시
우담초라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