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대한 인간들의 참된 감각은 나중에야 형성된다.
한 나라도 그렇지만
한 개인의 삶도 지나고 나면 어느 것 하나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역사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한 순간 순간을 허투루 살 수가 없다.
특히 말과 글이 그렇다.
무심코 내뱉은 한 마디 말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와 발목을 잡기도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쓴 한 편의 글이
지워지지 않고 씻을 수 없는 화인이 되어 인생을 결정짓기도 한다.
그만큼 인간들은 역사 앞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역사의 실체를 인식하고 깨닫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역사에 대한 인간들의 참된 감각은 나중에야 형성됩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시간들의 강력한 인상에 의해서라기보다는
과거에 일어난 일들을 차분히 회상하는 가운데 말입니다.
가까운 미래의 사건들은 멀리 떨어져 있는 사건들과 아주 엉성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요.
그렇지만 이 사건들은 멀리 동떨어진 사건들과 놀라우리만치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일련의 사건들의 흐름을 개관할 수 있을 때,
또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때, 나아가서 엉뚱한 망상으로 사건들의 참된 질서를 흐트러 놓지 않을 때,
우리는 비로소 과거의 것과 미래의 것 사이의 감추어진 관계를 파악할 수 있으며, 희망과 회상을 기조로 하여 역사를 재구성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낭만주의 시인으로 젊은 나이로 요절한
노발리스의 <푸른 꽃>에 실린 글이다.
역사를 알기도 전에 어설픈 감각에 눈뜨고
사람들의 찬사에 눈이 멀었던 작가가 도스토예프스키였다.
그는 거만했고, 겁이 없었으며 스스로가 얼마나 대단한 인간인지를 너무 일찍
알았던 것이다.
그 대가는 너무도 가혹했다. 하지만 그는 모든 것을 시인하고
거부할 수 없는 운명으로 알고 받아들였다.
그는 시대를 뛰어넘는 작가로 거듭난 것이다.
역사는 우리가 부정하건 긍정하건 간에 촘촘히 짜여있는 그물코와 같이 얼키고 설켜 있다.
"지나간 모든 과거를 마음속에 떠올릴 줄 아는 사람만이 역사의 간단한 규칙을 발견할 수 있지요.
우리는 보통 불완전하고 번거로운 법칙만을 이끌어낼 뿐이다.
우리의 짧은 인생을 환히 밝힐 빛을 던져줄 수 있는 유용한 규정을 우리 스스로를 위해 발견할 수 있을 때 ,
우리는 기쁨을 느낄 수 있지요.
감히 말하자면 인생의 여러 가지 운명들을 하나씩 세심하게 살펴보는 것은
우리에게 깊고 한없는 즐거움을 주며,
우리의 모든 생각 중에서 이렇게 운명을 성찰하는 것만이
무엇보다 우리로 하여금 인생의 불행을 넘어서게 해줍니다.“
노발리스의 <푸른 꽃> 117페이지에 실린 문장이다.
하루 하루 살아가면서
스스로를 성찰하고 숙고하는 것만이
삶의 노정에서 우리들에게 부여된 삶을 잘사는 길이라 믿는다.
그러면서도 가끔씩 흔들리고 흔들립니다.
내가 걸어가는 길이 과연 맞는가? 하고
2024년 7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