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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일 아침 나절 대부분을 피로한 육체를 쉬게 하고, 여행으로 먼지투성이가 되고 구겨진 옷을 다시 정리하는 데 보냈다. 빗물이 가득 찬 게쎄마니의 커다란 빗물받이 웅덩이와 요사이 내린 비로 물이 불어서 거품을 내며 돌 위로 기분좋은 소리를 내며 흘러가는 키드론 개울에는 물이 하도 많아서 정말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순례자들은 차가운 것을 견디며 하나씩 물속에 몸을 담근다. 그리고 발 끝에서 머리 끝까지 새로 옷을 입고, 급류의 물보라로 머리카락이 아직 착 달라붙은 채 빗물받이 웅덩이에서 물을 떠서 옷을 빛깔에 따라 분류해서 담아놓은 대야들에 붓는다.
“오! 잘한다!”
하고 베드로가 만족해서 말한다.
“여기 이렇게 하면 옷들이 물에 잠겨서 마리아가(아마 게쎄마니에서 사는 여자라고 생각된다.)
빠는 데 힘이 덜 들거야.”
“얘야 너 혼자서는 옷을 갈아입지 못한다. 그렇지만 내일은 …”
과연 어린 아이는 그의 작은 배낭에서 – 어떻게나 작은지 인형이라도 넉넉히 멜 수 있을 만한 배낭이다. – 꺼낸 깨끗한 작은 옷을 입었다. 그러나 그 작은 옷은 다른 옷보다도 빛깔이 더 바래고 더 찢어졌다. 그래서 베드로는 어린 아이를 걱정스럽게 바라다보며 중얼거린다.
“저 애를 시내에 데려가려면 어떻게 한다?
내 겉옷을 반으로 접으면 어떻게 되겠지.
겉옷으로는 … 저 애 몸 전체가 가려질 테니까.”
온정이 넘치는 이 혼잣말을 들으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지금은 저 애를 쉬게 하는 것이 낫다. 오늘 저녁에 우리가 베다니아로 갈 테니까 ….”
“그렇지만 저는 저 애에게 옷을 한 벌 사 주고 싶습니다. 제가 약속을 했거든요 ….”
“물론 사야지. 그러나 어머니의 의견을 묻는 것이 더 낫다. 알겠니? …
여자들은 … 물건 사는 데는 우리들보다 더 재능이 있고 …
또 어머니는 어린이를 보살피는 것을 기뻐하실 것이다 …. 너희들이 같이 가려므나!”
성모님과 함께 물건을 사러 간다는 생각에 사도는 더할 수 없이 기뻐한다. 예수께서 당신 생각을 전부 말씀하시는 것인지 일부분은 혼자만 생각하고 계신지 모르겠다. 즉 어머니는 더 세련된 취미를 가지고 계셔서 어울리지 않는 잡다한 빛깔의 야한 옷을 피하실 수 있다고 말씀하실 수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는 베드로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을 피하시면서 목적을 달성하신다. 그들은 4월의 이 맑은 날에 몹시도 아름다운 올리브밭에 흩어진다. 나뭇잎들이 어떻게나 햇빛에 반짝이고 올리브나무 밑에 작은 꽃이 어떻게나 많은지 지난 며칠 동안의 비가 올리브나무에 은칠을 하고 꽃들을 뿌려놓은 것 같다.
새들이 노래하며 사방으로 날아다닌다. 시가지는 저기 게쎄마니 서쪽에 펼쳐진다. 시내에 군중이 붐비는 것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물고기 성문과 동쪽에 있는 이름을 알 수 없는 다른 성문들 쪽으로 가는 여행자의 무리들이 보인다. 그런 다음 시내가 굶주린 배처럼 그들을 집어삼킨다.
예수께서는 요한과 가장 젊은 제자들과 즐겁게 놀고 있는 야베를 살펴보시며 거닐으신다. 가리옷 사람까지도 어제의 원한이 가시자 명랑해져서 논다. 나이 많은 제자들은 그들을 바라다보며 빙그레 웃고 있다.
“선생님의 어머니께서 저 애를 보시고 뭐라고 하실까요?”
하고 바르톨로메오가 묻는다.
“나는 ‘몹시 허약하구나.’ 하고 말씀하실 거 같아.”
하고 토마가 말한다.
“천만에! ‘아이구 가엾어라!’ 하고 말씀하실 거야.”
하고 베드로가 대답한다.
“오히려 자네보고 ‘자네가 이 애를 사랑하니 기쁘네.’ 하고 말씀하실 걸세.”
하고 필립보가 반박한다.
“어머니께서는 이 일을 꿈에도 생각하지 않으셨을 거야.
하지만 나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리라고 생각해. 얘를 꼭 껴안으실 거야.”
하고 열성당원이 말한다.
“그럼 선생님은 어머니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리라고 생각하십니까?”
“너희들이 말한 대로 하실 것이다.
그러나 모두 똑같은 많은 것을 생각하시고 마음 속으로 말씀하시며,
입맞춤 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실 것이다.
‘축복을 받거라!’ 그러면서 이 애가 둥지에서 떨어진 새인 것처럼 보살펴 주실 것이다.
들어들 보아라.
어느 날 어머니께서는 아주 어리셨을 때 있었던 사실을 이야기해 주셨다.
어머니는 아직 성전에 가 계시지 않았으니까 아직 세 살이 되지 않았었다.
그런데 어머니의 마음은 마치 압착기에 눌려 으깨지고 짜지는 꽃과 올리브처럼
그 모든 기름과 모든 향기를 바치면서 사랑으로 부서졌다.
열광하는 사랑으로 어머니는 엄마에게 구세주의 마음에 더 들기 위해 동정녀가 되기를 원한다고,
그러나 구원을 받을 수 있게 죄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엄마가 어머니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또 ‘순결’함과 동시에 ‘죄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말해 주지 못하기 때문에 거의 울다시피하셨다.
아버지가 샘가에서 위험하게 되어 있던 어린 참새를 구한 것을
어머니에게 갖다 주어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셨다.
아버지는 하느님께서 어머니를 미리 구원하셨다는 것과,
그 이유로 어머니는 하느님을 두 번 찬미해야 한다고 설명하시면서 어린 새의 비유를 말해 주셨다.
그래서 하느님의 작은 동정녀, 지극히 위대한 동정녀 마리아는
그 새 새끼에 대해서 최초의 모성다운 감정을 쏟으셨고,
그 새가 날 수 있게 되었을 때 놓아 주셨다.
그러나 그 참새는 나자렛의 정원을 절대 떠나지 않고,
마리아가 성전으로 떠난 다음
안나와 요아킴의 쓸쓸한 집과 쓸쓸한 마음을 날아다니는 것과 짹짹거림으로 위로했다.
그 참새는 안나가 마지막 숨을 거두기 조금 전에 죽었다. …
제 사명을 다한 것이었다. …
내 어머니는 사랑으로 동정에 몸을 바치셨었다.
그러나 완전한 인간이셨으므로 어머니는 피와 정신 속에 모성을 가지고 계셨다.
그것은 여자란 어머니가 되기로 되어 있고,
여자가 이차적인 힘을 가진 사랑인 이 감정에 무감각하다는 것은 착오이기 때문이다 ….”
다른 제자들도 아주 조용히 가까이 왔다.
“선생님, 이차적인 힘을 가진 사랑에 대해서 말씀하신 것은 무슨 뜻입니까?”
하고 유다 타대오가 묻는다.
“여러 가지 힘을 가진 여러 가지 사랑이 있다.
일차적인 힘을 가진 사랑이 있다. 그것은 하느님께 드리는 사랑이다.
그리고 이차적인 힘을 가진 사랑이 있다. 모성애나 부성애가 그것이다.
그것은 첫째 사랑은 전적으로 영적인 것인데,
둘째 사랑은 두 몫은 영적인 것이고 한 몫만은 육체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이 사랑에는 물론 인간적인 사랑의 감정이 섞이지마는
그래도 더 높은 사랑이 우세하다.
사실 건전하고 거룩한 부모가 되는 아버지 어머니는
그들의 자식의 육체에만 양식과 애무를 주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그의 영혼과 정신에도 양식과 사랑을 준다.
그런데 내 말이 틀림없이 사실이라는 것은
그저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만 몸바치는 사람도
끝내는 어린이들을 자기 자신의 혈육처럼 사랑하게 되는 것으로 알 수 있다.”
“사실 저는 제 생도들을 많이 사랑했습니다.”
하고 엔도르의 요한이 말한다.
“나는 네가 야베에 대해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보고 착한 선생일 것이라고 알아차렸다.”
엔도르의 사람은 몸을 숙이고 말없이 예수의 손에 입맞춤한다.
“사랑에 대한 선생님의 분류를 계속해 주십시오, 제발.”
하고 열성당원이 청한다.
“아내에 대한 사랑이 있다. 이것은 삼차적인 힘을 가진 사랑이다.
그것은 이 사랑이 – 나는 건전하고 거룩한 사랑을 말하는 것이다. –
반은 정신으로 이루어지고 반은 육체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남자는 아내에 대해서 남편인 것 외에 주인이고 아버지이다.
또 아내는 남편에 대해서 아내인 것 외에 천사이고 어머니이다.
이것이 가장 고상한 세 가지 사랑이다.”
“그럼 이웃에 대한 사랑은요?”
선생님 생각이 틀린 것 아닙니까? 그렇지 않으면 잊어버리셨든가요?”
하고 가리옷 사람이 묻는다. 다른 제자들은 놀라서 그리고 …
그의 비판에 기분이 상해서 그를 바라다본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침착하게 대답하신다.
“아니다, 유다야. 그러나 자세히 생각해 보아라.
하느님은 하느님이시기 때문에 우리가 사랑한다.
그리고 이 사랑을 장려하기 위하여는 아무 설명도 필요치 않다.
하느님은 존재하시는 분,
즉 전부이시고,
사람은 아무 것도 아닌데,
영원하신 분이 그에게 부어 주신 영혼으로 전부의 일부분이 된다.
영혼이 없으면 사람은 땅에서나 물 속에서나 공중에서 사는
짐승들 중의 하나일 것이다.
사람은 의무적으로
그리고 전부 안에 살아남는 자격을 얻기 위하여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즉 하늘에서 하느님의 거룩한 백성의 한 사람,
영원히 모독과 파괴를 겪지 않을 예루살렘의 시민이 되는
자격을 얻기 위하여 하느님을 사랑해야 하는 것이다.
자녀에 대한 사람의 사랑,
특히 여자의 사랑은 계명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하느님께서 아득한 옛날의 여섯째 날,
창조하실 때의 여섯째 날에 ‘좋은 일’을 하셨다는 것을 보시고 아담과 하와에게 축복하신 다음
그들에게 말씀하신 가운데 ‘자라고 퍼져서 땅을 채워라 …’ 고 말씀하셨다.
나는 네가 표현은 하지 않는 이의(異義)를 본다.
그래서 즉시 이렇게 대답한다.
피조물계에서는 범죄 전에는
모든 것이 사랑으로 조절되고 사랑에 근거를 두었었다.
자녀가 그렇게 불어나는 것은 거룩하고 깨끗하고 힘있고 완전한 사랑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그 증가를 ‘자라고 퍼져라.’ 하는 첫째 계명으로 주셨던 것이다.
따라서 나 다음으로는 너희들의 자녀를 사랑하여라.
지금 있은 것과 같은 사랑, 지금 아이들을 낳는 사랑은 그 때에는 없었다.
악의가 없었고, 악의와 더불어 고약한 관능의 욕구가 없었다.
남자는 여자를, 여자는 남자를 자연적으로 사랑하였다.
우리가 이해하는 것과 같은, 아니 그보다도
너희들 사람이 이해하는 것과 같은 자연에 따른 자연적으로가 아니라
하느님의 아들의 성질에 따라서, 즉 초자연적으로 사랑하였다.
오직 한 아버지에게서 태어났기 때문에 형제이면서도 부부이며
그들의 사랑으로 서로를 요람에 있는 쌍둥이와 같은 순결한 눈으로 바라보는 두 사람 사이에는
기분 좋은 최초의 사랑의 날들이었다.
그리고 남자는 아버지에 대하여 아들이 그런 것과 같이
‘내 뼈에서 나온 뼈, 내 살에서 나온 살’인 아내에 대하여 아버지와 같은 사랑을 느꼈다.
그리고 여자는 딸이라는 기쁨, 즉 지극히 고상한 사랑의 보호를 받는다는 기쁨을 맛보는 것이었다.
그것은 에덴의 아름다운 풀밭에서
순결하게 천사와 같은 열정으로 자기를 사랑하는 멋진 남자의 무엇인가를
자기 안에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하느님께서
당신의 지극히 사랑하시는 어린 자녀들에게 미소를 지으시며 주신 계명의 질서 안에는
다만 하느님의 지능보다만 떨어지는 지능의 은총을 부여 받은 아담 자신이
‘그러므로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될 것이다.’
하는 하느님의 생각의 결정을 표현하는 질서가 나타난다.
아담은 생각과 말의 꽃이 피기 시작하는 그의 정신의 깨끗한 거울에
선명하게 반영되는 하느님의 생각의 이 명령을
그의 아내에 대해서 또 아내를 통하여 모든 여자에 대해 말하면서 표현한 것이다.
내가 방금 말한 세 가지 사랑의 세 기둥이 없었더라면
이웃에 대한 사랑이 존재할 수 있었겠느냐? 그렇지 않다,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느님께 대한 사랑은 우리에게 하느님을 주고 사랑을 가르친다.
선하신 하느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결점들을 가지고 있는 이웃들을 틀림없이 사랑할 수 없다.
만일 세상에 부부의 사랑이 없고 부성(父性)이 없었더라면
이웃이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웃이란 사람들의 자녀 총체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제 분명히 알았느냐?”
“예, 선생님. 저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었습니다.”
“사실 근원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제는 사람이 수백년, 수천 년째 진흙 속에 깊이 빠져 있는데,
이 근원은 저 높은 꼭대기에 있다. 게다가
첫째 근원은 까마득한 높이 즉 하느님에게서 오는 근원이다. …
그러나 내가 너희들의 손을 잡고 근원에 데려간다.
나는 그 근원이 어디 있는지 안다 ….”
“그럼 다른 사랑들은요?”
하고 열성당원 시몬과 엔도르의 요한이 동시에 묻는다.
“둘째 부류에서 첫째가 되는 사랑은 이웃 사랑이다.
그러나 사실에 있어서 강력함으로 넷째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지식에 대한 사랑이 오고,
그 다음에는 일에 대한 사랑이 온다.”
“그럼 그것이 전부입니까?”
“이것이 전부다.”
“그렇지만 다른 사랑이 많이 있습니다!”
하고 가리옷의 유다가 외친다.
“아니다, 다른 갈망들이 있다.
그러나 그것들은 사랑이 아니다.
그것은 ‘사랑의 부재’이다.
그 갈망들은 하느님을 부인하고 사람을 부인한다.
이 이유로 그 갈망들은 사랑일 수가 없다.
그것들은 부정(不定)인데, 부정은 미움이기 때문이다.”
“만일 제가 악에 동의하기를 거부하면, 그것도 미움입니까?”
하고 가리옷의 유다가 또 묻는다.
“우리 신세가 불쌍하구먼!
아니 자넨 율법학자보다도 더 궤변을 부리는구먼!
자네 어떻게 된 건가?
유다의 차가운 공기가 경련을 일으키듯 자네 신경을 흥분시키는 건가?”
하고 베드로가 외친다.
“아니야. 나는 배우기를 좋아하고 분명한 개념을 많이 가지기를 좋아해.
여기서는 마침 율법학자들과 말하기가 쉬운데,
논거가 부족해서 쩔쩔 매고 싶지는 않단 말이야.”
“그래 자네는 그 넝마들을 전부 집어 넣어둔 배낭에서
사람들이 요구하는 빛깔의 실 부스러기를
적당한 때에 꺼내놓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하고 베드로가 묻는다.
“넝마라구, 선생님의 말씀을? 자넨 하느님을 모독하는 말을 하는구먼!”
“분개하는 체하지 말아. 선생님의 입에서 나올 때는 넝마가 아니지.
그렇지만 우리가 선생님의 말씀을 왜곡하고 나면 넝마가 된단 말이야. …
올이 가는 값진 아마포를 어린 아이 손에 쥐어 주어 보게. …
얼마 안 가서 더럽고 찢어진 넝마가 되고 마네.
우리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야. …
이제는, 넝마에 지나지 않고, 그것도 더러운 넝마에 지나지 않는
자네에게 필요한 그 넝마를 적당한 때에 찾아내기를 바란다면 …
흠! 자네가 그걸 가지고 어떻게 하겠는지 할지 못하겠네.”
“그런 건 생각할 필요 없어. 그건 내 일이니까?”
“오! 나는 그 생각을 하지 않을 테니까 염려 말게!
내 생각도 다 주체를 못하는데, 또 그리고! …
나는 자네가 선생님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는 것으로 만족해.
왜냐하면 손해를 끼치는 경우에는 내가 자네 일도 생각할 테니까 ….”
“내가 잘못하거든 그렇게 하게. 그렇지만 그런 일은 없을 거야,
나는 빈틈없이 행동하니까. … 나는 무식쟁이가 아니란 말이야 ….”
“나는 무식쟁이야, 나도 그건 알아.
그렇지만 그걸 알기 때문에 나중에 적당한 시기에 내놓으려고 여축을 하지 않아.
나는 하느님께 나를 맡겨드리네.
그러면 하느님께서는 내가 가장 하찮으면서도 가장 충실한 종으로 섬기는
당신의 메시아에 대한 사랑으로 나를 도와주실 거야.”
“충실한 건 우리 모두가 다 충실해!”
하고 유다가 건방지게 대꾸한다.
“아이고! 고약해요!”
하고 야베가 조심스럽게 지키고 있던 침묵을 깨뜨리고 엄하게 말한다.
“왜 제 아버지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세요.
아버지는 나이가 많고 착하신데, 아저씨는 그러면 안 돼요.
아저씨는 심술궂은 사람 이에요. 저는 아저씨가 무서워요.”
“두 대 맞았구먼!”
하고 제베대오의 야고보가 안드레아를 팔꿈치로 쿡 찌르면서 가만히 말한다.
그는 조그맣게 말하였다. 그러나 가리옷 사람이 들었다.
“보세요, 선생님,
막달라의 요 바보 같은 녀석이 말한 것이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하고 유다는 분으로 얼굴이 새빨개져서 말한다.
“아니, 성 잘 내는 어린 염소들같이 되지 말고
선생님의 가르치심을 계속 듣는 것이 더 낫지 않겠어?”
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토마가 묻는다.
“그렇구말구.”
하고 마태오가 외친다.
“선생님, 어머니 말씀을 더해 주십시오.
어머니의 어린 시절은 대단히 빛납니다!
그 광택이 마음을 순결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불쌍한 죄인인 저는 그것이 몹시 필요합니다!”
“무엇을 말해야 하겠느냐? 일화가 아주 많은데,
모두가 하나같이 기분좋은 것들이니 …”
“어머니께서 말씀해 주셨습니까?”
“몇 가지는 . 그러나 요셉이 훨씬 더 많이 이야기해 주셨다.
내가 어린 아이였을 적에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를 해준 것이 그 분이었다.
또 사라의 알패오도 이야기해 주었다.
알패오는 내 어머니보다 몇 살 위라, 어머니가 나자렛에 계신 몇 해 동안 친구였었다.”
“아이고! 이야기해 주세요 ….”
하고 요한이 조른다. 제자들은 모두 올리브나무 그늘에 빙 둘러 앉아 있고, 한 가운데에는 마치 천국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예수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다.
“어머니가 성전에 들어가시기 며칠 전에
그의 어린 친구와 다른 많은 사람에게 준 순결에 대한 교훈을 말해 주마.
그 날 사라의 친척인 나자렛의 어떤 처녀가 결혼을 했었다.
요아킴과 안나도 혼인잔치에 초대를 받았었다.
그분들과 같이 어린 마리아도 있었는데,
다른 어린 아이들과 같이 신부가 걸어가는 길에 꽃잎들을 던지는 일을 맡았었다.
어머니는 어렸을 때 매우 아름다워서 신부의 즐거운 입장이 있은 다음
모든 사람이 서로 빼앗아 가려고 다투었다고 한다.
마리아는 언제나 ‘자기의 약혼’ 동굴이라고 부르는 작은 동굴을
다른 곳보다도 좋아하면서 집에서 지내는 때가 많았기 때문에 보기가 매우 어려웠었다.
그래서 금발이고 볼그레하고 귀여운 마리아를 사람들이 보면 귀찮을 정도로 쓰다듬어 주었다.
사람들은 마리아를
‘나자렛의 꽃’이니 ‘갈릴래아의 진주’니 하고 부르기도 했고,
마리아가 갓난 아기의 첫번 울음을 울 때에
갑자가 나타났던 커다란 무지개를 기억하고 ‘하느님의 평화’라고도 불렀다.
어머니는 사실 이 모든 것이셨고, 지금도 역시 그러시며, 한층 더 그러하시다.
하늘과 우주의 꽃이시고,
천국의 진주이시며
하느님의 평화이시다. …
그렇다, 평화이시다.
나는 아버지의 아들이고 마리아의 아들이기 때문에 평화를 사랑하며,
무한한 평화, 감미로운 평화이다.
그날 모든 사람이 마리아에게 입맞춤을 하고 무릎에 올려놓고 싶어했다.
그런데 마리아는 입맞춤의 접촉을 피하면서 귀여우면서도 진중하게 이렇게 말했다.
‘제발 나를 다치지 마셔요.’ 하고.
사람들은 허리에 파란 띠를 맨 그의 아마포 옷과 가는 손목과 목 …
또는 굽슬굽슬한 머리를 제 자리에 있게 하려고
안나가 씌어준 파란 꽃으로 만든 작은 꽃줄에 대해서 말하는 줄로 생각했었다.
그래서 그의 옷도 꽃줄도 구기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그러나 세 살 먹은 어린 여자인 마리아는
어른들이 빙 둘러 서 있는 가운데에서 진지한 태도로 이렇게 말했다.
‘나는 고칠 수 있는 거 가지고 말하는 거 아니예요.
내 영혼에 대해서 말하는 거지요.
내 영혼은 하느님의 것이니까 하느님께만 만지게 할래요.’
그래서 사람들이 ‘그렇지만 우리는 네게 입맞춤하는 것이지
네 영혼에 입맞춤하는 것이 아니다.’ 하고 반박하면, 이렇게 말했다.
‘내 몸은 내 영혼의 성전이고,
이 성전의 사제는 성령이예요.
백성은 사제들의 구역 안에는 들어가지 못해요.
제발 하느님의 구역 안에 들어오지 마셔요.’
마리아보다 여덟 살 위이고 마리아를 대단히 좋아하던 알패오는 이 대답에 충격을 받았다.
이튿날 마리아가 그의 작은 동굴 곁에서 꽃을 따는 데 골몰하고 있는 것을 보고
‘마리아야, 네가 크면 내게 시집올래?’ 하고 물었다.
알패오에게는 그가 참석했던 혼인잔치의 흥분이 아직 남아 있었다.
그랬더니 마리아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너를 많이 좋아한다. 그렇지만 너를 남자로 보지 않는다.
비밀 하나를 말해주마.
나는 사람들의 영혼만 봐.
나는 영혼을 진심으로 많이 사랑한다.
그렇지만 하느님 말고는 아무도 나를 바칠 수 있을 <정말 살아 있는 분>으로 보지 않는다.’
이것이 한 가지 일화다.”
“‘정말 살아 있는 분'이다!!! 아니 이것이 심오한 말이라는 것을 아십니까?”
하고 바르톨로메오가 외친다. 그러니까 예수께서는 겸손되이 그리고 미소를 지으시며
“마리아는 지혜의 어머니였다.”
하고 말씀하신다.
“마리아가 그랬습니까? … 그렇지만 세 살 밖에 안 되었었는데요?”
“마리아는 지혜의 어머니였다. 나는 벌써 마리아 안에서 살고 있었다.
나는 마리아가 잉태되자마자 오직 한 분이고 지극히 완전한 삼위인 하느님으로 그의 안에 있었다.”
“그렇지만, 죄있는 제가 감히 말하는 것을 용서하십시오.
그렇지만 요아킴과 안나가 마리아가 선택된 동정녀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까?”
“알지 못했었다.”
“그러면 어떻게 요아킴이 하느님께서 마리아를 미리 구원하셨다고 말할 수 있었습니까?
그것이 원죄에 대한 마리아의 특은을 암시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것은 하나의 암시이다.
그러나 요아킴은 모든 예언자가 그런 것과 같이 하느님의 입으로 말하는 것이었다.
요아킴은 이러한 아버지가 될 자격이 있을 만큼 의인이었고 또 겸손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성령께서 그의 입술에 놓아주신 초자연적인 숭고한 진리를 그도 깨닫지 못했다.
과연 교만이 있는 곳에는 의덕이 없다.
그러나 요아킴은 의인이고 겸손한 사람이었다.
요아킴은 그의 부성애로 딸을 위로하였다.
그는 사제의 지식으로 딸을 가르쳤다.
그는 하느님의 계약의 궤의 보호자로서 사제와 같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요아킴은 대사제와 같이 ‘티없는 여자’라는 가장 기분 좋은 칭호로 딸을 봉헌하였다.
백발의 다른 대사제가 세상 사람들에게
‘마리아는 원죄 없이 잉태되신 분’이라고 말하고
이 진리를 의심할 점이 없는 교리로 믿는 이들의 세계에 주어서,
이단과 악습의 흐린 회색 풍경 속으로 점점 더 깊이 빠져 들어가는 그 때 세상에
별로 장식된 왕관을 쓰고 자기보다는 덜 깨끗한 달빛에 둘러싸이고
천체들에 의지한 하느님의 지극히 아름다운 여인이 아주 환히 드러나 찬란히 빛나게 할 날이 올 것이다.
마리아는 창조된 이와 창조되지 않은 이의 여왕이다.
그것은 하느님이요 왕인 분이
당신 나라의 여왕으로 마리아를 모셨기 때문이다.”
“그러면 요아킴은 예언자였습니까?”
“의인이었다.
그의 영혼이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그의 영혼에
하느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메아리처럼 받아 되풀이하는 것이었다.”
“주님, 그 어머니를 언제 보게 됩니까?”
하고 야베가 갈망하는 눈으로 말한다.
“오늘 저녁에. 어머니를 보면 무슨 말을 하겠니?”
“‘구세주의 어머니, 인사드립니다.’ 하고 말하겠습니다. 그러면 되나요?”
“아주 좋다.”
예수께서는 그를 쓰다듬으시며 인정하신다.
“그렇지만 우리가 오늘 성전에 가야 하지 않습니까?”
하고 필립보가 묻는다.
“베다니아로 떠나기 전에 간다. 그리고 너는 여기 조용히 남아 있는 거지?”
“예, 주님.”
올리브밭의 관리인인 요나의 아내가 가만히 다가와서 말한다.
“왜 아이는 안 데려가십니까? 아이가 그걸 바라는데요 ….”
예수께서는 말없이 집요하게 그 여자를 똑바로 들여다보신다. 여자는 알아듣고 말한다.
“알겠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또 마르코의 작은 겉옷이 있어야 합니다. 그걸 가지러 가겠습니다.”
그러면서 뛰어서 간다.
야베는 요한의 소매를 잡아끈다.
“선생님들이 엄할까요?”
“아! 아니다. 걱정 마라. 그리고 또 오늘도 아니다.
어머니와 같이 있으면 며칠 후에는 네가 어떤 박사보다도 더 지혜롭게 될 것이다.”
하고 요한이 그의 용기를 돋구어 주느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야베의 걱정에 미소를 짓는다.
“그런데 누가 아버지의 자격으로 이 애를 내놓지?”
하고 마태오가 묻는다.
“그건 당연히 나지! 선생님이 데리고 가기를 원치 … 않으신다면 말이야.”
하고 베드로가 말한다.
“아니다, 시몬아. 나는 그 일을 하지 않겠다. 그 영광을 네게 넘겨 준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그러나 … 선생님도 가시는 거지요?”
“물론. 우리가 다 간다. ‘우리의’ 아이니까 ….”
요나의 마리아가 아직 입을 만한 짙은 자주색 겉옷을 가지고 돌아온다. 그러나 그 빛깔이라니! 그 여자 자신도 이렇게 말한다.
“마르코는 빛깔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이걸 입으려고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구말구! 끔찍하다! 윤기없고 거무죽죽한 빛깔을 한 가엾은 야베는 그 자주빛 옷을 입으니 물에 빠져 죽은 사람 같다. 그러나 그는 자기 자신을 보지 못한다. … 그래서 어른 같은 옷차림을 할 수 있는 그 겉옷을 입고 기뻐한다 ….
“식사가 다 준비되었습니다, 선생님. 하녀가 어린 양을 벌써 쇠꼬챙이에서 뺐습니다.”
“그러면 가자.”
그래서 그들은 있던 자리에서 내려와 식사를 하려고 부엌으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