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주인이 바뀌기 직전인 08년 1월 6일, 너무 많은 사람들이 별 이유도 없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욕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아 ‘떠나는 대통령을 위한 변명’이란 글을 신문에 실었다. 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른 채 치솟고 계속해서 수출의 모든 기록을 경신하는 가운데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을 11위까지 끌어올린 대통령이 왜 실패한 대통령이냐며 그를 옹호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처럼 허망하게 그가 가고나니, ‘잃어버린 10년’을 운운하던 한나라당과 보수언론 등의 주장처럼 갑자기 그가 여러 면에서 실패한 대통령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의 균형발전을 위해 수도를 충청도로 옮기려한 것도 실패했고, 야당과 권력을 나눠야한다는 사명감으로부터 비롯된 연정 제의도 실패했으니 말이다. 그는 권력의 꼭대기에서부터 민초들까지 모두가 동등한 권한을 누리는 낭만적인 세상을 꿈꾸었다. 그리고 순진하게도 대통령이 되었으니, 자신의 힘으로 그런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의 최대 오판은 대한민국의 상층부를 구성하고 있는 기득권의 뿌리가 얼마나 깊고 무자비한지를 간과한 것이다. 일제에 아부하며 힘을 키운 그들은 반민특위의 칼날을 교묘히 피하며 오히려 그 힘을 더욱 키웠고, 군사정권의 주구로 도저히 무너질 수 없는 아성을 구축했다. 이런 그들과 그들의 자녀들은 가난한 시골뜨기로 겨우 상고 나부랭이를 졸업한 노무현을 애초부터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좌초된 수도 이전의 꿈은 경상도와 전라도, 충청도의 무한하며 균등한 발전 가능성을 박탈했고, 연정 제의는 독재자의 딸로부터 ‘참 나쁜 대통령’이란 욕설을 듣는 사악한 의도로 내동댕이쳐졌다.참여정부 시절 모든 경제지표가 건국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대한민국 정치에 드리웠던 몹쓸 권위주의가 사라졌지만, 아무도 이런 노무현의 업적들을 인정하려들지 않았다. 정치 기득권과 결탁한 보수언론들에 의해 노무현의 업적들은 과실로 둔갑했고, 개혁의 의지는 ‘좌파의 준동’으로 홍보됐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한나라당에 대권을 안겨준 대다수 우매한 국민들은 이들에게 철저히 속았고, 농락당했다. 이라크에 파병하고 미국과 FTA를 체결한 대통령이 좌파라는 거짓말을 바보 같은 국민들은 그대로 믿어버렸다. 기득권자들은 노무현을 ‘우회전 깜빡이 켜고 좌회전하는 이상한 지도자’로 몰아세웠다. 아니다. 노무현은 국익을 위해 때론 좌측 깜빡이를, 그리고 때론 우측 깜빡이를 켜기도 했던, 결코 자신의 이데올로기에 함몰되지 않으려 애썼던 실용주의자였다. 파병과 FTA를 반대한 나는 느낀다. 그가 얼마나 고통스럽게 그런 결정들을 내렸을지 말이다. 그렇기에 그의 결정을 반대했지만, 존중했다. 나는 지난 해 1월 6일 신문 글에 “전임 대통령이 박수를 받으며 퇴장하는 전통이 대한민국에서도 생겨나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적었다. 그건 분명 바보 같은 글이었다. “전임 대통령이 정치적 보복으로부터 자유로운 문화가 생겨나길 간절히 소망한다.”라고 했어야 했다.노무현의 실패는 애초부터 이길 수 없는 대한민국 기득권과의 싸움에서 패했기 때문이다. 그 싸움은 노무현이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처음부터 그를 패자로 정해놓은 부도덕한 이벤트였다. 그들은 재임시절 하이에나 떼처럼 사사건건 노무현을 물어뜯었고, 잠시 공격을 멈추는듯하더니 그가 방심한 사이 미친 듯 달려들어 그의 숨통을 끊었다. 불쌍한 노무현은 한때 같은 편이었던 이들에게도 철저히 부정되고 농락당했다. 지역감정을 타파하자고 만든 열린우리당은 그의 낮은 지지율 때문에 대선승리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배반자들의 주도하에 폐기처분됐다. 지역기반을 허물자는 노무현의 의지로 출발한 열린우리당이 도대체 무얼 그리 잘못해서 그렇게도 빨리 부관참시 돼야만 했는지, 참으로 분하고 원통할 뿐이다. 그래. 노무현, 당신은 진짜 바보다. 정동영이 자신을 영원히 사랑하고 품어줄 전주에서 다시 금배지를 다는 것처럼, 당선 가능성이 높은 데를 찾아 출마하지 도대체 당신 개인이 얻을 게 무엇이라고, ‘DJ당’ 후보를 절대로 뽑아주지 않을 부산에서 그렇게 여러 차례 낙마의 고통을 견뎌내야만 했단 말인가. 물론 그런 숭고한 희생이 대한민국 망국병인 지역감정의 벽을 허물려는 뜻이었겠지만, 솔직히 그건 달걀로 바위를 치는 일이었다. 대구에 가서 장렬히 산화한, 당신 닮은 유시민 같은 이가 앞으로도 수십, 수백 명은 나와야 경상도는 무조건 한나라당을 뽑고, 전라도는 무조건 민주당을 뽑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한심한 주권활용의 행태가 바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당신 개인은 수없이 낙선의 고배를 마시며 실패의 길을 걸었지만, 장래 대한민국에서도 결국은 정의가 승리할 수 있다는 발판을 마련했던 것이다. 노무현은 모두에게 “원망하지 마라”는 말을 남겼지만, 나는 이 말을 따를 수 없다.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세력이 반성하지 않는데, 어찌 원망을 거둘 수 있으랴. 아니 오히려 원망을 넘어서 당신을 무너뜨린 그들을 향해 증오를 키우려 한다. 나는 개그 콘서트 박영진의 유행어를 감히 고인에게 말하려 한다.“그건 니 생각이고.”그는 또 유서에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라고 적었다. 아니다. 삶과 죽음은 결코 같지 않다. 삶은 태산처럼 무겁지만, 죽음은 깃털처럼 가볍다. 바보 노무현은 찢어지는 육체의 고통을 넘어 평화로운 제 세상으로 떠나갔지만, 그의 바보 같음을 안타까워하고 사랑했던 이들은 구차하게 살아남아 그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갇혀 무거운 삶의 무게를 감내해야만 한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며칠이 됐다고, 무자비한 저들 중 몇몇은 이미 “불온한 세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이용, 소요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공공연히 떠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말도 안 되는 구시대적, 공안적 시각이라고 욕하지만, 나는 이런 그들의 허무맹랑한 주장이 현실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국민들이 일어나서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도 구별 못하는 이 후안무치한 기득권 세력들에게 민초들의 무서움을 보여주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릴 용기가 없는 나로서는 혹시 겨우 애들 키우며 입에 풀칠이나 하며 사는 구차한 삶이 이 허접한 글로 인해 더 비참한 나락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두려울 뿐이다.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은 이런 공포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이다. 노무현이 그렇게도 소망했던 ‘사람 사는 세상’, 전직 대통령이 온갖 모욕을 다 당하고 투신으로 삶을 마감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세상 말이다. 그런 세상이 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를 찾아 막걸리 한 잔과 담배 한 개비를 올리리라. 그의 입장에서 변명했던 예전 글이 내 눈시울을 젖게 하기에 여기 올린다. posted by 이무영
[이무영의 왼손잡이 세상]떠나는 대통령을 위한 변명 얼마 안 있으면 청와대 주인이 바뀌니 떠나는 대통령을 위해 변명 좀 늘어놔야겠다. 권력이 시퍼렇게 살아 있을 때 역성을 든다면 비겁한 아부가 되겠으나, 이제 그가 떠나는 마당이니 흉 될 일도 아니다. 보수언론이 지난 대선을 노무현 정권에 대한 심판, 혹은 더 심하게 응징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가 뭘 그리 욕먹을 일을 많이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경제가 바닥이라고들 하는데, 대한민국 국가경쟁력은 전년에 비해 12계단 뛰어올라 세계 11위에 랭크됐고, 지난 5년간 수출의 호황과 주식시장의 안정세도 꾸준히 지속됐다. 올해부터 살아난 내수도 아직까지는 꽤나 탄탄한 기세다. 한편 보수주의자들은 끊임없이 좌파라고 공격했지만, 실상 대통령으로서 노무현은 지난 5년간 꾸준히 우파적인 행보를 보였다. 미국, 영국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군인을 이라크에 파병하고, 적극적으로 FTA를 지지하는 대통령이 어떻게 좌파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아마도 대한민국이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핵문제에 있어 미국이나 일본처럼 적대적 태도를 취하지 않은 점에 대해 비난하는 모양인데, 이는 간단히 옳고 그름을 판단키가 어려운 사안이다. 미국이나 일본에 북한은 동네 깡패일 뿐이지만, 우리에게는 깡패이긴 하나 내칠 수 없는 형제이다. 노무현의 참여정부는 북한을 언젠가는 다시 끌어안아야 할 형제로 생각하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대북지원을 해온 것이지, 이념적으로 좌파이기 때문은 아니다. 노무현 반대자들은 8·31 부동산대책과 기자실 통폐합 조치 등을 거론하며, 대통령이 편 가르기를 주도하며 국가를 분열시켰다고 하지만 이야말로 어불성설이다. 노무현은 단지 잘못된 관행에 맞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려 했을 뿐이다. 대한민국의 종합부동산세는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천국 미국에 비해 비율 면에서 아직도 터무니없이 낮다. 왜 가진 자들은 엄연히 내야 할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에 대해선 그렇게 불만이 많으면서, 지난 수십년간 부동산을 소유하며 쌓은 부에 대해선 감사함이나 미안한 마음이 전혀 없는지 모르겠다. 아니, 많이 가졌으면 당연히 세금을 더 많이 내는 게 자본주의 아닌가? 대한민국 자본주의 신봉자들의 주장은 참으로 해괴하기 그지없다. 기자실 통폐합 조치도 마찬가지다. 이는 기득권 언론이 지금까지 누려온 잘못된 관행을 폐하려는 것이었지 결코 언론탄압이 될 수 없다. 기사를 얻기 위해 발로 뛰라는 조치를 마치 국민의 알 권리를 묵살하려는 조치인 것처럼 오도하는 보수언론은 정말 각성해야 한다. 노무현이 모든 면에서 다 잘한 건 아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전임대통령들에 비해선 훌륭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치에 팽배했던 권위주의를 확실히 불식시켰고, 가족을 비롯한 측근들의 비리도 효율적으로 잘 봉쇄했다. 2월이면 청와대 주인이 바뀐다. 비록 노무현과는 정치적 노선이 다른 대통령이 새 주인이 됐지만, 우리가 사랑하는 이 나라가 그의 리더십으로 제2의 도약을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그리고 정치적 노선이 같든 다르든 지난 5년간 그래도 나름대로 이 나라를 위해 열심히 좌충우돌해온 노무현 대통령에게 수고했다는 의미로 박수를 보내주자. 전임대통령이 박수를 받으며 퇴장하는 전통이 대한민국에서도 생겨나길 간절히 소망한다.
<이무영-영화감독·대중음악 칼럼니스트> 2008년 01월 06일 |
출처: 꽃들에게 희망을.. 원문보기 글쓴이: 갯마을
첫댓글 곧바른 시각을 배워 갑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습니다.. 그분이 뿌려 놓으신 씨앗으로 인해..
말씀 너무 멋있네요
우리와 같은생각을 갖고계신분이네요
그래서 저는 죽어도 노무현님을 못잊는겁니다. 아~~~~~~ 노무현,
구구절절 다 맞는 말입니다 수구 꼴통들도 솔직히 알면서도 저 지랄?일껍니다 아~~~보고싶은 대한민국 유일한 대통령님
좋은 글인것같아 읽으려고 노력했지만 노란색 글은 읽기에 너 ㅁ힘듭니다 바탕색을 다른색으로 바뀌어 주세요 ..
노란색을 읽기 넘 힘들어요...ㅠㅠ
노란색은 읽기가 넘 힘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