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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립유치원 원장 연수
2018.6.25.(월) 09:40~강원유아교육진흥원(원장 허은주)에서 주최한 공사립유치원 원장 연수가 있었습니다.
"청렴한 세상! 강원유아교육의 미래를 엽니다" 주제로 청렴한 세상! 행복한 유치원! -사례를 통해 본 청탁금지법 올바른 이해(이지문/사단법인 한국청렴운동본부 이사장), 후성유전학·신경범죄학자들이 발견한 영유아기 뇌발달의 중요성과 인성교육(이원영/ 중앙대학교 유아교육과 명예교수), 강원교육정책의 이해(한길수/강원도교육청 정책보좌관)가 나눠졌습니다. 매우 유익한 연수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최근 정신과 의사 후성유전학자 신경 범죄학자 사회적 뇌연구자들이 영유아기 뇌 발달에 대해 연구한 결과 영유아기가 중요하다고 절규하면서 가정에서의 양육과 유아교육기관에서의 양질의 교육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유아기가 비유아교육전문가들에 의해 강력하게 주장된 것은 인류 역사상 처음이다.
동아사이언스 2015년 07월 29일 18:27
“나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것을 ‘도그마(이론, dogma)’라고 부르고 싶었다. 처음에는 이것을 ‘가정(hypothesis)’이라고 불렀는데, 이것보다는 더 중요하고 더 강력하다는 의미를 가진 도그마가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도그마라는 표현은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어떤 이들은 이것을 의심할 수 없는 진리라고 받아들였다.”
<프랜시스 크릭의 자서전 ‘열광의 탐구’ 중>
DNA 이중나선 구조를 처음 발견한 프랜시스 크릭은 1956년 ‘센트럴 도그마’, 즉 중심 이론을 처음으로 제안했다. 센트럴 도그마는 유전 정보를 가진 DNA가 유전정보의 전달자 역할을 하는 RNA를 만들고(전사), RNA는 세포 내에서 실제로 기능을 수행하는 단백질을 만든다(번역)는 생물학의 핵심 개념이다.
현대 생물학의 눈부신 성과들이 모두 여기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학자들은 DNA로 모든 생명현상을 설명할 수 있겠다는 확신에 차 연구에 뛰어 들었다.
그 결과 1970년대에는 DNA 복제과정이 완전히 밝혀졌고, 1980년대는 RNA를 만드는 전사가 뜨거운 감자가 됐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다.
● DNA는 나선가닥이 아니다
전사는 복제보다 복잡하다. 세포 주기에 맞춰 진행되는 복제와 달리, 전사는 외부의 자극에 재빠르고 섬세하게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밀한 조정을 위해 RNA 중합효소, 전사인자, 증폭자, 억제자, 프로모터, 활성인자 등 복잡한 요소가 전사에 관여한다. 그래서 1970~1980년대 실험들은 대개 DNA 가닥이 든 플레이트에 전사 요소들을 이리저리 짝지어서 전사가 일어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예컨대 ‘증폭자 A와 억제자 C를 넣고 전사인자 Z를 넣으면 프로모터에서 전사가 시작된다’거나 ‘활성인자 W는 중합효소 3을 돕는다’라는 것을 실험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런 실험은 살아있는 세포에서는 잘 되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DNA 구조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인간 세포에는 약 30억 쌍이 넘는 DNA 염기가 들어있는데 이것을 한 가닥으로 쭉 펴면 길이만 무려 1.8m에 이른다. 만약 이런 DNA가 마구잡이로 세포 속을 떠다닌다면 세포는 DNA에 엉켜 제대로 작동을 할 수 없다.
이것을 막기 위해 우리 몸은 마치 실패에 묶어 실을 보관하듯 히스톤이라는 단백질에 DNA를 칭칭 감아서 보관한다. 염기 150개당 히스톤 8개가 팽이 같은 구조를 이뤄 DNA를 압축해서 저장한다(위 그림 참조). 이 구조를 ‘뉴클레오솜’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뉴클레오솜이 다시 촘촘히 뭉쳐 우리가 아는 염색체가 된다.
세포 속에 있는 DNA 대부분은 자유로운 나선가닥이 아니라 히스톤에 묶인 염색체 형태로 존재한다. 플레이트 위의 DNA 가닥을 바탕으로 한 실험과 실제 세포에서 한 결과에 차이가 생긴 것도 이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실험실 조건의 DNA에서는 증폭자가 자기가 원하는 곳에 언제든지 정확히 결합할 수 있었지만, 세포에서는 이 부분이 히스톤에 가려져 증폭자가 결합하기 어려워 전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
이런 차이를 정확히 추측할 수 있게 된 것은 미국 스탠퍼드대 로저 콘버그 교수가 뉴클레오솜을 처음 발견한 1974년부터다. 하지만 뉴클레오솜의 구조가 어떻게 조절되는지는 짐작도 하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DNA자체가 아니라 DNA의 구조에 의해 전사가 조절된다는 것, 즉 구조가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당혹스러웠다. 한편 비슷한 시기에 다른 학자들도 이와 비슷한 문제로 골치아파하고 있었다. 바로 발생학자들이다.
● 분명 같은 DNA인데…
발생학자들의 고민은 분자생물학자들보다 먼저 시작됐다. 19세기 발생학자들은 발생과 관련된 정보들이 어떻게 저장돼 있는지를 두고 전성설(preformation)과 후성발생(epigenesis)으로 의견이 갈렸다.
전성설 지지자들은 성인에 필요한 세포가 생식세포에 처음부터 만들어져 있고 이것들이 점점 커가는 것이 발생이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정자 속에 아주 작은 모양을 한 인간이 있고 그것이 점점 커져서 아이가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대로 후성발생을 믿은 사람들은 세포 안의 ‘화학 작용’이 발생 방향을 지시한다고 추측했다.
두 학설의 대립은 19세기 후반에 끝이 났다. 현미경이 발달하면서 생식세포가 피부세포나 뇌세포가 없는 단일 세포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연히 정자 안에 아주 작은 사람도 존재하지 않았고 전성설은 몰락했다.
후성발생은 1879년 월터 플레밍이 염색체를 발견하면서 개념을 수정해야 했다. 플레밍은 염색체가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최초로 밝혀냈고, 이로써 화학반응이 아닌 염색체가 주목을 받았다. 1910년대에는 후성발생을 ‘세포의 발생을 지시하고, 세포 분열을 넘어서 전달되는 염색체의 유전정보’로 정의했다.
1940년대에 들어서는 후성발생이 사라지고 후성유전학이 등장한다. 발생학자들은 하나의 수정란에서 출발한 세포가 뇌세포, 피부세포, 간세포 등으로 분화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 과정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세포 종류별로 맞춤형 프로그램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만 할 뿐이었다. 문제는 한번 피부세포로 변한 세포가 영원히 피부세포로 남는다는 것이었다.
출발점이 같다면 왜 피부세포는 뇌세포가 될 수 없을까. 영국의 생물학자 콘래드 와딩턴은 이를 두고 세포의 운명을 산 위에서 계곡으로 굴린 바위에 비유하면서, 바위가 산 밑 계곡으로 굴러가면 산 정상이나 다른 계곡으로 돌아가기 힘들다고 이야기 했다.
와딩턴은 이것이 염색체가 아닌 다른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해 후성유전학(epigenetics)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라틴어 접두사 ‘epi’는 ‘~외에’, ‘~에 더하여’라는 뜻으로 후성유전은 유전체 외에 저장된 정보란 의미다.
와딩턴은 특정한 세포로 분화되는 과정에 DNA가 아닌 알 수 없는 물질이 참여한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어떤 이들은 생식세포의 DNA 일부가 없어지면서 피부세포로 남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와딩턴의 추측이 맞으려면 보통 세포와 생식세포의 DNA가 똑같다는 것이 증명돼야 했다.
이것은 영국의 생물학자 존 거든이 체세포로 개구리를 복제하는 데 성공하면서 사실로 밝혀졌다. 1970년 거든은 개구리의 한 종류인 제노푸스(Xenopus )의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뒤, 상피세포에서 채취한 핵을 이식해 복제 개구리를 만들었다.
체세포 DNA가 생식세포와 다르지 않고, 조건만 바꾸면 다른 세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거든의 실험으로 와딩턴의 추측은 증명됐지만 발생학자들을 더 큰 혼란에 빠졌다. 모든 세포의 DNA가 동일하다면 대체 무엇이 이것들의 차이를 결정한단 말인가.
● 진짜 후성유전학이 태어나다
1970년대에 분자생물학자와 발생학자가 겪은 고민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DNA가 아닌 DNA의 구조가 전사를 조절한다’는 것과 ‘DNA가 똑같은 세포가 왜 서로 다른 세포로 분화되는가’는 결국 DNA가 정보를 저장하는 유일한 수단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
1996년 미국 록펠러대 데이비드 앨리스 교수가 원핵생물인 테트라하이메나(Tetrahymena )에서 히스톤 아세틸기전달효소를 발견했다.
이 효소는 히스톤의 아미노산 중 라이신에만 아세틸기를 붙이는 역할을 한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아세틸기 전달효소가 알고 보니 효모에서 전사를 촉진하는 것으로 이미 알려진 GnC5 단백질과 유사한 형태라는 것이다.
히스톤에 아세틸기가 붙으면 전사가 촉진된다는 것을 최초로 밝혀낸 것이다. 연구팀은 히스톤의 아세틸기가 라이신의 양전하를 중성화해 음전하를 띤 DNA와 히스톤을 분리시키고, 전사에 관여하는 다른 요소들이 DNA에 결합할 수 있게 한다고 생각했다.
같은 해에 효모에서 전사를 억제하는 Rpd3p 단백질이 포유류의 탈아세틸효소와 비슷하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DNA를 감는 실패 역할을 하는 히스톤의 아세틸화가 DNA를 풀었다 감으면서 전사를 조절하는 것이 확실해졌다. 1996년 이후의 후성유전학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전에는 후성유전학의 개념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었다.
‘DNA 외에 무엇인가 있을 거다’나 ‘메틸화가 DNA에 영향을 줄 것이다’라는 추측만 있었다. DNA 밖에 새겨진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고, 그것이 생명활동에 영향을 주는 메커니즘이 발견되면서 본격적으로 연구에 물꼬가 트였다. 이후의 성과는 눈부시다. DNA 메틸화, 히스톤 꼬리 단백질이 밝혀졌고 질병치료에도 활용 중이다. 지난 20년간 후성유전학의 발전을 다음 파트에서 직접 만나보자
※ 더 많은 과학기사를 2015년 8월호 과학동아에서 만나보세요.
송준섭 기자
후성유전학 혁명
유전자는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
2001년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완료되었다. 사람이 보유한 DNA는 30억 개에 달하는 염기쌍으로 암호화되어 있는데 이 염기 서열을 모두 해독했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이제 인간의 유전자 지도를 모두 밝혀냈으니 암을 비롯한 질병치료와 예방, 노화 방지 및 유전자 치료에 일대 혁명이 일어날 거라며 기대에 부풀었다. 그러나 그때로부터 15년 넘는 시간이 흘렀어도 여전히 암은 정복하기 어려운 질병이며 유전자 치료 또한 극히 제한적으로만 이루어지고 있다. 게놈 프로젝트 연구자들은 이미 DNA 염기 서열을 모두 안다 해도 그 효용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DNA에 저장된 유전 정보는 흔히 오해하듯이 완벽한 설계도가 아니다. 이 책에서 말하듯 일종의 청사진에 지나지 않는다. 좀 더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다른 비유를 들면 연극이나 영화의 대본에 가깝다. 우리는 같은 대본을 가진 연극이나 영화라도 연출자나 연기자에 따라 얼마나 다른 작품이 나오는지 잘 알고 있다. DNA 전체에서 단백질을 암호화 하는 유전자는 약 2만 4천개 정도라고 한다. 실제 우리 몸에 있는 단백질 숫자는 이보다 훨씬 많다. DNA는 물건을 틀에 맞춰 똑같이 일률적으로 찍어내는 주형이 아니다. 세포 안에 있는 여러 분자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생명 현상을 만들어낸다. 후성유전학은 DNA와 세포내 물질이 어떻게 상호작용하여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지 연구하는 분야다.
후성유전은 생명 개체가 발생하는 과정에 필수적이다. 사람 몸에 있는 신경세포, 심장근육세포, 간세포는 각각 생김새와 하는 일이 다르다. 이들 세포 안에 있는 DNA는 똑같은데 말이다. 사람 몸에 있는 세포 수는 약 50조~70조 개로 추정한다. 사람의 발생은 정자와 난자가 만나 결합한 수정란 세포 단 한 개로부터 시작한다. 수정란이 세포 분열을 통해 발생을 시작하면서 세포들은 점점 달라져 전문화된 세포들을 만드는데 이 과정을 '분화'라고 한다. 세포가 분화하려면 어떤 유전자는 발현하고 어떤 유전자는 침묵해야 가능하다. 바로 후성유전이 하는 일이다. 이미 분화된 체세포를 분화 이전으로 되돌린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이 바로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다. 어떤 세포로도 분화할 수 있는 능력 때문에 이론적으로 질병 치료에 응용할 방법이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아직은 쓰임이 제한적이다. 최근 일본에서 iPS세포를 노인황반변성으로 손상된 눈 조직에 대체했더니 환자의 시력이 개선되지는 않았으나 질병의 진행이 중단되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것이 iPS 세포를 이용한 최초의 질병 치료 성공(?) 사례다.
영국의 생물학자 존 거든은 1950년대 후반부터 약 15년간 수행한 두꺼비를 이용한 체세포 핵 이식 실험에 몰두했다. 그는 이 실험을 통해 분화한 세포에서 채취한 세포핵을 적절한 환경, 즉 미수정란에 집어넣으면, 거기서 완전한 동물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1997년 세상을 놀라게 한 복제양 돌리도 존 거든의 방식과 같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아래 그림은 콘래드 와딩턴이 그린 후성유전학 풍경이다.
생물의 발생에서 세포가 분화하는 모습을 비유한 그림이다. 언덕 꼭대기에 공이 하나 놓여 있다. 이 공을 굴리면 언덕을 따라 내려오다가 아래에 있는 여러 골 중에 하나에서 멈춰 설 것이다. 맨 위에 있는 공은 수정란(접합자) 세포다. 접합자가 분열을 시작하면, 즉 공이 아래로 내려오면 여러 갈래 길을 내려가다 아래 어디쯤 멈춘다. 분화가 완료된 근육 세포거나 신경 세포거나 피부 세포가 된다는 뜻이다. 만약 공을 언덕 위로 돌려 보낼 수 있다면?
위 그림은 포유류의 수정란이 분열하는 초기 과정을 나타냈다. 5번에서 영양세포층은 태반으로 발달하고 속세포덩이는 배아의 조직들을 만든다. 속세포덩이를 실험실 조건에서 적절히 처치하면 무한히 분열하면서도 모세포와 똑같은 상태를 유지하는 세포들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배아 줄기세포이다. 이 세포는 배아의 어떤 세포로도, 다 자란 동물의 어떤 세포로도 발달할 수 있다. 일본의 야마나카 신야는 완전히 분화한 체세포에서 배아 줄기세포를 만들어냈다. 그가 만든 세포를 '유도 다능성 줄기세포'라 불렀는데 줄여서 iPS 세포라 한다. 그가 이 세포를 만든 과정을 위키백과에서 가져온 그림으로 보자.
야마나카는 배아 줄기세포에 아주 중요한 유전자 4개(Oct4, Sox2, Klf4, c-Myc)를 발견했다. 이 유전자를 운반하는 벡터(유전 물질의 인위적 운반자로 사용하는 DNA분자)를 섬유모세포에 침투시키자 모양도 변하면서 배아 줄기세포와 비슷해졌다. 후성유전학 풍경 그림에서 공을 위로 올려보낸 것이다!
iPS 세포를 만든 과정이나 동물이 발생하는 과정을 보면 어떤 유전자는 발현하고 어떤 유전자는 스위치가 꺼져 발현하지 않는 후성유전 메커니즘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은 DNA 메틸화와 히스톤 변형이 있다. 유전자 서열에는 변화를 주지 않는다.
메틸화는 DNA분자에 메틸기(CH3)가 첨가된다. 이 반응은 세 효소 DNMT1, DNMT3A, DNMT3B 중 어느 한 효소의 도움을 받아 일어난다. (DNMT는 DNA 메틸기 전이효소, DNA methyltransferase) 이 세 효소는 대부분 뒤에 G(DNA 염기 중 구아닌)가 뒤에 붙어 있는 C(사이토신)에 메틸기를 첨가한다. G가 뒤에 붙어 있는 C를 CpG라고 한다. CpG 메틸화는 후성유전적 변형이며, 후성유전 표지라고도 부른다. DNA 메틸화 수준이 높으면 메틸화된 해당 유전자의 스위치가 대체로 꺼진다. 메틸화가 일어날 때, MeCP2(Methyl CpG binding protein 2, 메틸 CpG 결합 단백질)라는 단백질이 들러붙어 염색체의 그 지역을 영구적으로 폐쇄하는 듯 보인다. 레트 증후군이라는 희귀 유전 질환이 있다. 인지 및 운동 능력의 상실, 언어기능의 상실, 그리고 손을 씻는 듯한 동작을 반복하는 특징적인 손의 상동증을 보이는 X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되는 질환이다. 이 질환은 MeCP2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MeCP2 유전자에 일어난 돌연변이가 원인이다. 후성유전 암호를 제대로 밝히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한 예이다. 메틸화가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종류가 다른 세포들에서 유전자가 발현되는 패턴을 정확하게 유지하는 데에도 꼭 필요하다. 신경 세포는 한 번 생성되면 수십 년 동안 유지되는데 생성될 때 정확하게 신경세포의 패턴을 가지지 못하면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피부세포처럼 수명이 짧은 세포는 끊임없이 교체되는데 (피부)줄기세포의 모든 딸세포들이 생겨날 때마다 그 패턴이 정확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피부가 있어야 할 자리에 엉뚱한 조직이 들어서거나(암과 다를 바 없다) 피부가 생성해서는 안 되는 단백질을 합성할지도 모른다. 메틸화는 활성화되면 안 되는 유전자를 영구적으로 폐쇄해 이런 불상사를 막는 역할을 한다.
사람 세포핵 하나에 들어 있는 DNA 이중 나선을 모두 풀면 길이가 2m에 달한다. 그런데 세포핵의 크기는 겨우 수 마이크로미터에서 수십 마이크로미터에 지나지 않는다. DNA가 세포핵에 들어가려면 아주 촘촘히 말려 있어야 가능하다. 히스톤 단백질은 DNA를 감는 실패 역할을 한다.
위 그림에서처럼 히스톤 단백질이 응축되어 있으면 DNA 이중나선이 풀리지 않아 유전자 발현(=단백질 합성)이 일어나지 않는다. 히스톤 변형은 응축뿐만이 아니다. 히스톤은 화학적으로 변형되는데 대표적으로 아세틸화가 있다. 한 히스톤의 꼬리에 있는 라이신이라는 아미노산에 아세틸기(CH3CO-)가 들러붙는데 대체로 유전자의 스위치를 켜는 역할을 한다. 메틸화가 영구적인 변형이라면 히스톤 변형은 훨씬 탄력적이다. 특정 유전자에 일어난 히스톤 변형은 일어났다가 제거될 수 있으며, 다시 변형될 수도 있다. 이 일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일어난다. 히스톤 코드에 일어나는 이러한 변화는 양육(환경)이 본성(유전자)와 상호작용하여 지구에서 더 고등한 생물의 복잡성을 만들어내는 주요 방법 중 하나이다.
여기까지가 이 책의 앞부분이다. 이 뒤부터는 후성유전의 기본적인 메커니즘을 밝힌 후 무엇을 밝혀 내었는지 자세히 소개한다. DNA 염기 서열이 일치하는 일란성 쌍둥이가 왜 정확하게 똑같지 않을까? 암이나 노화의 후성유전적 메커니즘은 무엇일까? 2차 세계 대전 동안 나치가 자행한 봉쇄로 대기근을 겪은 이들의 후손은 부모 혹은 조부모 세대의 굶주림에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 이런 물음에 친절하게 답을 한다. 물론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위에 소개한 후성유전 메커니즘은 단순화한 도식일 뿐 실제로는 어마어마하게 복잡한 상호작용과 피드백으로 이루어진다. 이제 첫 걸음을 내딛었을 뿐이다.
후성유전학 연구는 질병 치료에만 가치가 있지 않다. 유전자를 직접 변형하지 않고도 개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이 지식과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아직은 미지수지만 조만간 법적, 윤리적 문제에 맞닥뜨리게 될 때가 온다. 카오스재단에서 과학VS과학철학 토론회 마지막은 생물학이 인간의 본성을 어디까지 밝혀낼 수 있는지, 생물학이 인간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지를 의제로 삼았다.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으려면 인간의 존재와 본성, 그리고 능력에 대한 토론이 필요하다. 어디까지가 본성이고 어디까지가 환경(=문화, 양육)인지 우리는 현재 합의했는가? 유전자 변형이 아닌 인체공학(의족, 의수, 인공장기 등)의 활용은 유전자 조작과 무엇이 다른가? 인간의 이익을 위해 다른 생명체의 유전자를 조작하는 일은 위험하지 않는가? 우리가 머리를 맞대고 토론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
과학의 역사는 토론의 역사다. 반대되는 이론이 경합을 벌이고 과학자들이 나서서 자신의 이론이 옳다고 서로 주장하며 토론하다가 실험적, 경험적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어느 한 쪽이 맞다고 증명되기도 하며 양쪽 주장을 새롭게 종합한 이론이 탄생하기도 한다. 과학이 전문화되면서 같은 생물학자라도 연구 분야가 다르면 전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지식이 고도로 분화되면서 어려워졌다. 그렇다고 넋을 놓고 바라볼 수만은 없다. 과학과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커졌나? 과학이 발전하기 위한 토론은 과학자들 사이에서만 벌어져서는 안 되지 않을까? 특정 지식이 가지는 사회적 파급력을 알맞게 통제하기 위해서 많은 이들이 과학과 더 친숙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실제 과학자들의 연구도 연구비를 대는 누군가의 기호와 가치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고도로 발달된 문명을 유지하기 위한 댓가로 우리는 과학을 알아야 하는 짐을 진 느낌이다. 스마트폰과 첨단 의료 기술을 누리면서도 자유와 인간 존엄을 놓치지 않기 위해 꼭 필요하다 생각한다. 물론 나는 과학 지식을 새로이 아는 자체에서도 기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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