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바이 코리아” 외친 3주간, 외국인 韓주식 26조 팔아치웠다
최대IR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 기간
외국인 투자가 이틀 빼고 ‘셀 코리아’
빅테크 실적-美중간선거 등 변수 속
“코스피 5100까지 하락 가능” 전망도
1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113.83포인트(2.05%) 오른 5668.05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1331.4원으로, 코스닥 지수는 33.96포인트(4.46%) 오른 794.78에 거래를 마쳤다. 2026.10.16. 뉴시스
정부와 금융업계가 “바이(buy) 코리아”를 외치며 자본시장 투자 유치를 위한 국내 최대 기업설명회(IR) 행사를 3주간 열었지만 정작 외국인투자가는 이 기간에 26조 원어치가 넘는 한국 주식을 팔아 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은 국내 주식과 채권을 포함한 증권시장에서 8개월 넘게 자금을 빼내고 있는데, 최근 미국 국채 금리 급등과 인공지능(AI) 산업 수익성 논란이 커지자 ‘셀 코리아’에 더 속도를 내고 있다. 이달 말 AI 인프라 투자의 큰손인 빅테크 실적 발표와 다음 달 미국 중간선거 등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코스피 하락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외국인, 3주간 이틀 빼고 ‘셀 코리아’
1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05%(113.83포인트) 오른 5,668.05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7.57%(454.59포인트) 급락 후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하루 만에 반등했다. 코스닥지수 역시 전장 대비 4.46%(33.96포인트) 오른 794.78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시장에선 이날 기관투자가를 중심으로 ‘사자’가 이어지며 프로그램 매수 호가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코스닥시장을 합산해 국내 증시에서 9거래일 만에 2660억 원어치 순매수로 전환했다.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 등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3.2원 내린 1331.4원으로 주간거래를 마감했다. 주간거래 종가 기준으로 2024년 10월 2일 이후 가장 낮다.
다만 그동안 외국인이 대규모 순매도를 이어온 점을 고려하면 추세적인 ‘사자’로 전환했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른 상황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 13거래일간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26조1000억 원어치를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이에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순매수를 기록한 거래일은 2거래일에 불과했다. 공교롭게도 이 기간 거래소는 금융위원회와 올해 처음 출범한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 2026’을 공동 주관하면서 국내 자본시장 장기 투자 유도 방안 등 체질 개선 대책과 성과를 발표했다. 이런 노력에도 미 국채 금리가 뛰고 빅테크의 AI 투자 지속성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면서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진 것이다.
국내 주식·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이미 8개월째 자금을 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의 국내 증권 투자자금은 199억7000만 달러(약 26조8000억 원) 순유출로 집계됐다. 올 8월 순유출액(45억 달러) 대비 한 달 새 약 4.4배로 늘었다. 특히 지난달 국내 주식시장에서만 141억6000만 달러가 빠져나갔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국채 금리 급등, AI 수익성 우려에 더해 주요 헤지펀드가 10월 말 결산 전에 차익 실현을 위해 매도에 나서며 매물이 쏟아졌다”고 분석했다.
● 빅테크 실적-미 중간선거 결과가 변수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바이 코리아’로 돌아서려면 이달 말부터 이어질 미국 빅테크의 3분기(7∼9월) 실적 발표를 통해 이익 개선세와 양호한 현금 흐름 등이 확인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빅테크가 메모리 반도체에 투자할 수 있는 재무적 여력이 증명돼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형주가 반등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음 달 3일(현지 시간)로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AI 정책 변화 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고태봉 iM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앞으로도 차익 실현을 노린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샀다가 금방 팔아 치우는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키움증권은 빅테크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실적 전망이 꺾이면서 외국인의 매도세가 이어질 경우 코스피가 단기적으로 5,100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코스피의 조정 폭이 과도하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15일 기준 국내 주식시장 상장사의 1년 뒤 이익 전망치 대비 현재 주가지수 수준을 반영한 주가수익비율(PER)은 4.9배다. 이는 미국(19.3배), 일본(15.6배), 대만(18.8배)보다 낮은 수준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미래 이익 증가 기대치에 비해 국내 주식시장이 다른 주요국보다 저평가돼 있다는 뜻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최근 주가 급락은 투자 심리 위축에 따른 과도한 조정”이라며 “각 사가 조만간 내놓을 주주환원 정책 내용에 따라 반등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정부는 이날 서울정부청사에서 권대영 재정경제부 1차관 주재로 시장점검회의를 열어 국내 자본시장의 변동성 완화를 위한 체질 개선 방안 등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민구 기자, 세종=주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