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의 신분, 불가촉천민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은 인도의 신분제인 카스트(바르나)에서 규정하지 않는 제도 밖의 계급이다. 2022년 기준으로 인도 전체 인구(14억)의 6.8%로 인도에서 가장 큰 소수자 그룹에 해당한다.
수드라 계급과 헷갈릴 수도 있지만 다르다. 수드라는 박해를 받을지언정 힌두교 사회를 구성하는 하나의 계급으로 소속되지만 불가촉천민은 아예 4계급에 들어오지도 못하는 불경한 존재로 취급받는다. 전통적인 힌두 사회에서 이들은 '몸의 어느 곳이 남에게 닿아서도, 상위 카스트에 말을 걸어서도 안 되는 존재'다.
이들은 산스크리스 어로 ‘찬달라’라고 한다. ‘부정을 타는 자’ ‘닿으면 안 되는 (미천한) 자’, 라는 뜻을 담고 있다. 신분 분류에 들어가지 못할 만큼 천하고 천한 사람이다.
불가촉천민의 뿌리는 아리아인들이 인도에 정착해 기존 인도 대륙의 토착민들을 정복하고 그들의 지배구조를 정립하는 가운데 그들에게 저항하거나 그들이 뒤늦게 정복해 힌두 지배구조와 문화권에 포함되지 않았던 집단이다. 요는 인도 대륙이 워낙 거대하고 인구도 많으며 복잡하다. 지형적으로도 소부족들 전부를 행정력을 통해 지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까지도 인도 중앙정부나 지방 주정부의 통제가 통하지 않고 독자 생존 중인 소규모의 부족들이 많다고 한다. 그 부족들 하나하나가 인도 전역에 흩어져 있기 때문에 실제로 불가촉천민이라는 하나의 집단으로 보기도 어렵다.
달리트(불가촉천민)는 크게 2가지로 나뉜다. 본래부터 천민들인 자와, 역사적으로 차별받은 계층과 집단이다. 이들은 주로 사회 어디에나 있는 가장 궂은 일을 하는 하층민과(태생적인 천민이라는 뜻) 민족적, 종교적인 문제로 힌두 카스트에 정치적으로 탄압받은 집단들로 나눈다. 전자는 사실 어느 사회나 존재한다. 해결책이 마땅히 없는 것도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이다.
정치적 탄압을 받는 후자들 중 상당수는 아예 힌두교를 거부하고 이슬람·시크교·조로아스터교·자이나교 같은 소수 종교를 신봉하는 자들이다. 비교적 온건한 조로아스터교나 자이나교처럼 힌두들도 상호 존중하는 집단이다. 그러나 이슬람이나 시크교로 개종한 케이스는 대부분 힌두교와 적대 관계이다.
힌두 국가에 오랫동안 저항한 무슬림들이 적지 않게 분포해 있는 벵골이나 타밀처럼 종족 자체가 인도·아리아인과 달라 정치적 탄압을 받은 지역도 포함된다. 말하자면 조선 시대의 양반가문도 역적으로 몰리면 하루 아침에 노비가 되듯이, 정치적인 이유로 최하층 신분으로 떨어진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도 몇 대로 내려가면 말 그대로 불가촉천민이 되어버린다.
하층민의 차별이 심한 인도 사회에서는 정말 드물지만(국가 정책은 차별을 없애고 평등 정책임으로 카스트가 법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이들도 있긴 한데 대표적인 인물은 성자로 추앙받는 베다 시인 티루발루바르, 달리트 해방 운동의 선구자인 레타말라이 스리니바산과 아이얀칼리, 빔라오 람지 암베드카르 초대 법무부장관, 코체릴 나라야난 제10대 대통령 및 람 나트 코빈드 제14대 대통령, 《신도 버린 사람들》의 저자 나렌드라 자다브, 인도 사상 첫 여성 국회의장인 메이라 쿠마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