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 불치에 대하여....
01
“자.”
“쪼끄만 게 벌써부터 양담배는....”
“싫으면 피지 말던가...”
어둑해진 기다란 골목길 사이, 세워진 지프차 옆에 몸을 숨기듯
쪼그려 앉았다.
커다란 마크가 새겨진 교복마이가 신경 쓰였던지, 거칠 것 없던
민애와 나의 방담은 조곤조곤하게 이어졌다.
장난스레 타박하는 민애의 말에 손에 쥐고 건네던 한 개비의 담
배를 다시 갑에 넣으려는데,
야야, 내가 언제!
하며 잽싸게 내 손에 쥐어진 담배를 낚아채버린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 기호식품은 양담배만이 아니었다.
젖비린내 풍기던 중학교 시절, 나는 88을 내 동반자로 삼았으며,
후에 디스플러스. 한참 전에 사귀던 남자아이가 피는 던힐에 반해
던힐로 바꿨다가, 그와 엇비슷한 말보로 라이트. 레드는 조금 독하
다 싶어 한 갑 피다가 이내 바꿔버렸다.
일년 전이었나...
꼴에 몸 생각 한답시고, 타르가 제일 낮게 함량 된 라크로 바꾼 것이다.
“이걸 어떻게 피냐? 더럽게 안 빨리네...”
타들어가는 담배를 신중히 보고는 다시 입으로 가져가 미간을 구기며
볼을 홀쭉하니 만들어 필터를 쭉- 빨아보는 민애는 여전히 내 새로운
기호식품이 영 내키지 않는 것 같다.
“익숙해지면 괜찮아.”
이맛살을 찌푸리며 나를 쳐다보는 민애에게 보란 듯, 내 몸을 순회하고
나오는 담배연기를 내뱉고 있을 찰나, 뚜벅뚜벅 걸어오는 제법 묵직한
발소리에 잔뜩 신경을 곤두세운 것이다.
그 발소리가 점점 더 또렷이 들림에, 급하게 담배를 비벼 끄고
아무데로나 날려버리자 어느덧 구두소리는 멈추고 이내 시커먼 형체가
우리 앞에 우뚝.
올려다본 그 시커먼스 뒤로 보이는 수은등에 눈을 지끈 감고 다시 뜨자,
우리 앞에 서 있는 그의 얼굴을 살펴볼 수가 있었다.
물론 가로등을 등지고 있었기에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나와 생면부지의
사람인 것만은 확실했던 것이다.
짓이겨져서는 멀찍이 튕겨진 담배를 보고는, 똥 밟았다 치지 뭐..하는 생각이
절로 나버렸다.
민애역시 잔뜩 치켜세운 눈이 되어서는 치마를 신경질적으로 털어버리고
느릿하니 일어서는데 제법 묵직한 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현암 고등학교라.....”
그는 검은색에 금색실로 화려하게 수 놓여진 마크를 보고는 입술을 씰룩였다.
댁이 무슨 상관이냐고...
귀찮은 그의 말을 고스란히 씹어버리고 옆을 지나치려는데 내 어깨를 잡아
세우는 힘에 그 자리에서 유턴해버리고 말았다.
아, 씨발.....이거 변탠가?
“뭐야, 아저씨!”
민애가 크게 소리치자 자신의 검지를 입술로 가져가며 ‘쉿‘ 이라고 한다.
이 새끼가 미쳤나.....
기가 차는 듯 허- 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를 입 밖으로 낸 민애의 오른손이
어느덧 교복 주머니로 들어가 그 안에서 움찔거리고 있다.
문득, ’변태 만나면 이걸로 좆 따버릴 거야.‘ 하는 민애와의 대화를 떠올리자
퍼뜩 생각나는 건, 민애가 사랑스러운 듯, 치맛자락으로 성의껏 닦던 붉은
잭나이프가 생각이 났다.
안돼, 그럼 내 옷에도 피 튀잖아.....하며 웃기지도 않은 생각들로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다시 나지막하게 내 고막을 자극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신영.”
어? 뭐야,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거야?
민애의 주머니에 박혔던 시선을 내 어깨를 쥐고 있는 남자에게로 돌렸다.
누구야, 당신...
그가 고개를 삐딱하니 갸우듬하자 수은등의 누르스름한 빛이 그의 얼굴을
전체적으로 감싼다. 이내 확연히 드러나는 그의 얼굴.
“민영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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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처음뵙겠습니다.^^;
음.....이뽀해주시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