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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기목불우(斬其木不雨)
그 나무를 베어도 비를 내려주지 않았다는 뜻으로, 모든 일에 있어서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고 그에 적합한 대책을 세우는 신중함이 있어야만 한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또는 문장이나 말을 함에 있어서 장황하다고 또 문제가 있다고 그것을 생략하고 간략하게 한 것이 오히려 문맥을 무너뜨리고 뜻이 통하지 않게 되어 이전만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斬 : 벨 참(斤/7)
其 : 그 기(八/6)
木 : 나무 목(木/0)
不 : 아니 불(一/3)
雨 : 비 우(雨/0)
1. 백약이 무효인 대책들
정치에서나 일상생활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갖 대책을 세우고 적용하여도 백약이 무효인 경우가 있다. 이는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고 엉뚱한 대책을 적용하였기 때문이기도 하고 제대로 원인을 진단했다고 하더라도 그 상황에 맞게 적용하지 못한 탓이기도 하다. 또 그 대책을 적용하였을 때 나타날 부작용에 대한 예측을 충분히 하지 못한 탓이기도 하다.
전에 알던 어떤 지인은 딸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이상한 상태를 장기간 보여왔다. 병원에서는 스트레스라면서 휴식과 처방을 주었으나 효과가 없었다. 백약이 무효였다. 그들은 평소 자주 찾던 점쟁이를 찾아갔다. 점쟁이는 할아버지 묘소가 문제가 있다고 굿을 하라고 권했다. 부모는 굿을 하는데 무려 수천만 원을 투자했다. 그래도 딸은 차도가 없었다. 다음에는 자주 다니던 절에 다니면서 시주를 듬뿍하고 불공을 드렸지만 그것도 효과가 없었다. 내가 보기에 그의 딸은 엄청난 학습 스트레스였다. 그의 딸이 학습 스트레스를 강하게 받은 이유는 자기의 학습 능력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따라가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부모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의 딸은 결국 학교를 중퇴했다. 그리고 검정고시 공부를 준비했다. 그러자 그의 딸의 병은 점차 나아갔다. 그리고 생활에 활기를 찾으면서 나름의 진로를 개척해 나갔다. 그의 딸의 심한 정신적 신체적 질병은 조상의 묘나 굿, 불공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환자가 맹장이 걸렸는데 배가 아프다고 재촉하는 환자를 급한 나머지 위장 절제 수술을 했다면 환자는 어떻게 될까? 전에 어떤 병원에서 실제로 환자의 오른쪽 다리에 문제가 발생했는데 실제 수술은 왼쪽 다리를 한 일이 발생하였다. 마취에서 깨어난 청년은 망연자실했다. 이런 웃지 못할 일들은 병원의 치료에서만 아니라 정치나 일상 곳곳에서 발생해 왔고 앞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백약이 무효였던 정책이 있었다. 지난 문재인 정권에서 주택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그 천정부지로 오르는 주택 가격을 잡겠다고 온갖 대책을 다 내놓았지만 정말 백약이 무효였다. 당시의 여당 단독으로 밀어붙이다시피 한 임대차 3법은 지금에 와서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주택 가격을 바로잡고 서민의 주거 안정을 꾀하겠다고 편 정책이 결국은 서민의 주거 안정에는 아무런 효과를 보이지 못하고 주택 시장의 불안과 전세 사기를 부채질하였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친환경 정책을 내세우면서 강하게 시행한 탈원전 정책은 한전의 수많은 적자만 남기고 환경에는 기여하지 못하고 에너지 가격 인상을 초래했다는 비판도 인다. 이러한 일들은 정치적인 일을 떠나서 일상생활 곳곳에서도 발생한다.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려면 환자의 상태와 질병의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여야 그에 맞는 처방을 내릴 수 있다. 비록 그 병명과 병의 상태 그리고 병의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였다 하더라도 환자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치료와 처방은 오히려 환자를 더 위험한 상태로 몰아갈 수 있다. 환자가 그 치료와 처방을 견뎌낼 수 있는 체력과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질병이나 정치 사회적인 문제나 우리들의 일상에서 나타나는 크고 작은 일상적인 문제나 모든 영역에서 인과관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부른 대책을 세워 적용하면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오히려 상태만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와 관계되는 말로 ‘비가 오지 않으니 죄 없는 나무를 벤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나무를 베어도 비는 오지 않는다.<참기목불우(斬其木不雨)>
2. 참기목불우(斬其木不雨)에 얽힌 이야기
참기목불우(斬其木不雨)에 얽힌 고사 두 가지를 살펴보자.
첫째는 춘추좌전 노(魯)나라 소공(昭公) 16년조에 나오는 이야기다. 당시 정나라에 큰 가뭄이 들었다. 전국이 말라가고 농사는 피농이 되고 사람들이 생활하기가 너무나 어려웠다.
9월에까지 비를 기다리다가 대우제(大雩祭 )를 지냈는데도 비는 여전히 오지 않았다. 매우 다급해졌다. 그래서 삼대부 도격(屠擊) 축관(祝款) 수부(竪拊)로 하여금 상산(桑山)에서 유사(有事)를 지내게 하고 그 나무를 베었다. 그러나 비는 전혀 오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을 안 자산이 크게 노하며 말했다. ‘산에서 해야 할 일은 나무를 심고 산림을 가꾸며 보살피는 일이다. 그런데 그 나무를 베어 버렸으니 그 죄가 오히려 크도다’라고 하고서는 관읍(官邑)을 빼앗아 버렸다(九月大雩早也 鄭大早 使屠擊祝款竪拊有事於桑山 斬其木 不雨 子産曰 有事於山 埶山林也 有大罪也 奪之官邑).
둘째는 남북조 사대의 송나라 배인(裵驎)이 사기집해(史記集解)를 썼다. ‘거기에 중산대부(中散大夫) 동완군(東菀君) 서광(徐廣)이 사기(史記)의 여러 판본을 면밀하게 조사하여 음의(音義) 13권을 만들었는데, 배인이 그것을 주석으로 하여 130여 편에 흩어서 넣었다. 그렇게 하여 같은 것을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훈해(訓解)를 겸하여 기술해서 대략 밝혀 놓은 바가 있었다. 그러나 이는 내용을 대폭 생략한 것이 많아 매우 유감이다’라고 하였다.
이후 당나라 시대에 사마정(司馬貞 )이 사기색은(史記索隱)을 지었는데 그때 사마정이 이 대폭 생략한 것을 한탄하며 말했다. 사마정은 ‘대폭 생략한 것이 많아 매우 유감이다(粗有所發明 而殊恨省略)’라는 대목에 대하여 수(殊: 죽이다)는 절(絶: 끊다)하다는 뜻으로, 좌전(左傳)에 이르기를 “그 나무를 베어도 비는 내리지 않았다(斬其木不殊)”라고 했는데 ‘이는 그것(음의)을 편찬하면서 크게 생략한 것에 절망하고 한탄해서 한 말이다’라고 풀이하였다.
위의 참기목불우(斬其木不雨)에 대한 고사에서 첫 번째의 이야기와 두 번째의 이야기는 차이가 있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원인을 잘못 진단하고 대책을 잘못 세워 엉뚱한 나무만 피해를 보았다는 의미가 된다. 그래서 모든 일에 있어서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고 그에 적합한 대책을 세우는 신중함이 있어야만 한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두 번째는 문장이나 말을 함에 있어서 장황하다고 또 문제가 있다고 그것을 간략하게 하거나 문제를 해결한다고 이것저것 생략하고 간략하게 한 것이 오히려 문맥을 무너뜨리고 뜻이 통하지 않게 되어 이전만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그런 경우가 많다. 말에 있어서 군더더기를 버린다고 지나치게 생략해 버리면 엉뚱한 뜻이 되어 버리고 엉뚱한 방향으로 이해되기 쉽다. 또 문장을 고친다고 고쳤는데 오히려 전보다 못한 문장이 되는 경우도 많다. 집을 고쳤는데 그 이전보다 못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3. 참기목불우(斬其木不雨)를 범하지 않기 위하여
사람들은 왜 참기목불우(斬其木不雨) 즉 ‘나무를 베어도 비는 내리지 않는’ 어리석음을 범할까?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첫째는 잘못된 선입견에 의한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종교적으로 특정한 종교에 몰입하는 사람은 매사를 그 종교적 입장에서 이해하고 해석하려 한다. 미신을 지나치게 믿는 사람은 미신에 대한 믿음의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선입견은 주관적이지만 객관성과 과학성을 지녀야 세상을 바로보고 문제를 바로 해결할 수 있다. 만약 그렇지 못하면 확증 편견에 빠지기 쉽다. 인식이 잘못된 선입견에 의한 확증 편견에 빠지면 문제의 원인을 바르게 진단하지 못하고 엉뚱하게 진단할 수 있으며 원인을 어느 정도 진단하였다고 하더라도 선입견 속에 있는 대책을 강구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그렇게 되면 엉뚱한 대책을 적용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된다. 따라서 참기목불우(斬其木不雨)의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으려면 확증 편견을 극복한 올바른 선입견을 가져야 한다. 편견은 원인과 대책, 예측까지도 왜곡시키기 쉽다. ‘원전은 위험한 것’이라는 확증 편견에만 빠지니 폐쇄만이 답이었는지 모른다.
둘째는 성급함이다. 이를테면 신중하지 못함이다. 신중하지 못하다 보면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하지 못하고 엉뚱한 판단을 내린다. 설령 원인을 제대로 파악했다고 하더라도 엉성한 대책을 세우기가 쉽다. 지난 정부에서 20여 차례가 넘는 집값 대책을 세워 추진했음에도 집값을 잡지 못한 것은 그 정책의 성급함에 있었다. 그 성급함은 집값 상승의 원인에 대한 진단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급한 김에 나온 것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헌 칼 휘두르듯 한 꼴만 되었다.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함에 성급하면 엉뚱한 다리를 수술한다거나 맹장 수술을 해야 할 것을 위 절제 수술을 하는 엄청난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해당 부위를 수술했다 하더라도 성급하면 잘못 할 수도 있다. 따라서 특히 문제가 복잡할수록 신중함이란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고 원인을 파악하느라 시기를 다 놓치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20여 차례가 넘는 집값 대책이 효과가 없었던 것은 집값을 잡겠다는 과도한 욕심으로 성급하게 만들어 적용한 탓이기도 하였다.
셋째는 과도한 공명심이다. 공명심이 과하면 일을 망친다. 이순신이 옥에 갇히고 삼도수군통제사가 된 원균은 공명심에 중독되었다. 빨리 왜적을 무찌르고 공을 세워야 했다. 그러다 보니 무리하게 전투를 치르고 무리하게 공격하여 왜군을 향해 가는 바람에 결국은 전멸하고 자신도 죽음을 면치 못했다. 원균의 지나친 공명심은 성급함을 부채질하였고 자기의 죽음만 아니라 조선 수군의 괴멸을 초래하였다. 반면에 백의종군한 이순신 장군은 비록 12척의 배만 남았고 절박한 상황이었지만 여유를 가지고 신중에 신중을 더하면서 공명심보다는 오로지 전쟁의 승리라는 목적에 집중하였기에 명량해전에서 대승을 거둘 수 있었다. 영화 <명량>에서도 명량 앞바다를 돌아보며 신중하게 고뇌하는 장군의 모습은 우리를 긴장하게 한다. 유명한 케네디 대통령의 유명한 쿠바 봉쇄 사건에서도 그 신중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지난 정부의 20여 차례가 넘는 집값 대책에도 효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빨리 집값을 잡아 국민의 지지를 받겠다는 과도한 욕심이 아니었나 의심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사실은 확증 편견에 빠졌거나 잘못된 선입견과 성급함, 과도한 공명심은 함께 작용한다. 올바른 선입견으로 문제를 객관적, 과학적으로 볼 줄 아는 사람은 성급하지 않으면 과도한 공명심이 아닌 문제의 본질에 집중하게 되어 있다. 그러면 정치에서도 케네디 대통령의 쿠바 봉쇄처럼 역사에 남는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에서 잡음이 많다. 전세 사기로 인해 고통받는 국민이 부지기수다. 그러나 그 대책이 아직 효과적이지 못하다. 집값은 아직도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외교에서도 말이 많다. 한일관계의 정상화와 한미동맹 강화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국익의 손실을 초래할 수도 있다. 성급한 확신은 외교에서 실수를 저지르게 할 수 있다. 어떤 이들은 타인의 말과 문장을 함부로 비판하고 예단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 보면 엉뚱한 방향으로 해석하여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특히 정치적으로 대통령의 말에 대한 해석은 정치적 입장에 따라 극과 극을 치닫는다. 선입견과 공명심의 문제이기도 하다. 문제를 해결할 때는 올바른 선입견을 바탕으로 신중한 자세로 문제의 본질에 충실한 자세를 가질 때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 승리와 같은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린 모두 살아가면서 참기목불우(斬其木不雨)의 교훈을 새길 일이다.
▶️ 斬(벨 참)은 회의문자로 斩(참)은 간자(簡字)이다. 車(차)와 斤(근; 도끼)의 합자(合字)로 참죄(斬罪)의 뜻이 있다. 그래서 斬(참)은 (1)참수(斬首) (2)참형(斬刑) 등의 뜻으로 ①베다 ②끊다 ③끊기다 ④재단(裁斷)하다 ⑤다하다 ⑥도련(刀鍊)하지 않은 상복(喪服: 상중에 있는 상제나 복인이 입는 예복) ⑦가장 ⑧매우 ⑨심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벨 할(割), 벨 작(斫), 벨 주(誅)이다. 용례로는 취향이 매우 새로움을 참신(斬新), 목을 자름을 참수(斬首), 칼로 베어 죽이는 것을 참륙(斬戮), 목을 베어 죽임 또는 그러한 형벌을 참형(斬刑), 참형에 해당한 죄를 참죄(斬罪), 짤러 죽이거나 또는 생으로 잡음을 참획(斬獲), 중죄인에 대하여 참형으로 재결함을 참결(斬決), 전투 과정에서 적병의 목을 베고 사로잡음을 참로(斬擄), 죄인을 참형에 처함을 참벌(斬伐), 칼에 맞아 죽음을 참사(斬死), 목을 베어 죽임을 참살(斬殺), 머리를 깎음을 참발(斬髮), 악인을 베어 죽임을 참간(斬奸), 목을 베고 손발을 끊음을 참절(斬截), 참형의 형률을 적용함을 의참(擬斬), 그 자리에서 바로 베어 죽임을 입참(立斬), 참형을 당함을 이참(莅斬), 죄인을 꿇어 앉히고 그의 목을 벰을 궤참(跪斬), 갈고리로 잡아 당겨서 목을 벰을 구참(鉤斬), 바로 그 자리에서 목을 베어 죽임을 즉참(卽斬), 목을 베어 죽이는 형벌에 처함을 처참(處斬), 중죄인의 허리를 베어 죽이던 형벌을 요참(腰斬), 잡아서 자름을 포참(捕斬), 사로잡아 베어 죽임을 금참(擒斬), 풀을 베어 내고 뿌리를 뽑아버린다는 뜻으로 화근을 아주 없애버림을 이르는 말을 참초제근(斬草除根), 큰 죄를 저지르고 죽은 사람에게 극형을 추가하여 관을 꺼내서 시신의 목을 베고 대역죄를 범한 사람의 집을 헐어버리고 못을 만드는 일을 일컫는 말을 참관저택(斬棺瀦宅), 추분 이후 춘분 이전의 시기가 될 때까지 기다리지 아니하고 즉시 목을 베어 죽이는 형벌을 일컫는 말을 참불대시(斬不待時), 묘를 쓸 때 풀을 베어 내고 땅을 파는 일을 일컫는 말을 참초파토(斬草破土), 법으로 정한 시기를 기다리지 않고 참형을 집행하는 일을 일컫는 말을 부대시참(不待時斬), 무덤을 파 헤치어 시체를 꿇어 앉히고 그 목을 벰을 일컫는 말을 발예기참(發瘞跽斬), 중죄인을 일단 죽인 뒤 그 시신을 토막쳐서 각지에 돌려 보이는 형벌을 일컫는 말을 능지처참(陵遲處斬), 눈물을 머금고 마속의 목을 벤다는 뜻으로 사랑하는 신하를 법대로 처단하여 질서를 바로잡음을 이르는 말을 읍참마속(泣斬馬謖), 그 자리에서 참수하여 무리의 본보기로 경계함을 이르는 말을 입참이순(立斬以徇),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라는 뜻으로 항상 말조심을 해야함을 일컫는 말을 설참신도(舌斬身刀) 등에 쓰인다.
▶️ 其(그 기)는 ❶상형문자로 벼를 까부르는 키의 모양과 그것을 놓는 臺(대)의 모양을 합(合)한 자형(字形)이다. 나중에 其(기)는 가리켜 보이는 말의 '그'의 뜻으로 쓰여지고 음(音) 빌어 어조사로 쓴다. ❷상형문자로 其자는 '그것'이나 '만약', '아마도'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其자는 대나무를 엮어 만든 '키'를 그린 것이다. 갑골문에 나온 其자를 보면 얼기설기 대나무를 엮어 만든 바구니가 그려져 있었다. 금문에서는 여기에 받침대를 그려 넣으면서 지금의 其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其자는 본래 '키'를 뜻하기 위해 만든 글자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이나 '만약'과 같은 여러 의미로 가차(假借)되어 있다. 그래서 후에 竹(대나무 죽)자를 더한 箕(키 기)자가 뜻을 대신하게 되었다. 그래서 其(기)는 ①그, 그것 ②만약(萬若), 만일(萬一) ③아마도, 혹은(그렇지 아니하면) ④어찌, 어째서 ⑤장차(將次), 바야흐로 ⑥이미 ⑦마땅히 ⑧이에, 그래서 ⑨기약하다 ⑩어조사(語助辭)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어떤 정해진 시기에서 다른 정해진 시기에 이르는 동안을 기간(其間), 그 나머지나 그 이외를 기여(其餘), 그것 외에 또 다른 것을 기타(其他), 그 역시를 기역(其亦), 그 세력이나 형세를 기세(其勢), 그 밖에를 기외(其外), 그 벼슬아치가 그 벼슬을 살고 있는 동안을 기등(其等), 그때를 기시(其時), 실제의 사정이나 실제에 있어서를 기실(其實), 그 전이나 그러기 전을 기전(其前), 그 가운데나 그 속을 기중(其中), 그 다음을 기차(其次), 그 곳을 기처(其處), 그 뒤를 기후(其後), 각각으로 저마다 또는 저마다의 사람이나 사물을 각기(各其), 마침내나 기어이나 드디어를 급기(及其), 어린 아이를 귀엽게 이르는 말을 아기(阿其), 한 달의 마지막이라는 뜻으로 그믐을 이르는 말을 마기(麻其), 마침내나 마지막에는 급기야(及其也), 그때에 다다라를 급기시(及其時),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아니하고 중간쯤 되어 있음을 거기중(居其中), 알맞은 자리를 얻음을 득기소(得其所), 일을 일대로 정당하게 행함을 사기사(事其事), 그 가운데에 다 있음을 재기중(在其中), 마침 그때를 적기시(適其時), 그 근본을 잃음을 실기본(失其本), 절친한 친구 사이를 일컫는 말을 기이단금(其利斷金), 또는 기취여란(其臭如蘭), 모든 것이 그 있어야 할 곳에 있게 됨을 이르는 말을 각득기소(各得其所), 가지와 잎을 제거한다는 뜻으로 사물의 원인이 되는 것을 없앤다는 말을 거기지엽(去其枝葉), 그 수를 알지 못한다는 뜻으로 매우 많음을 이르는 말을 부지기수(不知其數), 어떠한 것의 근본을 잊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불망기본(不忘其本), 말이 실제보다 지나치다는 뜻으로 말만 꺼내 놓고 실행이 부족함을 일컫는 말을 언과기실(言過其實), 겉을 꾸미는 것이 자기 신분에 걸맞지 않게 지나침을 일컫는 말을 문과기실(文過其實), 훌륭한 소질을 가지고도 그에 알맞은 지위를 얻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부득기소(不得其所), 그 사람의 고기를 먹고 싶다는 뜻으로 원한이 뼈에 사무침을 이르는 말을 욕식기육(欲食其肉), 착한 것으로 자손에 줄 것을 힘써야 좋은 가정을 이룰 것임을 일컫는 말을 면기지식(勉其祗植), 미리 말한 것과 사실이 과연 들어맞음을 이르는 말을 과약기언(果若其言), 얼굴의 생김생김이나 성품 따위가 옥과 같이 티가 없이 맑고 얌전한 사람을 일컫는 말을 여옥기인(如玉其人), 용이 그의 못으로 돌아간다는 뜻으로 영걸이 제 고향으로 돌아감을 이르는 말을 용반기연(龍返其淵), 어떤 일을 할 때 먼저 그 방법을 그릇되게 함을 이르는 말을 선실기도(先失其道) 등에 쓰인다.
▶️ 木(나무 목)은 ❶상형문자로 땅에 뿌리를 박고 선 나무 모양을 본뜬 글자로 나무를 뜻한다. ❷상형문자로 木자는 나무의 뿌리와 가지가 함께 표현된 상형문자이다. 땅에 뿌리를 박고 가지를 뻗어 나가는 나무를 표현한 글자라 할 수 있다. 중·고등용 상용한자에서는 木자가 부수로 쓰인 글자가 많다. 쇠를 능숙하게 다루기 이전 쉽게 구할 수 있으며 가공하기 쉬운 성질을 가진 것이 나무였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나무와 관련된 한자를 보면 그 시대를 살아갔던 사람들이 나무를 어떻게 활용했고 인식했는지를 엿볼 수 있다. 木자는 나무를 그린 것이기 때문에 부수로 쓰일 때는 대부분이 나무의 종류나 상태에 관련된 뜻을 전달하게 된다. 그래서 木(목)은 (1)무명으로 된 것 (2)오행(五行)의 하나. 방위(方位)로는 동쪽, 철로는 봄이다. 빛으로는 푸른색으로 가리킨다. (3)어떤 명사 앞에 쓰여 나무로 된 무명으로 된의 뜻을 나타내는 말 (4)성(姓)의 하나 (5)목요일(木曜日) (6)팔음(八音)의 한 가지이다. 지어(枳敔)와 같은 종류의 나무로 만든 일종의 마찰(摩擦) 악기 등의 뜻으로 ①나무 ②목재(木材) ③널(시체를 넣는 관이나 곽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 관(棺) ④오행(五行)의 하나 ⑤목성(木星; 별의 이름) ⑥목제 악기 ⑦형구(刑具; 형벌을 가하거나 고문을 하는 데에 쓰는 여러 가지 기구) ⑧무명(무명실로 짠 피륙) ⑨질박하다(質樸; 꾸민 데가 없이 수수하다) ⑩꾸밈이 없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수풀 림/임(林), 수풀 삼(森), 나무 수(樹)이다. 용례로는 나무 인형을 목상(木像) 또는 목우(木偶), 나무 그릇을 목기(木器), 나무 도장을 목도장(木圖章), 나무를 다루어서 물건을 만들어 내는 일을 목공(木工), 나무와 풀을 목초(木草), 나무토막으로 만든 베개를 목침(木枕), 나무를 다루어 집을 짓거나 물건을 만드는 일로 업을 삼는 사람을 목수(木手), 술청에 목로를 베풀고 술을 파는 집 목로주점(木壚酒店), 나무나 돌과 같이 감정이 없는 사람을 비유하여 목석(木石), 나무에도 돌에도 붙일곳이 없다는 뜻으로 가난하고 외로워서 의지할 곳이 없는 처지를 이르는 말을 목석불부(木石不傅), 나무에도 돌에도 붙일 데가 없다는 뜻으로 가난하고 외로와 의지할 곳이 없는 경우를 이르는 말을 목석난득(木石難得), 나무 인형에 돌 같은 마음이라는 뜻으로 감정이 전연 없는 사람 또는 의지가 굳어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사람을 일컫는 말을 목인석심(木人石心), 나무나 돌로 만든 사람의 형상을 이르는 말을 목우석인(木偶石人), 나무 인형에 옷을 두른 것이라는 뜻으로 아무 능력이나 소용이 없는 사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목우인의(木偶人衣), 나무나 돌처럼 아무런 감정도 없는 마음씨의 비유를 일컫는 말을 목석간장(木石肝腸), 나무 껍질이 세 치라는 뜻으로 몹시 두꺼움을 이르는 말을 목피삼촌(木皮三寸) 등에 쓰인다.
▶️ 不(아닐 부, 아닐 불)은 ❶상형문자로 꽃의 씨방의 모양인데 씨방이란 암술 밑의 불룩한 곳으로 과실이 되는 부분으로 나중에 ~하지 않다, ~은 아니다 라는 말을 나타내게 되었다. 그 때문에 새가 날아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음을 본뜬 글자라고 설명하게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不자는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不자는 땅속으로 뿌리를 내린 씨앗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아직 싹을 틔우지 못한 상태라는 의미에서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참고로 不자는 ‘부’나 ‘불’ 두 가지 발음이 서로 혼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不(부/불)는 (1)한자로 된 말 위에 붙어 부정(否定)의 뜻을 나타내는 작용을 하는 말 (2)과거(科擧)를 볼 때 강경과(講經科)의 성적(成績)을 표시하는 등급의 하나. 순(純), 통(通), 약(略), 조(粗), 불(不)의 다섯 가지 등급(等級) 가운데 최하등(最下等)으로 불합격(不合格)을 뜻함 (3)활을 쏠 때 살 다섯 대에서 한 대도 맞히지 못한 성적(成績) 등의 뜻으로 ①아니다 ②아니하다 ③못하다 ④없다 ⑤말라 ⑥아니하냐 ⑦이르지 아니하다 ⑧크다 ⑨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 그리고 ⓐ아니다(불) ⓑ아니하다(불) ⓒ못하다(불) ⓓ없다(불) ⓔ말라(불) ⓕ아니하냐(불) ⓖ이르지 아니하다(불) ⓗ크다(불) ⓘ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불) ⓙ꽃받침, 꽃자루(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아닐 부(否), 아닐 불(弗), 아닐 미(未), 아닐 비(非)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옳을 가(可), 옳을 시(是)이다. 용례로는 움직이지 않음을 부동(不動),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일정하지 않음을 부정(不定), 몸이 튼튼하지 못하거나 기운이 없음을 부실(不實), 덕이 부족함을 부덕(不德), 필요한 양이나 한계에 미치지 못하고 모자람을 부족(不足), 안심이 되지 않아 마음이 조마조마함을 불안(不安), 법이나 도리 따위에 어긋남을 불법(不法), 어떠한 수량을 표하는 말 위에 붙어서 많지 않다고 생각되는 그 수량에 지나지 못함을 가리키는 말을 불과(不過), 마음에 차지 않아 언짢음을 불만(不滿), 편리하지 않음을 불편(不便), 행복하지 못함을 불행(不幸), 옳지 않음 또는 정당하지 아니함을 부정(不正),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속까지 비치게 환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불투명(不透明), 할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것을 이르는 말을 불가능(不可能), 적절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부적절(不適切), 부당한 일을 일컫는 말을 부당지사(不當之事), 생활이 바르지 못하고 썩을 대로 썩음을 일컫는 말을 부정부패(不正腐敗), 그 수를 알지 못한다는 말을 부지기수(不知其數), 시대의 흐름에 따르지 못한다는 말을 부달시변(不達時變) 등에 쓰인다.
▶️ 雨(비 우)는 ❶상형문자로 하늘에서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는 모양을 본떴다. (우)란 음은 宇(우), 羽(우) 따위와 관계가 있고 위로부터 덮는다는 뜻이 닮았다. 부수(部首)로서는 비 또는 구름, 기타 기상(氣象)에 관한 뜻을 나타낸다. ❷상형문자로 고대 중국은 농경사회였기 때문에 농업을 매우 중시했었다. 농업의 성공 여부는 날씨와도 직결된다. 그래서인지 한자에는 날씨와 관련된 글자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雨자는 하늘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한자가 생성되기 시작했을 때부터 날씨와 관련된 글자를 만드는 데 많은 영향을 미쳤다. 갑골문에 나온 雨자를 보면 하늘에 획이 하나 그려져 있고 그 아래로 점이 찍혀있었다. 이것은 구름 아래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雨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대부분이 날씨나 기상 현상과 관련된 의미를 전달하게 된다. 그래서 雨(우)는 ①비 ②많은 모양의 비유 ③흩어짐의 비유 ④가르침의 비유 ⑤벗의 비유 ⑥비가 오다 ⑦하늘에서 떨어지다 ⑧물을 대다 ⑨윤택하게 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흐릴 담(曇),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빛 광(光), 볕 양(陽), 갤 청(晴)이다. 용례로는 비가 온 분량을 우량(雨量), 비를 몸에 맞지 않도록 손에 들고 머리 위에 받쳐 쓰는 물건을 우산(雨傘), 1년 중에 비가 가장 많이 오는 시기를 우기(雨期), 눈과 비를 우설(雨雪), 비와 이슬을 우로(雨露), 비가 올 듯한 기미를 우기(雨氣), 비가 오는 날을 우천(雨天), 비 맞지 않도록 차림 또는 그 복장을 우장(雨裝), 비가 내림 또는 내린 비를 강우(降雨), 밤에 내리는 비를 야우(夜雨), 줄기차게 많이 오는 비를 호우(豪雨), 오랫동안 계속해 내리는 음산한 비를 음우(陰雨), 오래 오는 궂은 비를 음우(霪雨), 갑자기 많이 쏟아지는 비를 폭우(暴雨), 식물이 자라나기에 알맞도록 내리는 비를 자우(滋雨), 장마 때에 오는 비를 장우(長雨), 몹시 퍼붓는 비를 능우(凌雨), 세차게 내리는 비를 강우(强雨), 알맞은 때에 내리는 비를 감우(甘雨), 보리가 익을 무렵에 오는 비를 맥우(麥雨), 바람과 함께 내리는 비를 풍우(風雨), 천둥소리가 나며 내리는 비를 뇌우(雷雨), 산골짜기에 내리는 비를 계우(溪雨), 비가 온 뒤에 솟는 죽순이라는 뜻으로 어떤 일이 일시에 많이 일어남을 이르는 말을 우후죽순(雨後竹筍), 바람 불고 비오는 것이 때와 분량이 알맞음을 일컫는 말을 우순풍조(雨順風調), 비올 때의 경치도 매우 기이하고 갠 후의 경치도 좋다는 뜻으로 날씨에 따라 풍경이 변하는 모양을 일컫는 말을 우기청호(雨奇晴好), 비와 이슬이 만물을 기르는 것처럼 은혜가 골고루 미침을 이르는 말을 우로지은(雨露之恩), 회합 등을 미리 정한 날에 비가 오면 그 다음 날로 순차로 연기하는 일을 일컫는 말을 우천순연(雨天順延), 비 온 뒤에 우산을 보낸다는 뜻으로 이미 지나간 일에 쓸데없는 말과 행동을 보태는 경우를 일컫는 말을 우후송산(雨後送傘), 떨어지는 빗방울이 돌을 뚫다라는 뜻으로 아무리 어려운 상황일지라도 적극적인 돌파구를 마련하면 해결되지 않는 일은 없다는 뜻을 이르는 말을 우수천석(雨垂穿石)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