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도 안되고, 이래 저래 속은 터지고...부모님 산소나 다녀오자 길을 나섰다.
위생병원 앞에서 구암리행 좌석 버스를 잡아탔다.
1400원 버스값을 치르고 햇볕이 드는 창가에 앉았으나 냉방이 어찌나 잘 되는지 자꾸 추웠다. 그래도 끈질기게 졸고 또 졸았다.
구암리 도착. 한번도 발딛은 적이 없는 낯선 곳이다. 거기서 다시 1400원을 내고 청평행 1330번 좌석버스를 갈아탔다. 위생병원 앞에 그 버스도 있는데, 기다리지 못하고 구암리행 버시를 탔던 것이다.
대성리 역 앞에서 하차, 구부러진 길을 돌아 대성리 사촌오빠 집까지 걸어가기로 한다.
정육점에 들러 불고기감 쇠고기 두어근과 성묘에 쓸 술 한병, 담배 한갑, 조카네 아이들에게 줄 군것질거리 등을 사서 들었다.
까마귀 운다. 까막까막...
볕은 여전히 쨍쨍.
눈 아래로 흘러내리는 물살 위를 볕발이 함께 실려 내려가고 있다. 사촌 큰 오빠가 창가에 서계시다가 활짝 웃었다.
십년도 더 되었을 것이다. 오빠는 경춘선 강촌역에 근무하는 철도 공무원이었는데, 기차 문에 매달린 학생이 떨어지려는 걸 막으려다 머리를 크게 다쳤다. 그때 이후 오빠는 6.25사변때와 현재를 왔다갔다 하신다. 바르게 말씀하시던 중에 갑자기 인민군이 쳐들어오니 숨어야 할 거라고 말씀하신다. 일흔이 조금 넘으셨다.
오빠와 구절초가 핀 산길을 걸어 부모님 산소에 이르러 술 한잔, 담배 한 개비를 피워드렸다.
"나도 한 대 피워야겠다."
"그래, 오빠."
두 분 담배 연기가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풀고 어우러져 오르는 동안 하늘에 머흘머흘 피어오르는 구름이나 올려다 보았다.
"작은 어머님은 참 대단하셨지. 남자였다면 장관감이셨어."
"그렇지요. 오빠."
정신이 바로 오신 것이다.
"산소를 파볼래? 살아 나와서 퍼덕퍼덕 뛰어다닐 거야."
"아, 아냐. 오빠. 이제 그만 내려가자."
죽은 이가 다시 살아나오기로 한다면 그것은 규칙위반이다. 그 혼란을 어찌 다 감당하라고. 나라도 그건 안돼. 이미 죽고 말았는데 몇 년 뒤 다시 살아 나타난다니!
나는 앞서고 오빠는 뒤따라 내려오는 동안, 오빠는 밤알 세 톨을 주웠다며 내게 건넸다.
'그래, 오빠는 이래야 맞아!'
날밤 껍질을 이빨로 물어뜯고 속껍질을 앞니로 갉아 오도독 깨물어 먹었다.
'나는 이러는 게 맞아!'
오빠는 다른 사람은 잘 기억 못하는데 나는 잊어먹지 않는다. 이덕중씨네 딸 이상교잖아, 한다.
아... (사촌오빠 이야기 쓰면 좋겠다) 지금은 경춘선을 타구 댕기지만 10년전 원당 살 적엔 교외선을 종종 탔는디, 철도원들은 대개가 참 착했시유. 나 살던 원릉역이 간이역이라 철도원 아자씨가 손으로 직접 표를 끊어줬는데, 오배권이엇덩가? 기차 안에선 그니덜과 손님덜이 똑 한식구 갓앗지유. 무글것두 노나묵구...
첫댓글 쓰다 말고 일이 생겨 일단 '등록' 올려놓았다가 다시 와서 썼습니다. 중간에 본 분들은 음, 이상하군, 도둑이 들었었나? 하셨을 것입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말들로 요렇게 가슴 져리게 쓰시다니ㅠㅠ
아녀요. 불밤송이가 몬일을 저지른 줄 알았어요. 어리광쟁이가.
반가운 이가 불러 급하게 놀러나갔나보다 했지요. 1330번 저거 아해네 동네 가는 건데.
아... (사촌오빠 이야기 쓰면 좋겠다) 지금은 경춘선을 타구 댕기지만 10년전 원당 살 적엔 교외선을 종종 탔는디, 철도원들은 대개가 참 착했시유. 나 살던 원릉역이 간이역이라 철도원 아자씨가 손으로 직접 표를 끊어줬는데, 오배권이엇덩가? 기차 안에선 그니덜과 손님덜이 똑 한식구 갓앗지유. 무글것두 노나묵구...
비둘기호나 텅일호, 곡절도 많앗을 저 낡은 열차덜은 치치포포 지친 천사마냥 터덜터덜 하늘을 날앗으까여? 사촌옵빠 꼭 한번 뵙고 시프다...ㅠㅠ
나도 오빠 보고싶다. 늘 자상하신 모습이고 처음 이곳에 왔을때 카드라도 보내면 꼭 답장을 주시곤 했다. 대성리도 가고 싶고. 엄마 아버지 산소도
얼굴에 '착함' 이라고 쓰여져 있는 오빱니다. 언젠가 그곳에서 하롯밤 민박하기로 합시다. 아들이 민박집 합니다. 앞에는 개울, 개울 건너에는 산, 마당에서 불 피우고 고래고래 노래 부르며 놀기 딱입니다. 가평 복장리만은 못합니다. 교통은 좋은 편입니다.
조아라 ^ㅇ^
나두 가구 시프다. (늘 시프다에서 끝나는 게 문제지만...)
그래, 가자! 물 맑고 좋더라.
야호! 생각만으로도 좋아요! 눈 굴리는 벙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