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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추자를 아십니까? 한 때, 우리나라를 대표했던 여자농구 선수도 그런 이름이 있지만 한국 가요사에서 절대 잊혀져서는 안 될 가수 이름이 김추자입니다. 제가 노래를 조금 알 때 쯤에는 벌써 우리 가요계에서 멀어진 사람이라 잘 몰랐고, 또 어릴 때에 듣기로는 스캔들로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고 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퇴근하던 길에 '나뭇잎이 떨어져서'라는 노래를 듣고 누구의 노래인지 알아보려고 백방으로 노렦을 했는데 제목도 잘 알지 못했고, 가수도 몰라서 몇 년이나 몰랐다가, 친구 차에서 김추자의 시디 노래를 듣다가 알았습니다.
저야, 김추자 하면,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커피 한 잔', '나뭇잎이 떨어져서' 정도이지만 60여 곳이나 되는 히트곡을 가지고 있습니다.
즐겨찾기에 저장해서 자주 듣고 있는데 오늘 김추자에 관한 기사가 나왔길래 옮겨 봅니다. 제가 좋아하는 여자 가수는 이선희가 제일이지만 결코 이선희에 뒤지지 않는 김추자의 노래, 찾아서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님은 먼 곳에’는 1969년 11월 첫 방영된 동양방송(TBC)의 주말연속극 주제곡으로 먼저 공개되었고, 그로부터 1년이 지난 후 신중현 컴필레이션 음반에 공식적으로 발표된 노래다. 공교롭게도 노래를 처음 부탁받은 이는 김추자가 아니고 당대 최고의 스타 패티김이었다. 그러나 스탠더드 팝 스타일을 지향했던 패티김은 당연히 방송사의 제의를 거절했다(결과적으로 두 사람 모두에게 잘된 선택이었다고 본다). “주인은 따로 있다”는 속설처럼, 그렇게 노래는 김추자의 품으로 돌아갔고 제대로 된 임자를 만나 호응했다. 신중현이 곡을 쓴(작사 역시 신중현이 했다고 알려졌으나, 2006년 법원은 저작권 공방 끝에 드라마작가 유호의 손을 들어주었다) 드라마틱한 구조의 소울 클래식 ‘님은 먼 곳에’는 전국을 들썩이게 만들었고, ‘늦기 전에’와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로 열심히 바람몰이 중이던 신예가수 김추자는 대중들에게 잊히지 않을 아이콘이 됐다.
잠자던 노인도 벌떡 일으킬 만한 역대급의 비음 때문만은 아니었다. “빨아들인다”는 표현이 정확할 깊고 풍부한 음색은 적어도 그때까지의 한국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던 유산이었다. 김추자 전에도 김추자는 없었고, 김추자 이후로도 김추자는 없었다. 육체 그 자체로부터 길어 올린 창법은 남성들에게는 황홀한 성적 판타지를 제공했고, 여성들에게는 은밀한 동경의 대상이 됐다. 한국 록 역사상 가장 섹시하고, 충동적이며, 자극적인 노래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노래가 출몰한 시점을 감안하면, “혁명과 시대가 항상 맞물려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라는 어느 문예비평가의 말이 더 설득력을 얻는다. 미처 완수되지 못한 혁명의 이름은 김추자, 그리고 ‘님은 먼 곳에’였다.
주지하다시피, 이 노래는 장현, 조관우, 위일청, 장사익 등에 의해 수 차례에 걸쳐 리메이크되며 긴 생명력을 과시했다. 이준익 감독의 2008년 영화 [님은 먼 곳에] OST에선 거미에 의해 재해석되기도 했다. 미안한 말이지만, 그 어느 버전도 나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지 못했다. 이건 오리지널에 대한 엄숙주의 따위가 아니다. 이 곡은 매끈하게 불러서는 안 된다. 최대한 불온하게, 내면에 꼭꼭 감춰둔 욕망의 머리를 깨뜨려 밖으로 드러낼 듯 잔인하게 불러야 한다. 아쉽게도 성공한 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 그만큼 김추자의 곡이 강렬했던 탓일 테니, 리메이크에 도전했던 상대들은 자신들의 작품을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다. 한국 현대사의 영욕과 맞물려 돌아간, 앞으로 펼쳐질 그녀의 파란만장한 음악사를 아직 모르기라도 했던 것처럼 솟구쳐 오른 김추자 최고의 명곡이자 1970년대 최고의 가요 중 하나다.
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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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지금은 이은미씨가 맨발로 노래를 부르기도하지만,,, 맨발 여가수 원조였죠...ㅎㅎ 김추자씨 특유의 고음섞인 비음이 대단히 매력적이엇습니다. 요즘 들어도 별로 구태스럽지가 않더군요.
구태가 아니라 선구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