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고 싶지 않은 밤, 잠들면 안될 것 같은 밤.
아주 멀리까지 나갔던 마음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그런 밤.
꿈 속에서 별들이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익사할 때마다,
두 팔을 내젓고, 서럽게 울음소리를 내며 내지르는 내 잠꼬대는
늘상 같은 소리였다. 반드시 채워야 할 공간처럼 펼쳐져있던
마음 속의 빈 백지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는 말만
외우지 못한 영어단어처럼 빼곡히 쓰여져 있었다.
뼛 속 깊이 사무친 밤이 하얀 눈흘김을 멈출 때까지
나는 결코 깊이 잠들지 못한다.
白夜, 그리고 百夜
백야/강연호
누구나 그렇듯이
더러 잠들고 싶지 않은 밤은 있다
하얗게 지새운다는 말뜻 그대로
창틀에 턱을 괸 채 골똘해지고 싶은 밤은 있다
멀리 나간 마음은 퉁퉁 불어터져
어둠 속에 익사하는데 우수수
별들은 쏟아져 손톱 밑에서 으깨어지는데
미처 걷지 못한 밤빨래는
언제나 죽음처럼 펄럭이는데
진저리치는 전신주의 늑골마다
바람은 사무치게 훑어가는데
누구나 그렇듯이
비듬처럼 쏟아지는 잠꼬대를 또박또박
받아적고 싶은 밤은 있다
한 번 잠들면 다시는 깨어나고 싶지 않은
그런 밤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