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덥고 해가 내리쬐는 날이었다. 10월 초 새학기를 시작하고 나른한 몸을 가누지 못해 그대로 강의실 책상에 늘어져 있는 나였다. 아무도 없는 강의실에 큰 벨소리가 울려퍼졌다.
-여보세요
-이소은 너요새 왜 안놀러와
-내가 뭘?
-이야 발뺌까지해, 너요새 축구부 안오잖아 내가 모를줄 알고?
-요새 좀 바빠서 그래 학점 따야지 이제.... 이번엔 장학금 타고만다 내가 꼭
-야 웃기시네 너 임지호때문에 안오는거 모를줄 알아
-아니거든 농구가 더 좋아졌어 야 나 전화온다 끊어
또다시 늘어져 있으려는 찰나에 누가 나를 찾아왔다.
"누나 여기있었네 한참찼았잖아!"
밝은 웃음으로 나를 쳐다보는 서경이가 있었다.
"오야 서경아... 웬일이오"
"요새 왜 안와 흐흐 자백하시죠"
씨익 웃으면서 음료수 한캔을 건네는 서경이.
"내가 뭘...."
"지호형 때문이지? 다 알지요 내가"
"아 왜 다들 지호 지호 지호! 진짜 왜 다들 나한테 지호얘기만해!! 그렇게티나냐.."
"뭐? 푸하하하하 진짜 웃겨 누나, 티 안나 진짜로 프흐흐 내가 눈치가 빨라서 그래~ 주영이형도 그렇고 눈치가 아주그냥"
"됬어 가.."
"진짜 가? 이번주 주말에 다른 학교랑 경기있는데 그래도 그냥 가?"
"야 나 이제 농구가 젤로 좋다 그러니까 묻지마! 더이상"
또 다시 씨익 한번 웃는 서경이
"누나 얼굴 까먹기전에 꼭와 ^^ 알지?"
"어휴 알겠어, 못살아 갈게 갈게"
"맛있는거 많이 사가지고와!"
다시 강의실을 뛰쳐나가는 서경이 멀어져가는 모습을 뒤로한 채 나도 가방을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햇살이 쏟아지고 눈살이 절로 찌푸려지는 와중에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오늘따라 나를 찾는사람이 왜이렇게 많아
"언니!!"
어린것들이 오늘 따라 극성이다.
"어 채원아"
"언니 오늘 저랑 같이 밥먹어요!"
밝고 예쁜 웃음을 가진 채원이 하지만 못된 나는 이아이를 향한 질투인지 쉽게 웃으며 받아들이지를 못한다.
3주전 지호가 내게 이아이의 손을 붙잡고 와서 하는말이 지 여자친구란다.
이번년도의 신입생중에서 예쁘다고 소문난 채원이. 나름 훈남이고 키도 182에서 183정도 장신인데다가 교내 축구부에서 난다긴다하는 임지호. 둘은 잘 어울리는 듯 안 어울렸다. 아 물론 내눈에만 그럴수도 있지, 내눈에 지호는 아직도 8년지기 친구 임지호로 보인다. 혹은 남자 임지호.
"언니!"
"어? 응"
"제가 맛있는데 알아요 같이가요 네?"
나한테 시종일관 웃는 표정으로 싹싹하게 대하는 이아이를 내치기도 그렇고... 여러모로 나를 지치게하는 후배이기도 하다. 못났다 이소은, 못났어.
"그래, 가자 가"
종알종알 쉴새없이 떠드는 채원이의 말들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는 와중에 아무생각없이 따라온 식당
"언니 여기 막창이 진짜 끝내주게 맛있거든요"
"오...나도 막창좋아해 소주한잔하면 캬 끝내주지!"
"전 아직 미성년잔데요 히히"
귀엽게 웃음짓는 그아이의 얼굴을 보니 왜 남자들이 줄줄 따르는지 알만했다.
"언니는 지호오빠랑 몇년지기라고 하셨죠?"
"어디보자 우리가지금 23살이지 일 이 삼 사... 이야 중학교 2학년때부터 쭉 친구였으니까 8년은 족히 됬네, 대박이다 진짜 곧있으면 9년쯤 되겠다"
"부럽다 내가 모르는 시절이 많았겠다, 그쵸"
"그렇긴한데 뭐 친구끼리 딱히 그런게 있겠냐"
터져나오는 실소를 머금고 대답을 했다.
"그래요? 그럼 다행이구..."
어찌나 그렇게 할말이 많은지 게다가 하는말의 99퍼센트는 죄다 임지호얘기, 궁금하지도 재밌지도 심지어 신선하지도 않은 신상정보들.
아가야.. 나는이미 임지호의 혈액형 이상형 좋아하는거 싫어하는거 식습관이나 어떤츄파춥스를 좋아하는지도 다 알거든? 너희 오빠이상형이 지금 김사랑에 신세경 각선미에 글래머라고 해도 수십 수천번은 바뀐터라 이젠 궁금하지도 않다.
지루하고 긴긴 임지호 PR이 끝나고 먼저가서 페이를 지불하는 채원이. 내가 낸다고해도 굳이 자기가 내는 채원이. 정말 싹싹하긴 어지간히 싹싹하게 굴어. 남친의 친구라고 해도 너무 잘해준다.
"언니 그럼 저는 내일 아침 일찍 강의가 있어서 먼저 얼른 가볼게요 흐흥"
"오야 가봐 맛있게 잘먹었어~"
눈웃음치는 채원이를 보니 내가 또 졌다. 배부르게 저녁도 먹구 힘차게 발걸음을 내딪었다. 여름이 아직 가지않아서, 나를 땀나게 하는 이 더위가 아직 물러나지 않아서 세상은 아직도 밝고 매미는 울었다. 오늘 인복하나는 끝내주나보다. 어떻게 나를 찾는 양반들이 이리도 많은지
나의 베스트프렌드 강지연
-옹 강지연!!! 오랜만 완전 오랜만 왜이제서야 전화해 바보야!
-엉엉 이소은... 만나자 지금당장 치맥 콜?
-완전 콜!!!
-지금 홍대에 우리맨날 가던거기 있잖아~~ 거기루
-응응 개콜 완전 금방갈께~ 끊어~
오랜만에 내친구 지연이와 담소를 풀러갈 날인가 보다. 오늘중 가장 즐거운 시간일 것 같다. 정말 정말 오랜만에 보는 내친구.
치킨집에 들어섰을 때 지연이가 활짝 웃으면서 나를 반겼다.
"강지연씨 여보 오랜만이야"
"이소은!!! 디요니 안보고싶었어?"
"완전...완전 보고싶었어, 왜 연락이 뜸해 멍청아"
"나 요새 과제다 졸작이다 이래저래 바쁘지..."
"아... 너는 졸업반이구나.. 흐.. 부럽기도하고 안부럽기도하고 하하"
작정하고 쉬려고 나와 지호는 휴학계를 냈었다. 엄밀히 말하면 내가 내는데 따라 낸거지만.
"너 딱 그때가 좋은거다? 놀수있을 때 노는거지 언제노냐~ 나는 졸업작품때문에 미칠거같거든!"
첫댓글 왘ㅋㅋㅋㅋㅋㅋㅋ 타이밍쥬긴닼ㅋㅋㅋㅋㅋ 굳굳 나 이런거 좋아해요
감사해요!
목소리의 주인공은 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