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 ‘두꺼운 서류’ 본 북 군사대표 “보따리 보라우!”
◇판문점 평화의집서 올해 두번째 남북장성급군사회담 북 안익산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서 세계에 기쁨주자” 비무장지대 병력 장비 시범 철수 추진 등 논의할 듯/ 남북 군 당국이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등을 논의하기 위해 판문점에서 머리를 맞댔다. ◇ 31일 오전 10시 판문점 남쪽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9차 남북장성급군사회담이 시작됐다.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당국 간 회담으로,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지난 6월14일에 이어 올해 두번째다. 남쪽 대표단은 김도균 국방부 대북정책관을 수석 대표로 조용근 국방부 북한정책과장(육군 대령), 안상민 합동참모본부 해상작전과장(해군 대령), 이종주 통일부 회담 1과장, 한석표 청와대 안보실 행정관으로 꾸려졌다. <△ 사진:> 31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제9차 남북장성급회담에서 우리측 수석대표인 김도균 국방부 대북정책관(오른쪽)과 안익산 북측 수석대표가 함께 입장하고 있다. 남북장성급회담은 지난달 14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제8차 회담이 열린 이후 47일만이다. 사진공동취재단
○··· 북쪽 대표단은 안익산 육군 중장을 비롯해 엄창남 육군 대좌, 김동일 육군 대좌, 오명철 해군 대좌, 김광협 육군 중좌로 구성됐다. 김도균 수석대표를 비롯해, 조용근 과장, 안상민 과장 등 남쪽 대표단은 지난 6월 8차 남북장성급군사회담에 참여했고, 북쪽 대표단 구성은 8차 회담과 아예 같아 남북 군 당국이 지난 회담에 이어 연속성 있는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이날 남쪽 김도균 수석대표는 판문점 평화의집에 마련된 회담장에서 “8차 장성급 군사회담 때 만나고 한 47일 정도 경과했다”며 “무더위 속에서 내려오느라 고생했다. 회담이 오늘도 잘 될 거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에 북쪽 안익산 수석대표는 “북남 수뇌분들께서 이 판문점에 역사의 자취를 남긴 그때로부터 세계가 우리 판문점을 다 주시하고, 북과 남의 온 겨레가 판문점을 주시하고 있다”며 “특히 우리 북남 군부가 진행하는 이 회담에 대한 관심은 각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사진: 남북장성급회담 우리측 수석대표인 김도균 국방부 대북정책관 등이 31일 판문점에서 열리는 제9차 회담을 위해 종로구 남북회담본부를 출발하기에 앞서 취재진 앞에 각오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안 대표는 회담 의제와 관련해 국내 방송사의 보도 내용을 언급하며 “신통히도 우리 오늘 김도균 소장하고 마주 앉아서 토론할 내용들을 다 예평을 했다. 참 신통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남쪽 언론이 이번 남북장성급군사회담 의제로 꼽은 내용이 대체로 맞다고 확인한 셈이다.안 수석대표는 남쪽 언론의 보도에 대한 언급을 이어가며 “(남쪽 언론이) ‘오늘 북측 대표단은 종전선언 문제까지 들고 나와서 남측을 흔들라고 잡도리 할 수 있다’ 이렇게 까지 이야기한다”며 “우리가 ‘미국을 흔들다가 잘 안되니까 이번에 남측을 흔들어서 종전선언 문제 추진할라고 한다’ 이렇게 보도한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북한이 미국에 종전선언 채택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는 국내 언론 보도를 짚은 대목이다. 그는 이어 “맞는가 안 맞는가 그 진위를 가리기 앞서서 북과 남의 정말 온 겨레가 그만큼 우리 회담을 중시한다는 이런 걸 알게 됐고, 또 그 과정에 시대적인 사명감이랄까, 평화와 번영을 위한 북남 사이의 노력하는 데서 군부가 차지하는 몫을 정말 깨닫게 하는 이런 장면이라고 볼 수 있겠다”고 평가했다.
△ 사진: 판문점에서 올해 두번째 남북장성급군사회담이 열리는 3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대표단이 천해성 통일부 차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단
○··· 이날 남북 회담 수석대표들은 회담 시작에 앞서 속담을 주고 받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안익산 수석대표가 먼저 “옛날 말로 김맬 때 ‘손님이 아흔 아홉 몫을 낸다’고 일러 오고 있다”며 “서양 속담에도 ‘주인 눈 두 개가 하인 손 천 개를 대신한다’ 이런 서양속담도 있다. 이걸 놓고 봐도 우리가 주인의 자세가 될 입장에서 마음가짐 단단히 가지고 허심탄회하고 문제를 논의해서, 이 회담장을 지켜보고 있는 북과 남의 온 겨레, 세계의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자는 이런 말을 서두에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김도균 수석대표는 “가꾸지 않은 곡식이 잘되리라는 법이 없다 이런 말이 있다”며 “좋은 곡식을 얻기 위해서는 공도 들여야 되고,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지 좋은 곡식을 우리가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번 봄에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서 이미 씨앗은 뿌려졌다고 저는 생각한다.
그래서 가을에 정말 풍성한 수확을 얻기 위해서는 지금 무더위속에서도 우리가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이런 과정들을 통해서 금년 가을에 좋은 수확을 틀림없이 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여튼 오늘 회담을 통해서 남북 온 겨레가 국제사회가 기대하는 그런 성과들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한편, 이날 남쪽 김도균 수석대표는 20cm 정도 두께인 검은색 서류 파일을 회담장에 가지고 들어왔다. 북쪽 대표단과 논의하려는 내용이 얼마나 많은 지를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북쪽 안익산 수석대표도 가죽 재질로 보이는 서류철을 들고 회담장에 들어왔다. 김 수석대표의 ‘두꺼운 서류 파일’을 본 안 대표는 다른 북쪽 대표들에게 “보따리 보라우”라며 “(남쪽이) 많이 끌고 나올 것 같은데 오늘 허심탄회하게 회담 좀 잘해서 실제로 우리 인민들이 ‘야 군대가 제일 앞서 나가는 구나’ 이런 인상을 줄 수 있도록 하자”고 말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