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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red>울산광역매일</font>≫ <시가 흐르는 아침> 항아리
잘익은열매같았다어머니손길에반들반들윤나는항아리를보며저단단한껍질안에무엇이있을까를생각한다,생각은멈추지않고항아리뚜껑을열려다소중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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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익은 열매 같았다
어머니 손길에 반들반들 윤나는
항아리를 보며
저 단단한 껍질 안에 무엇이 있을까
를 생각한다, 생각은 멈추지 않고
항아리 뚜껑을 열려다
소중한 무게에 겁이나 궁금증을 덮곤 했다
겉이 단단하면 단단할수록
무엇을 품는다, 로 읽혀진다
그때부터 둥지와 항아리
어머니 같은
꽃이 품은 자리에 청매실
뜨거움을 삭히고 매실 속 푸른 말들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과
그 경계에 떠오르는 향기 가득하니
나를 다 지우고 남은
시 한 편의 무게가 저렇듯 맛이 들어
항아리에
무엇을 품는다는 말엔 맑은 울림이 남는다
<시작노트>
항아리와 둥지 그리고 시 한 편. 무엇을 품는다는 것은 결과와 과정까지 담아내는 것이다. 어머니의 정성으로 익어가는 항아리. 문득 내 어깨를 툭 치는 도토리, 밤 한 톨을 떠올렸을까. 시 한 편으로 옮기며 맑은 울림으로 남길 소망한다.
유회숙
충북 충주 출생. 1999년 《자유문학》 시 등단. 시집 『흔들리는 오후』 『꽃의 지문을 쓴다』 『나비1 나비3』 『국수사리 탑』. 저서 『편지선생님』. 한국편지가족 고문,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한국산림문학회 이사, 詩鄕 동인. 불교문예작품상 수상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