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냉수 한 컵 같다던데,
바쁘게 보낸 여름 걷기학교에서 사흘을 지내고 돌아오니
다시 덥다.
사흘 동안 경상도 일대에서 보낸 일을 회상하자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영혼의 자서전>의 한 구절이 문득 떠오른다.
“아주 고상한 노래를 하나 부르자
똥 싸고, 먹고, 방귀뀌고, 마시는 게 인생이라네.“
아무렇게나 먹고, 아무렇게나 자고,
바라보는 모든 것들에 대한 경탄이
가장 아름다운 여행의 기본자세라고 항상 얘기하지만
지내고 돌아오면 그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우리 모두가 이미 너무 편리한 생활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경탄하는 순간,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주저앉아서
통곡을 했다는 옛 사람들과 달리
우리는 너무 미지근한 경탄을 하는 것은 아닐까?
청송의 주산지와 성천댁, 송소고택과 영더의 침수정에서 매 순간순간 경탄하면서
맨발로 걸었던 화진해수욕장의 모래사장과 내연산 길이 기억 속에 내재되어 있다가
어느 날 불쑥 떠오를지도 모른다.
카잔차키스의 <영혼의 자서전>에는
인생에 대한 물음들이 다음과 같이 실려 있다.
“무엇을 보고 계신가요. 할아버지?”
물을 바라보고 있는 할아버지에게 나는 물었다.
그는 머리도 들지 않고 물에서 눈을 떼지도 않으면서 대답했다.“
내 인생을, 흘러가버린 내 인생을....“
“슬프구나. 세월은 가고, 슬프구나. 시간이 그토록 소중하다니,
오, 일 년에 하루씩이라도 다시 누릴 수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 할아버지, 얘기를 들으니 백년을 사셨더군요.
백년을 살고 보니 인생이 어떻던가요?”
“애야, 인생이란 냉수 한 컵 같더구나.”
흘러가는 인생, 냉수 한 컵과 같다는 인생 속에서
같이 걷고, 잠자고, 나누며 같은 곳을 바라보다 돌아오니
그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되는지,
그러므로 인생의 노정 중에 여행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하는 것임을 살아갈수록 깨닫는다.
지금도 눈에 선한 청송의 산천과 화진해수욕장,
밀려오고 밀려가던 파도의 움직임,
그때가 그새 추억이 되었구나.
2024년 8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