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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부인은 아버지 홍수개의 미친 광풍으로부터 언제나 튼튼한 보호막이 되어 아이들을 잘 기르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 홍수개의 난잡한 생활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그때마다 아이들을 다독이며 바른 정신을 가지고 살아가도록 이끌어 왔던 것이다.
마음을 정한 정씨부인은 아들 홍안기에게 무어라고 말을 해야 할까 한동안 고민했다. 전장에 내보낼 장수를 발탁했으니 전략과 전술을 지시해야했다. 막 만든 식혜를 한 그릇 떠가지고 사과와 배를 깎아 다과상을 만든 정씨부인은 아들 홍안기의 방으로 향했다.
어머니 정씨부인의 인기척을 느낀 아들 홍안기가 서책을 읽고 있다가 방문을 열었다.
“그래! 학문에 열중이구나!”
“예! 어머니, 할아버지 기일이라 바쁘실 텐데 이렇게 저까지 신경을 써주시니 감사합니다.”
홍안기가 공손히 말했다.
“그래, 이리 앉아 이걸 먹자! 이 어미, 너와 긴히 논할 일이 있구나!”
정씨부인이 다과상을 방 가운데 놓고 아들 홍안기와 마주 앉으며 말했다.
“어머니!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그래! 이 어미가 너의 힘이 필요하구나! 그러나 참 말하기가 너무 힘이 들구나!”
“무슨 일인데요? 어머니, 혹시 아버지 때문이신가요?”
아들 홍안기가 불쑥 말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 홍수개 일로 항상 고심하며 살아온 어머니 정씨부인을 보아오며 살아왔기에 무슨 일하는 말만 나오면 무조건 반사적으로 아버지 일로 연결되어버리는 것이었다.
“으음!....... 그래, 미안하구나!”
정씨부인이 조용히 말했다.
“어머니! 무슨 일이든 말씀하세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다 하겠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정씨부인은 늘 아들 홍안기가 아버지에 대하여 악한이라고 나쁜 마음을 가지지나 않을까 조심스럽게 여겼는데 또 이런 좋지 못한 아버지의 일에 아들을 개입할 것을 생각하고는 몹시 망설였으나 도무지 어찌할 수 없는 막다른 상황임을 생각하고는 결단을 내렸던 것이다.
천하의 명의 중 명의만이 내릴 수 있다는 극약처방(劇藥處方)! 정씨부인은 지금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 서있었다. 이 처방을 자칫 잘못 썼다가는 아버지 홍수개나 아들 홍안기는 치명적인 마음의 상처를 입고 평생을 살아가야 할지도 몰랐다. 아버지의 잘못된 짓을 그 아들로 고치려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ㅡ계속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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