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기도
하느님,
사도들의 반석 위에 세우신 교회를
저승의 세력도 결코 이기지 못하게 하셨으니
복된 레오 교황의 전구를 들으시어
교회를 하느님의 진리로 견고하게 하시며
언제나 평화로이 지켜 주소서.
제1독서
<이 은총은 내가 다른 민족들을 위하여 그리스도 예수님의 종이 되어 그들이 하느님께서 기꺼이 받으시는 제물이 되게 하는 것입니다.>
▥ 사도 바오로의 로마서 말씀입니다.15,14-21
14 나의 형제 여러분, 나는 여러분 자신도 선의로 가득하고
온갖 지식으로 충만할 뿐만 아니라 서로 타이를 능력이 있다고 확신합니다.
15 그러나 나는 하느님께서 나에게 베푸신 은총에 힘입어
여러분의 기억을 새롭게 하려고, 어떤 부분에서는 상당히 대담하게 썼습니다.
16 이 은총은 내가 다른 민족들을 위하여 그리스도 예수님의 종이 되어,
하느님의 복음을 전하는 사제직을 수행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다른 민족들이 성령으로 거룩하게 되어
하느님께서 기꺼이 받으시는 제물이 되게 하는 것입니다.
17 그러므로 나는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하느님을 위하여 일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깁니다.
18 사실 다른 민족들이 순종하게 하시려고
그리스도께서 나를 통하여 이룩하신 일 외에는,
내가 감히 더 말할 것이 없습니다. 그 일은 말과 행동으로,
19 표징과 이적의 힘으로, 하느님 영의 힘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예루살렘에서 일리리쿰까지 이르는 넓은 지역에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하는 일을 완수하였습니다.
20 이와 같이 나는 그리스도께서 아직 알려지지 않으신 곳에
복음을 전하는 것을 명예로 여깁니다.
남이 닦아 놓은 기초 위에 집을 짓지 않으려는 것입니다.
21 이는 성경에 기록된 그대로입니다.
“그에 관하여 전해 들은 적 없는 자들이 보고
그의 소문을 들어 본 적 없는 자들이 깨달으리라.”
복음
<이 세상의 자녀들이 저희끼리 거래하는 데에는 빛의 자녀들보다 영리하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6,1-8
그때에 1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부자가 집사를 두었는데, 이 집사가 자기의 재산을 낭비한다는 말을 듣고,
2 그를 불러 말하였다.
‘자네 소문이 들리는데 무슨 소린가? 집사 일을 청산하게.
자네는 더 이상 집사 노릇을 할 수 없네.’
3 그러자 집사는 속으로 말하였다.
‘주인이 내게서 집사 자리를 빼앗으려고 하니 어떻게 하지?
땅을 파자니 힘에 부치고 빌어먹자니 창피한 노릇이다. 4 옳지, 이렇게 하자.
내가 집사 자리에서 밀려나면
사람들이 나를 저희 집으로 맞아들이게 해야지.’
5 그래서 그는 주인에게 빚진 사람들을 하나씩 불러 첫 사람에게 물었다.
‘내 주인에게 얼마를 빚졌소?’
6 그가 ‘기름 백 항아리요.’ 하자,
집사가 그에게 ‘당신의 빚 문서를 받으시오.
그리고 얼른 앉아 쉰이라고 적으시오.’ 하고 말하였다.
7 이어서 다른 사람에게 ‘당신은 얼마를 빚졌소?’ 하고 물었다.
그가 ‘밀 백 섬이오.’ 하자,
집사가 그에게 ‘당신의 빚 문서를 받아 여든이라고 적으시오.’ 하고 말하였다.
8 주인은 그 불의한 집사를 칭찬하였다. 그가 영리하게 대처하였기 때문이다.
사실 이 세상의 자녀들이 저희끼리 거래하는 데에는
빛의 자녀들보다 영리하다.”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우리 성당에는 어린이들이 다른 성당에 비해 많이 나옵니다. 어린이 미사에는 100명 이상의 아이가 나와서 얼마나 예쁘게 미사를 하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아이들 눈에는 제가 나이 든 아저씨로만 보일 텐데도 저를 거부하지 않고 먼저 다가옵니다. 멀리서 저를 보면 뛰어와서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속사포처럼 내뱉습니다. 길을 걸을 때는 제 손을 꼭 잡고 있습니다. 여기에 어떤 어색함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마치 제 손이 자기 손이라도 되는 것처럼 아주 편안하게 손을 잡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누군가의 손을 이렇게 편한 마음을 가지고 잡은 적이 있었을까?’ 아이의 손을 잡을 때는 불편한 마음이 없습니다. 만약 다 큰 성인의 손을 잡고 걷는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남자의 손이면 ‘신부님이 이상하다’라고 할 것이고, 여자의 손을 잡고 있으면 역시 ‘신부님이 이상하다’라고 할 것입니다. 보는 사람의 마음도 불편해지고, 저 역시 불편해집니다. 하지만 아이의 손을 잡고 있으면 너무나 편합니다.
아이의 솔직하고 진실하고 순수한 마음이 있기에 편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성인이 되는 순간 순수한 마음은 퇴색해지고 서로가 편할 수가 없게 됩니다.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는 예수님 말씀이 확 와닿습니다.
유치원생인 아이 엄마가 제게 이런 말을 해 줍니다.
“우리 아이가 신부님 보고 싶다고 졸랐어요.”
이 말에 기분이 좋아지고, 또 그 아이가 너무나 예쁘게 보였습니다. 문득 하느님도 “하느님, 보고 싶었어요. 하느님, 제 손을 잡아 주세요.”라는 말들을 듣고 싶지 않으실지 싶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무조건 좋아하십니다. 특히 솔직하고 진실되고 또 순수한 마음으로 다가서면 아빠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안아주실 것입니다. 물론 우리의 나약함과 부족함으로 인해서 죄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래도 당신에게 다가오면 기뻐하십니다.
오늘 복음은 우리를 당황하게 합니다. 정직하지 못한 집사의 모습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보면 주인의 재산을 낭비하여 없앴을 뿐만 아니라, 들통나서 쫓겨난 뒤에도 생계를 보장받으려고 주인의 돈을 씁니다. 주인의 입장에서는 못된 집사입니다. 그런데도 이 불의한 집사를 칭찬합니다. 왜냐하면 영리하게 대처하였기 때문이라고 말하지요. 바로 미래에 지향을 두고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모습이든 우리를 받아주시지만, ‘이미’ 우리 가운데 와 있는 오늘을 ‘아직 오지 않은’ 내일과 연결할 줄 하는 우리의 모습을 더 기쁘게 받아주신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미래의 하느님 나라를 바라볼 수 있는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오늘의 명언: 자신의 능력을 믿어야 한다. 그리고 끝까지 굳세게 밀고 나가라(로잘린 카터).
사진설명: 성 대 레오 교황 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