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安度眩)-지금 이 땅에서 결혼이라는 것은
지금 이 땅에서 결혼이라는 것은
한 사람의 지아비가 되고
한 사람의 지어미가 되는 일이 아닙니다
서로 노예가 되는 일이 아닙니다
지금 이 땅에서 결혼이라는 것은
두 가슴에 불을 붙이는 일입니다
키 큰 저 신랑의 숨결이 자꾸 거칠어지고
이쁜 저 신부의 얼굴이 홍옥처럼 붉어지는 것은
서로 불이 붙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쓸쓸하던 분단의 날들을 깨부수고
조국은 하나다, 라고 선언하는 날이
바로 오늘입니다
지금 이 땅에서 기어코 결혼이라는 것은
해방이라는 이름의 기관차를 함께 타는 일입니다
신랑이여 신부여
이제 그대들이 맨 처음으로
세상을 위해 해야 할 일은
첫 아기의 눈부신 울음소리를
이 세상에 들려주는 일입니다
그리하여
통일의 전사로
그 사랑스런 아기를 키우는 일입니다
신랑이여 신부여
그대들은 오늘부터 비로소
조국의 아버지 어머니가 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안도현(安度眩) 시인은 1961. 12. 15.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때부터 왕성한 시작활동으로 백일장 등에서 수십 차례 상을 타 일찍부터 그 재능을 인정받았습니다.
*시인은 중, 고등학교 교사와 대학 교수로도 활동하였고, 시인의 대표작 “연어” “연탄 한 장” “너에게 묻는다” “스며드는 것” “가을엽서” “우리가 눈발이라면” “그대에게 가고 싶다” 등은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 외 시인의 작품으로는 “분홍지우개” “사랑은 싸우는 것” “사랑” “그대에게 가는 길” “간격” “강” “첫눈 오는 날 만나자” “그대에게” “그대를 만나기 전에” “애기똥풀” “기차” “숭어회 한 접시” “미꾸라지” “염소의 저녁” “봄날은 간다” “바다” “그대를 위하여”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모퉁이” “물집” “눈물 드는 5월에” “겨울 강가에서” “먼산” “낡은 자전거” 등이 있습니다.
*시인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것들을 소재로 힘겨운 사회 현실을 섬세한 감각을 통하여 희망으로 승화시킨 서정적인 시를 주로 지었습니다.
*위 시는 시인의 시집 “그대에게 가고 싶다”에 실려 있는 것을 올려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