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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고양이 마요의 식탐이 극에 달했을 때, 녀석은 바게트까지 탐했었다. 너도 아는구나. 그 맛을! 이빨 자국이 선명하게 남은 바게트를 증거물로 제출합니다. ⓒ한수진 기자 |
햄 치즈 바게트 샌드위치를 처음 맛본 건, 10년 전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에서였다. 외국 바람 쏘인 걸 자랑하려는 게 절대 아니다. 배가 고팠는데, 바게트가 젤 먼저 생각났을 뿐이다. 아무튼, 미술관에서 고흐의 코피 터지는 붓 터치에 홀려 배고픈 줄도 모르고 넋이 나가있다가, 시간을 아끼려고 구내 카페에서 ‘햄 치즈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프랑스의 맛을 기대하며 포장지를 벗긴 나는, 울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야박한 프랑스. 정말로 햄과 치즈만 들어있는 빵이었구나. 한국에선 아무리 못해도 양상추 한 장은 넣어주는데.
마음을 비우고 깡생수 한 모금에 눈물 젖은 빵을 베어 물었다. 앗, 이것은 반전! 밀가루와 물, 소금, 이스트만 넣어 만든 빵이 이렇게 맛있을 수 있다니. 치즈와 햄에는 뭘 넣은 거니? 왜 이렇게 맛있어? 그 뒤로 쭉- 이 단출한 맛은 10년째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샌드위치가 됐다.
샌드위치를 해먹고도 바게트가 남았다면, 곧바로(바게트의 수명은 6시간이다) 밀봉해 냉동실에 보관한다. 그리고 게으른 일요일 아침 프렌치토스트로 변신! 우유 찔끔, 소금 한 꼬집 넣은 계란 물을 포크로 휘휘 저어 식빵 두께로 자른 바게트를 투하. 빵이 계란 물을 잔뜩 빨아들여 몰캉해지면 프라이팬에 전 부치듯 지진다. 포크로 윗면을 눌러 납작하게 만들면 더 쫄깃하다. 완성된 프렌치토스트를 접시에 담아 꿀을 찍어 먹으면! 아- 침 고인다. 오늘 잠은 다 잤다. 내일 아침에도 합정동 사거리를 질주해야겠구나.
참, 빵집에서 바게트를 살 때는 “자르지 말고 종이봉투에 담아주세요”가 진리다. 기다란 빵을 들고 다니면 멋있기도 하지만 ㅎㅎ, 바게트를 비닐에 넣으면 껍질이 눅눅해지고 칼로 자르면 속살이 푸석해진다. 알뜰 살림 비법 다○소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에 빵 칼을 구하면, 바게트의 생명도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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