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장과 스승, 그리고 선생님,
김민술
도를 넘었다. 학부모 악성 민원이 비극이 아닐 수 없다. 교육 현장에서 점띠 젊은 초등학교 여교사 생명이 지고요, 세상이 암울하다. 주인공 학부모는 교사에게 ‘교사 자격이 없다’가 충격적이었다. 가랑비 옷 젖는다고, 그 많은 학부모 한마디가 비극이었다.
19세기 초 우리나라는 동족상잔의 전쟁이 있었고요, 나는 초등학교 졸업하고 1950년 전쟁을 맞는다. 학도병도 안 되고 아버지와 기린 봉 오목대로 임시 피난, 거동을 살폈다. 풍남동 살 때다. 인민군이 들어와 기름통 굴러 가고 경찰서 기마를 풀어 시내를 뛰어다녔다. 정말 어수선하고 무서웠다.
아버지께서 고향으로 갈 수밖에, 아버지 얼굴에 심란 하신다. 고향은 정읍시 감곡면이다. 소달구지에 우선 먹는 데 필요한 것만 싣고 이틀 걸려 도착한다. 할아버지께서 경기 전 참봉 하셔서 참봉 댁이라고 면에서 그런대로 대접받으며 아버지도 예우를 받으니 그런대로 피난생활이 되었다. 수양산 그늘 강동 팔십 리라고 했다. 그래도 삼시세끼 챙기는데 수월하지 않았다. 아버지 독신이시고 위로 고모님 한 분계셨는데 할아버지 사위는 백씨였다. 한문에 능통하시고 윗동네 사셨는데 서당을 운영하셨다. 내 눈으로 직접 본건 아니지만 입춘 때 입춘을 써 대문에 붙이면 대문이 휙 떨어졌다고 소문이 자자하다. 일필휘지 一筆揮之 석전 선생처럼 압필 이셨다.
서당 근처만 가도 담 넘어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다름 아닌 가마솥 누룽지 긁는 소리였다. 가마솥 누룽지 살살 긁어서 큰 양푼에 훈장님 먼저 드리고 나머지 글동이 똑같이 나누어 먹는다. 고소하고 훈장님 섬기는 위계질서가 바로 서 있었다. 근데 내 밑 동생은 학교 다녀와 서당에 도가 어려운 한문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오면 아버지는 좋아하셨다.
서당에서는 처음 천자문 떼고 사자소학, 명심보감으로 진행하는데, 천자문 떼면 글동이 집에서 아빠, 엄마 정성 담아 책 걸이라고 청주 한 동이, 떡시루 하나 나물 챙겨 깍듯이 올렸다. 훈장님과 글동 사이 갈등, 충돌은 있을 수 없고 졸다가 훈장님 회초리가 손바닥에 피가 맺히도록 맞는데 정신이 번쩍 든다. 그러고도 또 졸면 바짓가랑이 걷어 올려 종아리 회초리가 번갯불 냈다. 바지가 피에 젖어 집으로 가면 부모님 속이 상할 텐데도, 얼마나 훈장님 말씀 안 듣고 말성 부렸으면 그랬것야며 되레 나무라셨다. 가짜뉴스가 아니다. 한 번쯤 고뇌해 볼일이다.
요즘 2023년 산업화가 온난화 만들어 지구 기후변화로 장마가 오래됐기 때문에 한반도가 쑥대밭 만들고 소중한 인명과 재산을 하루아침에 다그쳐 갔다. 그리고 온난화가 아니라 열대화로 단어를 바꾼다. 그리고 경제, 교육 전반 분야로 폭넓게 변화해간다. 서두에 20대 초 여교사가 학부모 악성 민원 으로 그 곱고도 순결한 여교사 목숨을 내놓았다. 이 한 몸 버려서 동료 교사권 살아나기를 간절히 간구하며 갔을 것이다. 삼가 고인에 명복을 빈다.
우리나라는 유독 아이들 교육열이 세계적이라고 해도 틀린 말 아니다. 앞뒤 가리지 않고 내 아들만 잘 되기를 간구하는 오래된 관념이 있다. 그러다보니 지전분하고 진흙탕 싸움도 불사다. 교권과 학습권이 심각하게 충돌하면 모두다 자멸이다. 세상 을 욕심으로 나만 알고 살자니 천태만상이다. 유독 잘 난체하는 학부모가 더러 있다. 우리 애는 큰 목소리 내는 게 어려우니 화내지 마세요, 학부모 학교에 전화다. 우리 애가 싫어하는 급식은 주지 마세요, 우리애가 시간이 되도 안 일어나요, 선생님 매일 전화 해주세요,
교사가 학습 안 하고 한 아이 돌봄 하는 가정교사인가? 그런 일이 관철 안 되면 학부모는 악성 민원으로 연결되고 교사는 난데없이 벼락 맞고 우울증 시달려 급기야 최후를 선택하게 된다. 학습권 교사건 함께 역지사지해 보면 어떨까? 진지하게 고민하자.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가 7~80년 될까? 살기가 어려워 식사를 거르고 비실비실 다녔다. 교사는 눈치를 채고 한 사람도 아니고 너른 마당 쓰는 격으로 머리가 아팠을 것이다. 그러니 교사 도시락체 내놓고 누굴 원망했을까? 나라님도 가난은 해결 못 하는데 교사가 어찌하겠는가? 우리 속담 들자니 무겁고 놓치니 깨지고 그냥 눈물로 답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는 가정방문이 있는 때다. 교사 자의로 하는 게 아니고 월례 적으로 가정 찾아가 어려움 듣고도 교사가 해결사인가, 그중에도 부잣집에는 방문하는 날 청소도 하고 멋진 차도 내놓고 갈 때 슬그머니 우리 애 잘 부탁합니다. 촌지를 넣어준다. 요즘 김영란법 어떻게 생각하는지, 교사는 촌지를 거절했을 것이다.
훈장 訓長은 서당에서 글을 가르치는 스승, 학구 學究라고도 한다.
스승은 자기를 가르쳐 이끌어 주는 사부, 師傅 함장이라 했다.
선생님은 초중고 학교 교사이고 대학은 교수이다. 미래 위해 학생 가르침은 맥락이 똑같다. 어쩜 같은 핏줄인데 좀 더 완숙한 사제지간 되어야 하고 학부모님 열성 뒷받침 칭찬으로 박수치면 좋겠다.
임금, 스승 아버지 덕에 태어나고 살고 배우니 섬기기를 똑같이 해야 한다. 평상시 존경을 다 하라고 말한다. 무조건적 숭상 강요한 건 아니다 스승 제자, 학우는 서로 권면 勸勉.하고 경계하고 명심하라는 율곡 선생이 남긴 가르침이다. 찬란하고 해 뜰 날 함께 웃자. 다시 한 번 삼가 명복을 빈다.
(2023.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