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 지음
황금가지
요약 : 이태호 (2022.7.15.)
11장. 영혼의 위기
1절
1.1 물음 : 원시시대의 인간은 죽음을 어떻게 이해하는가? 죽음의 원인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어떻게 죽음을 막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1.2 답변: 죽음은, 영혼의 영구적인 부재 상태이다. 죽음의 원인은, 몸속에 있는 몸의 축소판인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가 영구히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죽음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영혼이 빠져나가지 않게 하거나 빠져나간 영혼을 빨리 거두어들이는 방법을 써서 영혼이 몸속에 함께 있도록 해야 한다.
2절
2.1영혼을 잡아 놓는 방법이 있다.
2.11 영혼은 어디로 해서 빠져나가는가? : 주로 육체의 구멍을 통해 빠져나간다. 육체에 난 자연적인 구멍, 특히 입과 콧구멍이다. 물론 그 외 눈, 배꼽 등도 있다.
2.12 죽은 사람의 영혼이 다른 사람의 영혼까지 채가지 않도록 죽어가는 사람의 눈·코·입을 봉한다.
2.13 갓난아이의 영혼이 태어나자마자 사라져 없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출산할 때에는 집안의 모든 구멍―심지어 열쇠 구멍까지―을 봉해버린다.
2.2잠자는 사람의 영혼은 그 사람의 몸을 떠나 돌아다니면서 실제로 그 사람이 꿈꾸는 장소를 방문하고, 꿈에서 보는 사람을 만나고, 꿈에서 하는 행동을 한다고 한다.
2.21 그런데 잠잘 때 영혼이 빠져나가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잠자는 사람은 영혼이 밖에 나가 있어 중간에 깨우면 영혼이 돌아올 수 없기 때문이다.
2.3깨어 있을 때에도 영혼이 몸을 떠날 수 있으며, 그 결과로 질병, 발광, 죽음이 생긴다.
2.31 영혼의 이탈은 종종 귀신, 유령(혹은 악마)의 탓으로 간주 된다. : 이들로부터 영혼을 지켜내면 아픈 사람이 낫는다.
2.4유령과 귀신만 영혼이 빠져나가 떠돌아다니는 것은 아니다. : 추장이나 마법사가 영혼을 다룰 수 있다. 심지어 영혼보호소를 운영하는 마법사도 있다.
3절
3.1미개인은 종종 자기 그림자나 영상을 자신의 영혼으로, 또는 자신의 생명이 걸린 일부분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자기 그림자나 영상을 자신의 안전을 위협하는 원천으로 여긴다.
3.11 미개인은 여러 가지 이유로 위험한 영향을 미친다고 여기는 특정한 사람들의 그림자를 기피하는 것이 관례다.
3.12 기피하는 사람의 부류로 여기는 사람들로는 문상객, 여성 일반, 그중에서도 특히 장모를 꼽는다.
3.13 어떤 사람들은 ‘그림자를 감금당한 사람은 죽는다’고 생각한다.
3.2사람의 영혼이 물이나 거울에 비친 영상 속에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
3.21 물의 정령이나 악어가 사람의 영상이나 영혼을 물속으로 끌고 들어가면, 그 사람은 죽는다고 생각한다.
3.22 미소년 나르키소스가 물에 비친 자기 그림자를 보고 번민하다 죽었다는 고전설화도 이러한 사고방식에서 유래했을 것이다.
3.23 미개인은 초상화나 사진도 영상이나 그림자에 옮겨진 영혼이라고 생각해서 극도로 기피한다.
12장. 터부
1절
1.1왕의 생명(영혼)을 지키기 위한 경호 수단은 더욱 엄격했을 것이다.
1.2모든 위험의 원천 중에서 미개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주술과 마법이며, 이방인은 모두 그런 주술을 쓰는 자로 의심받는다.
1.21 원주민은 이방인의 주술력을 해소하고 그들이 방출한다고 믿는 유해한 영향력을 상쇄하기 위한, 또는 이방인들을 둘러싸고 있다고 믿는 오염된 공기를 소독하기 위한 어떤 의식을 거행한다.
1.22 낯선 방문객에 대한 이러한 공포는 종종 상호적이다. 미개인들은 낯선 땅에 들어서면 자신이 마법의 땅을 밟는다고 느끼고, 그곳에 출몰하는 귀신들과 토착민들의 주술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조치를 취한다.
1.3 미개인들이 생각하기에, 먹고 마시는 행동은 특별한 위험을 수반한다. 왜냐하면 그럴 때 영혼이 입에서 빠져나오거나, 주변에 있는 적이 주술로 영혼을 끄집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1.31 왕이 식사하는 것을 본 자는 누구든지(개, 아들 등) 죽인다. 왕이 대중 앞에서 술을 마셔야 할 때에는 장막 뒤에 숨거나 손수건으로 얼굴 주위를 가리게 하며, 모두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리게 한다.
1.32 먹다 남은 음식이 적이나 마법사에게 넘어가면, 그들이 주술을 걸어서 음식 찌꺼기를 남긴 사람을 해칠 수 있다.
1.33 음식을 함께 먹는 것은 각자 상대방에게 악한 짓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보증하는 셈이다. 그렇지만 음식을 함께 하는 것(서로의 배 속에 있을 때만)은 피를 함께 나누는 것(평생 동안)보다는 약하다.
2절
2.1불경죄를 저지른 사람은 며칠 안에 죽는다.
2.11 불경죄는 보통 추장의 의복이나 음식 등을 입거나 먹었을 때 일어난다.
2.12 이때의 추장은 사람들에게 신인(神人) 같은 존재로 여겨진다.
2.2특정인의 그릇과 의복 따위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금기와, 금기를 어길 때 뒤따르는 결과는 일반적으로 그 물건들의 소유자가 신성한 존재든 부정하고 오염된 존재든 상관없이 똑같다.
2.21 월경 중인 여자가 손댄 물건들도 그런 작용을 한다. 호주의 한 원주민은 자기 부인이 월경 기간에 자기 담요에 누워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부인을 죽이고 자신도 2주일이 못 돼 공포에 질려 죽었다.
2.22 출산이나 월경 등 부정한 기간에 여자가 만진 솥단지는 모두 부숴버린다. 다만, 그 여자의 손길이 닿아 더럽혀진 창과 방패는 부수지 않고 깨끗이 하여 다시 쓴다.
2.23 출산을 앞둔 여자는 격리된다. 만약 여자가 유산을 하거나 사산을 하게 되면 상태는 더 심각해지고, 부정함은 훨씬 더 치명적인 것으로 된다. 여자가 사용한 물건과 접촉하기만 해도 심각한 위험이 따른다고 여겨 여자가 먹을 음식도 막대기 끝에 매달아 건넨다.
2.3전사들도 영적으로 위험한 분위기를 띤다고 생각해서 극도로 신성시하거나 터부시한다.
2.4피살자나 고문해서 죽인 죄수의 유령을 쫓아버리기 위해 고함을 치거나 북, 또는 벽을 두들긴다.
2.41 인디언들은 적을 죽이고 머리 가죽을 취하고 나면 한 달 동안 초상을 치른다.
2.5미개사회의 사냥꾼과 어부도 종종 금욕 규칙을 지켜야 하며, 전사와 살인자들이 의무적으로 행하는 것과 똑같은 종류의 정결 의식(금욕, 손가락으로 신체의 다른 부분을 긁을 수 없음, 사용한 그릇을 다른 사람이 사용할 수 없음 등)을 치러야 한다.
2.51 미개인은 모든 짐승의 영을 어느 정도 존경하지만, 자신에게 유용하거나 크기나 힘, 사나움 따위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짐승의 영을 특히 외경스럽게 대한다.
2.52 금식, 금욕, 금주 등을 한다. 특히, 바다거북이가 짝짓기를 하는 철에는 성교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누에 종자를 집 안에 들일 때도 몸가짐을 조심(동침, 손톱 깎기, 버터 요리 먹기, 거짓말 등을 하지 않음)한다.
3절
3.1터부는 외부세계와 접촉함으로써 해를 입거나 해를 끼치는 것을 막아주는, 이를테면 절연체 역할을 한다.
3.11 무서운 영적 위험이 그들에게 미치거나 그들로부터 확산되지 않게 하는 것이 그들이 지켜야 하는 터부의 목적이다.
3.2왕들의 엄숙한 신성함이 자연스럽게 그들의 신성한 신체에 대한 접촉의 금지로 귀결되는 것을 볼 수 있다.
3.21 왕의 몸에는 쇠가 닿지 않아야 했다. 조선의 정조대왕은 1800년에 등에 난 종양 때문에 죽었다. 침을 쓰면 목숨을 구할 수 있었겠지만, 아무도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3.22 쇠에 대한 이러한 미신적 거부는 아마도 쇠가 아직 진기하여 많은 사람이 불신과 혐오의 대상으로 보던 사회사 초기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3.3짐승의 영혼이 피 속에 존재한다는 믿음에 근거를 둔 터부가 있다.
3.31 짐승의 피를 먹지 않으려고 하는데, 그것은 피 속에 담긴 영혼이 피를 먹은 사람의 몸 속에 들어간다고 믿기 때문이다.
3.32 왕족의 피가 땅바닥에 흐르지 않게 하는 것은, 신성한 피가 흙에 섞여 더럽혀지는 것을 커다란 불경죄로 여긴 탓이다.
3.33 피를 땅에 흘리지 않아야 한다는 금기는 추장과 왕에게 특히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일반인들의 피도 땅에 떨어지지 않도록 한다.
3.4많은 민족이 머리를 특별히 신성한 것으로 간주한다. 이것은 영혼이 머리에 들어 있다는 신앙으로 어느 정도 해명될 수 있다.
3.41 머리카락을 깎는 일도 어려운 작업이 되며, 그리고 깎은 머리카락을 잘 처리해야 한다. 심지어 어떤 왕은 아예 머리를 깎지 않는다.
3.5매듭에 주술효과가 있다고 믿는 경우도 있다. 매듭의 해로운 효능은 질병이나 온갖 종류의 재앙을 가하는 데도 이용할 수 있다.
3.51 매듭이 출산이나 결혼을 방해하므로 매듭을 풀어야 한다. 집에서 출산할 때 자물쇠와 문 따위를 모두 열어 놓는 관습의 배경도 된다.
3.52 임산부나 치료 중인 환자 옆에 양손을 깍지 끼고 앉거나 다리를 포개는 것은 더욱 나쁜 일이다.
3.53 매듭에는 죽이는 역할도 있지만 치료하는 효능도 있다. 이는 병을 유발하는 매듭을 풀면 환자가 낫는다는 믿음에서 연유한다.
3.54 여자 마법사가 애인을 구해서 자신에게 단단히 붙들어두는데 매듭을 이용할 수도 있다.
3.55 반지는 매듭과 마찬가지로 영적인 구속력을 지닌다고 여긴다. 반지가 마귀, 마녀, 유령 따위를 물리치는 부적으로 쓰이기도 한다.
4절
4.1이름을 통해서도(머리카락이나 손톱, 그밖의 신체 일부분과 마찬가지로) 주술을 걸 수 있다고 상상한다.
4.11 적에게 이름이 알려지면 적이 그 이름을 가지고 주술을 부려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이름을 일반에게 공개하지 않는다.
4.12 신성한 비밀 이름을 지니는데, 가장 엄숙한 행사를 치를 때만 사용하고, 그것도 속삭이는 소리로만 말한다.
4.13 이집트인들은 진짜 이름과 좋은 이름, 큰 이름과 작은 이름을 가지고 있다. 좋은 이름과 작은 이름은 공개하고, 진짜 이름과 큰 이름은 주의 깊게 은폐한다.
4.2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데에는 거부감이 있지만, 남의 이름을 말하는 데는 거부감이 없다.
4.21 이름을 물으면 직접 대답하지 않고, 옆에 있는 사람에게 말하게 한다.
4.22 말레이족 사람들은 부모의 이름을 부르지 않기 위해 자식의 이름을 따서 부모를 부르는 풍습이 있다.
4.23 미개인들은 언어의 성격에 대해 지나치게 유물론적 견해를 취하고 있다.
4.3개인의 이름을 숨기는 관행이 혈연관계나 혼인관계일 때 더욱 심하다.
4.31 인도 남부의 부인네들은 남편의 이름을 말하거나 꿈속에서라도 그 이름을 입에 올리면, 남편의 때 이른 죽음을 초래한다고 믿는다.
4.32 바다 다야크족의 남자는 자기 장인이나 장모의 이름을 입에 올려서는 안 되며, 만일 그렇게 한다면 정령들의 분노를 산다고 한다.
4.33 자기 부인의 부모뿐만 아니라 형제 부인의 부모와 누이 남편의 부모, 나아가서 모든 사촌의 부모까지 장인 장모의 범주에 넣기 때문에, 터부시해야 할 이름이 무수히 많다.
4.34 터부시되는 이름으로 흔히 달이나 다리, 보리, 코브라, 표범같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의 명칭을 쓰는 경우, 이러한 보통명사를 입에 올려서는 안 된다.
4,4혹시 실수로 이름을 말했을 때는 이름이 불린 사람에게 보상을 해야 한다.
4.5죽은 사람의 이름을 일체 언급하지 않는 풍습이 있다.
4.51 죽은 자의 유령인 쿠이트길(Couit-gil)의 적개심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나, 죽은 사람의 영혼을 성가시(죽은 자가 되돌아오지 못하)게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죽은 자의 이름을 굳이 말해야 할 때는 속삭이는 소리로만 한다.
4.52 태어난 아이에게 죽은 자의 이름을 짓지 않도록 하며, 비슷한 이름조차 사용하지 않도록 한다. 이것은 혹시 유령이 구분을 하지 못해서 산 사람을 데려간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혹시 비슷한 이름을 지닌 사람은 이름을 바꾸기도 한다.
4.53 죽은 사람과 비슷한 이름조차 자주 바꾸다 보면 새로운 언어가 무수히 생겨나서 역사적 전통의 단절을 가져온다.
4.54 죽은 자의 이름을 금기하는 풍습은 차차 완화되어 기간이 단축되고 있다.
4.6라프족 사람들은 여자가 해산할 때가 되면 조상이나 친척이 여자의 꿈에 나타나 어떤 죽은 이가 아이에게 환생할 것인지, 누구의 이름을 아이에게 붙일 것인지를 알려준다고 한다. 여자가 꿈을 꾸지 않으면, 친척이 점을 치거나 마법사에게 문의하여 이름을 정했다.
5절
5.1이 장의 주제를 마무리 짓기 위해서 남은 문제는 지금까지 모색해 온 일반적인 결론을 요약해서 정리하는 것뿐이다.
5.2미개사회나 야만사회에는 그 사회 사람들이 전반적인 자연의 운행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간주하(신처럼 찬양과 우대를 받)는 인물들이 흔히 존재한다.
5.21 그들이 지니고 있는 신성(神性)이야말로 우리가 다루어야 할 본질적인 문제다.
5.22 이러한 고대의 왕들을 신인(神人, 인간신)이라고 부를 수 있는데, 죽음이나 지위박탈을 통해서만 벗어날 수 있는 규칙의 그물로 이들을 꽁꽁 묶어놓았다.
5.3우리가 보기에 그 철학이 조잡하고 허위적인 것일지라도, 그것이 논리적 일관성이라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부당한 일일 것이다.
5.31 이 철학은 생명체 속에 존재하지만, 그것에서 따로 분리해낼 수 있는 작은 존재 또는 영혼을 생명력이라고 바라보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5.32 그것은 생활의 실천적 지침으로서 대체로 앞뒤가 잘 맞고, 상당히 완결적이며, 조화로운 전체를 이루는 규칙들의 체계를 연역해내고 있다.
5.4그 체계의 결함―치명적인 것으로서―은 추론과정이 아니라 그 전제에 있다.
5.41 전제의 허위성을 우리가 쉽게 간파해낼 수 있다고 해서 그 전제를 우스꽝스러운 것으로 매도한다면, 그것은 비철학적일 뿐 아니라 배은망덕한 태도가 될 것이다.
5.5우리는 지나간 세대들이 세워놓은 토대 위에 서 있다.
5.51 한 시대, 한 인간이 인류 공통의 저장고에 보탤 수 있는 새로운 지식의 양은 지극히 미미하다.
5.52 거기에 우리가 보탤 권리가 있는 몇 알의 곡식을 뽐내느라고 높이 쌓인 곡식더미를 무시하는 것은, 배은망덕 이전에 우매함이나 기만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5.6우리가 고맙게 기려야 할 은인들 중에 상당수, 어쩌면 대부분은 미개인일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말과 행동으로 볼 때, 아직도 우리와 미개인은 닮은 점이 차이점보다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5.61 우리는 이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은 상속자와 같다.
5.7우리는 우리 선조들의 오류가 고의적인 방종이나 정신착란의 표현이 아니라 단지 가설일 뿐이라는 것을 납득하게 되었다.
5.71 오직 가설의 연속적인 실험과 허위의 배제를 통해서만 궁극적으로 진리를 도출할 수 있는 것이다.
5.72 결국 우리가 진리라고 부르는 것도 단지 가장 잘 들어맞는 가설에 지나지 않는다.
5.8우리는 그들의 오류를 진리 추구의 길에서 불가피하게 저지른 실수로 관대하게 바라보고, 우리 자신에게도 언젠가는 필요하게 될 사면의 은전을 베풀어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선조들이 들어 마땅한 변호의 입장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