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9일 수요일
오산천 식생조사가 끝나고
"국수가 괜찮아요..."
시간을 보니 12시가 훌쩍 넘어 고민이 밀려온다.
하필이면 내차로 이동했기에 먼저 난색을 표시할 수도 없고...
'그래... 하루 쉬는 것도 방법이지 않을까...'
커피숍에서 정겹게 나누는 대화를 그저 바라보다 오산에 도착하니 2시 40분을 넘겼다.
"책이나 반납하러 갈까..."
가방 속에서 전화벨이 울린다.
"공사현장에 LH관계자와 오산시 공무원이 온다고 하는데, 가보세요."
보이지도 않던 그들이 이럴때 온단다.
'어제 일이 오늘의 사건일 것이다.'
다시금 농성장에 왔다.
이미 다수의 관계자가 모여 문제의 공사에 관해 대화하는 모양새다.
'어찌할까...'
마음은 피하고 싶지만 이미 발걸음은 사건의 한복판에 서 있다.
"임의로 한 건 아니고, 전화를 한번 드렸어요."
"저희는 받은게 없습니다."
"...(공사하겠다고)... 왔는데 돌려 보낼수가 없잖아요."
이들은 공사업체가 성의(?)를 가지고 스스로 왔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세상에... 돈도 않받고 하는 공사가 터널이란 말인가?
찾아와서 어쩔 수 없다니...
"(터널공사) 안하기로 했잖아요?"
"철거가 들어가면 비산먼지가 날려요. 그래서 세륜기가 있어야 됩니다."
"공사를 하려면 있어야 겠죠. 그런데 공사를 중지하기로 합의를 했잖아요. 저는 이 공사가 여기 계신분들도 알겠지만, 장마철 대비로 배수로와 방지작업으로 하는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알고 왔을 테지만, 다시 설명을 해야하는 입장은 언제나 괴롭다.
게다가
"어떻게 되십니까?"
"환경련 집행위원 입니다."
이들에겐 사람등급이 있는지, 아니면 그들만의 리그에서 약자를 규정하는 관례인지 이런 고압적인 질문은 상례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도로확장 공사... 저기 밑에 적혀 있는 확장 공사 전부 하지 말라는 거예요?"
"아니 잖아요. 그게 아니라 적어도 공사가 어떨지 모르지만... 산 안쪽까지 들어와서 이러면...보세요. 이 방향이 어디로 들어가는 것인지... 이렇게 야금야금 들어오면... 나중에 몰아치면 (터널공사 개시) 되는 거잖아요."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꼼수를 마치 정당한 공무집행이란 식으로 몰아간다.
...
"여기서 농성장까지 얼마나 되요? 거기에 계속 있었어요."
...
"도시 속 산에 공사하는데 다 아시고 오셨잖아요. 빠른 능률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어떤 것인지 공청회도 하구 그러셔야지... 매번 거부하셨잖아요. 2003년부터 계속 끌고온 작업이에요. 매번 반대에 부딪쳤었고 그래서 뒤로 뒤로 미뤄진겁니다."
"2003년이요."
...
"저기... 여기 공사는 합의 되기 전까지 중지 하세요...다만 5월이후 장마오니까 장마대비 공사만 알리고 해요..."
"우리 주무관에게 얘기해 주시고 환경운동연합과 함께 협의해서 할 수 있게 해주시고... 담당 팀장으로 얘기하는데 하지 마세요... 결정나기 전까지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하다 못해(쌓여있는 흙덩이를 가르키며...)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비산먼지시에 하는 것도 얘기하고 하라고... 그래야지 오해를 안할것 아니에요."
"오해가 아니라..."
"그러니까 지금 결론을 내고... 저희도 다른데 가야 하니까..."
"제가 담당팀장으로 LH 국장님에게 말하는데 중지하라고... 그게 요구사항이죠. 하지마라, 그러니까 공사해야 할 부분이 있으면 그때는 말하고 하라...
이후 결정나면 그때 하던지 말던지 하자... 이렇게 하면 결론 됐죠..."
*녹음된 부분을 일정부분 옮겨 적었습니다.
새벽 2시 40분... 눈을 떴다.
잠은 달아나고 없다.
'질수도 있다...'
란 생각이 머리를 꽉 채운다.
말하지 않지만, 일그러진 상대의 얼굴에선...
"적당히 하고 빠져라... 그 만큼 했으면 너도 대단한 놈인걸 인정할 테니... 그만해라..."
나이가 알려주는 직감이다.
이길수도 질수도 있다.
그런데도 지는걸 염려하는 까닭은 함께 했던 이들에게 자신없는 탓이다.
그래도 괜찮다... 다 괜찮은 일이다. 수 없이 되내이다 깜빡 잠들었다 깨어났다.
주위를 둘러보니 또 다시 농성장에 앉아있다.
"오산시청 도시과와 LH가 짝짝궁이 됐구만요."
IL에서 함께 식사하는데 들려오는 소리다. 누군가 권력공백기에 처리하려 무모한 짓을 벌이려 했던 거라고 말을 한다.
그렇다. 조그만 지각이 있다면 수긍할 수 있는 판단이다.
그러나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된지 얼마던가...?
적어도 기존 시장이 추진한다고 말했던 것을 지방선거 기간이라고 돌변하는 의도가 무엇일까?
충성일까?... 아니면 지방자치단체장과 자신들은 다른 사업작풍으로 일을 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건가?
주민복지를 위해 지방선거가 있다고 하지만 그들만을 위한선거로, 6개월 이상 지역의 이슈인 터널공사 반대 사건을 그들만의 판단으로 꼼수 부린 일은 어떻게든 집고 넘어 가야 한다.
"혹시 폭탄돌리기 놀이 아세요.
이런 놀이가 농성장에 찾아온것 같습니다. 누구를 탓할까요?"
씨앗야학 학생들이 터널공사를 묻기에 은유적으로 대답했다.
"그때 더 열심히 못한걸 후회해..."
젊은날 여인을 차에 태우고 온 형이 위로랍시고 던진 말인데...
지금 기억 저편에서 들려온다.
"...따르릉..."
태식이 형이다.
어떻게 알았을까 글을 쓰면서 신세한탄할까 했는데, 이때를 맞춰 전화를 했으니...
"횡재수가 있다."
요즘들어 간혹 보는 오늘의 운세이다.
그 첫번째 횡재가 태식이 형이다.
그러고 보면 횡재라는게 돈만을 지칭하지 않을 것이다.
"샌드위치 싸가지고 갈께..."
어제 식생조사에서 ○○씨가 헤어지면서 찾아오겠다고 했다.
"○○씨가 싸온 샌드위치하고 커피 사가지고 갈께요."
두번째 횡재다.
"...서명은?"
"저번에 했잖아...오늘은 혼자 있네."
"예..."
헌책방에서 만나 아는 사이가된 ○선생이다.
세번째 횡재다.
"마등산 약수터 들리고 그곳에서 고사리 캐서 가져왔어요."
약수터 관리인으로 네번째 횡재다.
썬그라스 아줌마와 날씬한 아줌마, 그리고 지적인 할아버지.
"아파트 분양가에 포함해서 돈을 받았을 텐데..."
"그렇게죠..."
"그렇다면 돌려주든지 해야지..."
"환경이라는게 되돌려 복원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기에 터널공사는 신중해야죠..."
"산이 좋아서 입주했는데..."
"국회의원을 찾아가 요구하세요."
"...오산천 수달배설물로 들떠 있으면서도 필봉산 터널에 대해선..."
다섯번째 횡재다.
마지막 횡재는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필봉산에 올랐는데...
분위기가 이상했다.
집에 오고서야 입고 있는 바지의 엉덩이 부분이 멋찌게 찢어져 있다는 걸 알았다.
내 자신이 여섯번째 횡재였던 셈이다.
횡재도 지나치면 바지가 찢어진다.









































첫댓글 얼마 안있으면 장마인데현재 공사가 진행되어 나지화 되어있는 부지에서 흙탕물이 현재 도로 쪽으로 흘러 들어올 것입니다. 세륜기 공사가 먼저가 가니라 흙탕물이 도로변으로 흘러 들어오지 않도록 가배수로와 임시침사지, 아니면 최소 나지화 된 부분에는 부직포라도 깔아서 미리 방지를 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