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일기- 9, 작은 백록담, 금오름
23, 05, 15
가파도 갔다가 나오는 길에 금오름을 오른다.
금오름, 이름이 좋다.
하지만 金오름이 아니라 今오름이란다.
아래서 보기에는 그다지 높아보이지도 않고
특이한 볼거리도 변변치 않은 것 같은데
TV 예능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끌었던
‘효리네민박’에 금오름이 소개된 후부터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오름 입구에 꽤 너른 주차장과 화장실도 보인다.
금오름은 ‘차로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
유일한 오름’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하지만 업무용 차량이나 패러글라이딩 차량
외에는 모두 입구 주차장을 이용한다.
금오름의 해발고도가 427.5m지만
오름 자체의 높이는 178m에 불과하고
분화구 자체 깊이는 52m.
주차장에서 정상까지 천천히 걸어도
30분이면 넉넉히 오를 수 있으니
건강이나 환경을 생각해서도
주변 풍광 즐기며 걷는 게 좋겠다.
금오름을 향해 걷기 시작하는데
하늘에서 패러글라이딩이 날라간다.
금오름을 오르는 길은 두 갈래,
주차장에서 비스듬히 오르는 포장도로를 통하거나
조금 들어가 왼쪽으로 '희망의 숲길'을 걷는 것이다.
정상 능선에 올라서면 오름 정상인
남쪽을 제외하고 모두 풀밭이다.
사방으로 보이는 전망이 아주 장관이다.
바람이 불어 풀이 한쪽으로 쏠리는데
오름 정상에서 바람을 가슴으로 안고
탐방로를 따라 걷는 것은 너무 기분 좋은 일이다
앞서 걸어가는 이들의 뒷모습이
마치 연출한 것처럼 보기 좋았다.
굼부리 한복판에 물웅덩이가 있어서
마치 작은 백록담 같다.
사철 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외로운 산불 감시초소가 하나 있고
정상에는 철탑이 서 있다.
물웅덩이를 중심으로 한 바퀴 돌아서 내려간다.
돌아가는 길가에서 말이 잘 가라고 인사했다.
출처: 사진을 좋아하는 부부 - 아굴라와 브리스가 원문보기 글쓴이: 아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