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정 근 옥
저승보다 먼 길을 돌아
타루(墮淚)의 강을 헤쳐 돌아온다
칼날로 저며진 그리움
댓잎 바람으로 울더니
이제 왔구나,
만년설로 쌓여 있다가......
뱃머리에 앉아
눈보라 맞으며 울고 있는 철새
까만 저 죽음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묵언수행(黙言修行)을 하고 있다
인디언 보호구역을 지나며
정 근 옥
아리조나 그랜드캐년을 지나면서
서글픈 눈물 맺힌 인디언 보호구역을 바라보네
콜로라도 강이 흐르는 깊은 계곡 아래
옥토와 명당보금자리를 다 빼앗기고
슬픈 노래와 신화를 그 땅 위에 남기고
하염없는 눈물의 길*을 걸었네
하얀 달빛 비치는 황막한 붉은 언덕 아래에
회전초 검불만 삭막한 바람에 흔들리는 척박한 땅
평화를 지키며 살아가며 부르는 어메이징 그레이스
체로키 사람들은 오색 구슬 목에 걸고
자랑스럽게 살고 자랑스럽게 죽네**
십자가를 신봉하는 청교도들의 잔인한 침략에 맞서
부족을 지키다 장엄하게 전사한 영혼을 노래하네
칼과 활마저 빼앗기고 무수한 피를 흘리던
체르키 사람들은 알았네, 붉은 태양이 힘을 잃으면
음산한 달빛이 죽음의 그림자를 던지고 가는 것을
노예로 팔려가 붉은 달을 보고 통곡하던 강언덕
흰 늑대 두 마리의 처연한 울음은 누구의 혼이던가
체르키 사람들은 알고 있네, 다시 부활하리라는 것을
멀리 흰눈을 머리에 이고 있는 톰보이산
에머렐드빛 물빛 서린 댐 언저리 피어있는
붉고 고운 이름 모를 야생화
누구의 한이 저리도 짙게 번져 있는가
*눈물의 길: 원주민이 패퇴하여 눈물을 흘리며 이주를 떠났던 고난의 길
**폴리비어 앤 더 비어스의 ‘인디언보호구역’의 노랫말 중에서
(약력)
정 근 옥(호 素江. 문학박사, 시인, 문학비평가)
한국문인협회, 국제PEN클럽한국본부 회원,아태문인협회 고문(부이사장) 한국비평가협회 이사, 대한교육신문논설위원,
서울교원문학회 회장, 북부교육발전전문위원회 회장 역임
국민훈장 홍조근정훈장, 한국시민지도장 포상, 한마음문화상 수상
신문예문학상 대상, 탐미문학상 본상, 열린문학상 본상, ‘한국시’ 신인상 수상, 교원학예술상(시부) 수상
서울시교육청 장학사, 원촌중학교장, 남성중학교장, 금천고등학교장, 상계고등학교장 역임,
교육부중앙교육연수원, 서울교육연수원, 고용노동부연수원, 노원평생학습관 등에서 강의
시집 '거울 속의 숲', '가을 산사나무 앞에서', ‘어머니의 강’, ‘달과 바람에게 길을 묻다’외
평론집 ‘조지훈시 연구’ 외, 산문집 ‘행복의 솔밭에서 별을 가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