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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가져오는 자” 또는 “샛별(금성金星)”을 뜻하는 고유명사 루키페르(Lucifer)는 “빛”을 뜻하는 라티움어(Latium語; 라틴어) 룩스(lux)와 “가져오다”를 뜻하는 라티움어 페레(ferre)의 합성어이다.
영어로는 루시퍼(루서퍼), 독일어로는 루치퍼(Luzifer), 프랑스어로는 뤼시페르(Lucifer)라고 발음된다.
루키페르와 상통하는 그리스어 포스포로스(Phosphoros), 헤오스포로스(Heosphoros), 에오스포로스(Eosphoros)는 새벽에 뜨는 아침샛별(계명성啓明星; 명성明星; 신성晨星; 서성曙星; 효성曉星)을 뜻하고, 그리스어 헤스페로스(Hesperos)는 저녁에 뜨는 샛별(개밥바라기; 태백성太白星; 장경성長庚星)을 뜻하는데, 개밥바라기의 라티움어는 베스페르(Vesper)이다.
서양에서 루키페르가 악마 사탄(Satan)과 동일시된 사연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기독교 구약경전 《이사야(Isaiah)》 제14장 제12절에서 유다족(유태족; 유대족)은 자신들을 탄압하고 괴롭힌 바빌로니아(Babylonia) 왕을 가리켜 “너는 어찌하여 하늘에서 추락했는가, 오, 샛별이여, 새벽의 아들이여! 한때 우리의 동족들을 짓밟아대던 네가 어찌 땅바닥에 꼬꾸라졌느냐!”라고 질타하며서 ‘추락한 샛별(헬랄Helal)’에 비유한다.
이 샛별은 1611년 완간된 킹 제임스 판(King James Version: KJV) 기독경전에서 마침내 ‘루키페르’라고 표기된다.
그리고 기독교 신약경전 《루가(Luke) 복음서》 제10장 제18절에서는 예수가 “하늘에서 번개처럼 번쩍이며 추락하는 사탄을 봤다”고 말한다.
요컨대, 유다교(유태교; 유대교)와 기독교의 관점에서 루키페르는 애초에 “유다족을 탄압한 바빌로니아 왕”에 비유되었고 훗날에 “번개처럼 번쩍이며 추락하는 사탄”에 비유되면서 악마의 호칭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때부터 루키페르는 ‘본디 천국에서 천사들을 이끌던 대천사(大天使) 내지 천사장(天使長)이었지만 타락하여 신의 권좌를 넘보다가 지상으로 쫓겨나 추락한 타락천사이자 사탄으로서 마침내 지상과 지옥의 모든 악(惡)과 모든 악마를 부리고 수호하는 마왕(魔王) 또는 대마왕(大魔王)이 되었다’는 전설마저 걸쳐입고 문학작품들과 예술작품들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아래왼쪽그림은 독일 화가 안톤 라파엘 멩스(Anton Raphael Mengs, 1728~1779의 1765년작 유화 〈의인화된 저녁샛별, 헤스페로스(Hesperus als Personifikation des Abends)〉이다. 아래오른쪽 그림은 잉글랜드 화가 이블린 디 모건(Evelyn De Morgan, 1855~1919)의 1881년작 유화 〈아침샛별(Phosphorus; 포스포로스)과 저녁샛별(Hesperus; 헤스페로스)〉이다.
루키페르의 전모를 최초로 묘사한 작품이라고 평가받는 아랫목판화는 1491년 이탈리아 베네치아(Venezia; 베니스Venice)에서 출판된 이탈리아 시인 단테(Dante, 1265~1321)의 장편서사시 《신곡(神曲; Divina Commedia)》의 〈지옥편(Inferno)〉에 수록된 이탈리아 판화가 피에트로 데 플라시스(Pietro de Plasiis; 피에트로 디 피아시Pietro di Piasi; 페트루스 베로넨시스Petrus Veronensis, 15세기)의 작품이다.
독일 화가·미술이론가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ürer, 1471~1528)가 1498년에 완성한 아랫동판화에는 “천국에서 루치퍼(루키페르)를 무찌르는 천사장 미카엘(St. Michael)”이 묘사되었다.
아랫그림은 잉글랜드 판화가 존 앤드류(John Andrew, 1815~1870), 프랑스 판화가 장 베스트(Jean Best, 1808~1879), 프랑스 판화가 이시도르 를루아르(Isidore Leloir, 1803~1881)가 1840년에 합작하여 재연한 판화 〈타락하기 이전의 천사장 루키페르〉이다. 이 판화의 원본은 중세 유럽 알자스(Alsace) 지방의 수녀 헤라드 폰 란츠베르크(Herrad von Landsberg; 헤라다 란츠베르겐시스Herrada Landsbergensis, 1130~1195)가 1168~1185년에 편찬한 그림백과사전 《환희(歡喜)들의 정원(Hortus deliciarum)》에 수록된 삽화였지만 1870년에 스트라스부르(Strasbourg) 도서관에서 발생한 화재로 그림백과사전과 함께 소실되었다.
아랫그림은 프랑스 화가 알렉상드르 카바넬(Alexandre Cabanel, 1823~1889)의 1847년작 유화 〈타락천사(L'ange déchu)〉이다.
아래왼쪽 대리석조각품은 벨계(België; 벨기에; Belgium; 벨졈) 조각가 기욤 제프(Guillaume Geefs, 1805~1883)의 1848년작 〈악(惡)의 수호신(Le génie du mal)〉이다. 벨계 리에주 생-폴(Saint-Paul de Liège) 성당에 전시된 이 조각품은 영어권에서는 〈리에주의 루시퍼(The Lucifer of Liège)〉라는 제목으로 유명하다. 아래오른쪽 동판화는 잉글랜드 시인 존 밀턴(John Milton, 1608~1674)의 1667년작 장편서사시 《잃어버린 낙원(실락원失樂園)(Paradise Lost)》(1866년판)에 수록된 프랑스 화가·판화가 귀스타브 도레(Gustave Doré, 1832~1883)의 삽화 〈추락한 루시퍼(사탄)〉이다.
아랫그림은 독일 출판업자·고문서수집가 요한 샤이플레(Johann Scheible, 1806~1866)가 1849년에 편찬한 《박사 요한네스 파우스트의 자연주술과 비자연주술(Doktor Johannes Faust's Magia naturalis et innaturalis)》에 수록된 삽화 〈루키페르(Lucifer)〉이다.
아랫그림은 프랑스 화가 루이 르 브르통(Louis Le Breton, 1818~1866)의 1863년작 〈뤼시페르(루시퍼)〉이다.
아랫그림은 독일 화가·조각가 프란츠 슈투크(Franz Stuck, 1863~1928)의 1890년작 유화 〈루치퍼(Luzifer)〉이다.
아랫그림은 이탈리아 시인 마리오 라피사르디(Mario Rapisardi, 1844~1912)의 시집 《루치페로(Lucifero; 루키페르)》(1877)의 1887년판에 수록된 삽화인데 이탈리아 삽화가 지노 데비니(Gino de Bini, ?~?)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