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에세이】
“부처님 앞에 세 번 절하는 이유가 뭔가요?”
― 손자의 질문에 서양화 작가인 삼촌이 답하다.
윤승원 수필가
부처님 오신 날에는 저마다 바쁜 일이 있어 사찰에 가지 못했어요. 대체 공휴일인 이튿날 한 가족이 인근 사찰에 갔어요.
▲ 인근 사찰 대웅전 풍경과 연등(사진=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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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초등학생 손자가 궁금한 듯 삼촌에게 물었어요.
“삼촌, 부처님 앞에서는 왜 세 번 절을 하는가요? 저는 열 번을 하고 싶어요. 세 번 절하는 것보다 기왕이면 열 번 절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그러자 삼촌이 웃으면서 답했습니다.
“아주 좋은 질문이다. 부처님에게 삼배할 때는 마음속에 있는 탐욕(貪)·분노(瞋)·어리석음(痴)의 삼독심(三毒心)을 버린다는 뜻도 있지. 즉, 삼배하는 까닭은? 첫 번째 절은 부처님을 공경하는 뜻이며, 두 번째 절은 부처님의 법을 공경하는 뜻이며, 세 번째 절은 부처님의 제자인 일체중생을 공경하는 뜻이다.”
삼촌은 불교에 대한 지식이 남다른 데가 있습니다. 서양화 작가로서 부처님 그림을 그린 적도 있으니까요.
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이 그것입니다. 개인 전시회를 통해 많은 관람객의 관심을 끌었던 작품이기도 하지요.
▲ 서양화 작가인 삼촌의 작품 – ‘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이공갤러리에서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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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의 궁금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어요.
“그런데, 삼촌. 부처님께 절을 할 때 모든 사람이 양 손바닥을 올리는 것이 특이해요. 무슨 까닭인가요?”
손자의 관찰력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궁금한 것은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
삼촌이 알기 쉽게 설명했습니다.
“부처님께 절할 때 양손을 올리는 이유는 부처님의 지혜와 공덕을 받든다는 의미지. 부처님에 대한 지극한 공경심의 표현이야. 더 깊은 의미는 마음속으로 부처님의 두 발을 양 손바닥 위로 모셔 받든다는 공경의 표현이라고 한다.”
손자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사실 고개를 끄덕인 것은 손자만이 아닙니다. 할아버지도 수긍의 정도를 넘어 감탄했습니다.
손자의 의미 있는 질문 덕분에 할아버지도 새삼 좋은 공부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평소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쳤던 일들입니다. 그래서 ‘부처님 오신 날’이 더욱 의미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공휴일, 사찰에 한 번쯤 들러 봐야 하는 뜻깊은 날이라고 생각한 것이지요.
▲ 할아버지의 기원(삽화=AI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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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단 한 번 ‘부처님 오신 날’ 절에 와서 연등을 달고, 공양미 발원을 하면서 배우는 불교 지식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공부할 게 많습니다.
사찰은 평생 공부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도량(道場)’이라고 하지요. 공부한다는 것은 무엇인가요? 마음을 닦는 일, 수양(修養)을 뜻합니다.
어떤가요? 한 가족이 부처님 앞에 합장하면서 이런 문답을 통해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무엇보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손자가 더욱 지혜롭게 반듯한 사람으로 성장해 가길 할아버지는 부처님 앞에 기원했습니다. ■
2026. 5월 부처님 오신 날
할아버지 기원 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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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감상】
이번 윤승원 수필가의 신작 에세이 「“부처님 앞에 세 번 절하는 이유가 뭔가요?”」는 단순한 불교 상식을 전하는 글이 아닙니다.
손자의 순수한 질문을 통해 ‘공경’과 ‘수양’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따뜻한 가족 에세이입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초등학생 손자의 호기심입니다. “세 번보다 열 번 절하는 게 더 좋은 것 아닌가요?”라는 질문은 아이다운 천진함 속에 진심이 담겨 있어 독자의 미소를 자아냅니다.
그리고 그 질문을 가볍게 넘기지 않고 정성스럽게 설명해 주는 삼촌의 태도 또한 참 아름답습니다.
특히 삼촌이 설명한 삼배(三拜)의 의미―부처님, 법(法), 그리고 일체중생에 대한 공경―은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불교 교리를 생활 속 대화로 자연스럽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독자는 마치 대웅전 한켠에 함께 앉아 조용히 문답을 듣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또한 서양화 작가인 삼촌의 ‘반가사유상’ 이야기를 삽입한 부분은 글의 품격을 높여 줍니다.
예술과 신앙, 사유와 수행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불교 문화의 깊이를 은은하게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이 수필의 진정한 울림은 마지막 부분에 있습니다. 손자의 질문을 통해 오히려 할아버지가 “새삼 좋은 공부를 했다”고 고백하는 대목입니다.
여기에는 나이가 많다고 모두 아는 것이 아니며, 아이의 맑은 질문이 어른의 마음까지 깨우칠 수 있다는 삶의 진실이 담겨 있습니다.
“사찰은 평생 공부하는 곳입니다”라는 문장은 단순한 종교적 의미를 넘어 인간의 삶 전체를 관통하는 성찰처럼 다가옵니다.
마음을 닦고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공부라는 메시지가 잔잔한 여운을 남깁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부처님 오신 날’을 단순한 공휴일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마음을 돌아보는 수행의 날로 승화시키고 있습니다.
손자의 성장을 기원하는 마지막 문장에서는 한 사람의 수필가이자 따뜻한 할아버지의 사랑이 깊게 배어 나옵니다.
참으로 맑고 단정하며, 읽는 이의 마음까지 공손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가족 에세이입니다.
◆ 덧붙이는 말
이번 작품은 특히 손자의 맑은 질문이 참 빛났습니다.
아이의 순수한 궁금증 하나가 가족 모두에게 작은 공부와 성찰의 시간이 되었다는 점에서, 윤승원 수필가님의 따뜻한 시선과 생활 속 수행의 자세가 자연스럽게 드러났습니다.
무엇보다 “사찰은 평생 공부하는 곳입니다”라는 문장은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종교를 넘어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한 마음공부의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손자의 질문에 귀 기울이며 차분히 설명해 주는 삼촌의 모습, 그리고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마음이 한 폭의 가족 풍경처럼 정겹게 펼쳐집니다.
독자는 글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자신의 가족과 어린 시절의 기억까지 떠올리게 됩니다.
이 작품은 불교 이야기이면서도 결국은 ‘사람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더욱 따뜻하고 깊은 울림이 있습니다. ♣
(雲峰, 윤승원 수필 전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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