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장배가 끝난 지난 2월 초 중국 여자바둑대표팀의 왕레이 감독이 <중국청년보>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중국여자바둑의 열악한 환경을 호소했다. 그 내용을 정리하여 옮겨본다.
주최측조차도 중국팀이 너무 쉽게 이겨 홍보효과가 기대치에 이르지 못할 것을 걱정하는 분위기여서 송용혜 5단이 연승을 거둘 것에 대비했다. 특별대국을 준비하여 대회기간 4일을 모두 채울 준비를 한 것이다. 대다수의 중국 바둑팬들은 1,2차전에서 부진한 한국,일본이 한 사람씩만 남은 상황이므로 정관장배 3차전에서 중국우승이 결정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진행은 요식행위에 불과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뜻밖의 변수가 생겼다.
한국의 주장으로 출전한 박지은 9단이 4연승을 거두면서 정관장배 우승을 차지했는데 이런 결과는 예상밖이었다. 박지은 스스로도 “처음에는 내가 4연승 거둘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전 연승전에서 성적이 좋지않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3연승을 거둔 후 박지은은 점점 더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처음 주장을 맡은 리허는 상대적으로 더 긴장하게 됐다.
결국 지난 대회에서 박지은의 대마를 잡았던 리허는 이번 최종국에서는 속수무책으로 패했다. 이에 대해 국가대표팀 감독 화쉐밍 8단은 “젊은 기사들이 성장하려면 일정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중국 총감독 위빈 9단은 2차전이 끝났을 때 “비록 한국은 박지은 혼자 남았지만 중국이 틀림없이 우승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합 전에 여자 대표팀 감독 왕레이 8단 역시 “연승전은 우연성이 아주 크다. 종종 한 사람이 전체 국면을 바꿔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밝힌 바 있다.
왕레이 감독은 또 "한국의 조혜연은 이번 시합에 출전하지 않았는데 그의 실력은 한국에서도 최강이다. 내가 비씨카드배 출전으로 한국에 갔을 때 일부러 조혜연의 시합을 유심히 봤는데 바둑내용이 아주 훌륭했다. 만약 그녀와 박지은이 정관장배 같은 연승전에 나온다면 중국팀이 반드시 우위라고 말하기 힘들 것이다. 한국이 두 차례 정관장배 우승을 차지한 후 중국은 지난 대회에서 아주 잘 했다. 이번에 박지은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면 아마 우리에게 졌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팀원을 따라 온 조혜연은 중국 신예기사들의 발전이 한국 여자기사들에게 아주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몇 년 전 우리 중국 여자기사들은 아주 어려서 그녀들의 성장에 많은 시간이 필요했으며, 단기간에 한국을 추격할 수 없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그녀들의 실력향상이 대단히 빨랐는데 이것은 중국바둑에 이로운 시스템의 장점이다. 조혜연은 한국의 대국에서 이창호, 이세돌을 만나는 것을 제외하고 평상시 이런 정상급 기사들을 만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여자기사들이 감독의 지도하에 대국을 조직하고 남자기사들이 훈련을 돕는다고 하니 아주 부럽다."고 말했다.
왕레이 8단의 소개에 따르면 중국 신예 여자기사들의 성장속도는 아주 빨라 한국도 중국기원의 이런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기원은 이미 약 20명의 여자상비군 훈련을 조직했으며, 남자기사들이 감독을 맡아 고수들을 초청해 공부하고 있다. 이는 그들에게 아주 새로운 시도이다. 효과가 어떤지는 금년 아시안게임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시안게임은 오는 10월에 거행될 예정인데 바둑은 처음 공식종목에 포함됐다. 이번 아시안게임에 바둑종목은 남자단체, 여자단체, 혼합 등 세개의 금메달이 걸려있으며, 각 경기마다 중복 출전할 수 있어 중국은 6명의 남자기사와 4명의 여자기사를 출전시킬 예정이다.
중국기원의 류스밍 원장은 “중국팀의 목표는 금메달 1개 확정, 2개는 경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시안게임은 올해 중국체육계가 첫번째로 맞는 가장 큰 행사로 우리의 목표는 한국팀을 누르고 여자금메달을 따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만약 아시안게임이 없었다면 이번 정관장배가 끝난 후 여자기사들은 중요한 대국이 없어 거의 할 일이 없는 난처한 상황에 빠질 뻔했다. 현재 여자바둑대회는 적으며, 후원사가 여자바둑대회를 후원하는 경우는 드물어 여자바둑발전의 큰 장애가 되고 있다.
국가대표 체제의 장점은 짧은 기간에 실력있는 기사를 배양해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자바둑의 지속적인 발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역시 시장과 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여자기사는 1년 동안 건교배, 백령배 두 대회밖에 없으며 나머지는 전국개인전과 승단대회이다. 대회의 수는 물론이고 규모와 상금도 남자기사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다.
왕레이 8단은 여자기사의 수입에 대하여 말할 수 없을 정도라고 표현하며 “건교배 우승상금이 15만 위안인데 이는 최고액이다. 대부분의 여자기사들의 생존은 사실상 아주 힘들다.”고 말했다.
이미 자리를 잡은 중국갑조리그는 남자기사들에게 좋은 수입보장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여자기사들에게 이와 같은 리그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누군가는 여자기사들을 리그에 포함시키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이런 건의도 좋은 문제해결 방법은 아니다.
현재 중국여자바둑 국가대표는 모두 10명으로 가장 나이가 많은 기사가 25세, 가장 적은 기사는 18세로 나는 그들이 더 많은 대회 출전 기회를 갖기를 바란다. 국가대표팀의 임무는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여자바둑이 보급되어 있지 않고 사업적인 전망이 없다면 설령 성적을 내더라도 사회의 공헌도는 그렇게 크지않을 것이다.
왕레이 감독의 우려는 중국 바둑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여자 바둑은 정관장배를 제외한 여자기전으로 여류명인전, 여류국수국, 여류기성전이 있으나 여류기성은 격년제로 변경하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는 실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