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고동친다
대륙과 해양의 파란만장한 만남!
역사로 떠나는 미식 여행
『부산미각』은 부산 음식으로 한중일 동아시아의 역사를 맛보고 즐기는 책이다. 부산에 오래 살며 부산 음식을 먹고 자란 인문학자 열네 사람이 ‘부산의 맛’에 담긴 역사와 이야기를 풀어냈다. 역사적으로 부산은 대륙과 해양의 관문으로 부산을 통해 한중일은 물론 동남아, 유라시아 문화가 교류했다. 그 역사는 음식에 고스란히 남았다. 조방 낙지, 재첩국, 돼지국밥, 복국, 꼼장어, 밀면 등 군침 도는 부산 음식을 알찬 지식과 함께 소개했다. 이국이 만나고 변모한 부산의 흥미로운 역사, 전쟁의 파고를 헤쳐온 평범한 사람들의 힘찬 생명력, 이 모든 이야기가 부산에서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음식에 담겨 있다.
가난하던 시절 보통 사람의 아침을 든든히 책임지던 원조 새벽 배송 ‘재치국 아지매’를 기억하는가? 봄철 한정판, 낙동강 하단 웅어의 맛은? 부산어묵과 일본 가마보코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궁금하면 책 앞으로! 역사로 떠나는 미식 여행.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의 로컬 푸드를 지적으로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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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재첩국, 돼지국밥, 고등어, 꼼장어, 낙지, 밀면
피란의 아픔을 꿋꿋하게 이겨낸 생명력
부산포라는 작은 어촌마을이었던 부산은 개항기,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임시 수도 지정 등 파란만장한 역사를 거쳐 한국 제2의 도시로 성장했다. 이러한 굴곡을 지나며 부산으로 이주민과 피란민이 모여들었다. 역사는 매일 먹는 음식에도 고스란히 남았다.
재첩국은 낙동강 하구에서 캔 재첩으로 만들어 ‘재치국 아지매’가 골목골목 “재치국 사이소”를 외치며 새벽 배송하던 보통 사람의 첫 끼였다. 꼼장어를 본격적으로 먹은 것은 근대로 접어들면서부터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먹장어의 부드럽고 질긴 껍질만 쓰고 고기는 버렸는데, 이를 배고픈 한국인이 가져가 구워 먹었다. 이렇게 먹던 꼼장어가 한국전쟁 때는 살기 위해 부산으로 피란 온 피란민의 배고픔을 달래주었고, 지금은 장어보다 값비싼 자갈치시장의 별미가 됐다.
밀면은 예전에 ‘경상도 냉면’으로 불렸다. 함경남도 흥남시에서 동춘면옥이라는 냉면집을 운영하던 피란민이 흥남철수 당시 부산에 정착하게 되었는데, 그 당시 부산에서 메밀가루나 감자전분을 구하기 어려워 대신 밀가루로 면을 뽑아 냉면을 만들었다고 한다. 밀면은 ‘냉면의 아들’로 시작한 셈이다.
부산공동어시장 고등어 경매 현장에 가보았는가? 한국 최초 근대식 어시장인 부산공동어시장에 는 매일 밤 연근해 고기잡이를 마친 어선들이 속속 모여든다. 그러면 일명 ‘부녀반’이라 불리는 부산 아지매들이 적게는 몇천 상자, 많을 때는 몇만 상자 분량의 고등어를 수 초 내에 크기를 파악해 재빠른 손놀림으로 상자에 담는 일을 밤새 쉴 틈 없이 수행한다. 부산의 시어 고등어는 이 아지매들의 노고 덕분에 우리 식탁에 올라오고, 고단한 일을 마친 이들의 식사를 든든히 책임지는 것도 어시장 구내식당의 고등어 정식이다. 부산에는 미꾸라지 대신 고등어 살을 넣은 ‘고등어 추어탕’도 있다.
완당, 대구, 웅어, 간짜장, 부산오뎅, 양갱
대륙과 해양의 만남, 혼종의 진미 서사
또한 부산은 우리 역사에서 외세의 침략이 시작되는 지역이자 외래의 문화가 들어오는 입구였다. 그래서 대륙과 해양의 문화가 충돌함과 동시에 그 문화가 모이는 허브였다. 서울을 한국의 중심에 놓고 본다면 부산은 중심이 아닌 먼 외지지만, 문화 허브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부산은 또다른 중심지다. 부산은 ‘가마솥 부(釜)’에 ‘뫼 산(山)’을 쓴다. 최진아 부산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는 “부산의 문화는 모든 것을 한데 넣고 끓여내는 커다란 가마솥과 같아 이름 그대로 대륙과 해양을 통 크게 품는다”고 썼다.
부산의 식탁은 대륙과 해양의 미각을 거침없이 차려낸다. 그 안에는 저멀리 중국에서 즐기던 다채로운 맛과 바다 건너 일본 어느 시골의 소박한 맛이 모두 담겨 있다. 완당(완탕이 아니다)의 최초 기원은 훈툰이다. 주로 아침 식사로 먹는 만둣국의 일종으로 중국인들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라도 있는 보편적이고 서민적인 음식이다. 이것이 일본으로 전래돼 부산으로 건너오면서 지금의 완당이 되었다. 부산에서는 계란 프라이가 안 올려져 있으면 간짜장이 아니다. 왜 하필 부산에서만 그런가? 일본과의 교류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연양갱은 일제강점기 한천 사업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오뎅’은 원래 어묵탕을 가리키는 말이었지만 한국 와서 의미가 달라졌다. 동일한 재료가 부산에서는 중국, 일본과 다르게 활용되기도 하고 중국, 일본을 통해 유입된 음식이 부산에서 새로운 미각으로 탄생하기도 한 과정이 사뭇 흥미롭다.
동래파전, 금정산성막걸리, 대선소주, 구포국수:
살아 있네 무뚝뚝한 말투 속에 속 깊은 정이
부산에서 회 한 점 먹는다면 소주는 역시 대선소주. 무뚝뚝한 부산 사람은 “내랑 쏘주 한잔 안 할래?” 한마디에 두근대는 설렘, 머쓱한 사과, 속 깊은 위로를 다 담는다. 동래파전과 금정산성막걸리처럼 궁합 잘 맞는 조합이 또 있을까? 이 책은 부산 음식을 더 즐겁고 깊이 있게 음미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초대장이다.
열네 명의 저자를 대표하여 최진아 교수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부산을 경험하고 싶은 독자들은 마치 음식을 주문하듯이 『부산미각』의 차림표를 보며 이 책을 맛보아주면 된다”고 썼다.
이 맛있는 책의 원천은 부산의 재래시장 구경을 즐기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시장에 진열된 수많은 식재료들, 그것을 음식으로 만들어내는 일상에 담긴 대륙과 해양의 이야기를 너무도 풀어내보고 싶었다. 그 과정에서 동아시아 전통 시기의 한자로 된 문헌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부산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학연의 저자들과의 만남이 큰 도움이 되었다. 재능 넘치는 저자들은 자신들이 사랑하는 부산의 음식을 『부산미각』이라는 식탁 위에 가득 차려냈다. (…) 자! 이제 부산의 식탁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이 책을 읽고 머리는 지식으로 충만해지길, 나아가 부산음식을 맛보며 함포고복의 뿌듯함을 경험하길 바란다. 무엇보다 우리 안의 대륙과 해양을 한껏 품어내는 풍성한 독서가 되길 기원하며. _본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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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서문
탕
새벽을 여는 소리, “재치국 사이소”: 재첩국
‘죽음과도 바꿀 가치가 있는 맛’ 스릴과 미식 사이: 복국
부산 사람들의 소울 푸드: 돼지국밥
훈툰과 물만두의 여행: 완당
해물
부산과 동고동락해온 물고기: 고등어
맛좋은 외교관, K-푸드의 조상: 대구
낙동강 갈대숲의 봄철 한정판 물고기: 웅어
“우리가 넘이가!” 의리와 거친 생활력이 고스란히: 꼼장어
일제강점기 슬픈 역사를 담은 낙곱새 볶음: 낙지
고기
해운대 달맞이 고개 특별 외식: 암소갈비
면
피란민의 애환이 담긴 ‘6·25 푸드’: 밀면
계란 프라이가 있느냐 없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간짜장
‘쫄깃’ 강바람에 말린 그 맛 국수의 대명사: 구포국수
간식
못생겨도 뼈대 있는 고구마라고!: 영도 조내기 고구마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부산 먹방의 중심: 부산오뎅
눈으로 먹는 반투명 빛의 과자: 양갱
안주
기호에 따라 ‘정구지 찌짐’ 가능: 동래파전
주류
식도를 따라 퍼지는 신맛과 단맛: 금정산성막걸리
“내랑 쏘주 한잔 안 할래?” 부산 시민의 지기지우: 대선소주
부록
식초 | 방아 | 정구지 | 제피 | 멸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