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같은 사랑이 가득한 ‘제주서부 테니스장’
제주도 한경면 청수리에 새로 생긴 ‘제주서부테니스장’을 방문했다. 그곳은 900평 규모에 실외 하드코트 2면과 우천시 사용할 수 있는 실내레슨 코트 한 면, 머신기가 두 대 들어 있는 연습장, 그리고 카페 건물등 3개의 동으로 구성이 되어 있었다. 특히 카페 건물은 복층으로 1층은 샤워시설, 2층은 통유리로 되어 앞 전경이 환하게 다 보였다. 실내에서 차를 마시면서 경기를 관전 할 수 있게 한 설계는 매우 세련된 감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하나, 세 컨 하우스 개념으로 펜션 같은 공간을 따로 만들어 잠깐 쉬기도 하고 주말에는 잠을 자고 갈 수도 있어 가족이 머물기에는 더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이 코트가 생긴 지 얼마 안 되었으나 입소문을 타는데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첫째, 코트 바닥면이 US오픈 경기장과 똑 같이 만들어졌다. 데코터프 5미리로 되어 있어 여러 게임을 해도 무릎에 무리가 안 간다.
둘째, 코트를 유료 대관하지 않는다.
셋째, 이곳은 제주국제학교와 근거리에 있어 학생및 학부모들이 테니스에 관심이 높아 배우기 위해 문전성시를 이룬다.
넷째, 라이트가 최고급 시설로 되어 있어 눈부심이 적고 환해서 게임하기에 적합한 KS 한국산업표준 800w 애그로 제품을 사용 하고 있다.
단아하면서도 규모 있게 만들어진 코트를 왜 유료로 빌려주지 않는지 몹시 궁금했다. 요즘 테니스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어디를 가나 코트를 구 할 수 없어 운동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더욱 의문이 들었다.
“이곳에서 처음 라켓을 잡고 테니스를 배우고 있는 학생들과 어른들 대부분 초보자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 레슨자들이 시간 될 때마다 와서 운동할 수 있도록 코트를 비워놓고 있습니다. 실력이 웬만큼 갖춰진 동호인이라면 어느 코트를 가도 환영을 받지만 초보자들은 그렇지가 못해 그들을 위해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우리 가족 모두 테니스를 하는데 테니스장이 우리에게는 여행지이자 놀이터가 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여행이란 멀리 떠나는 것만이 아니라 4학년 딸아이가 좋아하는 테니스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여유로운 여행지가 되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10년 전, tv에서 방영된 ‘우리 동네 예체능’에 테니스 편을 시청하다가 아내랑 같은 취미를 가지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테니스를 시작했다는 신승배 사장은 올해 나이 39세. 테니스를 알기 전에는 스킨스쿠버를 한다거나 간단한 취미생활만 했을 뿐인데 아내와 함께 라켓을 잡은 이후부터 생활의 모든 기준이 바뀌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4년 전, 엄마 아빠 따라 코트를 자주 놀러 다녔던 초등학교 1학년인 딸 채원이가 테니스를 본격적으로 해 보겠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뒷바라지를 하다가 딸의 먼 미래를 생각해 드디어 테니스장까지 만들게 되었다는 신승배 사장과의 대화를 적어본다.
*코트 대관을 하지 않으면 경제적으로 좀 힘들지 않나요?
저는 그동안 작은 사업을 해 왔었는데 항상 서둘지 않고 조금 먼 곳을 보면서 천천히 가는 것을 모토로 삼아 왔습니다. 옛 어른들의 ‘돈을 먼저 쫒지 말라’는 그 말씀을 늘 가슴에 새기고 실천하면서 살아왔습니다. 테린이들이 배운 것을 연습하고 싶은데 장소가 없다면 테니스에 흥미를 못 느끼게 될 테니 저희 코트에서 레슨을 받는 분들은 언제라도 연습할 장소를 비워두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레슨자는 몇 명이나 되나요?
파트타임까지 총 6명의 지도자들이 있는데 평일만 100여명 됩니다. 일주일에 2번 30분씩 레슨비 38만원. 또 한 번 방문하면 한 시간씩 일주일에 두 번 레슨 받는 분들도 많습니다. 주말에는 감독님들이 쉬셔야 하기 때문에 모든 레슨을 쉬고 있습니다.
*코트 공사하는데 애로 사항은 없었나요?
지난 해 비가 많이 와서 공사 기간이 길어졌습니다. 다른 코트들은 주로 바닥에 콘크리트를 까는데 우리는 순수한 잡석으로 평탄화 작업을 하고 그 위에 아스콘을 깔 계획이었는데 비가 계속 내려 작업을 할 수가 없었어요. 한 번 잡석을 깔면 완전히 마르고 난 후에 다시 깔아야 되기 때문에 공사비용 또한 추가 되었습니다.
*바닥에 잡석은 왜 까나요?
바닥에 콘크리트를 깔면 금방 끝날 수 있는 작업이긴 한데 FM대로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잡석으로 높이를 맞추고 그다음에 아스콘으로만 두껍게 깔아 쿠션감을 높였습니다.
*4년 전 테니스를 시작했다는 따님을 소개해 주세요
영평초등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신채원. 스스로 테니스를 하고 싶다는 뜻을 비쳐 초등 1학년 때부터 시작했습니다.
* 채원이는 어떤 스케줄로 운동하고 있나요?
제가 당장 눈앞에서 무언가를 이루기보다는 길게 보는 타입이라 공부와 트레이닝과 연습을 균형 있게 하고 있어요. 웨이트 트레이닝에 더 집중하면서 트레이닝은 주 3회 1시간 하고 난 후 테니스 1시간 정도 해요. 트레이닝 없는 날은 연습시간을 조금 더 늘립니다.
*채원이는 학교에서 연습하나요?
아닙니다. 제주도 스포츠클럽에 소속되어 연습하는데 학교 시스템은 아니고 제주도 교육청과 체육회에서 지원금을 받아서 운영해 많이 저렴합니다. 한 달에 29만원을 내면 4명의 감독님의 지도를 받고 대회 출전 할 때는 70프로 정도 아이들의 숙박비와 식비가 나옵니다.
*스포츠 클럽소속 학생들이 많겠군요.
그리 많지 않고 12명의 학생들이 운동합니다. 학교 수업 끝나면 바로 픽업해서 연습장으로 가야하는 그 스케줄을 맞추기 위해 부모가 항상 대기해야 하기 때문에 직업상 시간 조절이 어려운 분들은 쉽지 않습니다.
*많이 바쁘시겠습니다.
네. 채원이가 운동하기 전에는 제주도 협회 총무를 맡았고 제주시 협회의 이사로도 활동했는데 지금은 대회출전 및 개인적인 활동을 내려놓고 딸의 스케줄에 집중하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딸 채원이의 미래는?
본인이 좋아할 때까지 충분히 즐기다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길게 보기는 하지만 그래도 먼 미래에 딸이 운동하다가 선수 생활 그만뒀을 때는 필요한 공간도 있어야 되지 않을까 해서 더욱 코트를 잘 만들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부부가 함께 테니스를 하게 된 후 달라진 점이 있나요?
생활의 리듬이 달라졌어요. 모든 생활이 테니스 중심으로 돌아갔습니다. 늦잠 자는 일이나 늦게까지 술 마시는 시간이 사라지고 틈만 나면 테니스장에 가는 일과입니다. 라이프스타일이 매우 긍정적으로 변하게 되었습니다.
기자가 방문하던 날, 옆 코트에서는 남,녀 젊은 팀들이 왁자지껄 웃으며 테니스 경기를 하고 있었다. 제주시에서 신사장부부와 함께 운동하는 ‘제주 하나클럽’회원들이라고 했다.
평소 딸 채원이는 스포츠클럽 감독들의 지도를 받고 연습하는데 가끔 주말이면 엄마 아빠의 지인들과 복식 경기를 하며 보낸다고 한다. 놀이터 개념의 테니스장 이야기는 난생 처음 들어보는 신세계이나 딸의 미래를 생각해 일찌감치 준비를 하고 있다는 아빠의 마음이 깊이 있게 다가왔다. 잘 만들어진 코트에서 마냥 웃고 뛰어 놀면서 테니스를 하고 있는 채원이는 더 없이 행복해 보였다.
신사장의 부인 좌미경은 “아들이 어려서 이제 막 하나 둘 스윙 연습을 하기 시작했는데 조만간 온 가족 4명 모두 한 팀이 되어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며 “앞으로 가족 중심의 대회를 구상하고 있으며 부부나 형제자매들이 출전 할 수 있는 패밀리 대회를 열어 돈독한 가족애를 기를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생각이다”고 전했다.
기자도 몇 게임을 해 보았다. 라이트가 켜진 코트는 불빛이 코트 안쪽으로 집중적으로 쏘아줘 볼에 집중하기 좋은 조도로 비추고 여러 게임 뛰어도 발바닥이나 무릎에 이상 신호가 오지 않았다. 그만큼 쿠션감이 좋아 함께 운동하던 동호인들도 이구동성으로 자주 이 코트로 놀러오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주말이라 부모님들과 같이 와서 연습하던 국제학교 학생들도 떠나고 고요해진 코트에 머무는 동안 많은 생각이 스쳤다. 본인 가족에게도 도움이 되면서 타인에게도 도움이 되는 '자리이타'(自利利他). 신사장님 부부가 만든 ‘제주서부테니스 코트’ 는 진정한 사랑이 깃들어 있는 자리이타의 공간이 딱, 맞았다. 햇살처럼 눈부신 사랑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글 사진 송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