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와 장관 후보자 7명, 경찰청장·국세청장 후보자 등 10명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오늘 끝난다. 10명의 총리·장관·청장 후보자 중 단 한 명도 이 사람이라면 총리나 장관을 맡는 데 도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믿음을 주지 못했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2006년 경남도지사 재선에 나섰을 때 경남은행과 농협에서 선거자금으로 10억원을 빌렸다가 선거가 끝난 뒤 국고(國庫)에서 선거비용을 환급(還給)받아 갚은 사실이 드러났다. 대출이 이뤄질 당시의 은행법 38조는 직접·간접을 막론하고 정치자금 대출을 할 수 없도록 못박았었다. 김 총리 후보자는 결국 "사과한다"고 했고, 이어 "경남도청 직원을 사택에 배치해 가사도우미로 일하게 한 것은 직권 남용"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또 사과했다. 경남 진주 소재 대학의 강사였던 김 후보자 부인이 매주 화·금요일마다 관용차를 이용해 거주지인 거창과 진주를 오간 기록을 받아들고서야 뒤늦게 "사적(私的)으로 관용차를 쓴 부분이 있다면 유류비를 환급하겠다"고도 했다.
이재훈 지식경제부·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조현오 경찰청장·이현동 국세청장 후보자 등 대상자 10명 중 절반인 5명이 자녀 교육 등을 이유로 위장전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미국 국적을 가진 딸이 국내 병원 진료를 받은 뒤 비용은 한국 건강보험으로 처리했고, 부동산을 거래하면서 가격을 낮추는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재훈 후보자는 서울 '쪽방촌' 투기 문제, 신재민 후보자는 지난 17년간 부동산 거래 17번에 위장전입 4번, 친구 회사에 부인을 취업시켜 도움을 받은 사실 등에 대해 사과했다.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과 관련, "그 문제에 대해 지금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해 혼란을 더 키웠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청문회 결과와 관계없이 장관 후보자들을 장관에 임명할 수 있다. 총리는 국회 본회의 표결을 통해 인준(認准)을 받아야 하지만, 여당은 단독으로 인준안을 가결시킬 수 있는 의석을 갖고 있다. 대통령과 여당이 마음만 먹으면 문제가 됐던 총리·장관·청장 후보자 10명 모두 그대로 임명할 수 있다.
이 정권은 2년 6개월 전 출범하면서 위장전입·부동산투기 등 각종 비리로 얼룩진 인사들을 밀어붙이는 식으로 장관에 임명했다가 정권이 벼랑 끝에 내몰리는 위기를 겪었었다. 국민은 이번 청문회에서 드러난 총리·장관 후보자들의 도덕적 흠결이 당시보다 덜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야당이 25일 총리·장관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사실상 보이콧하고 나선 것도 이런 반발 여론을 의식해서다. 대통령과 여권은 대통령 지지율과 국회 의석 수만 들여다볼 게 아니라, 청문회를 지켜본 국민이 화를 삭여가면서 대통령과 여권의 다음 행동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더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