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 손길 이어지는 ‘작은 설’
22일 동지 맞아 법회 문화 행사 ‘다채’
오는 22일 동지(冬至)를 맞아 이웃들과 함께 자비를 나누려는 전국 사찰의 손길이 분주하다. 묵은 액운을 쫓기 위한 팥죽을 공양하며 올해 마지막 세시풍속을 즐기려는 참이다. 특히 일년 중 해가 가장 짧은 날인 동지는 한해의 마지막이자 사실상 다음해의 시작인 분기점이다. ‘작은설’로 불리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각 사찰마다 3일 혹은 7일간의 기도정진을 회향하며 새로운 한해를 준비하는 풍경이 눈길을 끈다.
시민들을 위한 보시로 대부분 ‘팥죽 공양’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서울 법련사(주지 보경스님)가 제법 규모 있는 음악회를 마련해 주목된다. 법련사는 22일 오후 2시 대웅보전에서 정해년 송년음악회를 개최한다. 국립국악원 경기창 강효주씨, 국립국악원 남도창 최진숙씨, 테너 한정일씨, 국악관현악단 ‘오느름’(단장 김회경) 등이 무대에 올라 불교음악과 퓨전음악, 전통음악을 1시간30분 동안 연주한다.
법련사 주지 보경스님은 “경복궁에 인접한 전통문화의 중심에 위치한 사찰답게 서울시민들과 함께 불교와 우리 음악을 향유하는 자리를 만들었다”며 “묵은해를 정리하고 다음해를 기약하는 의미 깊은 시간이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 조계사(주지 원학스님)는 무려 3000인분의 팥죽을 쑤고 있다. 동지 당일 오전 10시 동지기도법회를 마친 뒤 전 대중에게 팥죽을 대접한다. 인사동과 종각역 주변을 지나는 시민들에게도 따뜻한 휴식을 선사할 계획이다. 팥죽뿐만 아니라 산사의 그윽한 이미지가 일품인 새해 달력도 무료로 배포해 사람들의 마음 속 한기를 녹인다.
봉은사(주지 명진스님)도 동지법회에 모인 사부대중과 더불어 인근 경찰서를 돌며 연말연시 근무에 바쁜 경찰들에게 팥죽을 보시한다. 역시 3000명분이다. 대구 동화사(주지 허운스님)가 준비할 팥죽의 양도 엄청나다. 이날 가마솥 8통 분량의 팥죽을 쒀서, 사찰을 찾는 불자는 물론 팔공산에 오르는 등반객과 함께 나눈다. 천태종 동해 삼락사(주지 덕재스님) 또한 22일 오후1시 동해시청 광장 앞에서 시민 1500여명을 대상으로 팥죽 공양에 나선다.
새해에도 올곧게 정진할 것을 스스로와 약속하는 기도법회도 잇따라 열린다. 광주 원각사(주지 도제스님)는 동지를 맞아 오는 16일 오전 10시 경내 대웅전에서 입재를 시작으로 22일까지 재가불자들이 동참한 가운데 동지기도를 봉행한다. 김제 금산사(주지 원행스님)는 오는 22일 오전10시 경내 대적광전에서 입재를 시작으로 24일까지 동지기도를 봉행한다. 순천 송광사(주지 영조스님)와 해남 대흥사(주지 범각스님)도 22일 오전10시 각각 대웅전, 대적광전에서 동지법회를 봉행한다.
정각스님이 쓴 <한국의 불교의례>(운주사)에 보면 승가에서는 고려시대 이전부터 오늘날과 같은 동지의 풍속을 행해온 것을 알 수 있다. 동지팥죽은 몸의 음사(陰邪)를 씻어준다고 믿어 동짓날 아침예불시 절에서는 각단(各壇)에 팥죽을 올렸다. 사람들은 절에서 팥죽을 조금씩 얻어갔으며 하선동력(夏扇冬歷, 여름엔 부채, 겨울엔 달력)의 풍습에 따라 잘에서 익년 달력을 나눠주는 일도 관례화됐다. 작은설, 절 안에서 쑤는 자비와 신심이 1000년의 시공을 넘어서 계승되는 셈이다.
장영섭 허정철 임나정 어현경 기자
[불교신문 2385호/ 12월15일자]